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소리의 예술”

예술은 창작에서 나온다. 그러나 때때로 창의적, 창조적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하게, 때로는 와전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단순한 망상이나 자기 탐욕을 창조적이라고 이해한다면 그것은 절대 예술로 승화할 수 없다. 조형적인 디자인에 있어 많은 시도들이 하이파이 오디오와 조우하고 있다. 기술과 음향 그리고 조형예술의 창조적 화합. 그것이야말로 ‘감성공학’ 분야인 하이엔드 오디오의 궁극의 이데아로 가는 단 하나의 길이다. 그러나 하이파이 오디오는 말 그대로 반드시 도달해야할 음향적 목표가 있고 반드시 지켜야할 전기, 물리적 규범을 가지고 있다. 만일 이를 어기고 조형적 창작에만 몰두한다면 그 오디오는 망상과 탐욕에 물들어 제작자 혼자만의 것으로 유폐될 소지가 다분하다. 상용화되기 힘들고 따라서 판매할 수도 대중들과 향유할 수 없다.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는 겉으로 보면 음질만 얘기하지만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조형적으로 다양한 장르와 화합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는 스피커를 악기 형상으로 제작해 마치 악기 자체가 음악을 연주해주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감성을 자극한다. 디터람스나 케네스 그랜지 경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하이파이 부문에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역사는 깊고 넓다. 특히 스피커 분야에서 B&W 노틸러스난 최근 비비드오디오의 디자이너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것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단지 조형적 이상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조형미와 음향적 이상을 성공적으로 융합했기 때문이다.

“J&A”

J&A 는 디지털 공학과 예술, 두 분야의 전문가가 의기투합한 국내 초유의 브랜드다. 대게 엔지니어가 설립해 기술적인 기반을 중요시하는 국내 메이커와 달리 ‘감성공학’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기반 위에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안민구 대표는 미국 모토로라 본사에서 디지털 관련 연구 및 스마트폰 개발 등 평생 IT 분야에서 일한 엔지니어다. 더불어 공동 설립자 장수홍 교수는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다. 특히 도예 분야 전문가면서 도자기를 굽는 베이스 흙은 물론 나무를 통해 예술적 혼을 불태워온 분이다.

어찌 보면 이와 같은 콤비는 상호배타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에 리뷰한 Aero 500이 보여준 가능성은 기대 이상이다. 첫 눈에 반할만한 이 아름답고 기형적인 구형 선의 패턴은 굳이 음악을 재생하지 않더라도 예술적 가치로 충만했다. 하지만 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그 형상과 소리 그리고 여러 악기 등 다양한 모티프들이 어우러져 뭔가 독보적인 사운드와 감성을 만들어냈다.

“Aero 700”

이번엔 Aero 700이다. Aero 500의 상위 모델로서 Aero 500에서 저역 확장을 노리고 있으면서 더불어 더 큰 스케일의 사운드 스테이징을 노리고 있다. 첫 눈에 들어온 건 각 유닛의 배치다. 전체 형태는 마치 독일 아방가르드에서 상단 혼을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치환하고 저역 베이스 모듈을 확장시킨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트위터가 하단 베이스 모듈과 안에 합체되어 있다. 단순한 Aero 500 의 확장형이 아니라 이는 또 다른 스피커 디자인의 탄생이다.

에밀레 종의 은은하고 깊은 여운이 길게 뻗어나올 듯한 청동 재질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다. 알루미늄 등 여타 금속보다 제조가 까다로운 청동은 높은 강도와 훌륭한 공진 특성 등 소재공학 측면에서 진지한 검토 후에 채택한 것. 더불어 아큐톤 유닛의 고해상도, 광대역 특성을 규합한 Aero 700의 미드레인지는 보기만 해도 소리가 들릴 듯 시각적 감흥을 이끌어낸다.

1인치 트위터 또한 아큐톤 세라믹 유닛으로 하단 베이스 모듈에 장착되어 있다. 저역 공진에 취약할 수 있는 고역 특성을 어떻게 처리했을지는 미지수지만 기본적으로 내부 챔버는 나누어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운드 측면 그리고 공학적이 견지에서 볼 때 아큐톤 세라믹 유닛은 J&A 의 엔지니어와 도예가를 모두 만족시켰을 것이다.

저역 모듈은 무려 10인치를 사용했고 스캔스픽 유닛을 사용했다. 이를 사용한 이유는 저역 확장이 맞다. 그러나 온전히 높은 저역에서 낮은 저역까지 모두 총괄하는 유닛은 아니다. 거의 초저역대 확장만을 위해 사용된다. Aero 700의 전체 주파수 재생 대역은 저역의 경우 30Hz, 초저역까지 재생 가능하다. 바로 Aero 500의 저역 하한선인 45Hz 이하 대역만 소화하는 것이 베이스 모듈의 역할이다. 베이스 우퍼는 채널당 하나의 유닛을 담아 완성되었고 측면에 위치시켜 인클로저를 뒤로 길게 빼 시각적, 음질적 이득을 모두 얻고 있다. 더불어 청동 인클로저로 마감한 미드레인지 모듈과 달리 트위터와 베이스 우퍼가 내장된 하단 인클로저는 북유럽산 자작나무를 사용해 제작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60Hz, 2.5kHz 두 구간에서 끊는 일반적인 방식을 취했다. 공칭 임피던스는 최대 8옴에서 최소 6옴, 입력 신호에 따른 임피던스 변화폭은 상당히 적은 편으로 앰프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스피커다. Aero 500과 달리 밀폐형이지만 능률 또한 2.83V/m 기준 88dB 로 그리 낮지 않아 상당히 쉽고 자연스럽게 큰 음량을 확보할 수 있다. 예쁜 외관에 125cm 키를 가지고 있는 중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Aero 700. 그러나 무게는 80kg 에 달할 정도로 인클로저는 두텁고 단단하며 굉장히 무겁다. 청동 인클로저를 통한 회절 방지는 물론 인클로저를 통한 공진 제어에도 상당히 신경 쓴 모습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Aero 700은 3극관 845 푸쉬풀 앰프로도 저역까지 통제가 가능했다. 앱솔라레 845 푸쉬풀 모노블럭 파워앰프 그리고 라인스테이지 진공관 프리앰프는 Aero 700의 순도 높은 중고역에 따스한 온기와 함께 선연한 질감을 부여했다. 더불어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DAC3MKII를 활용해 파일 음원을 재생했다.

Rachelle Ferrell - My Funny Valentine

First Instrument

Aero 700은 중형 플로어스탠딩답게 Aero 500과 달리 무척 자연스럽게 저역과 고역의 밸런스가 고르게 잡힌다.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음의 진행을 보인다. 음장 또한 시청실을 가득 채울 만큼 더 넓게 잡힌다. 포커싱이 매우 또렷하고 정확한 반면 스윗스팟은 상당히 좁은 편이다. 레이첼 페렐의 ‘My funny valentine’같은 보컬 레코딩을 들어보면 시청 위치에 따라 보컬의 위치가 크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상당히 예민한 구석이 있으나 정확한 스윗 스팟을 찾으면 어렵지 않게 또렷한 포커싱과 음장을 얻을 수 있다.

Michel Portal - Mozambic

Turbulence

저역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숨통이 트인 것은 저역만이 아니다. 중, 고역 해상력이 좀 더 여유 있게 살아나며 아큐톤 유닛은 음원 정보의 바닥까지 긁어내 모든 공간 정보를 끌어낸다. 미셸 포탈의 ‘Mozambic’를 들어모면 중역과 고역을 오르내리는 색소폰 하모닉스 표현이 돋보인다. 물론 온건하고 느슨한 소리와는 정 반대편에 서 있는 소리다. 싱싱하고 활기차며 생생한 날 것의 느낌이 지배적이다.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박동처럼 급박한 아티큘레이션 속에서도 디테일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Mickey Hart, Airto, Flora Purim - Däfos

Däfos

미키 하트의 드럼과 에알토 모레이라의 퍼커션이 약동하는 중, 저역 다이내믹스 테스트에서는 고밀도의 끈질긴 중, 저역 특성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무척 자연스럽고 깊게 하강하는 저역은 확실히 베이스 모듈 덕이다. 하지만 딱딱할 정도로 심하게 빽빽하고 건조하지 않다. 그 대신 촘촘한 밀도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고 탄력적인 퍼커션 사운드를 들려주어 피고하지 않고 무척 자연스러운 리듬, 페이스 & 타이밍을 만들어낸다. 골격은 명확하지만 아주 빠르진 않고 대신 유연한 중, 저역 표현력이 돋보인다.

Benjamin Zander - Mahler Symphony No.2

Phiharmonia Orchestra

Aero 500에서는 좌/우 넓이 보다는 전/후 레이어링 표현에서 원근감 표현이 돋보였다. 한편 Aero 700으로 올라서면 좌/우 음장의 스케일이 확연히 넓어지며 실사이즈에 버금가는 사운드 스테이징을 연출한다. 예를 들어 벤자민 잰더 지휘의 말러 교향곡 2번 3악장을 들어보면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전/후 레이어링이 겹겹이 펼쳐지면 뛰어난 심도 표현이 돋보인다. 약간 뒤로 깊게 펼쳐지는 무대는 교향곡은 물론 합창 음악에서도 매력적이다. [Cantate Domino]앨범에서 각 성부의 거리가 선명하게 분리되어 마치 울창한 숲을 멀리서 감상하는 느낌이다.

“총평”

물리적 소재의 사용과 설계 등 음향적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실험과 비용도 고려치 않는 하이엔드 스피커. 여기엔 또 하나의 모티프가 추가될 때 예술적 가치와 성취를 이룬다. 그것은 디자인이다. 하지만 스피커의 경우 물리적 구조의 엄격한 설계 법칙이 더 창의적인 디자인의 적용을 방해한다. J&A 의 Aero 700은 그 형식적 한계를 넘어서 무척 기하학적 디자인 안에서 조형미와 음향미의 균형을 찾았다. 역사적으로 많은 창조적 디자인의 오디오는 매우 보수적인 견지를 가진 오디오파일로부터 외면 받곤 했다. 이젠 다르다. 에스텔론, 비비드오디오, Emme 등 독창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음향적 성능이 동시에 환영받고 있는 시대가 왔다. Aero 700은 음향적 향기를 증발시키지 않으면서 창조적 아이디어와 소재 그리고 예술적 디자인의 시공간을 넘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해내고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