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과 손실,
오디오기기 측정방법의 모순
오디오의 리뷰는 매우 추상적입니다. 어떤 절대적, 상대적 수치로 오디오 음질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 보컬의 음색을 수치화할 수 없고, 바이올린 연주자의 연주실력을 숫자로 점수를 매길 수 없듯이, 오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음질을 데이터화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귀로 듣고 오디오 기기의 음질을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일부 오디오 기기 리뷰나 각종 음향기기 리뷰에서 각종 측정기를 통한 분석자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스테레오파일 등이나 국내의 모바일 기기 리뷰에서도 측정장비를 통한 각종 그래프를 동원해 기기의 특성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아래의 그림처럼 그래프 파형을 보여주며 음향기기를 평가합니다.
그림 1. 주파수 대역 측정그래프
위의 그래프는 어떤 오디오 기기의 주파수 특성을 분석한 그래프입니다. 주로 측정치는 저렇게 선형 그래프로 표현되며, 주파수 대역별로 내어주는 소리의 크기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그래프에서 우린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단지 주파수 대역과 대역 밸런스 정도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디오 측정치는 정현파(Sine wave, 正弦波)를 이용해 소리의 크기(게인)만을 측정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20 ~ 20,000 Hz의 핑크 노이즈를 이용하여 대역별 소리 크기를 측정하고, 1 kHz의 정현파를 넣어 발생하는 고조파로 T.H.D를 측정합니다. 이는 마치 피자의 크기와 두께 만으로 그 피자를 평가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정작 중요한 맛은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즉, 그 안에 담기는 내용물(음질)은 알 길이 없고 단지 경계선의 형태만 논하는 것입니다.
피자가 2개 있습니다. 두 피자 중에 어느게 더 맛있을까요? 먹어보기 전에는 모를 것입니다. 사진 상으로는 오른쪽 피자가 더 맛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저 피자 두개를 단지 외관과 사이즈, 두께, 원형의 정도 등으로 평가를 하여 오른쪽이 더 좋은 피자라고 평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일 오른쪽은 냉동피자이고 왼쪽이 천연재료를 써서 화덕에 구워낸 피자라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측정 방법은 저 피자가 수제피자인지, 냉동피자인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면 올라간 토핑 재료의 신선도, 치즈의 등급, 요리의 방법, 맛 등을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목소리의 크기 만으로 가수의 노래실력을 평가할 수 없듯이, 단지 소리의 크기만으로 따지는 측정방식으로는 오디오의 음질은 평가될 수 없습니다. 가장 범용적으로 쓰이는 측정방식이지만, 이러한 측정방식으로 오디오의 성능은 왜곡되고 잘못 평가되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오류로 T.H.D 그래프가 진공관앰프를 왜곡 덩어리로 만들어 버리고, SN비 그래프 만으로 LP가 평가절하되어 버렸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앰프의 주파수 특성을 측정한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a는 주파수 대역이 일정하지 못하고 피크와 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측정기준으로는 별로 좋지 못한 주파수 특성 그래프입니다. 그에 비해 b는 전 대역이 평탄하게 고른 소위 Flat Response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저 그래프만으로 a와 b가 평가되는 것은 잘못될 수 있습니다. 내어주는 음질은 a가 더 월등히 좋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그래프에서의 문제는 음향기기가 저런 그래프 파형을 만들어낸 과정(회로의 구성, 원음의 손실과 왜곡)이 모두 생략되고 무시되는 것입니다. b가 저런 주파수 대역을 만들어내는 과정(내부)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a는 원음을 최대한 살려내는 증폭을 하고, b는 저런 주파수대역을 만들기 위해 과도한 NFB(Negative Feedback)로 원음을 손상시키고 High pass Filter, Low pass Filter를 사용하여 주파수 대역별로 다른 음색과 해상도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저 그래프 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디오는 음악을 재생, 증폭하는 기기입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측정시 사용되는 정현파(Sine wave)가 아니라, 매우 복잡한 파형이 섞여있는 복합파(Complex wave)입니다. 그 음악 안에는 다양한 음량의 음과 배음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펙트럼 분석기를 통해 복합파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이 그나마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위의 그래프는 복합파(Complex wave)를 측정하는 스펙트럼 아날라이져로 측정한 샘플입니다. 만일 스펙트럼 아날라이져로 측정을 해봤더니 저런식으로 차이가 난다면, a가 정보의 손실이 더 적어 원음에 가까운 음질을 내어주는 앰프일 것입니다. 음향기기에서 중요한 것은 해상력(정보량) 입니다. TV의 HD, UHD 해상도를 구분하듯이 오디오도 그런식의 내부 정보량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16bit/44.1kHz나 24bit/96kHz 등의 디지털 포맷 수치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림 2. LP와 CD 진폭 측정
위의 측정치를 보겠습니다. 좌측이 LP이며, 우측이 CD입니다. 위의 진폭만으로 어느 것이 더 좋은 음질을 내주고 있는 것인지 저 데이터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세하게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거의 같아 보입니다.
그림 3. LP와 CD의 주파수 특성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 역시 좌측이 LP이며 우측이 CD입니다. 특정 부분에서의 음의 스펙트럼 그래프입니다. 저것으로 LP쪽이 고음이 더 많이 나오고 CD는 10,000Hz 이하에서 완만하게 주파수 게인이 줄어든다는 것과 LP쪽이 좀 더 조밀한 그래프 파형이 나오고 있다 정도만 파악이 가능합니다. 저 그래프를 보고 어느쪽이 더 좋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림 4. LP vs CD 스펙트럼 그래프 - I
음악은 복합파이므로 스펙트럼 애날라이저를 통해 들여다 봅니다. 음의 내부를 보는 것입니다. 오른쪽 CD의 스펙트럼이 좀 더 연하게 나타납니다. 이 정도면 LP쪽이 더 많은 음의 정보를 갖고 있거나 고음역대에서 노이즈가 더 많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림 5. LP vs CD 스펙트럼 그래프 - II
위의 대역별 게인을 색으로 구분한 스펙트럼 데이터로 이제 음의 내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정도면 음의 내부(음질)이 어느정도 파악이 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위의 선형 그래프로는 별 차이 없던 그래프 패턴이 각 대역별 색으로 구분되는 스펙트럼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렇게 다른 스펙트럼 데이터도 일반적인 소리의 크기로만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LP(아날로그)쪽이 훨씬 더 많은 정보량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됩니다. 특히 7,000 Hz 이상 대역에서 CD는 배음 영역대의 정보가 많이 사라져버린 것이 확인됩니다. CD의 특성일 수도 있고 아날로그 녹음을 리마스터링하면서 저렇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보량, 배음, 잔향, 앰비언스 등의 중요한 음악적 요소들이 그래프 상으로 나타나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저 스펙트럼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정보도 극히 제한적일 것입니다. 측정방법의 설명을 위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비교 데이터를 뽑아본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등급의 기기나 케이블 등의 측정을 위해서는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 그래프 만으로 음질적 특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귀로 들리는 소리의 차이를 저 그래프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귀로 확인되는 분명한 사실은 LP쪽이 훨씬 더 실연에 가깝게 자연스럽고 풍부한 하모닉스를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동영상으로 확인하여 보겠습니다.
LP vs CD 음질비교 동영상
눈으로 보이는 스펙트럼으로는 정말 많은 차이가 나지만, 아마 PC 스피커로 들으면 (눈에 보이는 데이터에 비해) 음질적 차이가 크게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PC 스피커로도 두 매체의 음질 차이는 분명히 느껴질 것입니다. 아무리 안좋은 오디오라도 원음 소스의 음질차이는 나기 때문입니다. 레코딩의 품질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만일 LP쪽의 스펙트럼 데이터가 노이즈였다면 분명 PC스피커로도 더 시끄럽게 노이즈가 들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PC 스피커로도 LP쪽이 좀 더 부드럽고 풍성하게 들리고, CD가 더 깔끔하게 들릴 것입니다. "그림 3"의 주파수 특성 그래프에서는 분명 LP쪽이 고역 정보가 더 많았는데 들리는 소리는 LP가 더 부드럽게 들립니다. 대역은 매우 상대적입니다. 7,000 Hz 주변의 대역은 음색의 화려함을 만들어주는 대역입니다. 그래서 7,000 Hz 이상 대역의 소리가 별로 없는 CD쪽 음질이 더 선명하고 화려한 것처럼 들리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들어보면 깨끗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CD쪽이 배음이 사라져 더 왜소하고 거칠게 들리는 것입니다.
하이엔드 오디오로 들으면 두 매체의 음질차이는 많이 납니다. 저 음반의 경우 LP쪽이 음질이 월등히 더 좋습니다. 얼마전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바로 코 앞에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풍부한 음색과 하모닉스는 대단했습니다. 가까이서 듣는 바이올린 음상은 앞과 뒤, 위 아래의 폭이 느껴지며 음상이 3차원 거대한 구형으로 입체적으로 만들어지며 공간을 채워갑니다.
오디오로 듣기 힘든 소리입니다. 일반적인 오디오로 들으면 바이올린의 음상은 다소 평면적으로 맺히게 됩니다. 하지만 좋은 오디오로 들으면 음상 자체도 입체적인 느낌이 나옵니다. CD와 LP를 비교하면 확실히 LP가 더 실연에 가까운 입체적 음상과 사실적인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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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펙트럼으로 LP의 음질을 찬양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두 매체 다 문제가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진공관앰프나 LP애호가도 아니며, 정확하게 사운드를 재생해주는 솔리드 스테이트(트랜지스터)앰프와 디지털 소스를 더 선호하는 사람입니다. LP는 노이즈의 추가가 문제가 되며 CD는 음의 손실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두 매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솔루션이 나오면 훨씬 더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의 논제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HRA(High Resolution Audio) 등의 기술로 아날로그를 능가할 수 있는 음질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식과 올바른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가 최고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으며, 마찬가지로 무조건 디지털을 맹신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왜곡과 손실 / 변형과 손상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오디오와 음질의 평가를 함에 있어서 왜곡만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손실” 부분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LP와 CD만의 문제가 아니라 레코딩 장비, 오디오 기기 등 모든 것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기 스펙이나 측정치에서 손실을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굳이 치부(약점)를 드러낼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100이라는 입력신호가 들어갔을 때 기기를 거쳐 나오는 정보량이 얼마인지 수치화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원음의 왜곡은 물론 손실없이 기록되는 레코딩이 중요하며, 오디오는 그 레코딩된 음원을 왜곡과 손실을 최소화하여 재생했을 때 가장 원음에 근접한 사운드가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결국 오디오는 시그널과 노이즈의 전투입니다. 시그널과 노이즈는 마치 검은 모래와 흰 모래를 섞어놓은 것과 같아서 두 개를 구별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난제입니다. 단편적인 예로 전자회로에서 악기의 배음과 증폭소자의 고조파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음은 왜곡되고 손실되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손실 부분은 무시한채 왜곡만 부각시켜 측정된 몇개의 그래프 만으로 합리화(?)하는 현대의 오디오 기기 측정방법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데이터 측정방법
지난번 스마트폰으로 측정한 스펙트럼의 데이터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어서 이번에는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기준은 오디오를 듣는 청취자 관점에서 음질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하이파이클럽 청담시청실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서 외부 소음도 없으며, 측정도 늦은 저녁시간을 이용하였습니다.
Protools, izotope RX 6 Monitor Program
측정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Protools 프로그램을 이용하였습니다. 야노스 슈타커의 “바흐 무반주 첼로" 1번 3악장 앞부분 입니다. 녹음은 소니의 PCM-D100 디지털 레코더를 이용하였으며, 24bit/48kHz로 녹음하였습니다. 스펙트럼 데이터는 izotope 사의 RX 6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측정하였습니다. Frequency Scale은 “Linear”로 하여 측정한 것입니다.
오디오 시스템
Speakers : YG Acoustics Sonja XV
Power Amplifier : MSB M208 모노블럭 바이앰핑
LP System :
Player : Well Tempered GTA-2
Catridge : DS-Audio Master1 Optical Catridge
Phono Amp : DS-Audio Master1 Phono EQ
전원장치 : BOP Li-ion Battery Power Supply
CD System
100 만원대 CD Player
녹음환경
7.5m x 11.5m 하이파이클럽 청담시청실 메인홀
녹음장비 : SONY PCM-D100 HRA 레코더
녹음포맷 : 24bit/48kHz WAV
Computer
MAC Pro
사용프로그램 : Protools, izotope RX 6
Test Record
Janos Starker Bach Cello Suit No1 3. G. Courente
LP : Mercury, 1966년 녹음. 2013년 리이슈 음반
CD : 2004년 Mecu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