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6
하이파이클럽 선정 올해의 기기 3편 : 소스기기 부문
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6 소스기기 부문 - 리뷰어 코난
디지털 소스기기에 한정하자면 명백히 양극화와 함께 혼돈의 시절을 겪고 있다. 일부 하이엔드 소스기기에서만 통용되던 기술의 빠른 트리클 다운으로 매스 프로덕트 기기에 이식되며 성능이 수직 상승 중이다. 따라서 하이엔드 소스 기기 메이커들은 자구책을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와중에 CHORD 및 MSB, dCS 등이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여러 새롭게 버전업된 모델을 내놓아 호평 받고 있다.
상용 칩셋 진영에서는 아사히 전자가 AK4497EQ, ESS 가 ES9038Pro라는 몬스터급 칩셋을 출시해 환영받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새로운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R2R 래더 DAC 의 귀환이다. MSB 가 더욱 더 주목받고 있고 TOTAL DAC, Schiit, CH Precision, Light Harmonics 등 많은 메이커들이 R2R 래더 DAC의 인기를 부추겼다.
또 하나의 특징은 스튜디오용 디지털 장비를 생산하던 메이커의 홈 오디오 시장 진출이다. 이미 마이텍은 Brooklyn 과 Manhattan II 로 미국 시장에서 태풍을 몰아오고 있고 브리카스티는 마크 레빈슨 디지털의 귀환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DSD 레코딩의 산실 머징 테크놀로지가 NADAC 등으로 전통적인 하이엔드 디지털 메이커를 위협하고 있는 것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국내 메이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우선 웨이버사가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시장에서 크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외에 솜오디오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오디오도 Firebird MKII 로 R2R 래더 DAC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오렌더는 유럽과 미국 시장은 물론 중국시장에서 커다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편 네트워크 스트리밍에서는 Sooloos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Roon labs 의 출현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곤란을 겪던 하이엔드 메이커들의 갈증을 일거에 해소시켜주고 있다. 에어 어쿠스틱스, 브라이스턴, 마이텍, EMMLbs, dCS, 오디오넷 등 많은 브랜드가 이미 Roon Ready 로 동참했다.
요약하자면 하이엔드 디지털 메이커는 소수의 유저들을 묶어두기 위해 계속해서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다. 또한 급격한 디지털 기술과 소자의 발전에 수혜 받은 하이파이 메이커들이 포터블 헤드폰 앰프/DAC 시장을 겨냥해 많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게다가 스튜디오 프로 장비 메이커의 하이엔드 시장 진출도 무시할 수 없다. 정말 독보적인 기술력이 없는 하이엔드 메이커는 급격히 도태될 가능성이 농후한 현실이다. 또한 ROON 의 등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많은 투자와 연구를 해온 메이커를 허탈하게 만들었고 그렇지 못한 메이커들에겐 구세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제 영원한 강자, 영원한 약자도 없는, 진정한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했다.
마지막으로 아날로그 소소기기는 지면 관계상 생략했으나 소스기기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다. 레가, 프로젝트, 뮤직홀 등은 물론 하이엔드 쪽으로 VPI, 트랜스로터, 어쿠스틱 시그니처, 크로노스 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음반 업계까지 이어져 영국에선 처음으로 LP 판매액이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 매출을 앞지르기도 했다.
*리뷰 게재 가나다순(김편 - 오승영 - 이종학 - 코난)
Chord DAVE DAC : 김편 / 오승영 / 코난
필자가 PC-FI로 오디오를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코드는 DAC 혁명을 주도해왔다. ‘펄스 어레이’(Pulse-Array) 방식이라는, 당시 획기적인 설계디자인으로 디지털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로 컨버팅한 DAC64가 이미 2001년에 나왔다. 이후, 거치형 DAC의 끝판왕이라 불렸던 QBD76과 QBD76 HDSD, 휴대용 DAC/헤드폰앰프의 신세계를 연 HUGO와 MOJO, 이에 투입된 신기술을 다시 거치형으로 옮겨심은 HUGO TT, 순수 컨버팅에만 초점을 맞춘 2QUTE 등 모두가 애호가들과 리뷰어들의 극찬을 이끌어왔다. 그리고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날 금속성 외관과 내부 칩들이 보이는 볼록 유리창, 그리고 고집스레 지켜오고 있는 SMPS(Switched Mode Power Supply) 전원방식은 코드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런 코드가 기존 플래그십 모델인 QBD76 HDSD에 이어 2016년 출시한 ‘코드 최상위 DAC’이 바로 ‘DAVE’다. 그래서 이름도 ‘Digital to Analogue Veritas in Extremis’다. 크기와 무게는 QBD76 HDSD와 비슷하지만, 볼록한 유리창은 이제 그냥 유리창이 아니라 음원의 샘플링 레이트, 볼륨, 모드 등을 나타내주는 알록달록한 표시창으로 변신했다. 95스텝으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어 프리앰프로 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헤드폰 단자가 있어(300옴에 154mW, 33옴에 1.4W 출력) 헤드폰앰프로도 쓸 수 있다. 코드의 핵심 DAC 기술인 WTA 필터는 역대급인 16만4000탭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고도의 소프트웨어(2048배 오버샘플링, 256배 FIR 필터링, 17차 노이즈 쉐이핑)와 하드웨어(자이링스 SPARTAN6칩, 166개 DSP코어)가 가세했다. ‘DAVE’가 들려준 소리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맑고 투명했다. 기존 DAC이 놓쳤던 원초적인 아날로그 사운드, 바로 그것이었다.
- 김편
DAC64, QBD76의 대를 잇는 코드(Chord) 플래그쉽 DAC의 3세대 제품. DAVE(Digital to Analogue Veritas Extremis)는 ‘디지털에서 아날로그에 이르는 궁극의 진리’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의욕적인 레퍼런스임을 표방하고 있으며, 최대 768KHz까지 DXD및 쿼드러풀 DSD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USB-B 입력과 384kHz까지 입력신호를 받을 수 있는 S/PDIF입력만 4개에 달하는 등의 풍부한 입출력 인터페이스, 그리고 고충실도의 헤드폰 출력단을 포함한 프리앰프의 기능을 하나의 바디에 통합시킨 개념의 제품이다.
dCS의 플래그쉽 비발디에 탑재되어 화제가 된 바 있는 현존 최고의 프로세서인 자일링스(Xilinks)사의 최신 연산칩을 장착하고 있는데, 자일링스 LX75버전 스파르탄 6 등급 FPGA를 4개 사용해서 대용량의 연산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도록 제작되었다. 256배 오버 샘플링으로 입력신호를 처리하는 WTA(Watts Transient Aligned)필터 및 166개의 개별 DSP 코어를 사용한 FIR(Finite Impulse Response) 필터 등을 통해 극히 낮은 수준의 왜곡율을 지향했다.
코드 특유의 에너제틱한 드라이브와 뛰어난 정숙도, 그리고 설계자 로버트 와츠는 몇 달간 자신의 귀로 튜닝을 하면서 완성시킨 위상일치 품질 등으로 시스템 전체를 확장시키는 효과가 크다. 특유의 본체 디자인과 더불어 전용 크레이들을 기본 패키지에 포함시켜서 안정감 있는 인슐레이팅과 제품의 뒤쪽이 들리게 해서 케이블 연결을 편리하게 한 어거노믹스 디자인이 발휘되어 있다.
- 오승영
존 프랭스는 자주 내한했지만 코드의 디지털 관련 설계를 도맡고 있는 로버트 와츠의 내한은 이례적이었다. 영국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최근 포터블 헤드폰앰프/DAC Mojo와 Hugo 등으로 회사 창립 이례 아마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이다. 코드 DAC64 가 펼쳐내던 고해상도에 선명하며 입체적인 사운드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QBD76에서도 코드의 전매특허 같던 탁 트인 스테이징과 홀로그래픽 음장은 코드 고유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코드는 DAVE를 통해 극한까지 내달렸다. WTA 필터를 1,024에서 18,432개 그리고 Hugo에서는 26,368개까지 늘리더니 DAVE에서는 급기야 164,000개 탭까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시켰다. 직전 코랄 시리즈 QBD76의 열 배 가까운 탭 길이다. 게다가 FPGA 칩셋은 Spartan 6세대로 버전 업 되었고 이를 위해 166개의 DSP코어가 내장되며 20개 펄스 어레이 DAC가 탑재되었다.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DAC64나 QBD76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놀라운 사운드를 내준다. 시대의 변화와 디지털의 급속한 진화에서도 항상 맨 앞에서 독보적인 자릴 누리던 코드가 또 한 번 강력한 시동을 걸었다. 따스한 온도와 긴 여운 등을 DAC에서 바란다면 DAVE는 취향 밖의 소스 기기일 수 있다. 하지만 ‘Garbage In, Garbage Out’. 일단은 음원이 현장에서 담아 기록하고 있는 타이밍 도메인 관련 공간 정보를 모두 뽑아내주길 원한다면 DAVE 는 현 시점에서 베스트 중 하나다.
- 코난
dCS Rossini DAC : 오승영
플래그쉽 비발디를 압축시켰다고 할 수 있는 dCS의 투 바디 세미 플래그쉽 DAC. 비발디의 네 개 바디 중에서 마스터 클록을 제외한 나머지 콤포넌트들을 하나의 바디에 수납시켰고, CD 트랜스포트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고성능 네트워킹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서 ‘업샘플링 네트워크 DAC’ 혹은 ‘업샘플링 CD & UPnP 렌더러’라고 칭한다.
5비트 기반 디코딩과 랜덤추출을 거쳐 비동기식 연산 처리되는 특유의 Ring DAC 연산 모듈 컨버팅방식을 기반으로, 채널별로 48개씩 총 96개의 독립 래치를 사용하고 있는 신형 고속 개별 래치방식으로 크로스톡 제거와 지터저감기능을 수행한다. 전원트랜스 및 제너레이터에 이르기까지의 듀얼 구성 설계로 노이즈와 채널간 간섭을 최소화시켜 구 버전으로부터 출력단에서의 노이즈를 6dB 낮추고 채널 분리도는 20dB 향상시켰다.
디스크리트 구성의 PLL 회로에 장착된 44.1KHz, 48KHz 두 종류의 데이터를 개별 처리하는 크리스탈 오실레이터(VCXO)를 통해 고정밀도의 로컬 클록 주파수 조절기능을 수행한다. 주파수가 일치하면 페이즈 록킹이 되는 스마트 오토 클로킹 방식으로 작동한다. 옵션으로 되어 있는 트랜스포트는 매우 안정적이며, 정숙하고 매끄러운 트레이 동작과 빠른 속도로 동작하는 로딩 및 트래킹 성능 등 CD 관련 메커니즘도 매우 우수하다.
Metronome Technologie CD8 S : 이종학
개인적으로 상당량의 CD를 소장하고 있기에, 항상 새로운 CDP는 눈여겨보는 편이다. 이번에 만난 CD8S는, CD8에서부터 여러 차례 개량을 거친 제품이다. 특히, 단품 CDP뿐 아니라, DAC의 기능도 향상시켰다. 그래봤자 디지털 입력단은 달랑 두 개. S-PDIF 동축과 USB뿐이다. 그러나 스튜디오 그레이드의 음원이라던가 DSD까지 커버하는 것을 보면, 실 사용에서는 크게 부족함이 없다.
만듦새도 뛰어나다. CDM13 Pro2 트랜스포트 모듈을 고무 댐퍼로 받친다거나, 본체 자체를 삼점지지로 마무리한 점 등, 여러 면에서 진동 대응이 눈에 띈다. 또 외관 자체가 요란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
AKM 32비트 칩셋을 사용하면서 정교한 아날로그단 설계는 무척 풍부하고 고품위한 재생을 이끌어낸다. 요즘 시장에 눈에 띄는 CDP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가뭄에 단 비가 내리는 격이라고나 할까?
Mytek Brooklyn DAC : 코난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를 자처하고 나선 신생 메이커들의 가격표를 확인하며 놀라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다지 새롭거나 대단한 기술,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닌데 하이엔드의 허울을 쓰고 엄청난 가격을 부른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 챈 것일까. 아니면 은근히 편승하고 싶었던 걸까. 원래 스튜디오용 장비를 만들던 메이커들이 하나둘 하이엔드 오디오 진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걱정과 달리 가격대를 막론하고 대단히 경쟁력 있는 가격 대비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마크 레빈슨 멤버들의 부활 브리카스티, DSD 레코딩의 귀재 머징 테크놀로지 등이 그렇다.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메이커다 바로 마이텍이다. 미칼 유레비치라는 레코딩 엔지니어가 설립한 마이텍 디지털은 전작 192 DSD DAC 로 이미 가격 대비 끝판왕의 자리에 올랐고 이젠 Brooklyn 과 Manhattan II 로 다시 한 번 시장을 장악할 채비를 끝냈다.
최근 오디오파일 명반 가이드북을 집필하면서 모든 음원 테스트를 Brooklyn DAC 로 마쳤다. 정확한 텍스처 정보와 공간 이미징, 넓은 스테이징과 탁월한 해상도 및 정보량 등 가격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능은 실로 놀라웠다. 게다가 PCM에서 DSD까지 모두 소화 가능하며 준수한 프리앰프 기능과 헤드폰 출력단, 심지어 MM/MC 포노단까지 기본 탑재된 만능 재주꾼이다. 여러 기능과 테스트 등을 끝내고는 나는 이 제품을 돌려보낼 수 없었다. 결국 Brooklyn은 나의 시스템에 사뿐히 연착륙했다.
ROON Ready Product / Ayre QX-5 Twenty & SOtM sMS-200 : 코난
본격 하이파이 오디오파일을 위한 네트워크 플랫폼은 린과 메리디안에 의해 촉발되었다. 그리고 메리디안은 Sooloos를 인수하며 매우 강력한 플랫폼을 구사했고 단숨에 차세대 디지털 플레이백의 선두에 올라섰다. 그러나 작년 메리디안에서 Sooloos 소프트웨어를 ROON Labs에 이관했다. ROON 은 다름 아닌 Sooloos 소프트웨어 엔진을 개발했던 엔지니어 팀의 새로운 이름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음원 재생 및 라이브러리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봤으나 ROON을 사용하면서 다른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기존의 소규모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구형 폴더 폰이라면 ROON은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세대 자체가 다르다. 마치 나의 라이브러리가 allmusic.com 플랫폼 위에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움직이듯 이전엔 단지 데이터에 불과했던 자료들이 감성을 흔드는 진정한 음악이 되어 돌아왔다.
이를 가능케 한 소프트웨어는 ROON이지만 RAAT 라는 독자적인 프로토콜 위에서 움직이는 ROON 은 ROON Ready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통해 사용할 때 가장 뛰어난 음질을 들려준다. 그 중 내가 테스트해본 것은 에어 QX-5 Twenty 그리고 SOtM sMS-200 이다. QX-5 Twenty 는 최신 고품질 DAC가 내장되어 있어 한 번에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하이엔드 스트리머. 그리고 SOtM sMS-200은 ROON 은 물론 DLNA, Squeezelite, 심지어 에어플레이까지 지원하는 만능 네트워크 스트리머다. 둘 모두 ROON 의 탁월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잊고 있던 음악까지 꺼내 듣게 만드는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