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7
올해의 기기 2편 : 앰프 부문
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7 앰프 부문 인사말 - 리뷰어 이종학
매년 5월에 열리는 뮌헨 하이엔드 쇼를 가보면, 그때 그때 일종의 유행이나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2016년의 경우, 가히 턴테이블의 향연이었다. 각 부스마다 턴테이블을 진열해놓고, 경쟁적으로 틀고 있었다. 전통적인 메이커뿐 아니라, 스피커나 앰프 회사도 자사의 라인업에 턴테이블을 올려놓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볼 수 있었다.
한데 2017년이 되면, 갑자기 DAC를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다. 신생 회사도 많았고, 대형기도 곧잘 보였다. 올해엔 어떤 유행이 올지 감이 오지 않지만, 아무튼 매년 조금씩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2017년을 빛낸 앰프들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기조가 눈에 띤다. 물론 이것을 꼭 2017년에만 국한시킬 수는 없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흐름을 파악할 수는 있다.
첫째로 대형기의 경우인데, 당연히 분리형에 대출력을 자랑한다. 가장 큰 특징은, 와이드 레인지를 추구하면서 최대한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대출력에 광대역이라고 하면, 체크해야 할 항목도 많아지고, 전체적으로 파탄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저것 손 댈 게 한 둘이 아니다. 거기에 하이 스피드라니!
한데 이런 불가능한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을 보면, 일종의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규모라고나 할까? 한 두 명의 설계자로는 어림도 없는 프로젝트다. 가히 앰프의 이상이라고나 할까? 예전처럼 출력이 높으면 음이 느리고, 여기저기 노이즈가 나고 하는 현상이 요즘 제품에는 없다. 확실히 발전한 것이다. 이번에는 골드문트와 패스를 뽑았다.
둘째로, 하이엔드의 제3세대라고 할까, 아무튼 이쪽 지역의 약진이 돋보인다. 대략 1세대라고 하면 아무래도 1980~90년대 영미 중심이고, 2세대는 새천년에 들어와 독일을 중심으로 중부 유럽의 약진이 돋보이는데, 최근 3세대에 오면 동유럽을 위시한 다양한 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한데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국적만 다를 뿐, 이를테면 제조 기술이나 설계 방침 등은 앞선 세대에 못지 않고, 또 주요 부품이나 선재도 최상급을 선별해서 쓴다. 게다가 일종의 장인들을 투입해서 외관을 무척 꼼꼼하게 다듬는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해도 좋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으로, 꼭 앰프에 국한시키지 말고, 스피커나 소스기에도 발견할 수 있다. 아무튼 앞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브랜드가 많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앱솔라레를 꼽은 것이 그런 이유다.
셋째로 인티 앰프의 경우, 다기능을 추구하고 있는 점이다. DAC는 물론, CDP가 들어가고, 튜너도 포함시킨다. 포노단도 장착한다. 심지어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넣는 경우도 있다. 어떤 면에서 진정한 리시버 타입의 발흥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편의성을 중시한 결과라 보이지만, 음질면에서도 절대 타협이 없다. 이런 제품들은 향후 시장에서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 부분에서 뮤지컬 피델리티의 제품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300B를 패러 싱글로 구축한 마스터사운드의 제품을 선택했다. 뭐, 어느 것을 선택했든 위의 관점은 크게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이번 선정에 참여한 다른 분들도 나름대로 기준이 있겠지만, 이런 흐름을 도외시하지 않았으리라 본다.
*리뷰 게재 가나다순(김편 - 이종학 - 코난)
Constellation Pictor Preamp, Taurus Stereo Power Amplifier : 김편
필자가 최근 7,8년간 미국 오디오전문지 앱솔루트 사운드(TAS)의 ‘올해의 오디오’ 선정제품을 볼 때마다 느낀 것은 TAS가 유독 미국의 컨스텔레이션 제품들을 거의 편애하다시피 해오고 있다는 것. 거의 모든 라인업이 거의 매해 ‘올해의 앰프’로 선정됐다. ‘Altair’ 프리, ‘Hercules’ 파워(2011), ‘Virgo’ 프리, ‘Centaur’ 파워, ‘Perseus’ 포노(2012), ‘Stero 1.0’’Mono 1.0’ 파워, ‘Preamp 1.0’ 프리(2014) 등등. 플래그십 ’Altair II’ 프리와 ‘Hercules II’ 모노블럭 파워는 ‘2015년 올해의 오디오’로 뽑혔다.
그러나 컨스텔레이션 앰프들을 직접 들어보니 TAS의 선택에 납득이 갔다. 퍼포먼스 시리즈의 ’Virgo III’ 프리앰프와 ‘Centaur II’ 모노블럭 파워앰프의 경우, 치밀한 만듦새와 시크한 외관, 압도적인 덩치에 먼저 놀랐고, 이들이 들려준 샘물처럼 청정한 소릿결과 광활한 사운드스테이지, 자글자글한 이미지, 그리고 대형 스피커를 쥐락펴락하는 구동력에 두번 놀랐다.
‘Pictor’ 프리앰프와 ‘Taurus’ 스테레오 파워앰프는 2017년 이들 퍼포먼스 시리즈(Virgo III, Centaur II)와 엔트리 라인인 인스피레이션 시리즈(Preamp 1.0, Stereo 1.0, Mono 1.0) 사이에 안착한 레빌레이션 시리즈라는 이름의 새 라인업. 퍼포먼스 시리즈의 음질은 유지하면서 가격대를 대폭 낮췄다. 전원부 분리형 ‘Pictor’는 듀얼 모노, 풀 밸런스, 라인스테이지 게인 모듈을 채택했고, ‘Taurus’는 N채널 MOSFET을 푸쉬풀 및 밸런스 회로로 짜 클래스AB 증폭으로 8옴에서 250W, 4옴에서 500W를 낸다.
매지코의 새 스피커 ‘S3 MK2’에 물렸는데 마치 직열 3극관을 떠올리게 하는 윤기와 투명함에 대출력 솔리드 앰프만이 낼 수 있는 진득함과 근지구력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소리를 들려줬다. 동생뻘인 인스피레이션 시리즈에 비해 확실히 구동력이 좋아고 스피드가 빨랐다. 형뻘인 퍼포먼스 시리즈에 거의 근접한 사운드였다. 피터 매드닉, 바스컴 킹, 존 컬, 데미안 마틴, 키스 앨솝, 케드릭 메자, 알렉스 라스무센 등 스타 군단의 제작사는 역시 뭘 해도 잘 한다.
|
Goldmund Metis 7 Integrated Amplifier : 김편
개인적인 구매력 범위에서, 어떻게든 무리해서라도 단 한 대의 솔리드 스테이트 인티앰프를 들여놓는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골드문트의 ‘Metis 7’을 선택할 것이다. 지난해 리뷰하는 내내 골드문트의 상위 프리, 파워 분리형보다 훨씬 더 좋게만 들렸다. 그렇게나 애지중지해오던 ‘단품 DAC + 단품 프리앰프 + 단품 파워앰프’의 공식이 이 ‘Metis 7’의 일격으로 단숨에 무너졌다. 그만큼 내장 DAC의 성능과 앰프의 구동력이 출중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신’에서 이름을 따온 ‘Metis’는 골드문트의 엔트리급 앰프 시리즈로, ‘Metis 7’은 지난 2016년 6년만에 새 ‘Metis’ 라인업으로 등장한 제품. 기본적으로 175W(8옴)의 인티앰프라서 형식상으로는 ‘Metis 5’(150W)를 잇는 후계기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상위 라인업인 ‘Telos 390.5’ 인티앰프를 승계했다. 왜냐하면 ‘Metis 5’에는 DAC이 없었지만 ‘Metis 7’에는 ‘Telos 390.5’와 동일한 스펙의 DAC(Alize 6)이 내장됐기 때문. 출력은 ‘Telos 390.5’(210W)보다 줄어들었지만, DAC 스펙은 오히려 24비트/192kHz에서 32비트/384kHz 및 DSD로 확장됐다.
솔직히 지금까지 시청해본 일부 DAC 내장 초고가 인티앰프는 가성비에서 필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Metis 7’은 첫 곡을 플레이하자마자 자세부터 고쳐잡게 했다. 분해능과 사운드스테이징, 구동력 3박자가 웬만한 분리형을 넘어섰다. 스펙을 진일보시킨 ‘Alize 6’ DAC 모듈의 뜻밖의 선전, 광대역 재생과 구동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하이 스피드’ 앰프의 진면목, 공진과 노이즈를 제어한 각종 ‘그라운딩’ 기술의 가공할 위세를 동시에 느꼈다. 단언컨대, ‘Metis 7’은 최근 들어본 인티앰프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웰메이드 제품이자, 골드문트 전체 라인업 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제품이다.
|
Absolare Signature Integrated Amplifier : 김편
소리를 듣기도 전에 겉모습에 압도되는 앰프, 바로 터키 이스탐불에서 건너온 압솔라레의 하이브리드 인티앰프 ‘Signature Integrated Amplifier’였다. 발열체인 앰프에 가죽이라니, 그리고 순수하게 그대로 노출시킨 바느질 땀이라니. 더욱이 섀시 자체도 세로면이 가로면보다 더 긴 것이 아닌가. 가죽이 뒤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눈맛이 그만큼 좋았다.
프리단에 진공관, 파워단에 트랜지스터를 쓴 ‘Signature Integrated Amplifier’의 만듦새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내부 선재 자체가 전도율이 좋은 금과 은, 팔라듐 합금 소재인 것은 물론, 테플론 소재의 진공관 소켓도 진공관 핀과의 접촉면은 30마이크론 두께의 금/은으로 도금했다. 진공관 수납공간은 알루미늄 블록에서 절삭했는데, 이 절삭의 정밀도 역시 오차범위 0.01mm에 불과하다. 가죽은 벤츠나 포르쉐, 페라리에 쓰인 것과 동일한 독일과 이탈리아산이며, 가죽 공정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손꼽히는 장인을 통해 제작된다.
음질과 구동력은? 사실 압솔라레 앰프는 대형스피커 킬러로 유명하다. 지난해 뮌헨오디오쇼에서도 8옴에서 150W, 4옴에서 200W를 내는 이 인티앰프로 락포트의 ‘Lyra’를 가뿐하게 울렸다. 우퍼가 2개나 달린 대형기인데도 그야말로 음들이 사뿐사뿐 샘솟듯 터져나왔다. 필자가 물린 스피커 역시 락포트의 3웨이 3유닛 대형기 ‘Atria 2’였다. ‘Signature Integrated Amplifier’는 한마디로 클래식 세단의 외양에 무한 질주본능을 꽁꽁 숨긴 스포츠카였다. 강력한 코너링과 넘쳐나는 파워에 ‘Atria 2’는 그야말로 순한 양이 됐다.
|
Nagra Classic PREAMP Preamp, Classic AMP Stereo Power Amplifier : 김편
스위스의 나그라 제품들은 단단하고 디테일한 산업디자인의 상징과도 같은 그 무엇이 외관에 있다. 보다 보면 만지고 싶고, 만지다 보면 소리까지 저절로 듣게 되는 묘한 시각, 촉각, 청각의 매력이 있다. 2015년에 나온 솔리드 스테이트 스테레오 파워앰프 ‘Clssic AMP’, 2016년에 나온 진공관 프리앰프 ‘Classic PREAMP’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느 리뷰 때와 달리 모듈러미터의 바늘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화살촉을 닮은 볼륨 노브의 조작감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표면 섀시 마감가 볼트 조립상태는 어느 정도 매끈한지 확인하고 만지는 데만 꽤 시간이 흘렀다.
필자가 보기에 프리앰프 ‘Classic PREAMP’의 외관 디자인은 2015년에 나온 ‘HD DAC’에서, 내부 설계디자인은 2013년에 나온 ‘JAZZ’에서 기원했다. 실제로 ‘Classic PREAMP’와 ‘JAZZ’ 모두 쌍3극관인 12AX7 2개, 12AT7 1개를 증폭단에 투입했다. 파워앰프 ‘Classic AMP’는 출력단에 채널당 2개의 영국 엑시콘사의 MOSFET을 투입, 푸쉬풀로 8옴에서 100W를 내는 심플한 클래스AB 증폭 방식. 참고로 ‘Classic’ 시리즈는 파워, 프리, 인티, DAC 모두 전면 폭은 277mm로 똑같고 높이와 안길이만 다르다.
‘Classic’ 프리 파워 순정조합이 들려주는 소리는 입자가 곱고 투명하며, 연주와 노래의 온갖 아티큘레이션을 생생히 들려주는 스타일. 이미징과 사운드스테이징, 포커싱, 구동력 등은 이미 누구나 가슴 한 켠에 담아둔 하이엔드 수준이다. 리니어리티가 좋은 쌍3극관을 초단에 쓴 진공관 프리앰프이 분해능과 광대역 특성, MOSFET 한 쌍만으로 최종 증폭신호를 만들어낸 파워앰프의 착색없는 구동력이 이끌어준 덕분이다. 어렸을 적 내 옆에 듬직한 ‘기계’를 두고 조종하고 싶었던 필자의 로망이 ‘Classic’ 프리, 파워앰프에서 완성됐다.
|
GOLDMUND TELOS 1000 & 22H NextGen : 이종학
일전에 골드문트를 주재하는 레베르숑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골드문트는 소스기부터, 앰프, 스피커, 케이블 등 오디오에 관련된 대부분의 제품을 다 만듭니다. 그 중에 가장 설계가 어려운 컴포넌트가 뭔가요?”
잠시 생각하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파워 앰프입니다. 약간의 노이즈나 험이 있다고 하면, 그게 증폭이 되어 큰 소리로 나오기 때문이죠.”
텔로스 1000은, 잘 알다시피 모노 블록 구성에, 채널당 8오옴에 365W의 출력을 낸다. 그러나 스피커에 귀를 바싹 대고 들어봐도 적막강산이다. 일체 험이나 노이즈를 들을 수 없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와이드 레인지를 구축하면서도 하이 스피드를 양립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불가능한 과제다. 아무래도 커버하는 대역이 넓어질수록, 중간 중간에 피크나 딮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선 피드백을 거쳐야 한다. 본 기는 일반 앰프의 재생 대역폭보다 무려 100배나 넓은 3MHz까지 재생한다. 당연히 체크할 대역과 항목이 많다. 그런데도 하이 스피드?
이런 말도 안되는 숙제를 풀어낸 것이 바로 본 시스템이다. 또 그게 “넥스트젠”(NextGen)이라는 이름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22H는, 별도의 전원부를 갖추고 있다. 전원이 안정될 수록 음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여기에 발열을 용이하게 만드는 다양한 고안들이 투입되었다. 최고급 소자를 아낌없이 투입해서, 프리앰프가 갖춰야 할 미덕을 극단까지 추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사의 제품을 들어본 경험으로 말하면, 정말 골드문트처럼 숱한 연구를 하고, 다양한 모색을 하는 메이커가 또 있을까 싶다. 또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어야만 제품에 도입한다. 그 관심의 영역이 무척 넓고 다양하다. 또 거기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본 세트는 바로 그런 자양분을 바탕으로 멋지게 만들어진 것이다.
MASTERSOUND EVO 300B : 이종학
아마도 3극관 싱글 엔디드 설계의 앰프를 써보고 싶은 분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사실 이 방식은 설계가 단순하고, 신호 경로도 짧아서, 음의 순수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설계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는 하나, 불과 8W 정도의 출력으로 구동할 수 있는 스피커가 전세계에 얼마나 될까? 또 많은 애호가들은 그래도 유명 브랜드의 인기 제품을 쓰고 싶다. 그러나 SET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이런 와중에 이태리에 기반을 둔 마스터사운드는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패러 싱글이라는 방식이다. 즉, 일반적으로 쓰는 푸시풀 방식이 음의 혼탁함이나 노이즈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이 부분을 적극 배제하고 대신 싱글 엔디드를 두 개 도입해서, SET의 장점과 함께 출력상의 이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단, 그냥 패러 싱글이라는 방식 자체로 뛰어난 음질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추어 수준이 설계해도 될 정도로 어렵지 않다. 여기에 진공관 앰프의 제일 중요한 트랜스 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마스터사운드는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한 때는 이런 트랜스를 다양한 메이커에 OEM 해준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앰프만을 위해 트랜스를 만든다.
전원 및 출력 트랜스에 수많은 비밀이 담겨 있는데, 이것은 누가 칼을 들이대서 두 쪽으로 나눈 후 아무리 살펴봐도 알 수가 없게 만들어졌다. 또한 제대로 된 트랜스는 스피커의 구동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오로지 눈에 보이는 15W라는 출력만 갖고 본 기의 실력을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매우 빠르고, 대역이 넓으며, 투명도도 높다. 게다가 빼어난 다이내믹스까지. 마치 잘 만들어진 소출력 하이엔드 TR 앰프를 듣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울림의 깊이나 하모닉스의 아름다움은 역시 진공관, 그 중에서도 3극관이 아니면 도저히 낼 수 없는 경지가 숨겨져 있다. 또 요즘에는 감도가 높은 스피커도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므로, 본 기의 장점을 가감없이 즐길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21세기가 20년 가까이 지난 요즘에도 여전히 300B의 신화는 계속되고, 많은 애호가들의 관심도 지속되고 있다.
|
PASS LABS X600.8 : 이종학
아마도 앰프의 설계에 있어서 음질상 가장 유리한 것이 클래스 A 방식이란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막대한 물량이 투입되어야 하고, 발열이나 기타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출력도 어느 선 이상을 설계하기 힘들다.
그러나 세상에는 대출력을 요구하는 스피커들이 참 많다. 꼭 초대형기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녀석들 중에서도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스피커가 매우 사나워진 것이다. 이를 위해 클래스 AB 방식을 도입해서 대출력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만으로 양질의 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데 사실 여기에 하나의 해결책이 있다. 즉, 일정 부분은 클래스 A로 하고, 그 다음부터는 클래스 AB로 넘어가는 것이다.
X 시리즈의 핵심은, 바로 이런 절묘한 묘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포인트 8로 진화하면서 클래스 A의 양이나 폭을 좀 더 넓혔다. 정확히 어느 부근까지 클래스 A를 유지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대부분의 음성 신호는 다 포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리 열혈남아 오디오파일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터지고, 부수는 음만 들을 리 없기 때문이다. 아주 강력한 출력을 요하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음악을 듣는 데엔 클래스 A의 테두리 안에서 별 무리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게인단의 스테이지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고, 보다 강한 전류를 흘리기 위해 전원부를 알차게 보강하고, 도시바제 MOSFET를 채널당 72개, 총 144개를 투입하면서 이 각각의 바이어스를 정확히 유지하는 등, 거의 항공모함의 설계에 준하는 거함이 바로 본 기다. 가만히 본 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압도적인 위용과 카리스마가 보통 아니다. 만일 이 제품을 집에 들인다면, 세상에 못 울릴 스피커는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
ABSOLARE PASSION INTEGRATED AMP : 이종학
요즘 오디오업계의 특징 중의 하나는, 철저하게 지방색을 강조한 제품들이 포진한 가운데, 국적을 넘어서 일종의 다국적 느낌의 제품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인종이나 국적 불문,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음을 추구하는 메이커들도 꽤 많아졌다는 뜻이다.
앱솔라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신생 브랜드는 여러모로 요즘의 트랜드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 창업자는 터키인이지만, 그 자신은 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을 했다. 또 제품 자체는 문도르프를 중심으로 85%가 독일과 미국산 부품을 채용하고 있다. 기타 연구와 완성을 위해 네덜란드, 미국, 터키 등에 각각 사무실이 있다. 과연 이 브랜드의 국적을 어디로 해야 할까? 메이드 인 U.S.A 마크를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월드 와이드한 리서치와 부품, 설계, 제조 등으로 이뤄진 것이다.
한편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충실하게 앰프의 기본을 따르면서 진공관과 솔리드 스테이트를 골고루 아우르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라 보인다. 또 진공관만 해도 싱글 엔디드와 푸시풀 모두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노하우가 일종의 쇼케이스처럼 총집결된 것이 바로 본 작이다.
본 기는 정확하게 말하면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입력단은 12AU7 두 발을 장착한 진공관 타입이고, 출력단은 TR을 쓰고 있다. 그 결과 8오옴에 150W라는 양호한 출력을 얻고 있으며, 실제로 스피커를 매칭해보면 명시된 출력보다 훨씬 더 구동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8 스텝으로 구성된 정교한 어테뉴에이터 방식의 볼륨단은 리니어리티가 무척 좋으며, 문도르프를 위시한 최고급 부품 회사에서 조달한 특주품들, 최고 소재의 가죽을 동원한 점 등은 과연 명품을 지향하는 회사다운 만듦새다. 특히 가죽은 무려 6가지 컬러 옵션이 있고, 일단 사용하다가 싫증이 나면 후에 교체도 가능하다.
한편 밸런스 단을 특이하게 구성한 것도 재미있다. 입력 트랜스를 통해 게인을 저하시켜서 증폭하고 있는데, 그것은 왕왕 밸런스단의 음이 커지면서 빅 마우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본 기의 밸런스단은 RCA단에 비해 음량이 좀 적다. 통상의 앰프와는 정반대의 접근법인데, 이 부분은 빼어난 음질로 멋지게 보상되고 있다.
일체 꾀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제대로 하이브리드 방식을 구현한 점도 높이 사고 싶지만, 그 음을 들어보면 왜 이 브랜드가 현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이런 방식의 제품이 워낙 귀하기 때문에, 이번 선정에 포함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
Constellation Virgo III & Centaur II Mono : 코난
199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하이엔드 오디오 부문의 역사를 함께 해온 엔지니어들이 총 집합했다. 이미 컨티넘랩스를 만들어 캘리번이라는 전대미문의 턴테이블을 만들어냈던 이들은 하이엔드 앰프 계의 살아있는 전설을 컨스텔레이션이라는 성운 아래 초대했다. 그들은 성좌를 이루며 조화롭고 아름다운 앰프를 만들어냈다. 엔지니어링 총괄은 오디오 알케미의 피터 매드닉이고 이 외에 PS Audio 앰프 설계자 바스콤 킹, 포노앰프의 귀재이자 패러사운드 앰프 설계자로 유명한 존 컬, 메카니컬 디자인에서 일가를 이룬 닐 페이 컴퍼니의 알렉스 라스무센 등이 그 주역이다.
Vigro III 와 Centaur II 모노블럭 앰프는 가장 보수적이며 동시에 진보적이다. 게다가 음질적으로는 트랜지스터를 통해 3극 진공관에 필적하는 중고역의 순도와 강력한 트랜지언트 능력 모두를 융합해냈다. 철저한 좌/우 분리 설계, 라인스테이지 게인 모듈 등 위상 변이에 대한 독자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더불어 진동에 대한 탁월한 대처 및 전원부는 각 분야 백전노장들의 지혜가 듬뿍 담겼다. 특히 출력단 구성은 이 앰프의 음질을 여타 메이커와 철저히 구분시켰다. +,- 신호 증폭에 오직 N타입 FET 출력 트랜지스터만 사용한 것. 더불어 음질적으로 가장 뛰어난 특성을 갖는 싱글엔디드 증폭단을 병렬로 브릿지시켜 8옴 기준 5백와트 대출력을 얻었다. 이로써 음질과 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비비드오디오 G1 Sprit, G2 S2, G3 S2 및 PMC BB5SE 등 여러 스피커에서 컨스텔레이션은 소름 돋을 만큼 풍부한 디테일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살려냈다. 깊은 온도감과 포근한 고순도 입자들은 음악에 눈부신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몇 년간 테스트했던 앰프 중 가격을 막론하고 가장 ‘음악적’인 앰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
Boulder 3010 & 3060 : 코난
다시 돌아온 볼더는 그 고집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음질을 들려줄 것이라고 기대하면 큰 코 다친다. 하지만 그들은 변치 않는 기질과 완벽주의적 성격 아래 성큼성큼 음질적 진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은 거대하고 아름다우며 탱크처럼 육중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모두 공히 철저한 분리주의를 고수한다. 단 한 톨의 음악신호에도 관용이 없는 철두철미한 앰프다. 프리앰프는 좌/우 채널을 분리하는 것을 넘어 컨트롤 센터까지 분리했다. 전용 전원부 분리는 당연하다. 파워앰프는 2백 KG 의 거함. 48개의 커패시터와 채널당 60개에 이르는 트랜지스터, 변치 않은 A클래스 증폭의 이상을 절대 배반하지 않았다.
볼더 앰프는 여전히 과거 마크 레빈슨과 크렐 등 초유의 제조사가 숨 막히는 임팩트와 열기로 폭주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러나 기하학적 패턴으로 설계된 하얀 석고상 같은 섀시는 놀라울 만큼 정숙하며 동시에 압도적인 음질을 품었다. 볼더 3010과 3060으로 드라이빙하는 윌슨 Alexx 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은 듯 육중한 펀치력과 확장된 다이내믹스 낙폭을 뽐냈다.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음악정보의 파도와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드는 홀로그래픽 음장 구현 능력은 대단히 위력적이다.
|
Dan D’Agostino Momentum M400 : 코난
댄 다고스티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곤 했던 ‘크렐’이라는 단어는 이제 완전히 지워도 될 것 같다. 그가 떠난 크렐과 달리 댄 다고스티노는 역경을 딛고 일어나 초유의 아날로그 앰프를 만들어냈다. 극악무도한 임피던스 낙폭을 그리던 정전형이나 일부 저능률 밀폐형의 낮은 저역을 뿌리째 뒤흔들던 크렐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것은 단지 파워가 아니라 음악적인 울림에 대한 화답으로 이어졌다.
기존 모멘텀에서 여러 부분 매스를 들이댄 결과는 상당한 성능 향상을 만들어냈다. 내부 전원 트랜스포머는 케이스 용적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그 용량은 1,800VA에 이른다. 정전용량은 20% 상승했다. 이는 모두 출력단 증설을 위한 조치였고 M400엔 구형 버전에 비해 1.5배 많은 32개 트랜지스터 다발이 도열했다.
스위스 시계를 연상시키는 예술적 전면 레벨 메커와 구리를 절삭해 만든 히트싱크는 기능은 물론 심미적 만족감까지 선사하고 있다. 8옴 기준 4백와트 출력을 가진 M400은 저역 트랜지언트 응답 특성에서 단점을 보였던 전작을 훌쩍 뛰어넘었다. B&W 800D3를 전대역에 걸쳐 또렷한 해상도와 빛나는 텍스쳐로 휘감았다. 모멘텀 M400은 우리 시대 레전드인 댄의 마지막 불꽃인 듯 음악적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다.
|
SimAudio 888M : 코난
이미 꽉 차올라 흘러넘치던 기술적 자양분. 그러나 심오디오는 겸손했다. 정직한 엔지니어링과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을 통해 대중적 저변확대를 꾀하면 여기까지 왔다. 결국 YG 어쿠스틱스, 매지코 등 새로운 초하이엔드 스피커의 물결 속에서 심오디오의 잠재력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CES 등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심오디오가 락포트나 YG 어쿠스틱스와 어울리는 것은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37년간 심오디오 역사 속에서 축적된 설계 기술과 음악 재생에 대한 이데아는 888이라는 넘버 위에 강력하게 새겨져있다. 전원 트랜스포머는 350,000μF에 이르는 대규모며 출력 트랜지스터는 32개에 달한다. 8옴 기준 888와트 출력수치는 결정적으로 앰프의 모델명이 되었다. 더불어 4옴에서 1776와트, 2옴에서 3550와트라는 선형적인 대출력은 놀랍다는 말밖에.
888은 단지 청감상 사운드 외에 측정수치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성능을 방증한다. 참고로 1kHz, 풀 파워에서 0.04% 에 불과한 THD, 0.0006% 라는 극도로 낮은 IMD 수치. 풀 파워에서 120dB를 넘어서는 SN비는 이 앰프의 정체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여러 뛰어난 앰프들이 있으나 오디오적 쾌감이라는 면에서 888은 전율 그 자체다.
|
Bel Canto ASC1 & MPS1 : 코난
여러 하이엔드 메이커가 여전히 아날로그 증폭으로 일관하고 있는 틈을 타 기존 브랜드 중 몇몇 메이커들은 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제프 롤랜드에서부터 드비알레의 커다란 반향은 새로운 미래를 더욱 앞당겼고 벨칸토는 비옥한 토양 위에 새로운 씨를 뿌렸다. 1991년 존 스트론쳐에 의해 설립된 벨칸토는 30여년의 시간에 걸친 연구와 실험 끝에 미래의 앰프를 선보이고 있다.
그 방식은 디지털과 증폭에 관한 고전적 담론을 일시에 해갈하고 있다. 비동기 시스템 컨트롤러 ASC 는 32/64비트 DSP 로 작동하며 입력 신호는 35펨토초 이하 지터를 보장하는 초고정밀 ULN클럭 하에 작동한다. 디지털 신호는 물론 아날로그 신호에 모두 대응하며 한번 입력된 신호는 모두 디지털 도메인에서 파워앰프 종단까지 디지털 전송한다. 파워앰프 MPS1의 입력단에 ST 광입력이 존재하는 이유다.
ASC1과 MPS1는 진정한 하이엔드 앰프의 미래다. 하이펙스와의 긴밀한 협력하에 개발한 특주 D클래스 모듈을 중심으로 2옴에서 1200와트라는 선형적인 출력은 놀랍지도 않다. 벨칸토는 기존 아날로그 앰프들이 그렇게 힘들게 도달하려했던 디스토션과 크로스토크 등 거의 모든 이상적 수치를 너무나 쉽게 이루어냈다.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 플랫폼이 음악 소비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요즘, 벨칸토는 그 어떤 앰프로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구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