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밝히는 사자후
Gryphon Mojo S Speaker
“그리폰 신화”
‘모든 신들에게 바쳐진 신전’ 로마의 판테온, 바다를 지배하며 파도와 지진을 일으키는 그리스 신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아더 왕의 아버지 펜드라곤, 그리고 악마 디아블로까지. 이 모두는 덴마크 오디오 브랜드 그리폰의 오디오로 재탄생했다. 온통 어두운 검은 색 옷을 입고 신전에 자리한 검투사같은 모습으로 우뚝 서있다. 오소독스하며 육중하고 권위적인 디자인에 압도당하기 좋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 독수 머리에 사자의 몸통을 뽐내는 그리폰의 심볼은 그들의 디자인 및 설계, 특히 사운드에도 온전히 깃들어 있다.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디아블로와 최근의 디아블로 300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만 보더라도 그리폰의 의지와 사운드에 대한 기조는 여지없다. 요컨대 그리폰에게 타협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그리폰은 가격대와 관계없이 항상 최고의 제품,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리폰의 인식은 표피적이며 단편적이다. 단지 앰프와 시디피 정도를 만드는 초하이엔드 메이커라는 인식만 존재한다. 디지털 소스기기 라인업 또한 칼리오페 DAC 및 디아블로를 위한 DAC모듈을 출시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리폰의 진면모는 역설적으로 스피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스피커 설계의 새로운 역사”
그리폰 스피커를 처음 만났던 것은 서울 시내 모 샵에서 마주친 트라이던트 액티브 스피커였다. 단지 그리폰의 앰프로부터 받은 감명과 음악적인 늬앙스, 특유의 차분하면서 약간 어두운 톤의 음색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 사운드스케이프는 트라이던트 스피커에서 대대적으로 확장되어 두드러졌다. 거대한 장신에 다발의 우퍼, 미드레인지 등은 어떤 미동도 없이 거미줄 같은 그릴 안에서 촘촘히 움직이며 장중한 무대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최근 그리폰의 행보에서 스피커 라인업의 확장은 그리폰의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예상케 하며 그것의 핵심은 설계에서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일단 채널당 두 개의 스피커를 대동한 기함급 플래그십 스피커 코도의 출현이다. 총 열여덟 발의 우퍼를 하나의 인클로저에 탑재하고 또 다른 인클로저의 미드레인지와 트위터를 다발로 엮어 넣었으며 모두 MTM 타입 설계를 취하고 있다. 내부엔 피크 파워 4천와트 수준의 1,000와트급 앰프가 내장되었다.
코도의 발매는 그리폰의 스피커 설계 기술의 극단이자 동시에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더 이상 현장음의 가정 내 구현이 아니라 마스터 음원을 통한 현장의 스케일과 디테일 그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모조 S 의 설계 목표는 더욱 뚜렷해진다. 말 그대로 코도의 완성을 위해 연구된 기술들의 압축을 통한 가정 내 최고의 스탠드마운트 북셀프가 바로 모조 S다. 그러나 모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리폰은 2천년대 초반부터 단 하나의 북셀프 라인업을 계속해서 유지, 발전시켜왔다. 그 첫 발은 칸타타로 내딛었고 두 번째는 모조였으며 이번은 슈페리어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유일무이한 북셀프 Mojo S”
이번 모조 슈페리어 에디션이 기존 버전에서 개혁한 점은 다른 무엇보다 주파수 대역간 타이밍 일치를 통한 위상 일치에 있다. 몇몇 하이엔드 스피커의 크로스오버에서 발견되는 Duelund 의 Steen Dueland 는 2005년 그가 암으로 사망할 때 까지 그리폰과 함께 스피커 시스템을 설계했다. 비즈니스 파트너이기 전에 친구였고 그와 그리폰은 동일한 사운드 목표를 가지고 계속해서 스피커 설계를 진화시켰다. 그리고 모든 것들은 그의 사망 이후에도 그리폰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그 중심엔 모든 대역에 있어서 항상 정확한 위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모조 S의 설계는 이를 뚜렷이 방증하고 있다. 우선 캐비닛부터 타임 도메인에서 시간차를 없애기 위해 모두 분리된 배플 안에 유닛을 장착하고 있다. 총 세 개의 분리된 캐비닛은 서로 다른 앵글을 가지며 22mm 서브 배플을 포함 34mm 두께를 가진다. 드라이버 프레임과 메인 배플은 고무 개스킷으로 분리시켜 공기 누출을 방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캐비닛에 대한 회절 및 불필요한 반사 등을 제어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디자인은 커브 형태로 나타나 구형과 확연히 대비된다. 각 모서리가 라운드 형태로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는 모습.
엄청난 고역 확장과 방사 특성을 갖는 AMT 트위터 주변에 불규칙한 캐비닛 배플 반사를 억제하기 위해 디퓨저 투입도 주목할 만하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검투사의 투구처럼 디자인한 사이드 스핀과 함께 색상 선택 옵션이다. 미적인 효과도 고려했겠지만 음향적인 특성, 즉 전면 배플 주변의 회절에 대한 고려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캐비닛 후면은 알루미늄과 MDF를 혼용해 두 겹으로 설계했으며 캐비닛 내부 또한 독보적인 격벽 구조 및 댐핑 소재를 통해 사운드를 조율한 모습이다.
모조 S는 뛰어난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우선 그리폰의 전매특허와 같은 AMT 트위터로 매우 폭넓은 주파수 대역과 함께 드넓은 방사 패턴을 갖는다. AMT는 아주 작은 다이어프램의 운동으로 가장 커다란 공기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리본 타입 트위터로 현존 최고의 트위터 중 하나. 38kHz 까지 높게 뻗어나가면서도 거의 최저 디스토션을 갖는 트위터로 그 성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미드레인지는 노르웨이 시어스의 6인치 유닛을 사용한다. 여기에서도 그리폰의 시간축 일치를 위한 선택이 돋보이는데 모조 S에 장착한 미드레인지는 44Hz 까지 공진이 없으며 무빙 매스는 고작 7.7g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펄프 소재의 페이퍼 콘을 채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특성으로 중, 저역 재생 주파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굉장히 빠른 AMT 트위터의 시간축 특성과 부합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두 개의 6인치 미드/베이스를 상, 하로 배치하는 가상 동축 설계를 통해 시간축 일치를 꾀하며 동시에 충분한 저역 하강을 노렸다. 하지만 애로사항은 포트 디자인에 있는데 후면 포트를 통한 저역 보강도 있으나 포트 노이즈로 인한 딜레이 등도 감안해야한다. 그리폰은 미드/베이스의 직선거리에 가장 가깝게 듀얼 포트 방식을 택하고 포트 주파수를 52Hz로 튜닝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빠른 반응 특성을 갖는 유닛을 사용하며 회절을 줄이고 시간축 일치 및 저역 확장을 위해 여러 각도에서 굉장히 영민하게 계산한 설계다.
그리폰은 모조 S 에 투입된 유닛보다 그 외적인 부분에 더욱 많은 연구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오버만 해도 모든 신호 전송 구간은 은선을 사용했고 Duelund 그라파이트 저항을 사용했다. 전설적인 젠센 공심 페이퍼/오일 인덕터와 문도르프 커패시터 등 최고급 소자만을 사용한 것은 물론이다. AMT 트위터 고유의 롤오프 특성을 고려해 4차 오더, 2kHz 크로스오버 포인트 튜닝이 이루어졌다. 특히 AMT 트위터에는 사용자의 환경이나 취향에 따라 총 세 단계의 고역 조절 기능을 부여했다. 스피커 후면 외부로 노출된 Duelund 저항은 이를 위해 존재한다. 모조 S의 임피던스는 4옴, 능률은 89dB, 37Hz에서 40kHz 에 이르는 광대역으로 설계되었다. 개당 65kg 에 이르는 무게는 그 설계만큼이나 압도적이다.
“셋업 및 리스닝 테스트”
오렌더 N10을 음원의 시작으로 Lampizator 진공관 DAC를 사용하고 그리폰 판도라와 안틸레온 Evo를 사용한 세팅은 무척 색다른 음악 스펙트럼을 선사했다. 우선 Gjeilo 의 ‘Noth country’를 들어보면 전체적인 음조의 균형이 메이커마다 그리고 시스템마다 얼마나 다른 기준 하에 만들어지는 새삼 깨닫게 된다.
동일한 노르웨이 2L의 고해상도 음원이지만 그리폰 시스템에서 그 음조는 납작 바닥에 깔려 미동도 없이 정교한 피치를 그린다. AMT 트위터의 드넓은 방사패턴과 선형적인 초고역 재생에도 불구하고 고역이 강조된 소리는 아니다. 피아노의 잔향엔 군살이 쪽 빠져있으며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처럼 옥타브 이동이 숨이 막힐 정도로 정교하며 도도한 긴장감이 흐른다. 맑은 호수지만 그 바닥은 끝없이 깊고 짙푸르다.
지난 날 그리폰의 중역은 도톰하고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동시에 저역은 슬램했으며 따스한 온기가 다분했다. 현재의 그리폰 사운드를 지난날의 그것과 수평선상에 비교해보면 선예도가 상승했으며 고역 개방감도 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트론트하임 졸리스텐이 연주한 브리튼의 ‘Simple symphony’를 들어보면 높은 중역이 말끔하고 깨끗하며 고역의 해상도는 파릇파릇 생생하지만 걱정했던 것만큼 수선을 떨지 않고 개운하다. 현악 앙상블에서 현악의 표면엔 여전히 윤기가 충만함에도 불구하고 세밀한 음의 입자를 뭉개버릴 정도로 미끌거리진 않는다.
그레고리 포터의 ‘Holing on’에서 그의 보컬은 역시 중후하며 더욱 우렁차게 들린다. 다소 과장하면 마치 사자의 으르렁거림처럼 우람한 풍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체 못할 중역 에너지가 절절히 전해온다. 깊고 나직하게, 그러나 낮은 볼륨에서도 그 규모가 쉽게 잦아들 줄 모른 채 포효하는 모습이 선하다.
힘차되 절대 높고 엷은 음조로 나서지 않는 모습에선 역시 그리폰의 사운드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베이스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꽉 짜인 그립감은 특히 매력적으로 역동적인 음감을 선사한다.
다른 앰프에서는 모르겠으나 그리폰 판도라와 안틸레온 Evo에 매칭한 모조 S에서의 트랜지언트 능력은 뛰어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번개 같은 스피드를 보여주진 않으며 반대로 굼떠서 질척이지도 않는 중립적인 성격을 보인다.
예를 들어 RATM 의 ‘Take the power back’의 빠른 일렉트릭 베이스 피킹에서 역동적인 다이내믹 표현도 거뜬하다. 하지만 그리폰의 음색과 무대 표현력은 시청한 여러 곡들 중 존 엘리엇 가디너 지휘의 바흐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에서 두드러진다. 말러 같은 대편성 교향곡 녹음과 더불어 바흐의 이 녹음에서 정점에 이른다. 경건하면서 동시에 경쾌한 화성 표현들 사이 느껴지는 고밀도의 저역 그립감 및 추진력은 특히 압권이며 전반적으로 마치 긴장감 속에 스멀스멀 다가오는 폭풍우 같은 액티비티를 보여준다.
“총평”
AMT 트위터와 두 발의 시어스 우퍼 그리고 시간축 정렬과 회절, 공진에 대한 집요한 연구 결과가 적용된 캐비닛 및 크로스오버 설계는 무척 이채롭고 동시에 놀랍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리폰은 시청자의 환경에 대한 고려가 각별하다. 수억원대 레퍼런스 스피커를 만들면서도 북셀프의 영역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있다. 아니, 모조 S는 단지 스탠드 위에 올려놓은 스피커지 북셀프 모니터라는 영역을 뛰어넘고 있다. 상위 모델과 단지 수직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스피커가 아니라 축소형이라고 인식하는 편이 옳다.
그리폰에게 중요했던 것은 단지 리스너가 음악을 듣는 공간의 크기와 스피커가 그리는 무대가 중요했고 그 중 모조 S는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 어울리는 스피커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축 정열에 대한 그리폰만의 심도 높고 독창적인 설계 방식에 있다. 단, 매칭에 대해서는 꼭 그리폰 앰프이어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좀 더 밝은 토널 밸런스에 좀 더 빠른 스피드의 앰프가 더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조 S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더 다양한 매칭과 함께 후면 저항 교체 등으로 대단히 재미있는 운용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스피커다. 이번 리뷰에서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명심하라. 만일 그리폰의 손아귀에 사로잡히면 그들의 마수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 모조 슈페리얼 에디션은 어둠을 밝히는 그리폰 사자후의 시작에 불과하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 Specification | |
|---|---|
| Frequency Response | 37 Hz - 40,000 Hz, Room dependent |
| Crossover Frequency | 2000 Hz, 4th order |
| Sensitivity | 89 dB/2.8V |
| Nominal Impedance | 4 Ohm |
| Power Handling | 200 Watts |
| Dimensions (WxDxH) | 39 x 47 x 122 cm |
| Shipping Weight | 65 kg. (each speaker) |
| Gryphon Mojo S Speaker | |
| 수입사 | DST코리아 |
| 수입사 연락처 | 02-719-5757 |
| 수입사 홈페이지 | www.dstkorea.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