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지난해 5월 뮌헨오디오쇼를 돌이켜보면 4개 브랜드, 5개 기종의 스피커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호화롭게 투입한 아큐톤 유닛에서 스위트하고 부드러운 재생음이 흘러나온 스웨덴 마르텐의 ‘Coltrane Tenor 2(콜트레인 테너 2)’, 아이소배릭 유닛의 저역 재생품질에 정말 감탄했던 영국 윌슨베네시의 ‘Resolution(레졸루션)’, 섬세한 분해능과 듬직한 구동이 일품이었던 미국 락포트의 ‘Lyra(라이라)’가 우선 3기종이다.

다른 2기종은 이 해 뮌헨에서 첫 선을 보인 ‘La Assoluta(라 아솔루타)’와 진작에 몇차례 청음을 해봤던 ‘Piano G2(피아노 G2)’였다. 모두 독일 타이달(Tidal)사의 스피커였다. ’La Assoluta’는 트위터를 가운데에 두고 6개 유닛이 가상동축 스타일로 위아래에 포진한 대형기였는데, 무엇보다 트위터(1캐럿)와 5인치 미드레인지 유닛(13캐럿)의 진동판이 퓨어 다이아몬드라 깜짝 놀랐다. 즉, 한 쪽 스피커에만 총 27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진동판 재질로 투입된 것이다. 타이달의 ‘Camira’ DAC과 모노블럭 파워앰프 ‘Ferios’에 물린 10억짜리 이 스피커는 잡티 하나 없는 순결한 사운드에 뱃전을 가격하는 강력한 저역을 선사했다.

이에 비한다면 ‘Piano G2’는 순박할 정도의 평범한 외모를 갖춘 2.5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하지만 현존 최고의 R2R 멀티비트 래더DAC이라 할 MSB의 ‘Reference DAC’과 모노블럭 파워앰프 ‘M204’에 물린 ‘Piano G2’에서는 거의 하이엔드 스피커의 표준이라 불러도 좋을 압도적인 사운드가 터져나왔다. 대역대를 가리지 않는 극강의 해상력, 탁 트인 사운드스테이지, 무서우리만치 광폭한 다이내믹 레인지 등등. 1.2인치 아큐톤 트위터, 7인치 아큐톤 미드우퍼 2발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날까 싶었다.

귀가 호강했던 뮌헨의 사운드를 최근 다시 만끽할 기회가 있었다. ‘Piano G2’의 전격적인 업그레이드 버전 ‘Piano G2 Diacera(다이아세라)를 타이달의 국내 수입사 시청실에서 집중 청음한 것. 미국 브리카스티의 DAC 겸 프리앰프 ‘M12’와 모노블럭 파워앰프 ‘M28’에 물렸는데, 시청하는 내내 메모하는 손이 너무 바빴다. ‘투명함, 선명함, 청명함, 현장감, 다이내믹스, 스피드’. 기존 ‘Piano G2’에서 감명했던 해상력과 사운드스테이지, 다이내믹 레인지를 바탕으로 주로 음의 윤곽이나 촉감과 관련한 만족도가 크게 늘어났다. 몇차례 같은 공간에서 같은 DAC과 앰프로 ‘Piano G2’를 들어봤던 터라 그 차이는 쉽게 드러났다.

과연 ‘Piano G2 Diacera’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이런 스피커를, 그것도 필자를 포함해 웬만한 사람은 접근이 쉽지 않은 가격대의 스피커를 연이어 내놓는 이 타이달은 도대체 어떤 제작사일까.

"타이달과 코스트 노 오브젝트(Cost No Object)"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인 타이달과 철자까지 똑같아 헷갈리지만, 타이달은 초정밀 금속산업에서 종사하던 엔지니어 외른 얀크젝(Jorn Janczak)이 1999년 독일 쾰른 외곽의 후르트(Hurth)에 설립한 오디오 제작사다. 사명은 외른 얀크젝이 좋아한 여성가수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1996년 데뷔앨범 ‘Tidal’에서 따왔다.

외른 얀크젝은 타이달의 목표를 처음부터 ‘울트라 하이엔드’로 잡았다. 그가 타이달의 스피커를 ‘포르쉐 911’에 자주 비유하는 것도 마스터피스 수준의 명품 스피커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오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타이달 스피커에 투입된 유닛과 인클로저, 네트워크 부품과 배선재, 바인딩 포스트, 받침대 등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코스트 노 오브젝트(Cost No Object)의 세계임을 순식간에 깨닫게 된다.

필자가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인클로저에 들인 엄청난 물량과 시간 투입,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만듦새다. 겉보기에는 그저 ‘피아노 글로스 라커’ 마감이지만, 인클로저 재질 자체가 ‘티라두르(Tiradur)’라는 고강성 복합소재다. 타이달에 따르면 티라두르는 1) 알루미늄 같은 메탈 수준의 고강도와 2) 목재나 MDF 같은 소프트 재질의 공진흡수력을 동시에 갖췄다. ‘Piano G2 Diacera’의 한쪽 무게가 65kg이나 나가는 첫번째 이유다.

피아노 마감 공정은 더 놀랍다. 무려 25kg의 폴리에스터 피아노 라커를 티라두르 표면에 바른 후 두께가 3mm에 달할 때까지 수개월에 걸쳐 일일이 수작업으로 문질러 광택을 낸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외제차가 국산차와 결정적으로 차이 나는 것이 바로 ‘도장 품질’이라고 보는데 이는 스피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영구사용을 위한 변색 방지와 음질열화를 막기 위한 제습을 위해서다.

그런데 인클로저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 유닛 후면에서 방사되는 음파가 다른 유닛에 끼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유닛은 각자 격실에 수납됐고, 인클로저의 진동과 공진 방지를 위해 내부는 거의 건물 수준으로 브레이싱 처리됐다. 타이달 홈페이지에 공개된 ‘Agoria‘ 모델의 내부 구조를 보면 그 복잡함과 꼼꼼함, 시각적 견고함에 순간 아찔할 정도다. 타이달에서는 이 구조를 ‘티랄리트(Tiralit)’라고 부르고 있다.

크로스오버 회로가 장착되는 네트워크 기판도 ‘묻지마’ 수준. 네트워크 품질이 스피커 전체 음질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덴마크 듀어런트(Duelund)의 특주 순동 포일 커패시터를 비롯해, 메탈필름 저항, 실버카본 저항, 순은 공심코일 등 호화부품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멀티레이어 기판 자체도 타이달에서 직접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 무게는 무려 13kg. 게다가 마이크로포닉 노이즈 유입 방지와 제습을 위해 이 기판이 스피커 내부에서 또한번 격실처리되니 정말 할 말 다했다.

바인딩 포스트와 내부배선재, 아이솔레이션 베이스도 예외는 아니다. 스피커케이블 단자와 직접 맞닿는 터미널은 전도율이 높은 순은 재질이며, 이 터미널을 전자기장 간섭을 막기 위해 특수 강화처리된 폴리머 커넥터가 감싸고 있다. 내부 선재는 모두 극저온 처리를 통한 분자 재배열로 임피던스값을 크게 낮춘 순은선. 아이솔레이션 베이스의 경우 절삭가공한 스테인레스 스틸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광택을 냈다. 겉만 번지르한 크롬이 아닌 것이다.

스피커의 핵심이라 할 드라이버 유닛은 타이달 스피커 제작 마인드의 화룡점정. 타이달은 기본적으로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우퍼 모두 특주한 독일 아큐톤(Accouton)사의 유닛을 쓰는데 상위 기종과 업그레이드 모델에는 진동판 재질로 세라믹 대신 다이아몬드를 투입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를 새털처럼 가볍고 얇게 만든다면 진동판 재질로서는 적수가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트위터에는 1캐럿(0.2g) 다이아몬드, 미드레인지 유닛에는 13캐럿 다이아몬드를 쓴다. 타이달의 현행 라인업 중에서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쓴 모델은 플래그십 ‘La Assoluta(라 아솔루타)’와 ‘Akira(아키라)’, 그리고 바로 이번 시청기인 ‘Piano G2 Diacera’ 뿐이다.

"‘Piano G2 Diacera’, 1캐럿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만나다"

이제 ‘Piano G2 Diacera’를 본격 탐구해보자. 오리지널 ‘Piano’는 1999년 타이달의 ‘엔트리’ 모델로 탄생했으며, 2016년에 블랙 코팅한 아큐톤 세라믹(BCC. Black Coated Ceramic) 미드베이스 유닛을 채용하면서 ‘Piano G2’로 변모했다. BCC 유닛을 채택한 것은 심미적인 이유와 함께 세라믹 유닛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1.2인치(30mm) 트위터 진동판 재질로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쓰면서 ‘Piano G2 Diacera’로 다시 한번 도약했다. 내부 브레이싱 구조도 다시 손을 봤다.

‘Piano G2 Diacera’는 기본적으로 1.2인치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TAD-30)와 7인치 BCC 미드베이스 콘 유닛(TAC-170MW) 2발을 쓴 2.5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인클로저 재질은 피아노 라커 마감의 티라두르이며 포트는 후면 위아래에 큼지막하게 2개가 마련됐다. 폴리머 재질의 바인딩 포스트는 싱글 와이어링만 가능하다. 또한 옆에서 볼 때 인클로저 자체를 뒤로 약간 경사지게 설계, 유닛간 위상과 타임 얼라인먼트에도 대비한 모습이다.

의외인 것은 공칭 임피던스가 4옴, F3 포인트(-3dB 응답특성을 보일 때까지의 저역 하한점)가 35Hz라는 것말고는 ‘Piano G2 Diacera’의 감도와 고역 상한, 크로스오버 주파수 등 구체적인 스펙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 다만 30W 이상의 앰프면 충분히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고, 임피던스가 어떤 경우에도 4옴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참고로 오리지널 ‘Piano’ 때는 감도가 88dB, 권장 앰프 출력이 50W 이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후면 바인딩 포스트 패널에 있는 순동 점퍼 바(bar) 연결을 통해 시청환경에 맞춰 스피커의 크로스오버 방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 이는 ‘Piano G2’ 때도 있던 기능인데, 점퍼 바를 제거하면 아래쪽 미드베이스 유닛을 바이패스, 그야말로 진짜 2웨이 2유닛이 된다. 작은 방에서 쓰면 좋을 것이다. 그러다 점퍼 바를 사용하면 3유닛을 모두 사용하는 2.5웨이 구성이 된다. 즉, 위쪽 미드베이스 유닛이 중저역대를 풀 커버하고, 아래쪽 미드베이스 유닛은 저역대만 커버하게 된다.

2.5웨이 때도 2가지 선택지가 더 있다. 저역대를 좀더 강화시키고 싶다면 점퍼 바를 왼쪽 ‘Gain(게인)’ 포스트에, 그렇지 않다면 점퍼 바를 오른쪽 ‘Linear(리니어)’ 포스트에 연결하면 된다. 언뜻 보기에 바이와이어링을 위한 것처럼 포스트가 4개나 달린 진짜 이유였던 것이다. 스피커케이블 연결에는 위에 달린 2개 포스트만 사용한다. 또한 시청환경이 데드(dead) 혹은 라이브(live)인지에 따라 토글 스위치로 트위터 커브도 조절할 수 있다. 토글 스위치를 ‘Gain’으로 올리면 트위터 음압이 2dB 증가한다. 진정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디테일이다.

이밖에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블랙 세라믹 미드베이스 유닛 모두 공진 제거를 위해 육중한 고광택 스테인레스 스틸 하우징으로 감쌌다. 미드베이스 유닛 2발은 모두 롱 익스커션 모터 시스템을 채택했고, 동일한 내부용적의 챔버에 각각 수납됐다. 물론 후면 음파의 간섭으로 인한 음질 열화를 막기 위해서다. 무게 13kg의 네트워크 기판이 격실에 담긴 것은 상위 타이달 모델들과 동일하다. 스피커 높이는 116cm, 가로면은 24.5cm, 안길이는 36.5cm를 보인다. 무게는 65kg.

"시청"

시청에는 브리카스티의 ‘M12’ DAC 겸 프리앰프와 ‘M28’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동원, 주로 나스(NAS)에 담긴 음원을 들었다. 풀 밸런스 설계의 ‘M28’은 8옴에서 200W, 4옴과 2옴에서 400W를 낸다.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은 모두 일본 블랙캣 제품을 썼다.

Norah Jones - Those Sweet Words

Feels Like Home

보컬과 반주악기의 앞뒤 거리감, 퍼커션의 탄력감이 대단하다. 역시 타이달은 이러한 해상력과 투명함에 관한 한 현존 최고의 스피커다. 기본적으로 음수가 많은 스피커인데도 일체의 혼탁함 없이 선명하게 서로 선을 그어주며 부드럽게 음들을 쏟아내는 모습이 멋지다. 자기주장이나 착색이 없지만, 그렇다고 냉랭하거나 괜스레 온기를 섞는 스타일도 절대 아니다. 한마디로 중립적인 것이다. 사운드스테이지는 깊이감이 돋보이며 이미지는 색번짐 없이 선명하다. 몸도 풀리기 전일 텐데 첫 곡부터 스피커가 사라진다. 피아노 음은 정말 ‘Piano’ 스피커 답다.

Allan Holdsworth - Zone

All Night Wrong

지금은 절판된 스테레오사운드의 ‘레퍼런스 레코드-Jazz & Vocal’ CD에도 실렸던 트랙인데, 퍼커션 소리가 좌우로 왔다갔다 움직이는 모습부터가 압권이다. 스피커 유닛이 아니라, 그냥 실물 퍼커션을 현장에서 듣는 듯. 퍼커션의 갯수가 하나 둘 셋 세어질 정도로 무대의 공간감도 상당하다. 심볼즈에서는 금속성 광채가 그것도 낭창낭창하게 뿜어져 나온다. 고역은 상큼하게 잘 뻗고 저역의 펀치감과 탄력감은 더할나위 없이 잘 나와주고 있다. 스피드 역시 굼뜨터거나 엇박이 나는 구석이 전혀 없다. 오디오적 쾌감만 놓고 보면 ‘Piano G2 Diacera’로 듣는 이 곡을 넘어설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Eiji Oue - Rachmaninoff Symphonic Dances

Minnesota Orchestra

곡을 틀자마자 숲속에 있는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진다. 시청실에 순간적으로 민트향이 뿌려진 것 같아 저절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다이내믹 레인지에 아쉬움이 없으며, 노이즈 관리가 엄청 잘 된 스피커임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매지코 사운드와 겹치는 부분이 많게 느껴진다. 음들의 윤곽선은 하나같이 선명하다. 음들의 맨살과 맨얼굴을 있는 그대로 맑고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다이내믹스와 트랜지언트가 과연 무엇인지도 제대로 보여준다. 물론 브리카스티의 모노블럭 파워앰프 덕도 크게 봤을 것이다. 관악 파트의 배음과 잔향감은 거의 싱글 3극 진공관 수준. 투명해서 눈이 부시다.

Neeme Jarvi - Saint Saens Danse Macabre

Royal Scottish National Orchestra

식상한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진짜 오케스트라 현장에 온 것 같다’. 홀을 떠다니는 먼지와 객석을 감도는 향수 냄새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들을 마치 바다에 담근 저인망처럼 모조리 훑어 들려준다. 앞쪽 바이올린과 저 뒤쪽 팀파니까지 펼쳐진 무대의 원근감 또한 장난이 아니다. 여린 음에서는 바늘 떨어뜨리는 소리까지 들릴 듯하고, 대음량에서는 그냥 추운 겨울날 축구공에 얼굴을 얻어맞은 듯하다. 그러면서 악기들의 몸통이 만들어내는 배음과 홀이 만들어내는 잔향까지 남김없이 들려준다. 고백컨대, 정말 ’Piano G2 Diacera’의 밑바닥이 우물처럼, 심해처럼 그 끝이 안보인다.

Sachal Vasandani - I Could Have Told You

Eyes Wide Open

보컬 사첼 바산다니의 입의 위치가 느껴진다. 빅마우스도 미니어처도 아닌 상태에서 마이크도 없이 그냥 육성으로 듣는 느낌. 바닥에 깔린 피아노, 멀리 있는 드럼, 어느새 오른쪽 뒤에서 나와 보컬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베이스까지 무대와 악기들이 그야말로 홀로그래픽하게 펼쳐진다. 하긴, 브리카스티 DAC과 타이달이 만났으니 그 옛날 백아와 종자기처럼 서로를 단박에 알아봤을 것이다. 트럼펫은 필자의 고막을 통과해 곧바로 뒤통수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아주 잘 뻗는다. 고역대의 투명함과 청명함, 이게 진정 1.2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위력인가 싶다.

"총평"

좀 엉뚱한 얘기지만, 이 리뷰를 쓰면서 몇몇 제품의 가격을 검색해봤다. 제네시스가 4000만~7000만원, 1캐럿 다이아몬드가 700만원, 듀어런트 코퍼포일 커패시터가 20만~70만원,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2억5000만원. 이는 ‘Piano G2 Diacera’가 제니시스 가격대인데다 트위터 진동판으로 쓴 1캐럿 다이아몬드와 크로스오버 회로에 쓴 듀어런트 커패시터의 시세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스피커가 아닌, 진짜 실물 피아노를 들여다 소리를 들으려면 얼마가 필요한지도 궁금했다.

맞다. ‘Piano G2 Diacera’는 초고가 스피커 중에서 처음으로 필자에게 ‘가성비’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게 한 스피커였다. 물론 경제력이 닿고 오디오 열정이 있는 사람에 국한된 것이지만, ‘Piano G2 Diacera’는 제네시스 가격으로 스타인웨이 피아노 소리를, 그것도 최고 기량의 연주자를 언제든 초청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런 ‘발칙한’ 계산과 상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Piano G2 Diacera’는 유닛부터 네트워크, 인클로저까지 최고급으로 일관했고 그 소리는 그에 걸맞게, 아니 그 이상으로 나왔다.

각 대역대를 망라한 극한의 해상력, 음들의 맨살을 내비치는 투명함, 쏜살같은 스피드와 트랜지언트 능력, 자신의 의도와 욕심을 보태지 않는 엄정한 중립성까지. 사운드는 이미 완성형이다. 간단한 네트워크 조절로 룸 환경에 적극 대응하려는 모습은 마치 수동 기어를 갖춘 포르쉐 911이나 너무나 유저 친화적이었던 벤츠 CL600을 빼닮았다. 15년전 CL600을 타고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던 때가 불현듯 떠오른 까닭이다. ‘Piano G2 Diacera’는 울트라 하이엔드 스피커 엔지니어링의 현주소이자 리얼리즘을 극한까지 밀고간 스피커다.

- 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