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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오디오쇼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제품인데도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가 꽤 있다. 필자가 특히 뮌헨오디오쇼에서 유심히 지켜본 독일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T+A Elektroakustik’(이하 T+A)가 그 중 하나다. 미국의 스테레오파일이나 영국의 하이파이플러스, 심지어 일본의 스테레오파일에도 리뷰가 자주 실리는 편인데, 공식 수입사가 없었기 때문인지 그동안 국내에서는 제품은 커녕 단신 한 줄 찾을 수가 없었다. 무려 1978년에 설립된 독일 제작사인데도 말이다.

그러던 차에 최근 T+A의 국내 수입사가 생겼고, 지난 2월 11일에는 하이파이클럽에서 론칭 시청회가 열렸고, 3월 3일부터 진행된 2017 멜론 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 T+A가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데뷔했다.

“T+A의 역사 및 제품생산 연표”

일단 T+A의 현행 라인업을 보면 그야말로 A부터 Z까지 다 있다. 앰프는 기본이고 CD/SACD플레이어, 네트워크플레이어, DAC, 턴테이블, 각종 올인원, 라이프스타일 시스템에 다양한 스피커까지 만든다. 앰프도 지금은 솔리드 스테이트가 주력이지만 진공관 앰프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제작사가 T+A다. 2003년에 나온 진공관 인티앰프 V10, 2012년에 나온 모노블럭 진공관 파워앰프를 보면 그 당당한 위용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스피커도 실린더 타입의 정전형 트위터에 저역 보강을 위한 트랜스미션라인과 측면 우퍼, 공진방지를 위한 알루미늄 인클로저 등 라인업에 따라 전문 제작사 뺨칠 정도의 화려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투입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종 오디오 케이블과 멀티탭, 포노모듈, 심지어 LP용 스태빌라이저까지 ‘T+A’ 이름을 달고 나온다. 이렇게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회사라면 보통 보급형 중저가 제품 일색이기 마련이지만, T+A는 언제나 ‘하이엔드’ 제작사였다.  

T+A는 하노버공대에서 플라즈마 물리학과 전기음향을 전공한 지크프리드 암프트(Siegfried Amft)가 대학 졸업 이듬해인 1978년 독일 웨스팔리아 지방의 헤르포르트(Herford)에 설립했다. 내년이면 40주년이 된다. 회사이름 ‘T+A’는  독일어로 이론과 응용을 뜻하는 ‘Theoie und Anwendung’의 약자다. 전기음향(Elektroakustik)의 기술이론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10대때부터 앰프와 라디오, 스피커를 제작했던 지크프리드 암프트는 대학 재학 시절 젠하이저 설립자인 프리츠 젠하이저(Fritz Sennheiser) 교수의 전기음향학 수업을 수강한 뒤 자신이 직접 오디오회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T+A는 설립 초기 무지향 스피커 ‘Delta 시리즈’를 내놓으며 오디오계에 명함을 내밀었다. 높이 43cm에 무게 7kg에 불과한 ‘Delta 30B’의 경우 당시로는 이례적으로 저역이 33Hz까지 떨어져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인클로저 내부에 저역 보강을 위한 트랜스미션 라인을 투입한 ‘TMR(Transmission Multi Resonator) 시리즈’, 고전압 진공관 앰프를 내장한 액티브 정전형 스피커(Solitaire OEC 시리즈) 등 1980년대 중반까지 T+A는 주로 스피커 제작에 주력했다.

그러다 1986년 ‘T+A Pulsar’라는 이름으로 첫 프리, 파워앰프를 출시하며 T+A는 일렉트로닉스 제품 생산에 더 치중해오고 있다. 특히 설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2003년에 출시한 진공관 인티앰프 ‘V10’은 ‘SPPP’(Single Primary Push-Pull)라는 새로운 푸쉬풀 구동방식으로 80W 대출력과 함께 푸쉬풀 앰프의 고질적 문제였던 ‘교차왜곡’을 획기적으로 줄인 앰프로 기록됐다. 주파수대역은 18Hz~100kHz라는 광대역을 보였고, 왜율도 0.5% 미만에 그쳤다. 상판에 파란 빛이 도는 아크릴을 투입한 디자인도 크게 인구에 회자됐다.

이처럼 진공관 앰프 제작에 관한한 여느 하이엔드 제작사 못지않은 기술력을 가진 T+A이지만, 이 제품 후에는 주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 주력하고 있다. 자신들이 세운 ‘하이엔드 기준’에 맞춰 진공관 앰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진공관이 계속 생산돼줘야 하는데, 점점 그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대신, 뒤에 자세히 설명할 ‘HV’(High Voltage) 테크놀로지, 즉 진공관 앰프처럼 높은 전압으로 트랜지스터 증폭단을 제어, 이를 통해 진공관 앰프의 대표 장점 중 하나인 ‘리니어리티’(linearity)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T+A 직원수는 연구개발 부문에 14명 등 총 100여명에 달한다. 전 제품의 70%는 독일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016년말 현재 전세계 딜러는 24곳에 이른다.

1978년 설립 이후 2017년 2월 현재까지 T+A가 만든 주요 제품들의 출시연표를 직접 만들어봤다. 홈페이지에 단종제품 정보를 모아둔 아카이브가 없어 표를 만드는데 애 좀 먹었다.

이중 과거 화제를 모았던 몇몇 제품의 구체적인 특징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T+A Delta 30B Speaker

1) 무지향 스피커 Delta 30B : 유닛들이 상판에 달려있는 무지향(전방위 omnidirectional) 스피커다. 저역 하한이 33Hz까지 떨어져 화제를 모았다. 고역상한은 22kHz, 공칭 임피던스는 8옴

2) Criterion TMR 160 4웨이 스피커 : 인클로저 내부에 저역보강을 위한 트랜스미션라인을 마련, 저역을 18Hz까지 떨어뜨렸다. 더욱이 직경 19mm의 슈퍼트위터 덕분에 고역은 무려 35kHz까지 커버했다. 감도는 90dB

3) Solitaire OEC 2000 멀티구동 액티브 스피커 : 6개 유닛을 6개 내장 앰프가 각개 구동했다. 특히 정전형 트위터는 EL34를 푸쉬풀 구동하는 진공관 앰프로 앰핑해 눈길을 끌었다.

▲ T+A Pulsar A 1230 Power Amplifier

4) Pulsar A 1230 파워앰프 : 이후에 등장하는 R시리즈의 원조가 된 제품. 8옴에 100W, 4옴에 150W를 내며 댐핑팩터는 500을 넘는다. 1986년에 나온 파워앰프이지만, 주파수응답특성 0.5Hz~350kHz(-3dB), 전고조파왜율 0.001%, 정전용량 9만 마이크로패럿, 여기에 알루미늄 섀시까지 현재 T+A 앰프의 하이 스펙과 디자인을 일찌감치 제시했다.

▲ T+A V10 II 진공관 인티앰프

5) V10 진공관 인티앰프 : 5극관인 EL509/2를 채널당 2개씩 푸쉬풀 구동해 80W 출력을 얻었다. 위상반전관은 쌍삼극관인 EC99를 채널당 1개씩, 입력관은 복합관인 ECL82를 채널당 1개씩 투입했다. 섀시 안에 프리앰프 섹션을 맡은 쌍삼극관 12AX7이 역시 채널당 1개씩 들어간 점도 특징. 또한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진공관 및 회로 보호를 위한 슬로우 스타터와 바이어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어하는 기술적 창의성이 돋보인다.

6) G10.2 턴테이블 : 턴테이블 안에 포노모듈을 내장했다. 턴테이블 내장 포노모듈은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 T+A E Series 컨셉 사진

7) E 시리즈 Music Player : CD플레이어, 아이팟독, FM튜너, 네트워크플레이어, DAC 등을 갖춘 본격 뮤직 플레이어 및 미디어 스트리머

8) K8 블루레이 리시버 :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튜너, 7.1채널 앰프(150W)까지 갖춘 리시버. 현재도 생산중

“T+A의 설계 철학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 : 과학자, Made in Germany, 커다랗고 두꺼운 알루미늄 섀시, HV(High Voltage)”

T+A의 설계철학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우리는 사실상 과학자들이다(Actually we’re scientists)”라는 문구로 요약된다. 예전 관습과 기술에 안주해 단순히 오디오를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이를 시장에 ‘많이 팔아’ ‘돈을 많이 벌려는’ 기업은 더더욱 아니라는 얘기다. 오디오와 관련한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화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결국 제품가격이 비싸지게 되는 단점도 있지만, 자신들은 회사 이름 그대로 ‘이론과 응용’에 올인할 뿐이라는 것. T+A의 또다른 슬로건인 “모든 소스에 담긴 음악을 최고 수준으로 재생한다”(Reproduce music from all sources to the highest possible standard of quality)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은 또한 자신들의 제품이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주요 부품의 설계 및 제작은 T+A에서 직접 이뤄지며, 이를 위한 각종 설비 및 측정장비 또한 전부 독일에서 제작된다. 스피커의 경우 인클로저부터 드라이버 유닛, 정전형 트위터의 멤브라인, 크로스오버까지 모두 T+A가 설계한 다음 독일 내 각 전문회사에 맡긴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안정적인 제품 수급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관리, 그리고 지속가능한 A/S를 위해서다. 물론 전통적으로 오디오 제작에 강세를 보여온 독일인들의 자부심이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문구에 담긴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앰프의 경우 섀시가 전부 알루미늄 재질인 점도 T+A의 특징이다. 알루미늄이 물리적 강도와 쉴딩 효과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 두께는 무려 10mm에 달한다. 상급기로 갈수록 앰프와 소스기기의 덩치가 커지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단지 허세가 아니다. 각 스테이지간 신호 및 전자기장 간섭을 막기위해 각 스테이지가 각각 격실(chamber)로 꾸며졌기 때문.

플래그십 멀티소스 플레이어인 ‘PDP 3000 HV’의 경우 한 몸체에 1) 디스크 플레이어 및 입력 스테이지, 2) 디코더 및 아날로그 출력 스테이지, 3) 아날로그 PSU, 4) 디지털 PSU, 5) 로직 및 컨트롤 파트 등 무려 5개의 격실이 들어가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큰 덩치에 걸맞게 시원시원하고 큼직큼직한 전면 패널 디자인이야말로 특히 ‘T+A’ 상급인 ‘HV’ 시리즈’의 큰 매력으로 느껴진다.

T+A의 설계철학을 알 수 있는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HV’(High Voltage)다. 진공관 앰프보다는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제작에 주력하는 T+A이긴 하지만, 진공관 앰프 최대의 장점 중 하나인 ‘리니어리티’를 결코 버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많은 애호가들이 이미 아시는 사실이지만, 3극 진공관의 Ep-Ip 곡선을 보면 그야말로 예쁜 직선이 그려진다. 이에 비해 트랜지스터는 그 곡선이 거의 누워있다. 증폭소자로서 진공관의 리니어리티(직선성)가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얘기다. T+A는 그래서 진공관의 플레이트에 거는 전압수준인 최대 360V(파워앰프의 경우, 프리앰프는 최대 100V)의 높은 전압으로 증폭단의 트랜지스터 소자를 작동시켜 리니어리티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한다. 트랜지스터를 통한 대출력 확보, HV 테크놀로지를 통한 리니어리티와 다이내믹 레인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T+A의 현행 라인업 및 주요 특징”

또 표를 만들어봤다. 이번에는 T+A의 2017년 2월 현행 라인업이다.

“HV 시리즈 : T+A의 플래그십 “고전압(HV)으로 리니어리티를 확보하라””

‘HV 시리즈’는 2013년에 등장한 T+A의 플래그십 앰프와 소스기기들이다. 지난 11일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에서 만나본 ‘HV 시리즈’는 참석한 애호가들로부터 탄성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크고 듬직했기 때문이다. 전면 알루미늄 패널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큼지막한 디스플레이창과 양쪽에 대칭으로 포진한 둥근 노브가 통일된 패밀리 룩을 선사한다. 프리앰프 ‘P 3000 HV’와 인티앰프 ‘PA 3000 HV’의 볼륨 노브의 조작감은 그야말로 최상급. 노브의 감촉과 회전감 자체가 좋은데다, 각 스텝마다 딸깍딸깍 시원한 소리를 들려주는 매력이 대단하다.

이들 HV 시리즈 각 제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벽에 가까운 T+A의 꼼꼼한 설계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우선 프리앰프 ‘P 3000 HV’는 파워케이블이 2개가 필요하다. 컨트롤부(디지털)와 증폭부(아날로그)의 파워서플라이를 별도로 장착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스테이지의 상호 노이즈간섭을 막기 위한 것.

 

▲ T+A P 3000 HV 의 내부

전원부는 섀시 하단에, 컨트롤부와 증폭부는 상단에 마련된 2층 구조인데 이 역시 전원부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을 최대한 차폐시키기 위한 설계다. 이쯤 되면 증폭부가 거울처럼 대칭인 듀얼 모노 구성인 점, 출력단이 OP앰프 대신 철저한 디스크리트 설계로 이뤄진 점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최상위 프리앰프답게 각종 스펙도 대단하다. 주파수 응답특성은 0.5Hz~300kHz(-3dB), THD는 0.001% 이하, 채널 분리도는 108dB 이상이다. 입력단은 밸런스 4조, 언밸런스 7조가 마련됐고, 헤드폰 임피던스에 맞게 2가지 전류 공급이 가능한 헤드폰앰프까지 갖췄다. 각 회로기판은 두께 10~15mm의 알루미늄 플레이트로 완벽히 격실 처리됐다. HV 시리즈인 만큼 프리앰프 내의 각 증폭단은 트랜지스터 앰프로는 아주 이례적인 최대 100V의 고전압으로 작동, 이를 통해 낮은 왜곡과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확보했다.

파워앰프 ‘A 3000 HV’도 괴물급이다. 스테레오 파워앰프로 설계됐지만 모노 모드에서도 작동하는데 이 경우에는 전류를 2배로 전달, 클래스A 증폭 구간이 더 넓어진다. 즉, 스테레오 모드에서는 300W(8옴), 600W(4옴), 모노 모드에서는 380W(8옴), 650W(4옴) 출력을 내는데, 스테레오 모드에서는 50W까지, 모노 모드에서는 무려 100W까지 클래스A 모드로 증폭된다. 주파수 응답특성은 0.5Hz~180kHz(-3dB), 슬루 레이트는 60 마이크로세컨드, THD는 0.03% 이하를 보인다.

대신호를 다루는 파워앰프인 만큼 전원부 설계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전원부는 앰프 하단에 놓여졌는데, 증폭부와 출력단이 달린 상단과는 두께 10mm 알루미늄으로 격실 처리됐다. 정전용량은 무려 12만 마이크로패럿에 달한다. 증폭부(voltage amplification)와 출력단(current amplification) 또한 상호간섭을 막기 위해 격실 처리됐다. 출력단은 드라이빙 트랜지스터에 MOSFET, 출력석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썼다. 스피커케이블 체결을 위한 바인딩 포스트가 로듐으로 도금된 순동 재질인 점도 믿을 만하다.

파워앰프와는 달리 미터가 하나뿐인 표시창의 주인공은 파워서플라이 ‘PS 3000 HV’. ‘A 3000 HV’와 인티앰프 ‘PA 3100 HV’를 위해 특별히 개발된 파워서플라이다. 트랜스포머의 출력은 1200VA, 정전용량은 24만 마이크로 패럿. 100V 캐패시터를 무려 24개 투입했다. 무게는 파워앰프와 똑같은 38kg. 파워서플라이가 연결되면 프리앰프와 인티앰프의 내부 전원은 입력단과 전압증폭단에만 사용되고, 파워서플라이는 출력단에만 전원을 공급한다. 결과적으로 시스템의 전반적인 전원공급 용량과 안정성이 크게 향상된다. 파워서플라이와 두 기기는 고전류 커넥터가 달린 특수 파워링크를 사용해 연결된다.

“R 시리즈 : 턴테이블까지 갖춘 T+A의 2인자 그룹”

필자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T+A 라인업은 ‘R 시리즈’다. 크기만 작아졌을 뿐(가격도 내려갔다!) ‘HV 테크놀로지’가 고스란히 투입된데다 T+A의 현행 유일한 턴테이블인 ‘G 2000 R’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인티앰프인 ‘PA 2000 R’ 혹은 ‘PA 2500 R’, 멀티소스 플레이어인 ‘MP 2000 R mk2’, 여기에 턴테이블 ‘G 2000 R’을 세트로 갖춰놓으면 LP를 포함한 모든 음악소스 재생이 가능해진다.  

‘G 2000 R’을 좀더 살펴보자.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채택한 이 턴테이블은 무엇보다 플래터 모터를 DSP로 제어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플래터 모터의 안정적인 구동이야말로 세상 모든 턴테이블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인데, T+A에서는 이를 자체 설계한 DSP를 통해 제어함으로써 와우플러터(wow and flutter. 턴테이블의 불규칙한 회전)가 +,- 0.02%에 그치고 있다.

또하나 재미있는 점은 이 턴테이블 내부에 T+A의 포노모듈인 ‘PHE-G’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T+A에서는 톤암에서 나오는 미세전류를 직접 다이렉트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포노모듈 장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PHE-G MM’ 모듈의 입력감도는 1.0~10.0mV, ‘PHE-G MC’ 모듈의 입력감도는 100~2000µV다. 턴테이블에는 기본적으로 클리어오디오의 카본 톤암이 장착돼있다. 옵션인 카트리지는 오토폰의 2M Bronze(MM)과 MC2(MC)가 준비돼 있다.

R 시리즈의 인티앰프는 가정에서 쓰기에 충분할 정도의 출력을 자랑한다. ’PA 2000 R’은 100W(8옴), 200W(4옴), 300W(2옴)를 뿜어내며, 2개의 파워서플라이를 장착한 ‘PA 2500 R’는 140W(8옴), 280W(4옴0, 560W(2옴)라는 리니어한 출력 특성을 보인다. 두 모델 모두 더블 모노 설계다. ‘MP 2000 R mk2’는 멀티소스 플레이어이자 네트워크 스트리머. CD, FM, DAB, 블루투스는 물론 타이달(Tidal) 같은 스트리밍 음원도 재생이 가능하며, PCM은 32비트/384kHz까지, DSD는 DSD512까지 지원하는 DAC이 내장됐다. 출력단은 역시 더블 모노 구성이다.

“8 시리즈 : DAC과 인티앰프, 단 2대로 하이엔드에 도전”

R 시리즈에서 더 컴팩트하게 하이엔드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8 시리즈’다. 프리앰프 기능을 갖춘 DAC인 ‘DAC 8 DSD’와 HV 테크놀로지를 투입한 파워앰프 ‘AMP 8’ 단 2대의 조합이다. T+A의 유일한 단품 DAC인 ‘DAC 8 DSD’는 PCM용으로 더블 디퍼렌셜 구성의 32비트 쿼드 DAC과 8배 오버샘플링, DSD용으로 T+A 커스텀의 1비트 DAC으로 구성됐다. PCM은 384kHz까지, DSD는 DSD512까지 커버한다. 여기에 프리앰프단과 정밀한 볼륨단, 헤드폰 앰프까지 갖췄다. ‘AMP 8’은 8옴에서 80W, 4옴에서 110W 출력을 내며 입력단은 밸런스와 언밸런스 각 1조씩 마련됐다. 역시 채널별 좌우대칭 더블 모노 구조다.

“Solitaire 시리즈 : 하이엔드 스피커를 향한 T+A의 자존심”

T+A의 스피커라인업은 최상위 플래그십인 ‘Solitaire 시리즈’, 주력 라인업인 ‘Criterion 시리즈’, 그리고 중간 모델들이 대거 포진한 ‘Pulsa 20 시리즈’와 ‘K-Loudspeakers 시리즈’, 컴팩트한 북쉘프 스피커인 ‘CS Mini’로 구분된다. CEO인 지그프리드 암프트에 따르면 이중 베스트셀링 모델은 ‘Criterion TCD 310’과 ‘Pulsar ST20’. 하지만 하이엔드 스피커 제작에 관한 T+A의 기술력과 집념이 고스란히 집약된 시리즈는 역시 ‘Solitaire 시리즈’다.

‘Solitaire CWT 2000 SE’는 3웨이 11개 유닛으로 구성된 대형기로, 높이는 161cm, 폭은 35cm, 안길이는 50cm, 무게는 무려 119kg이나 나간다. 완전 밀폐형 타입인 이 스피커의 인클로저 두께는 30~40mm. 하지만 무엇보다 길다란 실린더 모양(가로 50mm, 세로 920mm)의 정전형 트위터(CWT. Cylinder Wave Transducer)가 특징인데 이를 통해 40kHz라는 고역과 다이내믹 트위터는 따라올 수 없는 오픈 사운드를 확보했다. T+A에 따르면 세로로 긴 실린더 타입의 트위터가 돔형 트위터에 비해 리스닝 룸의 환경을 덜 받는다고 한다

중역은 직경 150mm 드라이버 6개, 저역은 직경 250mm 우퍼 4개가 담당한다. 우퍼는 측면에 2개씩 총 4개가 장착됐다. 유닛 재질은 모두 카본과 고강도 섬유의 복합소재. 우퍼용 인클로저는 내부에 역시 밀폐형으로 별도 마련됐으며 서로 등을 마주보는 양 우퍼는 공진 방지를 위해 알루미늄 막대로 서로 단단히 고정됐다. 저역은 23Hz까지 떨어진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88dB, 최대음압은 125dB다. 크로스오버는 170Hz, 1.2kHz에서 이뤄지는 만큼 정전형 트위터가 사실상 대부분의 중역까지 커버한다고 볼 수 있다.

‘Solitaire CWT 1000-8 SE’는 ‘CWT 2000 SE’보다 인클로저와 유닛의 크기를 줄인 모델이다. 높이는 134cm, 폭은 32cm, 안길이는 46cm, 무게는 83kg. 정전형 트위터는 그대로 투입됐지만 미드레인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직경(120mm)의 유닛을 더 많이(8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우퍼는 양측면에 2개씩 달린 구조와 갯수는 똑같고 유닛 직경만 210mm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190Hz, 1.4kHz로 조정됐다. 재생 주파수대역은 26Hz~40kHz이며, 다른 스펙은 ‘CWT 2000 SE’와 동일하다.

by 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