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에 가까운 소리를 찾아서
오늘의 방문한 회원님은 아마도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높은 완성도에 도달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20대 초반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처럼 오디오에 입문한지 불과 5년만에 하이엔드 사운드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입문 당시에는 대부분 오디오파일과 마찬가지로 지인의 추천대로 듣다가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에 대한 찾아 많은 기기교체를 하셨답니다. 본래 음악을 직접 연주하셔서 오디오에는 큰 관심이 없으셨지만, 평소 현장의 사운드를 잘 알기에 오디오에 있어서도 사운드에 대한 기준 만큼은 뚜렷한 분이셨습니다. 바로 “실연에 가까운 소리”라는 목표가 있기에 지인들의 다양한 조언 중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걸러 들을 수 있었으며, 많은 오디오 샵의 유혹 속에 본인에게 필요한 기기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오디오적 방황을 단지 기기교체로 해소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며 좋은 사운드를 찾는 열정어린 노력을 하였기에 단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초하이엔드의 세계로 직행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오디오가 아닌 전용 오디오룸이었습니다. 기기교체를 통해 사운드에 대한 감각을 익힌 후 전용 공간 마련을 위해 수 많은 집을 탐문하였다고 합니다. 오디오 샵 만큼 부동산 중개인을 찾아 다닌 것이죠. 또 하이파이 클럽 시청회 및 오디오쇼에도 빠지지 않고 찾아 다니며 듣고, 묻고, 조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오디오 전용룸을 얻기 힘들어 오랜시간 수소문 끝에 현재의 공간을 “발견”했다 합니다. 심지어 집을 계약할 때 지하 공간만 보고 바로 계약하셨다 하니 열정을 넘어 무서운 집념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먼저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겠습니다. 
메인 스피커 사이에 어떠한 장애물도 없이 탁트인 공간에 개당 180kg에 육박하는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가끔 일반 거실 놓는 경우를 보면 시각적으로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또한 그랜드 유토피아의 성능을 평소 제대로 발휘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볼륨을 높이는 순간 빗발치는 항의로 테스트만 겨우 해보고 평소에는 소편성 곡들 위주로 듣는 것이 대부분 오디오파일의 현실일 겁니다. 철저히 음향만을 위해 5.3x8.8m 정도의 공간을 개조한 리스닝 룸에 배치한 그랜드 유토피아는 일단 시각적으로 꽉차면서도 공간의 크기에 적당한 Fit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한 때 북쉘프 3대 명기로 불리던 마이크로 유토피아가 잠시 떠올랐습니다. 북쉘프 부터 톨보이, 대형기에 이르기까지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포칼, 그 중 최상급기를 실제로 대했을 때의 압도감은 정말 심상치 않은 느낌을 줍니다. 가격대는 둘째치고 궁극의 스피커라 불리는 만나기도 힘든 이 스피커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일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시스템 후면 모습입니다. 뒤면 책장 사이, 그리고 측면에는 메인 북쉘프 스피커로 사용해도 좋을 서라운드 스피커가 정확한 거리를 두고 배치되어 있습니다. 맨위에 Epson LS-10000 프로젝터도 보입니다. 전면에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와 166인치 스크린, 측면과 후면 적재 적소에 배치한 서라운드 스피커 그리고 하이엔드용 랙과 오디오 전용 리클라이너의 모습은 아늑하면서도 아주 잘 세팅된 전시공간 같은 느낌입니다.
AV도 함께 하셔서 Focal viva utopia를 센터 스피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뒷공간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스피커의 앞부분 일부만 나와있어 너무 깊이 매립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레벨(Level) GEM2 3웨이 북쉘프 스피커는 개당 무게가 14.5kg될 만큼 묵직하여 메인으로도 사용하지만, 일반 북쉘프에 비해 깊이가 얕아 서라운드 스피커로 많이 사용합니다.
이제 메인기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를 울려줄 Viola BravoⅡ 파워앰프입니다. 비올라 파워를 보며 잠시 옛 마크레빈슨의 첼로 퍼포먼스가 떠올랐습니다. 1MΩ 입력 임피던스, 무엇보다 피셔 타입의 밸런스 입출력 단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나기 마련이겠죠. 실제로 Viola audio Lab의 설계자인 톰 코란젤로(tom colangelo)는 마크 레빈슨 첼로의 엔지니어로 활약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올라”라는 회사 이름 역시 “첼로”와 연상되는 부분입니다.
브라보Ⅱ는 Viola audio Lab의 레퍼런스 파워로 스테로오시 채널당 8옴에 350W, 풀 브릿지 시 1200w 내주며 개당 39kg에 별도의 전원부까지 더하면 57kg의 기함으로 어떤 스피커던지 가뿐히 드라이브하는 막강한 구동력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음악을 술술 풀어나가기로 유명합니다.
▲ Viola Sonata Pre amplifier, Metronome CD10 universal player
비올라 브라보 파워앰프와 짝을 이룬 Viola sonata 프리입니다. 메트로놈 CD10 universal player도 보입니다.
이 정도 구성만 보더라도 이미 최고의 현역기가 모인 공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시스템 구성의 핵심은 비올라 브라보 파워Ⅱ에서 시작하였다 합니다.
오디오 역시 삶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홀로 갈때가 있고, 함께 가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디오에 대한 많은 고민과 함께 여러곳을 찾아 다니던 시절 여러 오디오샵과 거래하면서 실망스러운 경험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다양한 공제에 참여하며 납기일이 안지켜져 기다리다 지친 경우도 있고, 심지어 오디오 업체간 알력다툼 같은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드셨다 합니다. 그러던 중 오디오쇼 GLV부스에서 좋은 인상을 받고 후에 GLV 매장을 자주 방문하며 현재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회원님은 오디오파일로서 GLV 사장님과의 인연을 가장 소중한 만남이라 합니다. 자기 일처럼 신경써주고 관리해주는 것이 고객의 입장에서 무척 좋았고, 이후 더 친밀한 인연으로 이어져 “실연에 가까운 소리” 찾아가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합니다.
비올라 프리의 전원부입니다. 메트르놈(Metronome) Elektra Power Supply 두대가 각각 CDT/DAC에 연결하였습니다. 맨 위에는 오렌더 W20 뮤직서버가 보입니다.
▲ Briston 9B SST2 5ch power amp, Isotek Aquqrius 6gang power conditioner
AV에 대한 열정 또한 감탄스럽습니다. 이번에는 소스기기를 살펴보겠습니다.
▲ Metronome Kalista CDT/DAC
메트로놈(Metronome) Kalista Ultimate SE CDT와 Kalista DAC입니다. 일단 디자인이 압권입니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디자인은 물론이고, 사운드를 음악적으로 잘 다듬는 탁월한 능력으로 cd player 역사에 명성이 높은 지존급 명기입니다.
▲ Lampizator Golden Gate DAC
칼리스타 옆에 최근 오디오파일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는 Lampizator Golden Gate DAC가 보입니다. 메트로놈 DAC로 바꾼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테스트 겸 딱 하루 밤 듣고 램피제이터를 덜컥 구매하셨다 합니다. 왜 그러셨는지 혹은 후회하지 않으셨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램피제이터 골든게이트 DAC가 들어온날 밤 10시 부터 새벽 4시까지 음악을 들었는데, 오래들어도 지겹지가 않고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평소 추구하는 “실연의 소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다고 느껴 바로 구매 결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해외 리뷰어도 제품을 받은 첫날 새벽 5시까지 음악을 들었다고 하는데, 본인과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대화가 이어져 인터뷰 중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요즘 동구권이 오디오쪽 신흥 강국이기도 하고, 다지인도 제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최상급 풀옵션으로 구입했죠. 후에 안 사실이지만 램피제이터 골든게이트 DAC는 PCM도 좋지만, DSD로 상당히 유명하더군요. 대부분의 DAC는 PCM으로 들을때 좋은데, DSD로 들으면 오히려 소리가 안좋은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이 DAC는 소리가 상당히 아날로그적이고 따뜻하면서도 막이 하나 걷히는것 같은 높은 해상력을 보여주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DSD 재생은 마치 잘 세팅된 최상의 LP아날로그 시스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비올라 프리에 밑에도 있던 시너지리서치(Synergy Research)사의 Tranquility Base UEF 기기 받침대 위로 플래그십 Aurender W20 Music Server가 보입니다. 그동안 오렌더사는 기존 메이커들이 개발하기 어려웠던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하여 까다로운 하이엔드 시장에서 음질로써 높은 평가를 받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이밖에도 눈에 띄는 악세사리 몇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음향판넬입니다.
그랜드 유토피아 뒷면에 한장씩 야마하 조음패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천정에 RPG 스카이라인. 측면에는 개당 무게가 10kg인 카이저 어쿠스틱스(Kaiser Acoustics) 음향분산판 “Spline Diffuser 1” 이 총 4개 설치되어있습니다.
정말 "억"소리가 절로 나오는 구성에 부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함께 음악을 들으며 결코 경제력으로 오디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대편성곡은 물론이고 작은 피아노의 터치감까지, 굳이 불륨을 높이 올리지 않아도 충분한 울림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소리는 그저 음악을 음악답게 연주할 뿐이었습니다. 또 한분의 좋은 인연을 통해 보다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는 법을 배운듯 했습니다. 취재에 응해주신 회원님께 감사드리며 탐방기를 마무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