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첸차에서 온 또 하나의 선물
MasterSound EVO 300B Integrated Amplifier

• 작성자 : 이종학   • 등록일 : 2017년 4월 13일 목요일  • 조회수 : 4,899 •

예전에 어느 일본 오디오 평론가가 이태리에 대해서 쓴 글이 생각난다. 무던히도 여행을 좋아하고 또 식도락가이기도 한 그는, 이태리 이곳저곳에 친구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때에 따라 어느 식재료를 먹어야 하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 당연히 숨은 맛집 찾기에도 도사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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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의 글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발견된다. 이태리라는 나라는 방문하면 할수록, 여러 도시를 찾으면 찾을수록, 그 정체성을 더욱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사실 어느 한 나라를 테마로 해서 많은 곳을 찾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다 보면 딱히 어떤 이미지나 개념이 떠오르는 것이 맞다. 아, 이게 프랑스구나, 아, 이게 독일이구나 감이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태리는 점차 미궁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 의견에 동참한다. 그간 열 다섯 곳 정도의 도시를 방문했는데, 처음 한 두 도시를 찾았을 때완 전혀 다른 인상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태리라는 곳은 생각보다 넓고 깊어서 뭐라고 딱히 정의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소개할 마스터사운드가 위치한 비첸차(정확히는 이 인근의 아르쿠나노)를 보자. 크게는 베네토 주에 속해 있는데, 당연히 베네치아가 중심 도시다. 베네치아로 말하면 일종의 공화국을 유지하면서 아드리아해뿐 아니라, 멀리 그리스까지 세력을 확장했던 나라다. 요즘 우리에게 인기가 높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도 베네치아의 전성기 시절에 크게 발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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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 대항 도시로 비첸차가 존재한다. 절대로 베네치아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냈던 것이다. 하긴 이 도시에서 난 팔라디오라는 건축가는 후일 이태리 건축 양식에 큰 획을 그을 정도로 지대한 업적을 남긴 바 있다.

 

그런 이유로 비첸차쪽에 엄청난 오디오 메이커가 여럿 존재한다. 소너스 파베르, 파토스 그리고 마스터사운드가 그 주인공들이다. 또 베네치아쪽으로 시야를 넓히면 유니슨 리서치, 오페라 등 여러 메이커가 따라온다. 말하자면 이태리의 20개 주 가운데 오로지 베네토 하나만 놓고 봐도 이런 방대한 리스트가 나오는 셈이다.

 

참고로 베네토 주 사람들은 자신을 이태리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베네토 족(?) 정도로 해서 독자적인 민족이라 생각한다. 이태리 내에서는 사르데냐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확실히 알면 알 수록 이태리는 요지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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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베네토 주가 이태리에 편입된 시기는 1866년이고, 한동안 지독한 가난 속에 고생한 모양이다. 그러나 1976년 이후 완전히 재정비를 해서 새롭게 산업을 일으키고, 관광쪽 자원을 개발하면서 요즘은 이태리에서 가장 부유한 주가 되었다. 하긴 1년에 평균 6천만 명의 관광객이 오니 무슨 할 말이 있을까? 거기에 조선업을 비롯, 각종 첨단 산업을 유치한 것도 이 주의 부흥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마스터사운드라는 브랜드는 일종의 신생 메이커로 판단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소개된 것이 그리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태리 오디오라고 하면 주로 스피커에 집중되어 있고, 가끔 진공관 메이커가 보이는 식이다. 최근에는 워낙 독일과 스위스쪽 메이커들이 강세여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마스터사운드의 창업 연도는 1993년이고, 그 창업자가 처음 진공관 앰프를 만든 시기는 무려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이라는 시점에 주목하면, 무려 70년이라는 시간적 축적 기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와우, 이래서 이태리쪽은 함부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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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타계했지만, 마스터사운드의 역사를 말할 때, 창업자인 체사레 사나비오(Cesare Sanavio)에 대해선 꼭 언급해야 한다. 이미 1947년에 진공관 앰프를 만들었던 만큼, 그 시기에 오디오쪽으로 프로페셔널하게 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단 앰프뿐 아니라 스피커며 각종 전자 제품에 방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한때 브라질과 파라과이에 이주해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윽고 1980년대에 귀국해서 여러 오디오 메이커의 컨설팅 역할을 했다. 특히, 소너스 파베르와는 친분이 깊어서 여러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전수해준 모양이다. 이후, 자신만의 오디오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여러 안건을 검토하다가 결국 진공관 앰프로 낙찰을 본 것이다.

 

아주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는 진공관 앰프만 만든다는 것이다. 몇 종의 프리, 파워 그리고 인티가 전부다. DAC라던가, 스피커쪽은 일체 신경쓰지 않고 있다.

 

또 부친의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현재 테크니컬한 쪽을 커버하고 있는 루치아노는 일찍부터 진공관 앰프를 만든 바 있다. 특히, 출력 트랜스에 대한 노하우는 상당하다고 한다. 이 부분은 잠시 후 자세히 소개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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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사나비오 가족이 이태리로 돌아온 1980년대가 무척 흥미롭다. 이 시기부터 서서히 진공관 앰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던 것이다. 특히, SET라고 해서, 삼극관 싱글 앰프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SET는 “Single Ended Triode”의 약자. 그래서일까? 한동안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300B라는 진공관도 극적인 부활에 성공한다.

 

당초 300B는 전화기의 증폭단에 채용하기 위해,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1938년에 만든 출력관이다. 그러다 리니어리티가 좋고, 노이즈가 적으며, 내구성이 높은 관계로 점차 오디오 용으로 쓰였던 것이다. 하지만 알텍이나 JBL 등이 나오고, KT88, EL34 등 5극관이 주목받으면서, 300B는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해서, 마스터사운드는 3극관을 중점적으로 쓰게 된다. 특히, 300B와 845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이 두 개의 출력관은 음악성도 뛰어나고 또 안정성도 높다. 아예 이쪽에 전력투구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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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싱글 엔디드 방식은 출력면에서 문제가 있다. 300B 싱글일 경우, 출력은 8오옴에 고작 8W에 불과하다. 출력 트랜스를 보강하면 15W까지 낼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은 무리다.

 

물론 마스터사운드의 인티 앰프 라인업을 보면, 콤팩트 300B라고 해서, SET 방식으로 만든 것이 있다. 단, 자신들의 출력 트랜스 노하우를 듬뿍 살려 15W까지 출력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싱글 엔디드의 장점을 고수하면서 출력을 더 높일 수 있는 패러 싱글이라는 방식이 있다. 패럴렐 싱글의 약자인데, 즉, 채널당 두 개의 싱글 엔디드를 투입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푸시풀 방식보다 훨씬 투명하고, 해상도가 높고, 생동감이 넘치는 음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에보 300B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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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공관 앰프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어떤 출력관을 사용하느냐가 우선이다. 말하자면 3극관이냐 5극관이냐, 같은 3극관이라고 해도 300B냐 845냐 2A3냐 등등 체크할 사항이 많다. 이것은 전체 오디오 시스템에서 스피커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테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 회사들이 직접 출력관을 생산하는 일은 없으므로, 그들만의 노하우를 추적한다면 결국 트랜스포머에 이르게 된다. 특히, 음질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출력 트랜스가 핵심이라 하겠다. 이 부분에서 체사레 시절부터 쌓아온 동사의 노하우가 듬뿍 투입되어 있다.

 

사실 통상의 출력 트랜스는 메탈 계열을 주로 쓰기에 다소 무겁다. 하지만 동사는 리츠 선을 주로 사용하면서 다소 가볍게 만든다. 또 트랜스 내부에 일체 납땜을 하지 않고, 와인딩의 수를 정확히 계산해서 꼼꼼하게 체크한다. 또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감지 않고, 때로는 거꾸로 감는다. 그러므로 칼로 싹둑 단면을 잘라내서 봐도 그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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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단 트랜스를 감으면, 이것을 케이스에 담으면서 완벽한 실딩 및 진동 방지 처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레진과 자갈을 적절히 섞어서 넣는다. 만일 케이스를 벗겨내고 트랜스만 다시 꺼낸다고 하면 바로 망가져서 못 쓰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일체의 공개를 꺼리는 부분이라 하겠다.

 

또 동사만의 기술적인 특징을 언급한다면, 철저하게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사실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얻기 위해 적절한 피드백의 공급은 앰프 제작의 기본에 속하지만, 그만큼 음이 혼탁해지고, 왜곡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이 부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것이다. 게다가 클래스 A 방식의 증폭을 채택해서 보다 음악성을 높이고 있다. 또 만들어진 앰프는 모두 200 시간 이상의 번 인 과정을 거친다. 와인으로 치면 적절히 숙성을 해서 내보내는 셈이다.

 

본 기의 구성을 보면, 초단관에 ECC82를 채널당 하나씩 투입했고, 드라이브관에 6SN6을 역시 하나씩 썼다. 그 과정에서 클래스 A 방식의 증폭을 유지하면서. 일체의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았다. 사실 많은 앰프들이 이 방식을 원하지만, 이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3극관을 싱글로 사용할 땐, 아무래도 다른 방식보다 유리하기는 하다.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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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펙을 자세히 둘러보면, 진공관 앰프치고는 이례적으로 광대역인데 놀라게 된다. 약 8Hz~40KHz까지 커버한다. 요즘 잘 나가는 솔리드 스테이트가 메가 헤르츠까지 재생하는 것을 보면 뭐 그리 대단하냐 싶겠지만, 진공관을 채용해서 순수하게 이런 대역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다. 또 이런 광대역에서 특정 대역에 위상이 위태롭거나, 왜곡이 발생하는 일 또한 없다. 기술적으로 얼마나 완벽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진공관 인티치고는 이례적으로 사이즈가 크고, 무게도 상당하다. 무려 34Kg이나 나간다. 여기서 출력 및 전원 트랜스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바로 거기서 이런 무게가 이뤄졌다고 판단해도 좋다. 게다가 리모콘으로 볼륨 컨트롤을 할 수 있게 한 점은 매우 반갑다. 아무리 정공법으로 제대로 만들었어도, 요즘 세상에 리모콘이 없으면 어쨌든 손이 덜 가게 된다. 입력단을 보면 라인단이 3개고, 다이렉트가 1개다. 즉, 다이렉트는 홈 씨어터와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셈이다.

 

자, 이제 본격적인 시청에 들어가 보자. 일단 소스기쪽은 반 오디오의 제품으로 했다. 스튜디오 제로 MK2 뮤직 서버에 파이어버드 DAC를 건 것이다. 스피커는 다인오디오의 컨피던스 C2. 사실 C2라고 하면, 본격적인 하이엔드 클래스의 제품이고, 어느 정도 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다. 그러나 본 기로도 충분히 그 실력을 뽐내고 있다. 참, 흥미로운 시청이 된 것이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시청 트랙 리스트

-레베카 피존 Spanish Harlem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 번스타인 지휘

-슈베르트 <아프페지오 소나타> 장-귀엔 퀘라스(첼로) & 알렉상더 타로(피아노)

-마일스 데이비스 Round about 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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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cca Pidgeon - Spanish Harlem

Retrospective


우선 첫 곡으로 레베카 피존. 사실 많은 오디오 쇼에서 일종의 기기 검침용으로 자주 쓰이는 곡이다. 보컬 자체가 약간 촉촉하면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숨을 내쉬거나, 침을 삼키는 등, 다양한 부대음이 리얼리티를 더한다. 잔향도 좋아서, 스튜디오의 공기감까지 포착이 된다. 더블 베이스는 생각보다 더 깊게 떨어지고, 피아노의 따뜻하면서 영롱한 터치는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300B가 가진 매력이 극대화된 재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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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 Bernstein - Mahler Symphony No.5

Wiener Philharmoniker


이어서 말러를 들어본다. 약간 힘이 들겠구나 싶었지만, 별 불만이 없는 재생이다. 일반적인 거실이나 리스닝 룸 정도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박력과 에너지가 나온다. 우선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해상도가 높으며, 다이내믹스도 빼어나다. 바이올린군의 위태로운 아름다움이 포착된 가운데, 지옥의 뜨거운 불길을 연상케 하는 투티의 광폭성도 가감없이 나온다. 대형기의 스케일을 전혀 무리없이 그려내는데 연신 탄복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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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Guihen Queyras, Alexandre Tharaud - Schubert Arpeggione Sonata

Schubert Arpeggione Sonata


퀘라스 & 타로 콤비는 요즘 조용히 인기 몰이를 하는 중이다. 최신 녹음답게 일체 군더더기가 없고, 명료하며, 디테일이 풍부한 재생이 나온다. 첼로는 깊게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풋워크가 가볍다. 특히, 빠른 패시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기교는 눈부실 정도. 또 피아노의 지성적이고, 감각적인 터치는 매우 세련되게 어필해온다. 확실히 기교나 해석 등에서 모자람이 없으며, 전체적으로 유니크하고 또 고상하다. 그 매력이 잘 살아있는 재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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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es Davis - Round about Midnight

Round about Midnight


마지막으로 마일스를 들으면, 60년대 초 콜롬비아의 레코딩이 갖는 장점이 잘 부각되어 있다. 디테일이 뛰어나고, 밸런스가 좋으면서, 생동감이 넘치는 음이 나온다. 재즈 특유의 약간 거친 맛도 놓치지 않는다. 뮤트 트럼펫은 너무 날카롭게 쏘지 않으면서 달콤한 맛을 간직하고 있고, 브러쉬로 긁는 스네어의 질감은 가벼운 깃털로 팔뚝을 간질이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도시의 차가운 비정함이랄까, 하드 보일드한 기운이 펼쳐지면서, 나른하게 감싸오는 느낌이 일품이다. 그러고 보면 재즈에서도 상당한 강점을 지닌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300B는 꼭 혼 타입이나 풀레인지로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이 종학 (Johnny Lee)





Specification

Type

Parallel Single Ended in Class A

Power

2 x 24 Watt

Finals tubes

4 x 300 B

Pre-drivers tubes

2 x ECC82

Drivers tube

2 x 6SN7

Input impedance 50K OHM
Inputs 3 x Line + 1 Direct
Output transformer MASTERSOUND
Load impedance 4 – 8 Ohm
Negative feedback 0 dB
Volume Volume with remote control
Bandwidth 8 Hz / 40 kHz – 0dB
Dimensions 45 x 43 x 27 cm
Weight 34 Kg

MasterSound EVO 300B Integrated Ampl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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