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소리는 벽이 낸 소리
Kaiser Acoustics Spline Diffuser 1

• 작성자 : 김편   • 등록일 : 2017년 4월 11일 화요일  • 조회수 : 5,876 •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은 필자가 적어도 한달에 2번은 찾는 곳이다. 최근 4년 동안만 계산해도 최소 96번 그곳에서 소리를 들었다. 수많은 스피커와 앰프, 소스기기, 케이블, 액세서리, 튜닝재가 일궈내는 소리를 그곳에서 체험했다. 시청회처럼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을 때도 들었고, 리뷰를 위해 2시간여 나홀로 청음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이 자신만의 사운드적 특성 혹은 개성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설령 있다 해도 그 수치는 크지 않으리라 짐작했다. 워낙 룸 어쿠스틱에 신경을 많이 쓴 곳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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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짐작과 오만이 하루 아침에 다 무너졌다. 지난달 카이저 어쿠스틱스(Kaiser Acoustics)의 음향분산판인 ‘Spline Diffuser’(이하 SD)를 리뷰하기 위해 찾은 바로 그 날의 일이었다. 시청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SD’ 4개를 2개씩 좌우로 정면 벽에 걸어놓고 몇 사람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지 1분도 채 안돼 필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개방감, 이 상쾌함, 이 입자감. “아, 지금까지 나는 이곳 시청실 벽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구나.”


그랬다. 카이저 어쿠스틱스의 ‘SD’는 이론과 스펙을 떠나 그냥 ‘단박’에 사운드의 변화를 몸으로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했다. 사실 카이저 어쿠스틱스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SD’에 대한 정보는 이게 전부다. “이 디퓨저는 카이저 어쿠스틱스가 개발하고 생산한 상품이다. 표준사이즈는 52 x 52 x 8 인치. 색상은 선택 가능.” 하지만 며칠 후, 모 초고가 인티앰프를 리뷰하기 위해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에도 필자의 귀는 그 ‘SD’ 사운드를 너무나 쉽게 기억해 냈다. 청명하고 광활하며 서늘하고 고운 그 무엇. 만약 ‘SD’에 주목하지 않았었다면 필자는 그 사운드를 오롯이 해당 앰프의 사운드로 착각했을 터이다. ’알면 보인다’는 말은 괜한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디퓨저(Diffuser)의 세계”



무엇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왔을까. 도대체 ‘디퓨저’가 어떤 역할을 하기에, ‘SD’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일까. 디퓨저에 대한 필자의 탐구는 이렇게 시작됐다.

디퓨저는 말 그대로 음들을 분산시키는(diffuse) 물체다. 국어사전을 보자. ‘분산 : 갈라져 흩어짐’. 즉 스피커에서 나온 직접음이 디퓨저에 부딪히면 그 음이 갈라져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분산을 시킬까. 분산이 안된 반사음(reflect)은 사운드 재생에 온갖 해악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국어사전을 보자. ’반사 :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던 파동이 다른 물체의 표면에 부딪혀 나아가던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현상’. 맞다. ‘반사’는 입사각과 반사각의 원리다. 첫 반사음은 에너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직접음과 반드시 그리고 시간차를 두고 섞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사운드의 선명함을 없애고 사운드를 왜곡, 착색시키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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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사음 중에서 룸 어쿠스틱에서 자주 등장하는 게 ‘플러터 에코’(Flutter echo)와 ‘정재파’(Standing wave)다. 플러터 에코는 딱딱한 표면의 두 면이 서로 평행하게 마주보고 있을 때 그 두 면 사이에서 계속 발생하는 에코(울림)다. ‘플러터’라는 단어 자체가 ‘심한 진동’을 뜻한다. 정재파는 플러터 에코를 일으키는 특정 주파수다. 정재파는 두 벽면 사이의 거리의 2배 되는 파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로 저주파수에서 발생한다. 왜냐하면 고주파수는 두 벽면 사이의 거리에 반도 안되는 짧은 파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40Hz라는 저주파수는 파장이 8.5m이기 때문에 두 벽면 사이의 거리가 4.25m만 돼도 쉽게 발생한다.


참고로, 가청영역대 주파수별 파장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다 아시겠지만 주파수와 파장은 서로 반비례 관계다.


20Hz : 17m

40Hz : 8.5m

100Hz : 3.4m

500Hz : 0.68m

1kHz : 0.34m

2kHz : 0.17m

10kHz : 0.034m

20kHz : 0.017m


그리고 통상 16Hz~250Hz를 저역대, 250Hz~2kHz를 중역대, 2kHz~10kHz를 고역대로 분류한다. 남자 목소리는 100Hz~1kHz, 여자 목소리는 250Hz~1.2kHz, 파이프오르간은 20Hz~6kHz, 더블베이스는 30Hz~300Hz, 킥드럼은 50Hz~500Hz, 첼로는 65Hz~500Hz, 비올라는 140Hz~1kHz, 바이올린은 200Hz~1.5kHz, 플루트는 300Hz~1.7kHz, 피콜로는 600Hz~4kHz 대역을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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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디퓨저는 독일의 음향 물리학자 만프레드 슈레더(Manfred R. Schroeder)가 1970년대에 처음 개발한 이래, ‘MLS 디퓨저’ ‘QRD’ ‘2차원 QRD’ 순으로 발전해왔다. ‘MLS 디퓨저’(Maximum Length Sequence based Diffuser’는 요철 모양의 패널이라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 패널에 파여진 홈의 깊이는 똑같지만 그 폭을 달리함으로써 직접음을 분산시키려 한 설계다. 공식에 따르면 이 홈의 폭은 분산시키려는 주파수 파장의 2분의1 혹은 그보다 작아야 한다고 한다. ‘MLS 디퓨저’ 각 홈의 폭이 다 다른 것은 그만큼 여러 주파수를 동시에 분산시키려는 의도다. 그리고 홈의 폭이 아무리 넓어야 10cm에 불과한 점을 떠올리면 ‘MLS 디퓨저’는 기본적으로 1kHz 이상의 중저역대 주파수를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


‘QRD’(Quadratic-Residue Diffuser)는 홈의 폭만 아니라 깊이에도 변화를 준 디퓨저다. 이에 따라 핸들링할 수 있는 주파수대역이 ‘MLS 디퓨저’에 비해 훨씬 늘어났고, 핸들링할 수 있는 최고 주파수가 ‘MLS 디퓨저’보다 조금 더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QRD’ 역시 주로 중고역대를 커버하는 디퓨저다. 파여진 홈(영어권에서는 이를 ‘well’(우물)로 표현한다)이 좁을수록 분산시킬 수 있는 최고 주파수값이 올라가고, 홈이 깊을수록 분산시킬 수 있는 최저 주파수값이 내려간다. 쉽게 말해 좁은 홈은 고역대, 깊은 홈은 중역대를 커버하기 위한 설계라는 얘기다. 또 홈의 갯수가 작을수록 핸들링할 수 있는 최저 주파수값이 내려간다고 한다.


‘2차원 QRD’는 ‘QRD’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QRD’가 서로 다른 넓이와 깊이를 가진 홈을 길게 늘인 구조라면, ‘2차원 QRD’는 이를 가로, 세로로 동시에 확장한 구조다. 디퓨저 전체 모양이 ‘QRD’에 비해 좀더 입체적이고 불규칙적이다. 사각형 책상위에 장난감 블럭인 레고로 서로 다른 높이와 간격을 가진 빌딩 여러 채 세운 경우를 떠올리면 된다. 한 디퓨저 전문제작사는 이런 모습에서 착안, 자신들이 만든 ‘2차원 QRD’를 ‘스카이라인 디퓨저’(Skyline Diffuser)라 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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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인터넷에 이 ‘2차원 QRD’에 세워지는 각 빌딩(돌기. 디퓨저에서 튀어나온 부분)의 세로열(column)과 가로행(row) 값을 입력하면, 핸들링하려는 주파수 대역 내에서 필요한 각 빌딩의 높이와 전체 디퓨저 사이즈를 구할 수 있는 ‘계산기’가 여러개 있다는 사실. 이중 한 계산기(www.oliverprime.com/prd/)를 이용해서 필자는 여러 경우의 수를 입력해봤고, 그러다보니 외워둘 만한 하나의 ‘현상’을 발견했다.


1. 최저 핸들링 주파수가 내려갈수록 빌딩은 더 높게 세워야 한다 = 디퓨저 요철의 파여진 홈이 더 깊어야 한다

2. 핸들링 주파수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서로 다른 높이의 빌딩이 더 많아야 한다 = 전체적으로 디퓨저 요철의 변화가 더 심해져야 한다.

3. 최저 핸들링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빌딩은 더 낮게 세워야 한다 = 디퓨저 요철의 파여진 홈이 더 얕아야 한다.

4. 핸들링 주파수의 범위가 좁아질수록 서로 다른 높이의 빌딩이 더 적어야 한다 = 전체적으로 디퓨저 요철의 변화가 더 약해져야 한다.

5. 최고 핸들링 주파수가 내려갈수록 디퓨저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 각 빌딩의 덩치가 커진다.

6. 최고 핸들링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디퓨저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 각 빌딩의 덩치가 작아진다.



“카이저 어쿠스틱스 ‘SD’는 일종의 ‘유선형 2차원 QRD’”



필자가 시청한 ‘SD’ 모델은 ‘60cm x 60cm x 15cm’(이밖에 123cm x 123cm x 20cm 모델도 있다)인데 무게는 10kg 정도 나간다. 뒷면은 나무 합판이고 전면 패널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열가소성 수지’(Thermoplastic)로 보인다. 솔직히 카이저 어쿠스틱스의 ‘SD’를 처음 봤을 때는 도저히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감이 잘 안왔다. 디퓨저를 채운 돌기와 홈의 모양이 너무나 불규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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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SD’는 기본적으로 기존 스카이라인(Skyline) 형태의 ‘2차원 QRD(Two-Dimensional QRD)’를 좀더 유선형으로 가다듬은 모습이다. 즉, 디퓨저를 채운 각 빌딩군을 부드러운 보자기로 덧씌워 분산 효과를 더욱 정교하게 높인 형태로 추측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튜닝과 시행착오,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필요했음은 불문가지. 사실 ‘Spline Diffuser’의 ‘Spline’은 컴퓨터그래픽에서 유선형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 각 제어점을 지정하고 이들을 잇는 곡선을 말한다.


결국 ‘SD’는 기존 ‘2차원 QRD’ 제품들을 카이저 어쿠스틱스가 정교한 튜닝을 통해 업그레이드시킨 디퓨저라는 게 필자의 가결론이다. 해서 ‘SD’의 가로 세로 넓이(60cm x 60cm)와 최대 두께(15cm)를 근거로, 위에서 언급한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서 ‘SD’의 실체를 역추적해봤다.


우선, ‘SD’의 가로 세로 크기 60cm x 60cm에 가장 근접한 디퓨저 사이즈를 얻기 위해 여러 세로열과 가로행 수치를 입력해봤는데, 세로열 18, 가로행 17일 때 ’61.74cm x 58.31cm’가 얻어졌다. 이때의 핸들링 주파수 대역은 500Hz~5kHz. 한마디로 중고역대를 핸들링하는 디퓨저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디퓨저 안에 높이 34cm의 빌딩이 7개나 있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SD’ 최대 두께인 15cm에 맞추려면, 이번에는 핸들링 주파수 범위를 재조정해 이 빌딩 높이를 15cm 정도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현상 3번’ 항목처럼 최저 핸들링 주파수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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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저 핸들링 주파수를 500H에서 1kHz로 올려보니, 최고층 빌딩 높이가 17cm(11개)로 줄어들었다. 다시 1.1kHz로 올려보니 최고층 빌딩 높이가 다시 16cm(1개), 그 다음 빌딩 높이가 15cm(20개)로 변화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SD’ 근사치에 가깝다. 즉, 단순계산에 따르면 필자가 시청한 ‘SD’ 모델은 높이 0~15cm에 달하는 각 돌기를 유선형으로 디자인하고 이를 ‘계산’에 의해 분포시켜 1.1kHz~5kHz의 중고역대 주파수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디퓨저다.


물론, 카이저 어쿠스틱스가 여기에 또다른 디자인과 계산을 통해 이와는 다른 최저 핸들링 주파수와 최고 핸들링 주파수를 얻어낼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카이저 어쿠스틱스만의 기술력과 노하우일 것이다. 특히 꽁꽁 베일에 쌓인 컴퓨터그래픽에 의한 ‘스플라인 디자인’이 그 핵심으로 보이다. 하지만 필자가 느낀 ‘SD’의 사운드 특성은 바로 이러한 중고역대 직접음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얻어낸 결과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참고로 필자가 이용한 ‘계산기’가 그려낸 디퓨저의 최종 돌기 분포도는 다음과 같다. 숫자는 각 돌기(빌딩)의 높이(cm)를 뜻한다. [출처 : http://www.oliverprime.com/pr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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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드디어 본격 시청이다. ‘SD’에서 처음 느낀 ‘시원하다. 뒷벽이 탁 트였다. 공간감이 살아난다. 뻥 뚤렸다. 음의 알갱이들이 곱다. 리본 트위터를 쓴 것 같다’ 같은 사운드적 특성은 과연 작심하고 진행한 시청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모습를 드러냈을까. ‘SD’ 4개를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의 정면 벽, 그러니까 스피커 뒷쪽 벽에서 약간 중앙에 좌우 2개씩 위아래로 붙였다. 높이는 리스닝 포인트보다 약간 높다. 세팅한 오디오 기기는 웨이버사 네트워크 플레이어 ‘W DAC3’, 압솔라레 프리앰프 ‘Signature Pe’, 모노블럭 파워앰프 ‘845 Push-pull’, 카이저 어쿠스틱스 스피커 ‘Kawero! Classic’이다. 시청은 1) ‘SD’를 부착한 상태에서 듣고 2) ‘SD’를 뗀 상태에서 같은 곡을 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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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 설치된 Kaiser Acoustics Spline Diffus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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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Krall - A Case of You

Live in Paris


1) ‘SD’ 부착시 = 피아노의 터치감이 생생하다. 건반을 누르는 압력, 객석에서 들리는 기침소리까지 현장에 있던 모든 소리를 긁어온다. 평소와 너무 달라 놀란 대목은 크롤이 저 멀리 있다는 것. 소리가 잘 안들린다, 기척이 덜 느껴진다, 이런 뜻이 아니라 정면 벽을 뚫고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발성의 아티큘레이션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느낌이 새롭고 좋다. 스테이징이 넓고 음 입자 하나하나가 잘 관찰된다.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맑고 투명하다. 갑갑한 게 없다. 스피커는 당연히 사라졌다.


2) ‘SD’ 제거시 = ‘이거 부밍이 아냐’ 싶을 정도로 저역이 혼탁해졌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SD’ 사운드에 금세 익숙해진 귀는 이를 못참아낸다. 그러고보니 피아노의 고음까지 혼탁하게 들린다. 크롤의 목소리는 굵어졌고, 아까와는 달리 그녀가 벽에 기대어 있다. 멀리 못 간 것이다. 전체적인 사운드에 노이즈가 끼었고, 음의 알갱이는 몹시 굵어졌다. 하이엔드에서 하이파이로 두세 계단 내려간 듯하다. 좋게 말하면 음에 온기가 생겼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온갖 반사음으로 인해 귀에 들어오는 주파수가 지저분해졌기 때문으로 보는 게 옳다. 어쩌면 지금 듣는 소리가 평소에 익숙한 ‘A Case of You’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지금까지 벽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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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zil Say - Paganini Jazz

Say Plays Say


1) ‘SD’ 부착시 = 피아노 현들에게서 정말 수많은 소리들이 나온다. 현울림, 통울림, 터치음, 페달음. 그러면서 음상이 선명하고 분명하게 잘 맺힌다. 결이 아주 곱다. 무대는 깊고 그리고 좌우로 넓게 그려지며, 정면 벽으로 인한 어떠한 스트레스도 느껴지지 않는다. 디퓨저의 효과가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흡음재(absorber)와는 달리 음 에너지의 손실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눅눅하거나 의기소침한 구석이 전혀 없다. 특정 대역대를 잘라먹지도 않는다. 시간차 분산, 위상차 분산이 제대로 이뤄진 탓인지 잔향의 감칠 맛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2) ‘SD’ 제거시 = 오호, 단박에 변화가 느껴진다. 아까보다 무대가 상당히 앞으로 나왔다. 홀로그래픽한 사운드는 오간데 없고 그저 밋밋한 평면이 돼 버렸다. 이러다 보니 음악을 듣는 내내 감흥이 생기질 않는다. 평소라면 아마 그냥 순진하게 앰프와 스피커가 내는 사운드에만 집중했을 터. 이 점이 가장 무섭다. 반사음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원음을 혼탁케 하고 변형시킨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전율을 느낀다. 리스닝 룸이 ‘드라이하다’ ‘데드하다’ 혹은 ‘라이브하다’ 말은 많이 했지만, 지금처럼 생생하게 느낀 적도 없다. 맞다. 지금 시청실은 반사음, 특히 초기 반사음(early reflected sound)과 잔향(reverberation)이 너무 많은 ‘라이브’(live) 그 자체다. 뉴트럴(neutral)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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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ppe Herreweghe - Bach Messe H moll Messe

Collegium Vocale


1) ‘SD’ 부착시 = 개방감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각종 음들이 뻗고 휘돌고 감아치는데 그 어떤 스트레스가 느껴지질 않는다. 벽은 사라지고 남녀합창단이 가지런히 도열해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심지어 여성합창단원들이 앞뒤로 배열된 모습까지 그려지니 이미 상황은 끝났다. 그리고 단원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위축되거나 뭉개지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합창은 이런 소리가 나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무대가 넓게 펼쳐진다. 음상은 포말처럼 부드럽다. 이 모든 게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진다. 확실히 오디오가 할 수 있는 일과 룸 튜닝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다른 것이다.


2) ‘SD’ 제거시 = 단박에 선이 굵어졌다. 평소 익숙한 소리라 기분이 나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 열화가 의미심장하다. 아까의 탁 트인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녀합창단원들의 디테일이 좀전처럼 잘 구분되지 않는다. 1차 반사음이 그만큼 중요하고 이를 잘 컨트롤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온갖 해악이 드러남을 새삼 깨닫는다. 지금은 마치 교묘하게 압축한 음악파일처럼 들린다. 문제는 그 결과가 ‘압축무손실’이 아니라 ‘압축손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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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di meola - Flesh on Flesh

Flesh on Flesh

1) ‘SD’ 부착시 = 악기들이 그야말로 홀로그래픽하게 출몰한다. 스테이징과 포커싱, 이미징이 장난이 아니다. 앞벽이 뻥 뚫렸다. 굴삭기로 앞벽을 무너뜨린 것 같다. 그러면서 이 곡 특유의 퍼커션 사운드가 활어처럼 살아있다. 시청실에서 맛보는 날것의 이 싱싱함! 드럼의 리듬감도 펄펄 생동한다. 마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듯하다. 거침이 없고 스트레스가 없다. 풋워크는 경쾌하고, 재생음에는 일체 혼탁과 착색이 없다. 그렇다. 전체적인 사운드의 특징은 ‘없다’가 정답이다. 앰프도, 스피커도 ‘없다’.


2) ‘SD’ 제거시 = 저역 사운드의 제어가 잘 안되고 있다. 좀전처럼 각 음들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분리돼 있지 않다. 비로소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고 있음을 알겠다. 유닛의 기척이 거슬린다. 음들이 너도나도 큰 소리로 자신을 어필하는 이 광경이 아찔하다. 조화가 아니라 어수선, 아우성 그 자체다. 달리 해석하면 이는 ‘활기’ 또는 ‘온기’인지만, ‘SD’에 익숙해지는 귀는 어느새 이를 용납하지 못한다.  



“총평”



10여년 전 필자의 방에 계란판 몇장을 붙였던 때가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 일률적인 돌기 패턴과 얇은 두께로는 도저히 디퓨저 역할을 할 수 없을텐데도 그때는 무슨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했다. 지금 필자의 자택에서 쓰고 있는 두랄루민 재질의 디퓨저도 새로 보게 됐다. 구멍이 좌우 비대칭으로, 깊이도 다르게 뚫려있어 제대로 만든 디퓨저임은 분명하지만, 그 크기와 두께를 감안하면 높은 중역대~낮은 고역대를 핸들링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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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저 어쿠스틱스의 ‘Spline Diffuser’를 리뷰하면서 너무 많이 놀랐다. 흔히 룸 튜닝을 통해 프리앰프를 하이엔드 제품으로 바꾼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스테이징이 넓고 깊어지고, 디테일이 살아나며, 공간감과 개방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SD’는 이런 수준을 넘어섰다. 전면벽을 넓직한 통유리로 갈아끼웠을 때의 탁트인 전망, 시린 손목에 큼지막한 파스를 붙였을 때의 상쾌함, 엄습해오는 음들의 활어 같은 싱싱함. 이는 아무리 천하의 하이엔드 프리앰프라도 못할 일이다. 만약 필자가 새로 음만들기를 시작한다면 ‘SD’가 그 밑바탕이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전면이 아니라, 양 옆면에, 그 다음에는 뒷면에. 필자의 즐거운 상상은 그치질 않는다.



by. 김편





Specification

Color

White

Dimensions H x W x D (mm) 600 x 600 x 150

Kaiser Acoustics Spline Diffuser 1

수입사

ES Audio

수입사 연락처

02-499-3627

수입사 홈페이지

www.esaudio.co.kr


하이파이클럽 Tel : 02)582-9847 Fax : 02-582-9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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