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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도 고귀함이 훼절되는 일이 없는 흰 매화처럼 프리미어 세븐은 박토에 뿌리를 내렸을지라도 이른 봄철이 되면 귀부인 같은 눈망울을 어김없이 터뜨리는 ‘오디오의 백매’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평소 필자가 바이블처럼 여기는 건축가 김영섭 교수의 책 ‘오디오의 유산’(한길사. 2008년)에서 콘래드 존슨의 프리앰프 ‘프리미어 세븐’(Premier Seven)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프리미어 세븐은 미국 앰프 제작사 콘래드 존슨이 1988년에 발표한 완전 듀얼 모노 프리앰프로, 좌우채널을 각각 담당하는 컨트롤부 2개와 전원부 1개로 나눠진 기함급 프리앰프였다. 발표 당시 세계 각국의 오디오 애호가와 평론가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이 때부터 콘래드 존슨의 앰프들이 국내에도 상륙하기 시작했다. 

콘래드 존슨(Conrad-Johnson)은 1970년대 중반 경제학 박사이자 친구이며 오디오파일이었던 윌리엄 콘래드(William Conrad)와 루이스 존슨(Lewis Johnson)이 ‘가장 음악적인 진공관 앰프’를 만들기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설립했다. 콘래드가 바이올린 연주자 및 합창단원, 존슨이 클라리넷 연주자였을 만큼 이들이 열렬한 음악 애호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첫 출시작으로 1977년 진공관 프리앰프 ‘PV1’을 내놓은 콘래드 존슨은 2년 뒤인 1979년 200W 출력의 진공관 파워앰프 ‘프리미어 원(‘Premier One)을 내놓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 오디오전문지 ‘앱솔루트 사운드’는 이 해 ‘프리미어 원’을 ‘1970년대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준 앰프’(the finest sounding amplifier of decade)로 선정했다. 

이후 1983년 프리앰프 ‘프리미어 쓰리’(Premier Three)가 다시 한번 앱솔루트 사운드로부터 ‘최근 10년 최고의 프리앰프’로 극찬을 받은 콘래드 존슨은 1988년 김영섭 교수가 언급한 ‘프리미어 세븐’, 1992년 275W를 뿜어내는 모노블럭 파워앰프 ‘프리미어 에이트’(Premier Eight)를 내놓았다. 특히 ‘프리미어 에이트’는 각국 오디오 평론가로부터 “역사상 가장 음악적인 앰프”로 평가받았다. 

1997년 3극관을 투입한 플래그십 프리앰프 ‘ART’(Anniversary Reference Triode)를 선보인 이들은 21세기 들어서도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2010년 ‘ART’의 후계기인 ‘GAT’ 프리앰프와 이와 짝을 맞출 275W의 모노블럭 파워앰프 ‘ART Poweramplifier’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오디오 파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2013년에는 ‘ART Poweramplifier’의 스테레오 버전인 ‘ARTsa’ 파워앰프, 그리고 올해 2월에는 ‘GAT’를 업그레이드시킨 ‘GAT S2’ 프리앰프를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이 마지막 2개의 모델이 바로 이번 시청기다.

하이파이클럽 청음실에서 콘래드 존슨의 최상위 모델인 프리앰프 ‘GAT S2’와 파워앰프 ‘ARTsa’를 들었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일감은 ‘모든 게 여유롭고 넉넉하다’는 것. 일체 서두르거나 무언가를 바둥바둥 쫓아가는 법이 없었다. 음들은 입자감이 곱고 색채가 뚜렷했다. 무대는 넓고 그리고 깊게 펼쳐졌다. B&W 802 D3가 저절로 사라졌다. 콘래드 존슨이 ‘역사상 가장 음악적인 앰프’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프리앰프 ‘GAT S2’를 조금은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GAT S2’는 기본적으로 채널당 쌍3극관 한 알로 싱글증폭을 한 뒤 이를 출력단에서 MOSFET이 받는 구조의 하이브리드형 라인 전용 프리앰프다. 따라서 포노 스테이지는 없다. 쌍3극관은 ‘S2’(Series 2)가 되면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기존 6922/6DJ8에서 7DJ8/PC88로 바뀌었다. 히터전압이 6.3V에서 7V로 높아진 것을 제외하면 전류증폭률(12.5mA/V), 내부저항(300옴), 전압증폭률(33) 모두 똑같다. ‘GAT S2’가 전작에 이어서도 이처럼 전류증폭률이 높은 쌍삼극관을 쓰는 것은 증폭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싱글증폭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출력단에 MOSFET을 쓴 이유는 높은 전류를 흘려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기 위해서다. ‘GAT S2’의 출력 임피던스는 100옴 이하로, 출력 임피던스가 낮게 되면 파워앰프와 케이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릴레이를 컨트롤해 볼륨레벨과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도 ‘GAT S2’가 전작에서 받아들인 설계디자인이다. 한 스텝당 0.7dB씩, 총 100스텝의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뒷면 입력단 바로 오른쪽에 이 릴레이를 위치시켜 신호경로를 최대한 짧게 했다. 이는 각 채널과 입력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혼선인 크로스토크(crosstalk)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S2’ 버전이 되면서 곳곳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전원공급 파트에서 정전압을 담당하는 레귤레이터(regulator) 회로를 대폭 업그레이드해 필터 캐패시턴스(capacitance) 값을 증가시켰다. 캐패시턴스 값이 높아지면 음악신호의 주파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생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진공관 그리드와 플레이트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선에는 음악신호도 함께 흐르는데, 이 전원의 전압이 음악신호 주파수 변동에 따라 출렁이는 것을 그만큼 낮췄다는 얘기다. 이는 다시 말해 음악신호의 모든 주파수 대역에서 전원라인이 극도로 낮은 임피던스 값(교류성분에 대한 저항값)을 보인다는 얘기이고, 이는 최종적으로 전원라인을 신호라인으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분리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전원파트에 콘래드 존슨이 직접 제작한 일종의 솔리드 캐패시터인 ‘CJD 테플론 캐패시터’(사진에서 보이는 하얀색 캐패시터)를 대거 투입한 점도 눈길을 끈다. 보통의 앰프는 전해 캐패시터에서 직류전원을 저장해두는데, 문제는 이 전해 캐패시터의 내구성이 극히 약하다는 것이다. 통상 솔리드 캐패시터가 전해 캐패시터보다 내구성이 5~6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전작에서는 프로필렌과 테플론 캐패시터를 썼었는데, 이번 ‘GAT S2’에서는 모두 ‘CJD 테플론 캐패시터’를 투입시켰다. 

사실 이 ‘캐패시터’ 분야야말로 콘래드 존슨이 회사 설립 이래 거의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업그레이드를 해오고 있는 부품이다. 이들이 파악한 캐패시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기신호와 음악신호가 이 캐패시터를 지나가면 반드시 ‘잔상’(sonic memory)을 남긴다는 것. 그런데 전해 캐패시터는 이 잔상이 남는 비율이 테플론 캐패시터에 비해 최소 100배 이상 높기 때문에 콘래드 존슨에서는 절대 전해 캐패시터를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CJD 테플론 캐패시터’는 콘래드 존슨의 20년 경력의 전문가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다.   

이러한 ‘캐패시터’ 전문회사답게 커플링 캐패시터도 이번 ‘GAT S2’에서는 전작보다 더 많은 ‘CJD 테플론 캐패시터’를 투입, 커플링 캐패시턴스를 높였다. 그만큼 음악신호에 남아있는 전원(직류) 성분을 최대한 차단시켜, 다음단인 파워앰프로 순수한 음악신호(교류)만을 보내준다는 얘기다. 

이밖에 히터전압을 별도로 공급해 초저주파 노이즈를 최소화시킨 점, 정교한 서스펜션 디자인을 통해 진공관의 진동으로 인한 마이크로포닉 노이즈를 줄인 점, 진공관 가드로 투명한 루사이트 합성수지를 쓴 점, 음악신호가 흐르는 경로에 초정밀 메탈포일저항과 ‘CJD 테플론 캐패시터’를 투입한 점도 기억해두자.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실 하나 더. 싱글증폭을 하는 모든 진공관 프리앰프의 숙명이기는 하지만, ‘GAT S2’도 싱글증폭을 하기 때문에 진공관을 통과한 음악신호는 위상이 반대가 된다. 싱글증폭 진공관 프리앰프가 어딘가에 반드시 ‘위상 변환스위치’를 마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GAT S2’는 그런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위상 변환스위치가 없다. 위상이 반전된 음악신호가 그대로 뒷단인 파워앰프로 가는 구조다. 이는 콘래드 존슨 파워앰프에 ‘위상 변환기’(phase inverter)가 들어가 있어 자동적으로 위상을 다시 반전시켜주기 때문. 그러면 이러한 위상 변환장치가 없는 다른 브랜드의 파워앰프와 매칭을 한다면? 제작사에서는 스피커 케이블의 극성을 바꿔 스피커에 연결시켜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번에는 파워앰프 ‘ARTsa’다. 전작인 ‘ART’가 275W를 뿜어내는 모노블럭이었던 데 비해, 이번 ‘ARTsa’는 140W(이상 4옴 기준) 출력을 내는 스테레오 파워앰프다. 그래서 ‘sa’(stereo amplifier)가 붙었다. ‘ARTsa’ 파워앰프의 가장 큰 특징은 푸쉬풀로 구동되는 출력관인 KT120 8개를 비롯해 모두 11개의 진공관을 투입한 트랜스포머 커플링 파워앰프라는 것. 그리고 네거티브 피드백을 12dB로 얕게 걸어준 점, 프리앰프인 ‘GAT S2’와 마찬가지로 ‘CJ 테플론 캐패시터’를 대거 투입한 점, 그리고 아까 언급한 ‘위상 변환기’가 내장된 점이 눈길을 끈다. 

증폭은 전형적인 ‘초단관-드라이브관-출력관’ 구성이다. 초단관에는 쌍삼극관인 6189를 1개 썼다. 1개의 진공관 안에 삼극관이 2개 들어가있기 때문에 6189 한 개로 드라이브관 2개(왼쪽채널, 오른쪽채널)를 각각 동시에 드라이브할 수 있다. 드라이브관은 역시 쌍삼극관인 6N30P를 2개 써서 좌우채널을 각각 담당케 했다. 이에 비해 전작인 ‘ART’는 모노블럭이기 때문에 한 블럭당 6N30P를 한 개씩 썼다. 

이 드라이브관 6N30P 1개는 한 채널당 모두 4개의 출력관 KT120을 퍼렐렐 푸쉬풀(파라 푸쉬풀) 방식으로 드라이브한다. 즉, 쌍삼극관인 6N30P가 각각 정상신호와 역상신호를 내보내면 KT120 4발이 서로 한쌍씩 호흡을 맞춰 푸쉬풀로 일을 하는 구조다. KT120은 국내에도 유저가 많은 방열 빔관. 출력의 척도라 할 수 있는 플레이트 손실이 60W일 정도로 높은 출력 전용관이다. ‘ARTsa’에서는 한 채널당 파라 푸쉬풀로 구동해 4옴에서 140W를 낸다. 

출력관과 관련해서 또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각 출력관이 꽂혀 있는 상판 바로 옆에 LED 지시등과 스크루(나사)를 마련, 드라이버로 각 출력관의 바이어스 전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이밖에 정전압 회로를 거친 낮은 임피던스의 전원이 입력단과 출력단, 그리고 ‘위상 변환기’에 각각 공급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통해 아까 프리앰프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오디오 신호 주파수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전원이 공급된다. ‘위상 변환기’는 드라이브관 다음에 놓여 위상반전된 신호를 각 출력관에 보내준다. 

소스기는 필자가 갖고 다니는 맥북에어(오디르바나 플러스)에 코드의 최상위 DAC인 ‘DAVE’, 프리앰프는 ‘GAT S2’, 파워앰프는 ‘ARTsa’, 스피커는 B&W 802D3를 매칭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콘랜드 존슨 앰프는 XLR(밸런스) 입출력 단자가 없다. 밸런스 전송 효과에 대한 이들의 오랜 ‘불신’(?) 때문이다. 

에밀 길렐스 ‘베토벤 소나타 23번’ 3악장(DG) = 이 곡을 처음 듣는 순간, ‘아 프리가 대단하구나’ 싶었다. 음수가 많고, 음 하나하나의 울림이 아주 좋은 것이다. 음의 입자감이 생생히 느껴진다. 사운드 스테이지는 넓고 깊다. 

Jennifer Warnes - Way down deep

제니퍼 원스 ‘Way Down Deep’(The Hunter 앨범) = 파워앰프의 펀치력이 대단하다. 역시 진공관 140W답다. 앞곡에서 놓쳐던 덕목을 하나 깨달았다. 이번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매우 정숙하다는 것. 그만큼 프리와 파워의 신호대잡음비(SNR)이 높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 ‘You Look Good To Me’(We Get Requested 앨범) = 극강의 해상력을 갖춘 DAC와 광대역의 스피커가 앞뒤에서 받쳐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고 대역밸런스가 최상급이다. 초반 트라이앵글의 땡땡 거리는 소리가 아주 맑고 투명하게 들린다. 베이스의 떨림은 현만이 아니라 몸통의 목질감까지 포함한 소리다. 소위 ‘음의 텍스처’까지 잡아내준다. 또한 넓은 무대 위로 각 악기의 위치가 잘 그려져 녹음공간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잡힌다. 흥겨운 재즈곡을 듣는 재미가 더욱 늘어난다. 

스코틀랜드 챔버 오케스트라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4악장’(린레코드 24비트 192kHz) = 맞다. 콘래드 존슨 앰프들이 ‘음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 곡에서 느낀 그대로 ‘무대를 안쪽으로 깊숙하게 넓혀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들이 위로 휘날리는 게 아니라 바닥에 깔리기 때문에 그 입체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하나. 약음에서의 세밀한 표현력에는 혀를 내둘렀다. 

웅산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The Best Woong San 앨범. 24비트 176.4kHz) = 피아노의 잔향을 잡아내는 실력이 대단하다. 웅산의 발음은 정확히 들린다. 워낙 시스템의 SNR이 높기 때문에 입술 부딪히는 소리, 들숨소리, 날숨소리 같은 그녀의 작은 기척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안드리스 넬슨스,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DG) = 투명하고 선명하게 펼쳐진 무대 위로 금관악기군의 색채가 빛난다. 투티 파트에서의 펀치력은 두말하면 잔소리. 오케스트라 각 악기의 위치와 배열이 잘 느껴진다. 

나탈리 쉬트츠망, 잉게르 죄더그렌 ‘겨울나그네 1곡 Gute Nacht’ = 이날 가장 매력적으로 들린 곡 중 하나다. 울림, 기척, 풍성, 투명, 정위, 발음, 숨소리, 무대, 정신없이 메모를 하다 그냥 음악만 들었을 정도다. 칠흙같은 무대에 여성보컬 나탈리 쉬트츠망이 ‘스윽’ 나타나는 체험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구스타보 두다멜, 베네주엘라 유스 오케스트라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DG) = 역시 사운드 스테이지의 앞뒤 폭이 장난 아니다. 다시 확인했다. 프리앰프의 덕목이라 할 음의 정보량이 많고 마이크로한 표현력이 압권이다. 파워앰프쪽에서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필요할 때 세게 한방 날리는 펀치감이 눈에 띈다.   

피레스, 뒤메이, 지안왕 ‘브람스 피아노 삼중주 1, 2번’(DG) = 잘 알려진대로 이 음반은 1번이 베를린 랑크비츠 스튜디오, 2번이 뮌헨음대 대강당에서 녹음됐다. 2번 1악장부터 들었다. 간접음이 반향을 이뤄내는 모습이 여실하다. 그야말로 홀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1번 1악장으로 갈아타니 이들의 위치가 불쑥 가깝게 다가온다. 하지만 사운드 스테이지는 오히려 더 넓어졌다. 역시 대단한 프리앰프다. 

터틀 크릭 남성합창단, 달라스 여성합창단 ‘존 루터 레퀴엠’(컬레퀴엄 레코즈) = 남성합창단과 소프라노 파트 여성단원들의 위치가 확연히 구분된다. 클라리넷, 오르간, 하프의 색채감이 저마다 또렷해 곡을 듣는 흥취감이 더욱 늘어난다. 한마디로 커다란 홀에서 각양각색의 산해진미가 차려진 밥상을 대한 느낌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청음노트에 가장 많이 쓴 단어가 ‘RICH’ 그리고 ‘DEEP’이었다. 워낙 여유롭고 넉넉하게 스피커를 울린 탓에 이 ‘GAT S2’와 ‘ARTsa’가 진공관 앰프인지, 출력이 어떻게 됐는지, 소위 ‘트랜스 냄새’와 ‘캐패시터 향’이 나는지 등은 까맣게 잊었다. 음악이 끝나니 비로소 앰프와 스피커가 눈에 보였을 정도다. 

어떻게 이런 ‘고급지고 선명하고 투명하며 마치 녹음현장에 온 듯 생생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었을까. 나름 따져봤다. 우선 프리앰프에서는 다단증폭이 아닌 싱글증폭을 통해 음악신호를 그만큼 덜 왜곡시켰을 것이다. 싱글증폭인 만큼 전류증폭률이 높은 3극관을 채택한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인지도 모른다. 콘래드 존슨이 직접 개발한 고품질 캐패시터가 음악신호의 순수한 재생에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파워앰프에서는 파라 푸쉬풀로 구동시킨 KT120의 넉넉한 출력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여기에 광대역의 출력 트랜스포머는 고역대를 한 톨도 놓치지 않고 들려주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입력단, 출력단, 그리고 ‘위상 변환기’에 각각 공급된 낮은 임피던스의 전원이 그만큼 순결하게 음악신호를 증폭해줬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첫모델이 나온 지 벌써 50년 가까이 되는 ‘명문’ 콘래드 존슨의 저력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 명문가가 그동안의 내공과 신기술을 집약해 내놓은 플래그십 모델이 ‘GAT S2’와 ‘ARTsa’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좋은 부모 밑에서 잘 자란 친구가 여유롭게 음악을 들려주는 풍경. 이것이 바로 수많은 오디오파일들이 꿈꾸는 하이엔드의 경지 아닐까.  

Specification
GAT S2 Pre
Gain	25 db
Maximum output	20 vrms
Output impedance	under 100 ohms
Distortion	less than .15% THD
Frequency response	at unity gain / 2 Hz to more than 100Khz
Hum and noise	100 db below 1.0 v
Tube complement	2 x 6922
Dimensions (W x H x D)	48 x 12 x 39 cm
Weight	15.8 kg
ART sa Power
Spec	140 watts per channel from 30 Hz to 15 KHz at no more than 1.5 % THD or IMD, both channels driven into 4 ohms (also available connected for 8 or 16 ohm loads)
Sensitivity	1.8V to rated power Frequency Response (at 10 watts): 20 Hz to 20 kHz, +/- .25 dB
Frequency Response (at 10 watts)	20 Hz to 20 kHz, +/- .25 dB
Hum and Noise	108 dB below rated power
Input Impedance	100 kOhms
Tube Complement	ARTsa -  1 x 6189, 2 x 6N30P, 8 x KT120
Dimensions (W x D x H)	48 x 47.6 x  x 18.1 cm
Weight	37 kg
GAT2 S2 Pre, ART sa Power
수입사	극동음향
수입사 연락처	02-2234-2233
수입사 홈페이지	www.kdsou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