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잠시 스피커가 뒷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은 디지털이 연일 화두가 되면서 생겨난 분위기인 것 같다. 마치 새로운 얘기 꽃을 피우며 파티에 열중하다 보니 주인공이 무대 뒤쪽 어딘가 의자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스피커가 왜 신제품이 없겠으며, 스피커 산업의 향방이야말로 하이파이 시장의 핵심임을 의심하는 오디오파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이 목하 이합집산을 거치면서 부문에 따라서는 크고 작게 출렁이고 있음이 사실이고 새로운 질서와 트랜드가 생겨나고 있을 뿐이다. 스피커 진영에서의 화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역을 얼마나 넓은 범위에 걸쳐 무리없이 소화하고, 얼마나 실제와 가까운 소리를 낼 수 있느냐에 있음은 언제나 대동소이하다. 

얼핏 스피커는 ‘가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구현 방식이 물리적인 수단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실은 전기장치를 포함해서 소재, 공명, 음향 등을 포괄하는 집적체가 되어야 하는 좀더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잠을 덜 자서 업무시간을 늘리고, 좀더 빨리 달려서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해결방식은 여하한의 연구와 노력을 입력시킴으로써 늘이고 줄일 수 있지만, 원음에 가깝게 하는 일은 막연한 개념이 되어 계수화시키기가 그리 쉽지 않다. 요컨대 그 다음의 목표치가 명쾌하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겪는 난제가 핵심이다.

  

지금까지 하이엔드 스피커의 영역은 가히 ‘작가정신’ 수준의 시행착오들을 거쳐 매우 훌륭히 발전해 왔다. 아마 그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일로 해석될 수 있었다면 노벨상이나 기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수준의 포상이 이루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먼 미래에 현 시점을 돌아본다면 또 대수로운 일이 아닐 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 보다 고난도와 많은 시간을 요할 것이다. 오랜 역사를 배경으로 한 브랜드라고 해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팬들의 시선 속에서 ‘보다 강력한 것’에 대한 큰 부담이 있다. 

새로운 사업자들은 그런 부담으로부터는 자유로운 대신, 재미도 없고 원치도 않는 기초작업을 위한 시간과 비용 - 소위 초기투자에 대한 선결이 필요하다. 마치 앞서 오랜 시간 동안 지나간 무리들이 고갈시킨 황량한 평원에서 새로운 먹을 거리를 찾아내야 하는 일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자본과 아이디어가 물론 보조수단이 되긴 하겠지만 말이다. 신구 스피커 브랜드들이 제품 개발이라는 과제를 놓고 고민을 하는 사이에 그 생김새 만큼이나 우뚝 솟아 오른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YG 어쿠스틱스, 미 중부 콜로라도 덴버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본 회사는 친숙하게도 양현석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내 음반기획사와 유사한 이름인데, YG어쿠스틱스의 YG는 설립자이자 현 대표인 요아브 곤차롭스키(Yoab Gonczarowski)의 이니셜을 딴 이름이다. 아울러 동사의 최상위 라인업인 소냐(Sonja) 시리즈 또한 부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소냐 1.3은 윌슨오디오의 알렉산드리아 XLF와 함께 2013년 스테레오파일에서 ‘올해의 스피커’로 공동수상되었다. 신생브랜드로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 설립 10년이 지나면서 얻은 개가이다. 스테레오파일의 편집장 존 앳킨슨은 소냐 1.3의 수상 이유로서 ‘사실적인 음압을 재생하는 진정한 풀레인지, 보기 드문 야수 같은 스피커’라고 했다. 누구의 구분인지는 모르겠지만, YG 어쿠스틱스를 하이엔드 스피커의 빅 3(윌슨, 마지코 와 더불어)로 편입시키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다지 성급하다거나 거부감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YG 어쿠스틱스의 제품을 눈여겨 보아온 오디오파일이라면 본 제품이 동사의 2009년작 ‘아낫 레퍼런스 2(Anat Reference 2; AR 2)’를 원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외관상으로 보아, 본 미드레인지-트위터 베이직 모듈 아래로 베이스모듈이 추가됨에 따라 제품이 한 단계씩 업버전되는데, 기본 미드-트위터 구성의 소냐 1.1은 스탠드 마운팅 사용을 전제로 하고, 여기에 기본 베이스 모듈을 추가한 소냐 1.2, 그리고 다시 하단에 낮은 높이의 베이스 모듈을 하나 더 추가한 1.3 등의 순으로 등급이 올라간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미드-트위터 모듈이든, 베이스 모듈이든, 각 제품의 모듈들은 각기 서로 다른 사이즈의 인클로저 모듈을 사용하고 있어서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는 사실인데, 양산을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인 ‘제조’ 방식으로는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마치 기계체조 시간에 보던 뜀틀 모양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릴 수 있도록 디자인된 본 시리즈는 상위 모델로 갈 수록 폭과 뒷길이가 늘어나고 있는데, 사실 제품의 재고 관리나 효율면에서 보면 이런 제품 구성은 하이엔드 업체들이 보아도 걱정스러운 수준의 제작방식이다. 특정 차량에만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여러 종류 만드는 제품 철학, YG어쿠스틱스는 그 정도의 하이엔드 업체라고 파악된다. 

소냐 및 헤일리 시리즈의 공통적인 특징으로서, 소냐 1.3 또한 바디 전체는 밀폐형으로 제작되어 있고 상하단 바디 각기 두 쌍의 바인딩포스트를 두고 있다. 내부 선재는 킴버의 셀렉트 등급의 선재를 사용해서 와이어링되어 있으며, 같은 셀렉트 등급인지 확인은 안되지만 상하단 바디간 연결을 위한 전용 케이블이 별도 제공된다. 말미에 언급하겠지만 YG 어쿠스틱스의 제조철학으로서 대부분의 공정을 생산라인을 설비해서 직접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다시 말해서, 늘이거나 줄이고 접합시키는 유닛 제조 방식이 갖는 결함을 마치 조각처럼 금속을 깎아 만듦으로써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비용이 문제일 뿐, 얼핏 생각해도 오랜 시간 동안 신뢰할만한 성능을 발휘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 결과 YG 어쿠스틱스는 동급 최강의 주파수와 위상 반응을 유지하면서 극도의 저왜곡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유닛 제조 방식만 보아도 YG 어쿠스틱스의 제조 철학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지만, 사실적 재생의 필연성을 위해 전무후무한 기술력을 무한 투입시킨 사례는 이외에도 본 제품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소냐 1.3의 경우, 핵심 기술 하나 만으로 사운드와의 연관성 전체를 설명하기는 곤란하고 몇 가지를 조합시켜야 할 것으로 보이는 바, 본 리뷰의 후반부에 키워드 별로 적용된 기술과 방식을 부기하기로 한다. 인클로저는 블랙 톤의 알루미늄 합금인데, 표면의 감촉만으로 설명하자면 하이엔드 앰프의 섀시에서 종종 보아온 경량의 고강도 재질로 보인다. 

상단 미드레인지-트위터 모듈은 얼핏 직육면체로 보이지만, 아래로 내려오면서 마치 사람의 허리 부분처럼 중앙 부분을 미세하게 안쪽으로 만곡시켜 디자인되어 있다. 참고로 필자는 한 달 남짓 되는 시차를 두고 바로 아래 모델인 소냐 1.2를 시청한 바 있으며, 필자 개인적으로도 YG 어쿠스틱스의 플래그쉽에는 베이스 모듈이 하나 더 추가된 변화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며 시청을 하게 되었다. 

본 제품은 시작부터 소냐 1.2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단편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부문에서 다른 제품이다. 시청 장소의 변화를 감안하고서도 그랬다. 대역의 확장과 다이나믹스가 가장 먼저 발견되는 변화이며, 스테이징의 스케일이 많이 다르다. 더불어 음색에서의 변화까지 생겨나 있는데, 스펙상 기본적으로 아래쪽 낮은 대역이 늘어난 것은 이미 당연한 상황이고, 스테이징의 스케일에서 필자가 약간 놀라고 있었던 것은, 변경된 사양 만큼이 그대로 차이가 나게 들린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소냐 1.3은 1.2에 비해 훨씬 큰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로 느껴진다. 음색에서도 뉘앙스가 달라져 있어서 무언가 감미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느낌이다. 강약의 대비도 분명하고 필자의 키를 살짝 넘어서는 높이의 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다이나믹스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와도 같은 빠르고 선명한 발동작을 구사한다.

투티 테스트 중에서 부르크너 교향곡 9번 스케르초는 실로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 장신에서 구사되는 위력있고 선명한 다이나믹스, 그리고 스케일이 굉장하다. 팀파니의 단호한 연타를 시작으로 투티 순간까지 에너지를 연속 휘몰아가는 장면은 다소 무서울 정도의 기세를 작열시킨다. 필자가 유심히 관찰하면서 추적을 해갔지만, 다시 정적이 찾아올 때까지 어느 짧은 순간에서도 혼탁해진다거나 대역별로 악기가 위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 이 곡을 소냐 1.2에서 시청했을 때와 비교하면 슬램의 위력과 낮은 대역에서 시종 쿠르릉 거리는 앰비언스 등에서 눈에 뜨이는 거리를 멀찍이 두고 다른 스피커가 되어 있다. 사실, 소냐 1.3의 사운드는 이 곡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필자가 최근에 시청한 이 곡의 결과물 중에서 단연 백미라고 생각한다.

 

같은 음반의 마지막 곡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엔딩에서의 탄력 하나 느껴지지 않는 바위같은 슬램은 이런 특성을 더욱 고조시키는 부분이다. 마치 넓은 평원을 내리치는 운석의 진동이랄까, 짧고 격하게 강타하는 슬램의 순간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의 범위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더욱 강렬하다. 필자는 같은 특성을 가진, 좀더 강렬한 곡들을 계속 찾고 있었다. 게르기에프가 지휘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2악장에서의 슬램은 강렬하기도 하거니와 실로 사실적이다. 문자 그대로 거대한 찰떡이 반듯하고 단단한 바닥면에 철퍼덕 내동댕이쳐지는 듯한 순간은 실로 압권이다. 그 강렬함이, 눈 앞의 광경처럼 거침없이, 마치 고속 카메라를 통해 보듯 그대로 다 펼쳐지고 있었다.

본 제품이 다이나믹과 슬램 특성만으로 무장한 제품이었다면 기존 제품의 옆에 추가할 또 하나의 제품 정도에 그칠 지 모르겠지만, 전술했듯이 1.2에서 발견되지 않던 유려함으로 크게 어필하고 있음은 이 제품을 다른 시각, 제품의 파악 자체가 좀더 지평을 넓혀 이루어져야 함을 알려준다. 게르기에프 지휘의 차이콥스키 <비창> 2악장의 유려함은 이 스피커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우리가 아는 현악 합주에서 장기를 갖는 대표적인 스피커들이 있다. 

소냐 1.3의 미덕은 이 부문에서도 이들과 비교해서 오히려 우위에 있어 보인다는 점이 놀랍다. 가늘고 쫄깃한 면발의 탄력이랄까? 결이 곱고 입자의 느낌이 생생한 현의 운행은 그레인기까지 고스란히 묘사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조형과 하모닉스를 아름답게 들려준다. 낮은 대역을 줄여 갈 수록 이 스피커는 북쉘프의 장점을 따라가고 있는 듯 하다. 김영욱, 요요마, 임마누엘 액스 트리오가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둠키>에서 이런 특성은 고조된다. 소편성에서의 현악기의 뛰어난 질감 묘사는 느린 패시지가 되자 좀더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아날로그적인 애비언스가 느껴지는 정도의 떨림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은 리얼한 현의 울림이다. 액스의 피아노는 거침없이 자유롭게 운행하면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소리의 크기와 동작의 반경을 정해 놓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현악기의 움직임 속에서 정교한 움직임을 위한 조망을 흐트리지 않는다.

대편성에서 슬램에 가려진 듯한 느낌이 있지만, 역시 최고 수준의 분해력을 소냐 1.3의 설명에서 빼놓으면 안될 것 같다. 매크리쉬가 지휘한 핸델의 <메시아> 중에서 ‘For Unto Us A Child Is Born’을 들어보면, 본 녹음 특유의 정신이 맑아지는 듯한 투명한 무대를 자연스럽게 풀어내서 그려낸다. 가히 ‘뿌려준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공간속의 선명한 입자들이 떠다니는 듯한 프레즌테이션이다. 

여유로운 공간 속에 전후좌우간 입체감이 뛰어난 스테이징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중역대에서 높은 고역쪽에 걸쳐 있는 집합 코러스의 존재감이 선명하다. 음의 마무리가 깔끔하고 하모닉스가 선명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자극성이란 틈탈 여지가 없다. 크렐 에볼류션과의 조합에서는 적당히 두께감을 보여주어 좀더 음영의 묘사가 분명해져 있어 좋다.

 
소냐 1.3에서의 상기와 같은 완벽에 가까운 재생특성은 YG 어쿠스틱이 제품개발을 전후해서 보유하게 된 특허기술들로서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주관적인 평가의 영역이 아니라서 서술방식과 표현을 다른 지면에서와 동일하게 기재하기로 한다. 전술했듯이 이 내용들은 본 제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냐 1.2의 크로스오버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제작되어 최적의 주파수와 위상반응을 얻는 포인트를 찾아낸다. 일반적으로 스피커들은 주파수(대부분을 차지) 혹은 타이밍 둘 중 하나에 최적화시키고 있는데, YG어쿠스틱스의 경우는 두 가지 모두를 지향해서 설계하고 있다.

 

필자의 짐작이 맞다면, YG 어쿠스틱스의 대표 요아브 곤차롭스키는 제품의 완성도를 기반으로 해서 물리적 퍼포먼스, 정서적 교감, 시각적인 컨셉에 걸쳐 이 제품을 대하게 될 대상들을 감안해서 치밀하게 여러가지 사안을 구상하고 계획한 인물로 보인다. 필자가 놓치고 있는 부분까지 포함한다면, 이 제품은 매우 포괄적인 사안들이 빼곡이 감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부분까지 미쳐있는 제품의 완성도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기 중에 기어가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을 심어놓은 애플에 비견될 만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라인업별로, 각 제품별로 각각의 퍼포먼스를 분명히 세분화하고 차별화시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소냐 1.3을 구사하기 위해 특별히 필요한 두 가지가 있어 보인다. 우선 천정의 높이가 높은 공간이다. 특별히 낮은 공간만 아니라면 이상한 소리가 나올 일은 없지만 제품 상단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록, 특유의 장대한 스테이징과 상단의 가상동축 유닛이 만들어내는 반경의 미드레인지가 최상의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예산의 문제이다. 1억을 살짝 넘어서는 가격의 소냐 1.3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등급의 스피커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예산으로, 혹은 그 이상이라고 해서 이런 사운드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하튼, 이 두 가지를 갖출 수 있다면 그 주인공 또한 필자가 아는 오디오파일 중에서 백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