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모듈형 DAC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웨이버사의 명성은 앰프, 그것도 본  제품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필자 또한 많은 관심을 갖고 시청하게 되었다. 컴팩트한 외관에서의 느낌이랄까 인상은 기본적으로 스위칭전원과 증폭을 하는 디지털 앰프의 전형을 따르고 있어 보이는데, 일반적인 국내산 신규 브랜드의 경우를 잠시 떠올려 보았을 때 이 제품에서는 ‘선수급’의 인상이 강하다. 두랄루민을 다양한 각도로 깍고 자유자재로 펀칭하고 마름질한 터치와 마감에서 제품을 오랜 기간 제작해왔거나 여러차례 제품을 제작해 본 결과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종종 국내산 제품에서 사용자와 제작자가 공히 벽에 부딪히는 디자인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놓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우호적인 제품 디자인은 리모콘에까지 연장되어 있어서 다수의 사용자에게 어필하는 바 클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내용물이나 구성에 대해서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제품의 구조와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은 다른 지면을 참조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의 내용을 시청기로 대신하기로 한다. 이 제품의 사운드적 스타일은 꽤나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모니터적이라고 하거나 모범적인 재생을 하는 제품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고유의 음색은 최대한 개입시키지 않고 순도높은 시그널과 그 프레즌테이션에 많은 비중을 두는 제품이다. 

그런 면에서 시청한 제품 중에서 오라노트와 스타일의 계열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시청 스피커인 아발론과의 조합이 지표가 될 수는 있겠으나 이 제품의 장점을 드러내기에는 그리 적절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음을 좋게 들리게 한다거나 특정 대역 신호를 과장하거나 하는 일이 없어서 아발론을 통해서 들렸을 경우, 혹은 사용자와 시스템에 따라서는 다소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가 된다.

  

‘발트시타인’을 맑고 경쾌한 스타일로 들려준다. 중량감이나 드라마틱함은 다소 덜하지만 대신 미세한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하고 있다는 좋은 인상을 받는다. 특히 울림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중역대에서도 구체적인 하모닉스가 잘 전해져서 좋았다. 피아노의 울림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소스 상의 악기 혹은 연주자의 특징이 잘 반영되고 있다는 인상, 그래서 어딘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아발론보다 좀더 질감표현에 능한 스타일의 스피커라면 보다 좋은 결과가 예상되었다. 

Minesota Orchestra - Pictures at an Exhibition
Tutti: Orchestral Sampler 
‘전람회의 그림’은 중량감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대신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명쾌함이 그 자리를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어서 종합되어서는 이 곡이 갖고 있는 정보와 앰프 자신의 스타일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파르티타’의 경우 깊고 풍부하지는 않지만 소스의 정보를 표현하는 데는 별다른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음상도 분명하고 짧은 울림에서의 분해력 등도 손색이 없어서 악기와 연주자 주변을 이동하는 공기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두텁고 여유로운 질감의 표현은 아니지만 보윙도 섬세하고 동작도 긴밀하게 표현되었다. 중복해서 느끼는 바, 이 곡 또한 좀더 질감 표현에 능한 스피커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어 보였다.

‘피에 예수’는 예상외의 성과를 보여주었는데, 광채가 나며 촉감이 좋은 보컬과 코러스가 크지 않지만 입체적인 스테이징을 만들어서 특유의 청명한 분위기를 잘 구성했다. ‘파르티타’의 독주 바이올린에서도 미처 느끼지 못했던 본 제품 고유의 음색이 아닐까 싶었다.

‘케이스 오브 유’에서의 음상을 그려내는 품질, 스테이징 등 물리적으로 소스 상의 정보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중량감이 다소 아쉬울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상당히 신선하게 표현했다고 생각되며, 시청한 앰프 중에서 이 부분을 잘 표현한 순위권에 드는 품질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스타일을 유지한 채로 보컬의 모습이 좀더 선명하고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면 이 곡에서는 바랄 부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빠른 속도로 시장에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웨이버사가 출시한 앰프 W AMP1. 작은 사이즈에 디지털 증폭을 하는 앰프다. 그러나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웨이버사는 조금 특별하다. 일단 아날로그 신호가 앰프에 입력되면 PCM 신호로 변환한 후 PWM 증폭하고 로우패스를 거쳐 출력되는 것이 디지털 증폭의 일반적인 신호 흐름이다. 

하지만 웨이버사가 특별한 것은 PCM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 이후 거치는 WAP(Waversa Audio Processor) 칩셋에 있다. WAP 는 일종의 프로세서 칩으로 이곳에 신호 보정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입력시켜 출력신호를 보정할 수 있다.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우수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첫인상은 굉장히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귀여운 느낌이다. 그러나 스펙이나 소리를 들어보면 미래지향적인 첨단의 그것에 가까운 앰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뷰에 사용된 기기는 최근 제작된 최종버전으로 RCA 와 XLR 등 네 개의 아날로그 입력 그리고 코엑셜 입력 한 개를 구비하고 있다. 시디피 등에서 디지털 출력을 통해 연결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함께 사용하는 시디피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줄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출력은 8옴 부하에서 무려 250와트로 디지털 증폭답게 사이즈와 상관없이 대출력을 자랑한다. 슬림하고 작은 사이즈에 고성능 디지털 증폭을 하는 인티앰프.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하이파이 앰프 추세다. 그러나 실제로 만족할만한 앰프는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 웨이버사 W AMP1을 아발론 Transcendent 와 연결해 음악을 재생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예상보다 훨씬 더 앞서가는 번개 같은 스피드 때문이다. 내가 들어본 앰프 중에 이정도의 스피드를 보여준 기기가 몇 개나 있을까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외에 힘의 완급 조절도 상당히 빨라 음표들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속도감이 굉장하다.

4옴 88dB 의 아발론 Transcendent 가 드라이빙이 아주 까다로운 스피커는 아니지만 W AMP2 도 아니고 AMP1 이 이정도 스피드와 완급조절을 가진다는 것은 놀랍다. 하지만 다이내믹 레인지가 좁은 편이다. 약음과 강음의 셈여림이 좀 더 크게 대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마도 저역 하강 능력과 그 양감의 부족 때문인 듯. 

대신 무대를 펼쳐내며 만들어내는 홀톤도 우수하고 배경은 정말이지 적막할 수준으로 고요하다. 많은 디지털 앰프들이 설계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 즉, 각 대역의 부자연스러운 이음매와 음영 표현의 어려움, 음 표면의 딱딱하고 건조한 특성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어정쩡한 솔리드 스테이트보다 하모닉스가 자연스럽고 깨끗하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 레코딩에서 다이애나 크롤의 목소리는 다른 앰프로 들을 때보다 더 청초하고 싱싱하게 들린다. 어택과 동시에 짧고 간결하게 디케이, 서스테인을 거치다보니 굉장히 심플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다만 위에서도 말했듯 저역은 어느 순간부터 급격히 감쇄하다보니 양감이 적다. 한편 정보량이나 해상력, 분해려은 수준급으로 미세한 신호의 디테일 표현도 뛰어나다. 노이즈 레벨이 낮아 음표를 덮어버리며 뿌옇게 시야를 흐리는 불규칙한 잔상도 포착되지 않는, 디지털 앰프의 단점을 많이 극복한 앰프다. 

Minesota Orchestra - Pictures at an Exhibition
Tutti: Orchestral Sampler 
특히 대편성 교향곡에서 특유의 해상력과 전광석화같은 스피드가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Tutti] 샘플러 중 ‘전람회의 그림’에서 웨이버사가 울리는 아발론 Transcendent 는 전 대역 위상이 완벽히 맞아 떨어지면서 기민하게 움직인다. 어떤 음악이든 일사천리로 힘 들이지 않고 증폭해준다는 인상으로 다양한 악기군의 이미징이나 세부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아마도 AMP2 가 출시될 예정인 듯한데 잠시 들어본 AMP2 에서는 W AMP1에서 지적했던 단점들마저 거의 완벽히 해소된 인상이다. W AMP1 은 AMP2 의 출현을 예고한 웨이버사의 처녀작으로서 그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이다. 사실 가격대를 보면 입문기 수준에서 굉장히 높은 성능이다. 취향에 부합되고 최적화된 스피커 매칭만 찾는다면 가격 대비 커다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