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욱의 오디오 노트
진공관 헤드폰 앰프에 대한 고찰

• 작성자 : 여진욱   • 등록일 : 2017년 2월 1일 수요일  • 조회수 : 2,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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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은 1904년에 2극 다이오드관, 1907년에 3극관이 처음 등장한 이래로 말 그대로 세기를 뛰어넘는 역사를 가진 살아있는 화석이다. 진공관을 대체하는 실리콘 증폭 소자인 트랜지스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현대엔 거의 사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특수 분야에서는 여전히 진공관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다름 아닌 오디오 분야이다. 오디오는 성능, 즉 음질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선호되지 않는 취미의 영역이다. 아날로그 LP 레코드가 최근에 다시 붐을 일으키며 여전히 살아있듯이, 진공관 역시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하게 새로운 관과 앰프가 개발되고 있다. 진공관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느낌은 음질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다.


이쯤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가 다름 아닌 진공관을 사용한 헤드폰 앰프가 아닐까 한다. 헤드폰 앰프는 스피커 앰프로 치면 액티브 프리앰프 수준의 저출력을 다루는 소신호 증폭 앰프이다. 그래서 스피커 앰프로서는 프리앰프에나 겨우 쓸법한 저출력 초단관이 헤드폰 앰프에선 당당하게 메인 증폭관으로 쓰이는 재미난 현상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진공관 헤드폰 앰프는 과연 스피커용 진공관 앰프 대비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스피커 시스템에서 통용되던 지식을 토대로 한 것 이상의 발전적인 토론이 없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공관 헤드폰 앰프의 특징을 다이나믹 헤드폰과 정전형 헤드폰의 입장에서 각각 가볍게 고찰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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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헤드폰을 위한 진공관 헤드폰 앰프”



일반적인 다이나믹 헤드폰을 구동하기 위한 진공관 헤드폰 앰프는 앞서 언급한 대로 스피커용 프리앰프와 구조가 거의 유사하다. 헤드폰은 스피커에 비하면 1W 미만의 매우 작은 출력으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다. 그래서 스피커용 파워앰프 수준의 대출력 진공관 앰프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 물론 스피커용 파워앰프의 설계를 그대로 헤드폰용으로 옮기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 십중팔구 노이즈나 왜율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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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용 진공관 앰프는 10W만 넘어도 꽤 대출력으로 친다. 클래스 A 설계의 진공관 앰프는 10W 이하의 저출력인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헤드폰용 진공관 앰프는 클래스 A로 설계해도 출력이 충분히 넉넉하다. 오히려 어지간한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출력이 높은 경우도 있다. 6CG7 같은 저출력 초단관 정도만을 사용해도 헤드폰 앰프로서는 충분히 넉넉한 출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넉넉한 출력이 오히려 문제이다. 원래 진공관 앰프의 매력은 부족한 출력 때문에 발생하는 하모닉스 왜곡 특성이 트랜지스터 앰프에서 출력 부족으로 클리핑이 발생할 때보다 듣기 좋기 때문으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헤드폰의 입장에서는 진공관 앰프로도 출력이 부족할 일이 없다. 그래서 진공관을 사용했음에도 하모닉스 왜곡이 1% 이하로 억제되어 왜율 특성이 매우 좋은 앰프가 되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어지간히 감도가 낮아서 대출력을 요구하는 헤드폰이 아닌 이상은 진공관 앰프 고유의 매력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얼핏 들어서는 트랜지스터 앰프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굳이 진공관 앰프스러운 느낌을 헤드폰으로 즐기고자 한다면 일부러 OTL/OCL 앰프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진공관에 의한 차이가 아닌 출력 트랜스나 커패시터가 없음에서 오는 차이이다.


OTL/OCL 진공관 앰프는 진공관 그 자체의 매력을 즐기는 방식이라고는 아무래도 말하기 어렵다. 출력 임피던스를 높여서 사운드의 다름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트랜지스터 앰프 중에서도 바쿤과 같은 전류 구동형 앰프라는 대안이 있다. 심지어는 일반적인 전압 구동형 앰프 중에도 하이 임피던스 출력 단자를 갖추어 전류 구동형 앰프에 가까운 느낌을 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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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형 헤드폰을 위한 진공관 앰프”



현재 정전형 헤드폰을 주력으로 삼는 메이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의 스탁스를 들 수 있다. 스탁스는 오래전부터 정전형 헤드폰을 위한 진공관 앰프를 선보여 왔다. 역대 스탁스 순정 앰프 중 가장 고가인 SRM-T2 역시 진공관 앰프이다. 스탁스 이외의 서드파티 업체들이 선보이는 정전형 헤드폰용 진공관 앰프들이 그 SRM-T2의 설계에 기반을 두고 있기도 하다.


정전형 헤드폰의 매력은 역시 특유의 높은 고음 한계 및 그로부터 얻는 빠른 반응성이다. 이를 진공관의 부드러운 느낌이 완화시켜 준다거나 하는 이유로 정전형 헤드폰용 진공관 앰프는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


현재 스탁스의 플래그십 진공관 앰프인 SRM-007tII의 스펙상 고음 대역폭은 100kHz에 이른다. 이는 사람의 가청 주파수 한계로 일컬어지는 20kHz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수치이다. 그래서 진공관 앰프를 매칭한다 한들 정전형 헤드폰의 높은 고음 한계와 빠른 반응성은 별 차이가 없다. 스탁스 순정 앰프뿐 아니라 여타 서드파티 앰프들도 정전형 헤드폰의 특성을 잘 살리기 위해 초고음 대역폭을 넓히는 튜닝을 주로 취하고 있다.


더군다나 정전형 헤드폰의 임피던스는 100,000Ω 이상으로 매우 높다. 그래서 스탁스 진공관 앰프들이 출력 트랜스가 없는 OTL 설계를 취함에도 앰프 측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가 헤드폰 측의 훨씬 더 높은 임피던스에 의해 상쇄되어 버린다. 다이나믹 헤드폰을 사용할 때보다 진공관에 의한 차이가 더욱 적을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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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적 만족를 뛰어넘는 심리적 만족”



결국 헤드파이 시스템에서는 스피커 시스템에 비해서는 진공관만의 특별함을 사운드에서 찾기는 생각보다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노이즈와 왜율 문제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든 진공관 앰프라면 사실 스피커 앰프 간의 비교에서도 트랜지스터 앰프와 진공관 앰프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진공관 자체는 낡은 기술이지만 그 진공관을 활용한 앰프 설계와 앰프를 구성하는 주변 부품들의 수준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공관 앰프 고유의 사운드는 진공관 자체가 가진 좁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높은 왜율에 의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공관 앰프이기에 취하는 설계로부터 비롯되기도 한다. 부드러운 사운드를 연출하기 위해 고음 롤오프를 일부러 낮게 잡는다던가, 진공관 자체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를 그대로 살려 매칭 차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OTL/OCL 설계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앞서는 진공관 외적인 요소에 의한 사운드 차이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개인적 견해를 밝힌 바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요소들도 엄연히 진공관 앰프를 즐기는 데 중요한 소재들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음악은 단순히 귀로 즐기는 취미가 아니다. 눈으로 하드웨어를 보며 느끼는 감각과 시스템 전체가 풍기는 감성적인 분위기에도 내가 음악을 듣는 느낌이 달라지는 공감각적인 취미가 바로 오디오이다. 진공관을 사용하는 그 자체만으로 한층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라는 느낌을 받는다면 어쩌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진공관 자체가 주는 시각적 분위기, 진공관이 작동하며 필라멘트가 내는 오묘한 빛과 훈훈한 열은 트랜지스터 앰프가 결코 대체하지 못할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테크니컬라이터 여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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