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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가 대세이던 때가 있었다. 

십수년전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Black Diamond Racing Cone(BDR Cone)은 뛰어난 성능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당시 수입원의 빌려주기 마케팅이 힘을 얻으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었다. 

같은 모양에 같은 재질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3번 4번 두 종류가 있었으며, 번호에 따라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도 큰 재미였다.  사용하던 기기 밑에 간단히 받치기만 하면 커다란 음질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상당한 놀라움이었다.  막연하게 기기 밑의 바닥 조건에 따라 음질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흥분했다.  이와 더불어 비슷한 받침대 종류들이 성황을 이루게 된다.

Aurios, Symphosium Roller Block 등의 삼점 지지 제품들부터 판넬 형태로 만들어진 Shelf 류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인기 있는 자작 제품들까지 등장했는데 대부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진동을 컨트롤하는 제품의 소재가 기본이 되는 BDR, PolyCrystal, 흑단 받침대 류와 베어링을 사용해 유사 공중부양(?)을 지향하는 Aurios, Symphosium 류로 크게 구분할 수 있었다.

이런 받침대들은 혁신적인 해상도의 개선을 보여주어, 몇몇은 당시로선 상당한 가격이었음에도 오디오 동호회를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받침의 소재와 크기, 받치는 방향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들려 준다는 것이 오디오 하는 재미를 더해 주었고, 사실을 넘어선 디테일의 3차원적 음장 형성 능력은 동호회의 비교 시청회를 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인기 있던 제품간의 성능 비교는 거의 어릴적 마징가제트와 그랜다이저의 대결 만큼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재미를 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수 많은 시행 착오들이 이루어 지면서 액세서리의 사용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들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액세서리들이 늘어날수록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생긴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맑고 인상적인 해상도의 증가 뒤에는 가늘어진 악기들과 귀를 아프게하는 고역의 증가가 숨어 있었고, 3차원적 입체감 뒤에는 미니어쳐로 변한 무대와 왜소해진 중저역의 목마름이 잠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재 적소에 알맞게 사용된 액세서리는 기기의 바꿈질을 넘어서는 만족을 주기도 하고, 금전적으로도 오디오 컴포넌트나 케이블에 비해 부담이 적어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와 아이디어가 적용된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Wave Kinetics는 진동에 대한 정통적 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두가지 액세서리를 개발하였는데 기기 밑에 받치도록 만들어진 “A10-U8”과 스파이크 받침대로 개발된 “2NS” 이다.

Wave Kinetics는 NVS Reference라는 초고가의 호화로운 턴테이블 회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의 NVS Reference는 과거의 유물 같은 턴테이블이 아니라 최신의 소재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던 제품이다. 드물게 초하이엔드 턴테이블에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을 사용한 것은 진동 제어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보여 눈길을 끌었고, 실제로 성공적으로 완성도 높은 소리를 들여주었다.

A10-U8은 보통의 기기 받침과는 좀 다른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3점 지지를 선호하고 가장 안정적인 방식이라고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4점 지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보기와는 달리 개당 무개가 꽤 무겁다. 금속재질의 베이스에 쇠구슬들을 잔뜩 채우고 그 위를 실리콘으로 덮개를 막아 놓은 형태이다. 바닥면에는 얇은 펠트 천을 대어 놓았다. 

2NS도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밑에는 펠트가 대어진 금속베이스와 금속으로 된 스파이크 슈즈는 실리콘 뎀퍼로 분리되어 있고 분해 해보면 실리콘 댐퍼 밑에 나무로된 작은 베이스가 숨겨져 있다.

참 재미있는 구성이고  굉장히 여러가지 배려와 아이디어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Wave Kinetics의 홈페이지를 보면 여타 다른 액세서리들의 홈페이지들과 마찬가지로 Revolutionary, State of art, Greater detail retrieval 등의 수사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정리해보면 A10-U8은 75%정도, 2NS는 80% 정도의 Harmonic Distortion을 줄여 준다는 말이다. 

복잡한 이야기는 빼고 제품을 보고 사용자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 낫겠다.

기본적으로 공진점과 특성이 다른 다양한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금속 소재는 진동을 바로 전달함으로서 해소하고(커플링), 실리콘 소재는 스스로 진동을 억제하고자 하는 특성(디커플링)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특성이 다른 소재들을 이런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처음 보는 것이다. 

A10-U8의 경우는 내부에 쇠구슬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진동의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분산되도록 배려하였다. 실리콘 커버를 가지고 있으니 바닥면이나 기기면에 따른 약간의 편차는 기기 무게로 눌려지는 오차범위 안에 들어오게 되어 4점 지지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이 좀 더 견고하게 설치 할 수 있게 하였다. 

일반적으로는 기기와 바닥면의 닿는 면적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한쪽을 스파이크 형태의 뾰족한 꼭지를 만들어 진동이 전해지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지만 A10-U8은 견고하게 세팅한 상태에서 구조적으로 진동을 해소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흔치 않은 접근방법이다. 바닥면에 펠트를 덧대어 놓은 것은 처음엔 좀 미덥지 않아 보였지만 묵직한 기기를 올려 놓은 경우 케이블 배선등 작업시 움직임이 편리하여 사용시에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2NS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거운 스피커를 스파이크로 세팅할 경우 토인을 조정한다던가 스피커 위치를 다시 잡을 때에 혼자 작업하기에 난처한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2NS를 스파이크 슈즈로 사용한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스피커를 밀기만 하면 부드럽게 밀리면서 원하는 위치에 세팅 할 수 있다.

바닥면이 상하지 않도록 끌고 다니면서 원하는 위치에 세팅을 하기 위해 바닥에 수건을 깔고 그 위에 대리석을 놓은 후 스파이크를 설치한 스피커 세팅을 종종 보게된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바닥에 깔아놓은 수건 한장이 얼마나 소리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수건을 치워보면 바로 알 수 있다.  Wave Kinetics 2NS의 이런 배려는 작은 것 같지만 사용자에게는 상당히 큰 편리함을 준다.

“Wave Kinetics”라 하면 “파형 운동역학”, “파형 반응 속도론”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자신감 있게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Wave Kinetics의 접근 방식이 과연 얼마나 현실성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A10-U8을 CAT 프리앰프 밑에 받쳐 보았다. 일반적으로 받침대류의 액세서리는 트랜스포트와 프리앰프에 사용할 때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유사한 다른 받침대 들에 비해 상당히 견고하게 세팅할 수 있었다. 무거운 케이블에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Caldara의 Cantate, Sonate ed Arie 음반을 걸었다. 이 음반은 지금은 사라진 판델레온이란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멋진 음반이다. 판델레온은 Dulcimer의 일종으로 금속으로 된 현을 얇은 채로 치는 악기인데 맑은 쇳소리 같은 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첫곡인 “Ahi! come quella un tempo citta di popol piena”은 판델레온이 꿈결같이 흘러나오면서 시작한다. 뒤로는 저현악군이 받쳐주어 밸런스를 잡아주고 아리아가 시작되기 전까지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Jurgen Banholzer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판델레온 연주는 맛있는 와인처럼 가끔씩 문득 생각나곤 한다.

게인이 일반적인 클래식 음반에 비해 조금 크게 녹음되었고 밸런스 좋게 아래를 받쳐주는 저현악 반주는 공간을 그득히 채워주는 멋이 있는데 A10-U8을 사용하여 들으니 아랫쪽으로 음상이 선명해 지면서 판델레온의 주변부가 깔끔해지고 입체감이 살아난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것은 아니다. 

A10-U8가 보여준 특별한 다른 모습은 바로 가공되지 않는 음색에 있다. 

입체감이 상승하고 배경이 조용해졌지만 소리가 심하게 가늘어 진다던가 음끝이 반짝거리고 음정이 올라간 것 같은 단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카본 소재 류의 받침대들을 사용하면 고역 끝에 온기가 붙어 현 질감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피아노나 퍼쿠션류는 과하게 단맛이 느껴지는 온기의 착색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에 금속 소재의 베어링이나 스파이크를 사용한 제품들은 음끝이 과하게 선명하며, 윤기와 광채를 내어 악기가 많아지면 씨끄러워 지기도 하고 바이올린의 전체 에너지를 소화하지 못하고 쨍쩅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제일 안 좋은 것은 순간적인 임팩트가 필요한 부분에서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음정이 올라간 듯 들려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A10-U8은 음색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골격이 약해지거나 음끝에 광채를 만들지도 않는다. 

레진으로 만들어진 제품인 PolyCrystal Signature는 3점 지지 받침으로 필자가 가장 오래 사용한 제품이다. 역시 음색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음끝에 광택이 없이 실제감을 더해주는 좋은 액세서리이다. PolyCrystal Signature와 비교하면 A10-U8은 바이올린의 음끝에 질감이 좀 더 느껴지는 소리를 들려준다. PolyCrystal Signature가 음끝을 좀 다듬고 매끄럽게 들리게 해서 유연한 질감을 만들어 낸다면 A10-U8은 좀 더 텍스쳐적인 질감(?)이라 표현할 만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 활의 현이 여러 가닥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더 느껴진다고 하면 과장 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라 보시면 맞다. 또 전체적인 음의 골격을 PolyCrystal에 비해 든든하게 그려낸다.

2NS 스파이크 슈즈도 이런 느낌의 연장선상에 있다. 스파이크 슈즈로는 Q-Damper라는 좋은 제품이 있었는데 장점이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음끝이 달콤하고 높이가 약 5센티 정도 되어 필요이상으로 높이가 높아지는 점이 아쉬웠다. Wave Kinetics의 2NS는 높이가 2센티 정도로 좀 더 사용이 쉽고 극한의 해상력을 끌어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착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액세서리들을 리뷰 한다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다. 스피커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야 하고, 한번 다른 것으로 바꾸어 보려면 대공사를 치러야 하기도 한다. 스파이크 슈즈가 바닥에 밀착력이 좋으면 기대가 되면서도 사고 싶은 마음이 반감되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그런 것이다. 스피커 위치와 토인에 대해서는 조금 민감해지는 필자에게 그런 스파이크 슈즈는 악몽 같은 것이다. Wave Kinetics는 사용자 편의성에서도 합격점을 줄만하다. 

Wave Kinetics의 자신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Source : Emm Labs CDSD SE SACD Transport, Emm Labs DCC2 SE DAC

Preamplifier : CAT Ultimate MK2, Herron VTSP-1A/166

Power Amplifier : Jadis Dufy 7, BAT VK-220

Cables : Cardas Clear RCA Interconnect, Cardas Clear Power cord, Crdas Clear, Nirvana The source analog power cord, JPS Labs Digital ACX power cord, Oyaide EE/F-s Power cord

Accessories : Oyaide 004 IEC & Plug, Shunyata Hydra 8, Richard Gray’s Power Company 440CE

 

Bach – Goldberg Variation – Grigory Sokolov [Melodiya]

Antonio Caldara – Cantate, Sonate ed Arie – La Gioia Armonica [Ramee] 

Ray Brown & Laurindo Almeida – Moonlight Serenade [JETON]

Mozart – Requiem – Teodor Currentis(지휘)/Music Aererna & The New Siberian Singers [Alpha]

Bach / Vivaldi – 두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 Nathan Milstein/Erica Morini(Violin) [EMI]

Chopin – Piano Concerto No. 1& 2 – Krystian Zimerman(Piano,지휘)/Polish Festival Orchestra [Deutsche Grammop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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