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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스피커 명가인 B&W에서 선보이는 헤드폰들은 특유의 직사각형 하우징과 타원형 돌출부 디자인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B&W의 헤드폰 제품군이 확장되면서도 그 특유의 디자인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이제는 디자인만 보아도 B&W의 헤드폰임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스피커 방면으로도 노틸러스 시리즈를 비롯하여 특징적인 디자인을 강조하는 B&W 다운 디자인 전략이다.

▲좌측부터 P3, P5, P7, P9

현재 B&W의 헤드폰 라인은 P3/P5/P7/P9까지 4가지 모델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 P5와 P7은 유선 전용 모델에 이어 블루투스 버전으로도 출시되었다. 본 리뷰를 통해 소개할 P7 Wireless는 P7 유선 모델을 기반으로 블루투스 연결이 추가된 모델이다.

P7 Wireless의 디자인은 앞서 B&W 헤드폰의 디자인에 대해 언급했듯이 직사각형 하우징과 타원형 돌출부, 그리고 특유의 2갈래 헤드밴드 힌지를 가지고 있다. P7 유선 모델과 같이 놓고 보면 디자인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동일하다. 헤드밴드와 이어컵의 바깥까지 고급 양가죽을 입혀서 전체적으로 가죽의 질감이 두드러지는 럭셔리한 디자인이다. 이어컵 중앙의 타원형 알루미늄 출부 역시 헤어라인 마감과 모서리의 다이아몬드 컷으로 고급스러움을 한껏 드러낸다.

헤드밴드는 안쪽으로 접어서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폴딩 구조에 맞추어 반원형 휴대용 고급 가죽 파우치를 제공한다. 이어컵의 외곽 형상이 직사각형이기에 폴딩 시의 돌출부가 적은 편이므로 휴대성이 좋은 편이다. 헤드폰의 무게는 323g로 아웃도어용으로는 살짝 무거운 감이 있으나 실제 착용 시 크게 무리는 없다.

오버이어 사이즈의 대형 이어컵은 귀 주위를 여유 있게 감싸 주면서 차음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단단한 폼을 사용하고 있다. 양가죽의 부드러운 감촉이 착용 시의 안락함을 더한다. 아웃도어용의 사용을 의식해서 차음성 향상을 위해 헤드밴드의 장력이 다소 세게 설정되어 있다. 이는 B&W 헤드폰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시간 착용 시에는 헤드폰이 머리를 누르는 압박감이 다소 있는 편이다. 장력이 세게 느껴진다면 헤드밴드를 밖으로 힘을 주어 구부려서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유선 연결 방식은 유선 전용 모델인 P7과 동일하다. 독특한 ㄱ자 형상의 전용 커넥터를 사용하며, 자석으로 결합되는 왼쪽 이어컵의 밑에 숨겨져 있다. 케이블 연결을 위해서는 우선 왼쪽 이어컵을 들어낸 이후 헤드폰 측의 플러그를 살짝 들어 올려 케이블을 연결한 다음 다시 이어컵에 밀착시키는 구조이다. 단자부에 가해지는 외부의 힘이 없어 내구성에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한편으로는 사용자가 임의로 서드파티 케이블로 교체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내장 배터리 충전을 위해 micro USB 케이블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USB 단자는 본체 이어컵 우측 하단에 노출되어 있다.

각종 스위치류는 모두 우측 이어컵의 모서리에 위치한다. 하단에는 전원 버튼 및 상태 표시 LED, 측면 뒤쪽에는 재생/일시정지와 볼륨 버튼이 위치한다. 돌출되어 있는 재생 버튼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볼륨 버튼이 위치하므로 손가락의 감각만으로도 조작을 하기 쉽다. 전원을 켜고 끌 때는 헤드폰을 통해 효과음이 재생되는데, 음성이 아니라 단순한 효과음이므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어느 효과음이 켜질 때/꺼질 때인지 인지하기가 약간 어렵다.

오른쪽 이어컵을 들어 올려 보면 리셋 스위치 및 무선 기기에 관련된 각종 표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무선 기기에 관련된 법적 표기 의무 사항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스마트하게 잘 숨겨 두었다. 그래서 다른 무선 헤드폰들보다 외관 디자인이 한껏 더 깔끔하게 보인다.

P7 Wireless는 유선 모델인 P7과 마찬가지로 40mm 구경의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프램 자체가 댐핑까지 담당하는 헤드폰용 드라이버들과는 다르게, 스피커용 드라이버처럼 진동판에 별도의 나일론 댐퍼가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높은 전기 전도성과 가벼운 무게를 동시에 실현하는 CCAW(구리 코팅 알루미늄 와이어) 보이스 코일을 사용한다. B&W 스피커 설계 노하우가 헤드폰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사운드 역시 기존의 P7 유선 모델과 인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어에서 듣기에 최적화된 저-고음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 무선 헤드폰임에도 아웃도어에서는 저음이 다소 약하게 들리게 된다. 그래서 P7 Wireless는 아웃도어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인도어에서 유선 연결의 불편함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헤드폰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B&W 스피커 시스템을 메인으로 사용하면서 가끔 헤드폰을 사용하고 싶을 때 운용하는 서브 시스템으로서의 모습이 쉽게 상상된다.

물론 아웃도어에서 사용하고자 할 때도 EQ의 도움을 약간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주변 소음을 충분히 이겨낼 정도의 풍성한 저음을 얻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초저음에 이르기까지의 저음 응답성이 좋기 때문이다. 저음의 응답은 기본적으로 잔향을 빠르게 억제하는 선명한 타격감이 강조된다. 그래서 대편성에서의 웅장함보다는 소편성에서의 디테일, 그리고 현대음악에서의 빠른 비트에 어울린다. 현악기와 관악기 등 고음 표현이 중요한 어쿠스틱 악기의 디테일이 훌륭하기에 클래식과 재즈 같은 고전적인 장르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중고음과 고음의 느낌은 B&W 하이파이 스피커에서 느낄 수 있는 충실도 높은 그것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부분 없이 플랫한 튜닝이므로 특별히 장르나 음악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재생해 낸다. 초고음의 한계가 높기에 라이브 음원의 현장감에서부터 현대음악의 강렬한 전자음까지 극적인 느낌을 잘 살려준다. 특히 중고음이 강하게 중심을 잡고 있기에 보컬과 메인 멜로디 악기가 선명하게 앞서는 입체감이 발군이다.

전체적으로 플랫한 성향이므로 음장감의 느낌 역시 특별히 꾸밈 없이 음원에 기록된 그대로를 들려준다. 공간의 넓이감이나 보컬과 악기 간의 입체감을 과장이나 모자람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대편성의 풍부한 압체감과 소편성의 세밀함 모두 잘 살려내는 사운드가 일품이다. 그래서 B&W 다운 높은 고충실도는 음장감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래서 P7 Wireless의 사운드 성향은 전체적으로 모니터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블루투스 연결과 유선 연결 간에는 기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블루투스 코덱은 aptX 및 AAC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며, 유선 연결과 비교해서 청감상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우수함을 보여 준다. 다만 블루투스 재생 시에는 배경 노이즈가 기본적으로 약간은 존재하기에, 본격적인 음악 감상에는 유선 연결에 비해 디테일의 표현이 살짝 떨어진다. 그래서 블루투스를 통해 재생할 때에는 사운드가 살짝 더 부드러운 인상을 받는다.

전기적 임피던스 특성은 전 대역에 걸쳐 23~28Ω 수준에서 안정되어 있다. 기본적으로는 임피던스에 의한 매칭의 영향은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저음 및 초고음으로 갈수록 임피던스가 미세하게 상승하므로, 출력 임피던스가 50Ω 이상으로 큰 헤드폰 앰프와 연결한다면 저음과 초고음이 미세하게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감도 스펙은 111dB@1kHz으로 높지만 실제 유선 연결 시 저출력 기기에서의 음량 확보는 미묘하게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유선 연결이 필요하다면 충분한 출력의 앰프나 소스기기와의 연결을 권장한다.

P7 Wireless는 오리지널 P7의 사운드를 무선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우수한 헤드폰이다. P7 유선 모델의 사운드를 좋아하면서 무선의 편리함을 원한다면 매우 설득력 높은 선택지이다. 물론 B&W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를 감안하자면 블루투스 재생 시의 음질이 유선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우수하지는 못하나, 이는 P7 Wireless의 문제가 아닌 블루투스 방식 자체의 태생적인 한계일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유선으로 운용하면서 무선으로 쓰고 싶을 때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헤드폰으로 이해한다면 B&W의 이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고충실도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헤드폰이다.

1. B&W 다운 고충실도의 모니터적 사운드를 들려주는 블루투스 헤드폰

2. 인도어 감상에 적합한 저-고음 밸런스 및, 단단한 저음과 충실도 높은 고음이 어우러지는 하이파이 사운드

3. 양가죽과 알루미늄 등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럭셔리한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