2015 서울국제오디오쇼 후기
음악은 일상의 먼지를 영혼으로부터 씻어낸다. - Red Auerbach
■ 전체적인 느낌
- 음원 소스의 다양성
이번 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 음악 소스에 대한 트렌드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CD와 MP3 확대로 사장될 것 같았던 LP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휴대용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고,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CD를 위협하고 있는데, Tidal같은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등장하면 음원을 소유한다는 개념 자체를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다 돌비 Atmos같은 3D 사운드 포맷이 등장하면서 AV 기기 시장도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식의 소스의 바다가운데 어떻게 기기를 마련해야할지 정답은 없고,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취향과 원칙으로 기기를 갖추어야 할 것 같네요.
- 감상하는 곡을 쉽게 검색
과거에는 틀어주는 곡이 좋아도 곡 정보를 알지 못해 찾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Soundhound 같은 앱으로 간단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 기기들을 접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음악까지 접하고 바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입니다.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업계의 약진
하이파이 시장의 메인스트림인 유럽과 미국 업체가운데서 국내업체들은 가성비를 앞세워왔고, 일본도 전자기기에서의 위상을 생각하면 하이파이에서는 힘을 못 썼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느낀 것은 국내 브랜드도 이제는 가성비가 아니라 자기만의 철학과 디자인으로 제작하고 자부심가운데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입니다. 일본 키소 어쿠스틱에서도 기존 스피커의 개념을 바꾸어놓는 디자인의 기기를 내놓았고요. 대만, 중국에서도 뛰어난 엔지니어가 시장에 참여하여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올닉, 오렌더 같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브랜드가 나왔고, 유니크한 설계의 쿠르베 스피커도 나왔고 힘사운드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헤밍웨이라는 스피커 케이블도 신로를 감쇄하지 않고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역발상으로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더군요.
그동안 공제라는 관습이 국내 오디오 업계의 발전에 발목을 잡아왔는데요. 이제 새로운 시스템과 소비 문화를 구축해서 한국 오디오가 세계적으로 비상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쓴소리를 하자면 오디오쇼와 청음회는 자주 하지만 업계에서 서로 모여서 연구하는 학회나 심포지엄이 있다는 말을 못들었습니다. 이제 감과 경험으로 제품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과학적인 방법과 정보 교류에 의해 국내 업계의 수준이 올라가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연구 풍토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적다보니 이야기가 옆으로 많이 새었네요 ㅎㅎ)
■ 인상깊은 기기
1위: Kaiser Acoustics, Kawero-Chiara 스피커
이번 오디오쇼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기기는 ES 오디오 부스에서 들은 Kaiser Acoustics 에서 나온 Kawero-Chiara 스피커였습니다. 작은 체구의 스피커였지만 전시회에서 가장 넓은 부스안을 소리로 가득 채우는 공간감이 탁월하였고 잔향감도 좋았습니다. 사실 처음보는 브랜드라서 Kiso Acoustic의 HB-X1 보다 저렴한 기기가 나온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2,500만원이라는 놀라운 금액이었습니다. 어느 청음객이 그정도 가격의 스피커는 무게가 40kg은 나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재미있게도 수입사 사장님 말이 이 스피커 무게가 그정도 나간다고 합니다. (Spec에는 한 짝에 34kg) 인클로저가 버찌나무를 고압력으로 압축한 탱크목이라고 합니다. 탱크목은 방탄효과도 있을 정도로 밀도가 높고 공진을 막아주는 재질입니다. YG Acoustic의 Carmel 2도 좋은 스피커였지만 카이저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스피커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위: 드비알레
드비알레는 인터넷에서 알게되고 호기심이 많았었고 이번 전시회에서 꼭 듣고 싶었던 제품입니다.
기술 자체가 혁신적이며, 디자인과 성능,편의성 3박자를 모두 갖춘 제품이고, 무엇보다 아내가 내치지 않을 제품 1위를 들라면 드비알레가 될 것같습니다.ㅎㅎ
프랑스 엔지니어의 설명으로 시청을 했는데, 기대했던 대로 담배곽만한 두께의 기기에서 스피커를 가지고 놀더군요.게다가 SAM은 신의 한수 같습니다. 스피커를 바꿀때마다 매칭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앰프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상을 수여한다면 드비알레를 들겠습니다.
그리고 오디오쇼에서 가장 명강사를 들라면 프랑스 엔지니어를 들겠습니다. 설명도 재미있게 할 뿐 아니라 중간 중간 한국말을 섞어서 위트있게 진행하더군요. YG 어쿠스틱의 부사장도 능수능란하게 진행했고요. 반면 모제품을 한국분이 소개할 때는 전문가가 전한다는 인상이 아니라 박대리, 김과장이 브리핑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품만 아니라 발표스킬도 많이 벤치마킹하고 익혀야 할 것 같습니다.
3위: 돌비 Atmos 시스템
특정 제품이 아니라 차세대 영화오디오 사운드 기술인 돌비 Atmos가 3위입니다. 소리를 채널로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객체로 구분해서 소리를 상하 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 3차원에서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존 극장 사운드는 단지 서라운드였다면 돌비 Atmos는 소리의 입체적인 움직임까지 다 표현해줍니다.
일반 가정에서 꾸미기 어려운 시스템이지만 언젠가 들이고 말거야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게 하는시연회였습니다.
4위: Kiso Acoustic, HB-X1 스피커
5kg 남짓한 스피커에서 이런 소리를 들려주다니... Accuphase, Pass에 매칭하여 들었는데 역시 크기를 능가하는 공간감과 통울림이 있는 소리가 음악을 너무 즐겁게 들을 수 있었던 기기였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싸네요. 그래서 만수르의 데스크파이 스피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WHT PR4MK2도 많이 기대한 스피커입니다. 마이크로 다이나믹스가 뛰어나고 현소리를 섬세하게 울려주는 느낌은 일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백로드혼을 적용해서 그런지 소리가 스피커에 갇힌 느낌이 들더군요. 왼쪽 스피커, 오른쪽 스피커에서 내는 소리가 너무 구분이 잘 됩니다. 반면 클립쉬 백로드혼 스피커는 소리가 퍼져나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공간감이 더 뛰어났습니다. 다음 제품에는 이런 부분이 반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사운드의 아큐톤 유닛을 투입한 모델을 듣고 싶었는데, 갈 때마다 SB Acoustic 유닛을 적용한 SB62만 들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래 듣지 않고 나왔었는데요. 이상하게 전시회가 끝난 후에 SB62의 소리가 기억에 맴돌고 있습니다. 잔향감이 남달랐고 오래들어도 귀가 피곤해지지 않는 소리였습니다. 야큐톤 유닛적용한 S71보다 SB62가 더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올닉, 전시회에서 왜 자체 제작 스피커와 매칭하는지 모르겠네요. 올닉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닉 앰프의 특징을 파악하기 왔을텐데요. 익숙하지 않은 올닉 스피커보다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스피커와 매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 건의 사항
오디오쇼이지만 극장음향과 빔프로젝터 등 영상기기도 참가하는 등 다양한 기기를 접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방음이 안되는 관계로 옆부스의 소리가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나누어서 한부스는 크게, 옆부스는 작게 트는 고육지책도 나오던데요. 전체적으로 이 부분을 관리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부스에서는 몇천만원대의 기기로 보컬 위주의 음악만 틀어주어서 시스템이 좋은지 나쁜지 구분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준비해주었으면 좋겠고요. 지나치게 높은 볼륨은 자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부 매너없는 분들. 음악 감상하고 있는데 방해된다는 생각도 없이 계속 큰소리로 대화해서 음악 듣다가 스트레스 유발시키는 분들. 음악은 야만인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희안한 힘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음악 좋아하면서도 계속 무례한 행동을 해서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자제 부탁드립니다.
이번 오디오쇼 표를 4장 에매해서 직장동료에게 나누어서 오디오에 대한 좋은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