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지난 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쇼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일반 가전 부문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반면, 오디오 부문은 침체일로, 거의 참관인을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또 기존의 오디오 부스가 차지했던 영역을 IT 관련 업체가 상당수 치고 들어왔으므로, 그나마 몇몇 업체의 존재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다.

사실 이 당시 억지로 CES에 간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 이쪽 오디오 부문의 존속이 힘들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매년 1월 L.A.를 경유해 베가스에 간다는 로망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그간 참 재미있었는데,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하지만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참관인이 적고, 부스가 한산한 덕분에, 오랜만에 마음껏 여러 기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수퍼 스위트 룸을 차지한 몇몇 브랜드는 널찍하고 또 조용한 환경에서 마음껏 음악을 쾅쾅 틀었다. 거기서 커피도 마시고, 개발자와 이야기도 나누고 하면, 어쨌든 CES에 잘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좀 더 이런 행사를 지속하면 안될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던 중 만난 것이 바로 YG 어쿠스틱스의 부스다. 드디어 소냐 XV가 전모를 드러낸 순간으로, 비단 YG 관계자들뿐 아니라 여러 메이커와 평론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들은 음은, 아마도 올해 CES 오디오 부문의 최고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니, 전세계 오디오 브랜드를 둘러봐도, 이 정도의 가격과 퀄리티를 갖춘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 마디로, 이 방에서 보낸 시간은 횡재에 가까웠다.

그러다 최근에 XV가 국내에 상륙한 것을 계기로,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딕 다이아몬드(Dick Diamond 이하 DD)씨가 내한했다. 당연히 인터뷰 약속을 잡았고, 또 우리의 홈 그라운드에서 XV를 집중해서 들었다. 이하, 그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본다.

인터뷰어 : 이종학 (Johnny Lee)

인터뷰이 : 딕 다이아몬드(Dick Diamond)

- 다시 한국에서 만나 뵈니 반갑습니다. 우선 YG 어쿠스틱스에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략한 회사 소개부터 부탁합니다.

DD : 반갑습니다. YG 어쿠스틱스의 YG는 개발자 요아브 게바(Yoav Geva)의 약자입니다. 원래 이스라엘 사람인데, 스피커 개발에 관한 여러 노하우를 일찍부터 쌓은 후, 본격적인 제조 및 판매를 위해 미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현재는 총 네 개의 라인이 있으니, 맨 밑의 기종인 카멜(Carmel)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이것은 작은 3웨이 타입의 톨보이입니다. 작지만 저역이 무려 30Hz까지 내려갈 정도로 와이드 레인지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버전 2로 진화한 상태입니다.

▲ YG Acoustics Carmel 2 Speaker

▲ YG Acoustics Hailey Speaker

- 예전에 카멜을 리뷰 때문에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 한 구석에 서브우퍼를 숨겨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DD : 맞습니다. 그리고 그 위의 모델이 헤일리(Hailey)입니다. 이것 역시 3웨이 타입으로, 어지간한 공간은 다 커버할 만큼 당당한 울림을 자랑합니다. 그 위에 소냐(Sonja)가 있는데,  1.1, 1.2 그리고 1.3 순으로 올라갑니다. 1.1을 기준으로 그 밑에 우퍼 블록을 하나씩 붙일 때마다 등급이 올라가는 식이죠.

- 아마도 소냐 1.1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제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멀리 애넛 레퍼런스를 생각나게도 하고요. 일단 1.1을 구매한 후,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덧붙일 수 있다는 발상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DD : 그렇죠. 그 다음 소냐 XV가 있는데, 이것은 XV 주니어라는 하위 모델도 아울러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별도의 우퍼 타워가 붙어서, 좌우합계 총 네 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 그런데 소냐의 모델명이 흥미롭군요. 일종의 고유명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나요?

DD : 소냐는 요아브의 아내 이름입니다. 헤일리는 딸 이름이고, 카멜은 아들 이름이죠. 실제로 요아브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답니다. 한데 문제는 만일 새로운 모델이 개발될 경우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죠? 알다시피 소냐가 더 이상 2세 출산 계획이 없으니까요. (웃음)

- 그렇군요. 그럼 이제 XV에 대해 본격적으로 짚고 넘어갈까요?

DD : XV엔 몇 가지 신기술이 투입되어 있습니다. 처음 소개할 것은 트위터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빌렛 돔(Billet Dome)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것은 멀리서 보면 카멜이나 헤일리에 쓰인 트위터와 별반 차이가 없게 보입니다. 실제로 모터 시스템이나 실크 돔 등 여러 면에서 일치하는 것이 많죠. 그러나 내부가 좀 다릅니다. 바로 메탈 프레임이 있으니까요.

- 메탈 프레임이라? 정말 생소하군요.

DD : 이것은 하드 돔의 장점과 소프트 돔의 장점을 융합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알다시피 하드 돔은 반응이 빠르고, 강도가 높아서 나름 우수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고역부에서 링잉(Ringing)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피크 부분에서 일종의 스파크도 생기고요. 반대로 소프트 돔은 댐핑력이 우수해서 이런 현상은 없지만, 초고역으로 대역을 높이기 힘들고, 반응 속도도 상대적으로 늦습니다. 물론 헤일리나 카멜에 쓰인 것들은 고역 특성이 위로 40KHz에 이를 정도로 뛰어나지만, XV에선 보다 더 뛰어난 스펙을 갖추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양자의 장점을 결합시킬, 일종의 하이브리드 타입을 개발하기에 이른 것이죠.

- 그래서 소프트 돔 뒤에 이런 메탈 프레임을 설치한 것이군요.

DD :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형상화하고 또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메탈 덩어리를 정교하게 깎아서 원하는 형상을 얻어야 하니까, 제조 과정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또 무려 스무 개 이상의 형상을 만들어서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연 메탈 프레임이란 개념은 좋은데 실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우려할 정도였죠. 결국 장시간의 개발 끝에 요아브가 해냈습니다. 그 결과, 반응이 빠르고, 광대역하며, 댐핑력도 우수한 특별한 트위터가 개발된 것입니다.

- 대단합니다. 그럼 이렇게 새로운 트위터를 개발했으니, 앞으로 하위 기종에 부착할 계획은 있는지요?

DD : 아직까지 제조 원가가 상당히 듭니다. 또 처음엔 10개를 만들면 한 7개 정도밖에 쓸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보다 발전해서 8개까지 가능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럼 본격적으로 XV를 살펴볼까요? 두 개의 타워로 일단 구성되어 있군요. 뒤에 있는 것이 우퍼부고, 앞에 있는 것이 중고역부겠죠?

DD : 우선 앞에 놓인 메인 타워를 보면, 위 아래 두 개의 블록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상단에 있는 것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미드 하이가 위 아래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미드 하이와 트위터는 1750Hz에서 대역이 나눴습니다. 한편 아래 부분을 보면, 3개의 미드레인지가 있고, 그 밑에 10인치짜리 우퍼가 하나 보입니다. 즉, 미드하이와 미드레인지는 337Hz에서 끊고, 우퍼는 65Hz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우퍼 타워엔 앞에 놓인 우퍼와 같은 사양이 세 발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 역시 65Hz에서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 이렇게 보면, 그간 YG의 제품들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의 연속선상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즉, 저역쪽은 되도록 첨가하는 역할을 하고, 중고역부에서 대부분의 음성 신호를 커버한다는 개념 말이죠. 실제로 앞에 있는 메인 타워는 우퍼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이것 한 덩어리로 충분히 완성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즉, 뒤에 있는 우퍼부는 일종의 첨가제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 우퍼 타워가 더해져야 제대로 된 스케일과 베이스의 양감이 나오겠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4개의 우퍼를 나눠서 앞에 하나, 뒤에 세 개, 라는 컨셉은 좀 이질적이기는 합니다.

DD :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사항이 있습니다. 이 우퍼들은 65Hz 밑을 처리합니다. 그 주파수를 분석해보면, 진동폭이 무려 17 피트, 약 5미터가 넘습니다. 이게 심지어 20Hz까지 떨어지니, 이 부분을 측정하면 340미터의 진동폭이 나옵니다. 그럼 한번 따져보죠. 우퍼의 최고역인 65Hz를 기준으로 해서, 앞과 뒤의 우퍼들이 내는 주파수의 폭을 살펴보고, 이게 1/4 정도의 오차 범위 안에 있으면 절대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경우, 1.3미터라는 답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서, 메인 타워와 우퍼 타워를 설치할 때,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1.3미터 안에서만 배치해도 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공간이 좀 넉넉하면 나란히 놔둘 수도 있고, 만일 협소하면 우퍼 타워를 메인 타워의 바로 뒤에 설치해도 됩니다.

- 흥미롭군요. 그럼 이 XV를 구동하려면 앰프쪽은 어떤가요? 말하자면 모노럴 앰프 네 덩어리가 필요한가요?

DD : 물론 그렇게 물량투입을 하면 좋지만, 실은 스테레오 파워 하나로 충분합니다.

- 어쨌든 네 덩어리나 되는데 오로지 2채널 파워로 커버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DD : 그만큼 능률이 좋습니다. 실제로 XV는 소냐 1.2나 1.3보다 구동이 용이합니다. 결선 방법도 간단합니다. 앰프에서 스피커 케이블을 메인 타워에 연결한 후, 여기서 우퍼 타워와 연결하는 케이블, 즉 저희가 제공하는 것을 걸면 그만입니다.

- 다른 초대형기에 비하면, 일단 파워 앰프에서 큰 부담이 없으니 이 부분이 큰 강점으로 다가오는군요.

DD : 그런데 이 우퍼에 관련해서 흥미로운 기술이 최근에 개발되었습니다. 이것은 한국 시장과도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 아, 그런가요?

DD : 몇 년 전 한국에서 오디오 쇼를 할 때입니다. 그때 소냐 1.3이 런칭되어, 저도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수입상에서 일하는 분이 스피커에 귀를 갖다 대면서, 우퍼쪽에서 노이즈가 들린다고 했습니다. 저도 귀를 대보니 저역이 강하게 몰아칠 때 확실히 노이즈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스피커 뒷면을 열어서 크로스오버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안에 배치된 인턱터는 L자형 프레임에 담겨 있었는데, 이게 휘어버린 겁니다. 그런 현상 때문에 노이즈가 들린 것이죠. 당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의 부품이 이렇게 운송 과정 중에 구부러진다면, 참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제품은 어떻게든 다시 복구해 놨지만, 다른 제품에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 그렇죠. 전세계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니까요.

DD : 이 사실을 안 요아브가 문제의 인덕터를 본격적으로 측정해봤습니다. 분명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의 부품이기는 했지만, 모든 주파수 대역이 평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벽체 콘센트에 플러스, 마이너스를 연결해서 동작시켜보니 작은 험도 들렸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EI 방식의 트랜스포머를 직접 만들어서 인덕터로 쓰기로 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죠. 여러 방법으로 감아서 계속 테스트 끝에  완성된 것을 저희는 바이스 코일(ViseCoil)이라고 부릅니다. 리니어리티가 뛰어나고, 진동이 거의 없으며, 전대역에 걸쳐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보입니다. 바로 이 트랜스를 본 기의 크로스오버에 인덕터용으로 투입한 것이죠.

- 그렇군요. 현장이 답이라, 라는 제조사 사이의 격언이 있는데, 이 경우가 그렇군요.

DD :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진짜 우리만의 기술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듀얼 코히어런트”(Dual Coherent)라는 특허입니다. 이것은 두 가지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평탄한 주파수 특성이고 또 하나는 완벽한 위상 특성입니다.

-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단 뜻이군요.

DD : 그렇죠. 이것은 요아브가 스피커 제조를 위해 시중에 나온 여러 컴퓨터 프로그램을 써보고 또 분석하면서, 결국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시작됩니다. 도저히 이런 소프트웨어로는 원하는 스피커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바로 듀얼 코히어런트입니다. 시중에 나오는 모든 스피커는 어느 한쪽이 뛰어나면, 다른 한쪽에 문제가 있습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저희 YG밖에 없습니다.

- 소냐는 현재 1 시리즈로 발매되고 있는데, 다음 버전이 나올 계획은 없습니까?

DD : 아직 뭐라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새로운 빌렛 트위터를 장착한 2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올해 안에 볼 수도 있습니다. 좀 전에 빌렛 트위터의 제조 과정이 어렵다고 말했는데, 계속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있으니, 조만간 하위 기종에도 탑재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