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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시대의 도래”

2000년대 DVD와 함께 시작된 디지털 비디오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대화면의 욕구를 불러 일으켰으며, 프로젝터의 보급에 첫 포문을 열었다. 당시 디스플레이 기기는 브라운관이라 불리는 CRT가 대부분이었는데, 물리적인 크기의 한계로 인해 최대 화면크기는 38인치 이하로 제한되었기에 대화면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솔루션인 프로젝터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져갔다.

프로젝터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기기는 DVD 시절 SD(Standard Definition) 해상도를 거쳐 HD(High Definition)급으로 진화했으며, 2000년대 중반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디스크(Blu-ray Disc)의 등장과 함께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후 3D 등이 등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2012년 첫 선을 보인 4K 디스플레이 기기의 등장하기 전까지 디스플레이 기기의 발전은 멈춰있는 듯 보였다.

풀HD 해상도로 100인치 이상의 투사에 크게 무리가 없었지만, 150인치 이상의 초대형 스크린을 사용하는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한계를 보여주었고,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더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프로젝터가 요구되었다. 하지만 2012년 처음으로 등장한 4K 디스플레이 기기는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 없는 반쪽짜리였으며, 2016년 3월 울트라 HD 블루레이(Ultra HD Blu-ray)가 등장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4K 디스플레이 기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2017년 현재 LED TV, OLED TV 같은 평판형 디스플레이 기기를 제외하고 네이티브 4K 패널을 탑재한 프로젝터는 아직까지 그 종류가 많지는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과거 평판형 TV 대비 저렴한 가격에 대화면을 볼 수 있던 것과 달리 4K 지원 프로젝터는 아직까지 가격대가 높은 편으로 ‘보급형’이라 불릴만한 가격대의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로운 디자인, 4K/HDR 지원”

오늘 소개하는 엡손의 LCD 프로젝터 EH-TW8300W는 EH-TW8200W의 후속기종으로 4K 해상도와 HDR(High Dynamic Range)를 지원하는 엡손의 프리미엄 라인업 제품이다. 레이저 광원을 탑재한 플래그십 EH-LS10500의 뒤를 잇는 제품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EH-TW8300W와 EH-TW7300이 출시되었으며, 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EH-TW9300W의 출시는 미정이다.

EH-TW8300W(이하 ‘TW8300W’)은 TW8000 시리즈의 4번째 제품이지만, 디자인부터 내부설계까지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화이트 원 톤의 디자인은 곡선미를 강조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후면에는 단자커버를 제공하여 무선 연결 시 후면 단자를 깔끔하게 처리한다. 후면에는 2개의 HDMI 단자를 제공하며, 그 중 1개는 HDCP 2.2를 지원한다. 이외에 D-Sub RGB와 이더넷, USB 단자 등을 제공한다.

TW8300W는 4K 해상도를 지원하기 위해 플래그십 EH-LS10500에 사용된 ‘4K Enhancement’를 탑재하고 있으며, 명암비를 극대화하여 보다 생생한 영상을 보여주는 HDR(HDR10)을 지원하여, 4K 컨텐츠 재생을 위한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외에 HDTV의 BT.709, UHD를 위한 BT.2020 색역을 지원한다. 또한 3D 재생기능 역시 빼놓지 않았다.

엡손은 플래그십 EH-LS10000을 공개할 당시 당분간은 네이티브 4K 패널을 탑재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는데, 가장 큰 이유로 4K 컨텐츠가 부족과 가격을 꼽았다. 컨텐츠 자원이 풍부한 풀HD 재생에 초점을 맞추되 새롭게 등장한 4K/HDR을 지원하여, 4K 컨텐츠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참고로 엡손은 지난 2009년 11월 세계 최초로 4K 패널을 발표한바 있다.

TW8300W는 1080p(1,920×1,080) 패널을 탑재한다. 하지만 4K Enhancement 기술을 통해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4K Enhancement는 픽셀을 대각선 방향으로 0.5 픽셀 씩 시프트하고 시분할 구동을 통해 4K(3,840×2,160) 해상도를 구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사 4K’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네이티브 4K 패널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으로, 엡손 외에도 D-ILA 패널을 탑재한 JVC와 DLP 진영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통해 4K 해상도를 구현하고 있다.

여전히 가격대가 높은 4K 프로젝터 가격을 생각해보면, 4K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장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식이다. 물론, 네이티브 4K 패널을 사용한 제품과 1:1로 비교하면 해상력, 표현력 등에서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풀HD 컨텐츠를 보다 좋은 화질로 즐길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특히, 스펙만으로는 화질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TW8300W는 동급 가격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UHD 컨텐츠에 걸맞는 풍부한 표현력”

0.74인치(D9, C2Fine, 12bit) 3판식 LCD 패널과 2,500루멘의 밝기를 앞세운 TW8300W의 화질은 전작에 비해 더욱 밝아진 밝기와 세부적인 영상튜닝을 통해 LCD 프로젝터 특유의 화사함과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보여준다. 특히, 프로젝터의 밝기가 밝아질수록 색상의 밝기를 유지하는 ‘컬러 밝기’를 앞세워 시원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컬러 밝기’는 LCD 프로젝터에 다른 방식의 프로젝터에 비해 우위에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LCD 프로젝터는 투사형 패널이라는 태생적인 구조로 인해 블랙 표현력의 부족함이 지적되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사실은 유효하지 않다. 밝기가 밝아졌음에도 블랙은 더욱 깊숙이 내려가 완성도 높은 화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4K Enhancement 기술을 통해 120인치 이상의 대화면에서도 픽셀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가정에서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크린의 크기인 150인치 정도의 크기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4K 영상을 시청해보면 4K 해상도 특유의 선예도와 더 넓어진 다이내믹 레인지로 풍부해진 색상표현력 등이 돋보인다. 특히, HDR이 적용된 UHD BD의 경우 기존의 SDR 영상에 비해 디테일한 계조 표현력과 생생해진 컬러를 통해 영상의 투명도가 좋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프로젝터의 최대 밝기의 한계로 인해 OLED TV 같은 직시형 디스플레이 기기에 비해 영상이 조금 답답하게 보이는 부분은 아쉬웠다. 이는 프로젝터의 밝기가 더욱 밝아져야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

“총평”

엡손의 프리미엄 LCD 프로젝터 TW8300W는 4K와 풀HD 컨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4K 해상도를 위한 4K Enhancement 기술과 HDR, BT.2020 색역 등 UHD 디스플레이 시대의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고급 프로젝터 중에서는 가장 밝은 수준의 밝기를 제공하고, 탁월한 컬러표현력을 앞세운 TW8300W는 과거 LCD 프로젝터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에 충분한 화질을 제공한다. 3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TW8300W는 동급 제품과 비교하여 충분한 가격 경쟁력과 화질, 다양한 편의기능(폭 넓은 렌즈시프트, 전동 줌/포커스, HDMI 무선연결 등)의 3박자를 갖춘 제품으로 위시리스트에 올려도 좋을 만한 제품이다.

Written by 정영한(unleash@edg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