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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케이블의 영역 확장"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 특성화된 케이블의 역사는 고작해야 수십 년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 그 이전엔 케이블을 그저 부속품 정도로 여겼고 기본적인 규격에 이상이 없다면 묵과되었다. 어찌 보면 하이엔드 오디오는 일반적인 상용 규격을 충족하는 최소한의 규격 및 전송 물질에 대해 끝없이 도전하면서 발전해왔다. RCA, XLR 케이블의 단자와 내부 도체를 생각해보면 과거 20세기 중, 후반의 그것과 지금의 그것은 천지차이처럼 그 품질의 간극이 벌어졌다.

WBT정도면 최고의 단자라고 생각했던 그 당시를 넘어 지금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초고가 단자들이 즐비하게 시장에서 유통, 소비되고 있다. 금도금을 넘어 로듐, 팔라듐 때로는 OCC 순은 단자를 사용하는 초고가 케이블까지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테플론을 비롯해 이젠 공기 절연 기법과 소재 등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 소재와 방식이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

케이블은 고순도 도체와 철저한 절연 및 차폐로서 그 임무가 완수되었을 것이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엔드 케이블 메이커들은 훨씬 더 깊은 부분까지 파고들어 신호 전송시 발생할 수 있는 단 0.1%의 왜곡, 손실 가능성까지 봉쇄하고 있다. 단지 도체가 구리인지 금인지 은인지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단면 모양과 순도, 표면 처리 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구성 요소를 따지고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하이엔드 시스템에서 그러한 연구 결과는 매칭이라는 개개인의 취향을 감안하더라도 결국 음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동에 관한 고찰"

그 중 진동에 관한 고찰은 비교적 최근 몇 년간 많은 성과를 이루어오고 있다. 대부분의 초, 중급 케이블 메이커들이 도체와 절연, 차폐 등까지 신경을 쓰곤 하지만 진동에 관한 고찰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도체에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내부의 전기적, 물리적 부작용만큼이나 외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음질적 악영향은 경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몇몇 하이엔드 케이블 메이커는 이 부분에 대한 연구 끝에 케이블의 외피는 물론 그 안쪽에 진동감쇄를 위한 소재를 활용하곤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완벽을 위해 케이블을 공중 부양시킨다. 지금 현재 하이엔드 케이블 연구로서 일가를 이룬 메이커나 액세서리 브랜드는 케이블의 외부 진동 감쇄에 대해 여러 형태의 액세서리로 대응 중이다. 약 15년 전 우연히 접한 케이블의 레전드 죠지 카다스 리스닝 룸 영상에선 목제 케이블 댐퍼를 발견했다. 이를 응용해 개인적으로 아크릴 등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한 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만난 것은 노도스트였다. 미항공우주국에서 우주공학용 케이블 개발을 위해 조 레이놀즈가 설립한 노도스트. 그들이 발표했던 소트 리프트(Sort Lift)는 상당한 발전을 이룬 제품이었다. 이어 선야타 리서치의 다크필드 또한 폴리머 밴드 및 특수 소재를 활용해 케이블 내/외부 진동을 억제해주는 제품으로 커다란 반향을 얻었다.

"SMS 마그네틱 콘트롤 댐퍼"

이번에 나에게 배달되어온 SMS 의 케이블 댐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케이블에 작용하는 진동을 감쇄시키는 액세서리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던 어느 날 내게 배달되어온 박스를 개봉하자 검은 박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 세로 약 15cm 정도 크기의 아담한 박스를 열자 추위에 덜덜 떨다가 냉동상태로 굳어버린 듯한 댐퍼 세 알이 굴러 나왔다. 그 날은 따스한 방에서 녹이기로 하고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몇 번의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다음날 다시 꺼내 손에 쥐어본 SMS 댐퍼는 꽤 묵직한 무게를 자랑한다. 디자인이나 설계는 겉으로 보았을 때 하이엔드 오디오 유저라면 금세 눈치챌만한 요소들을 살짝 내비치고 있다. 일단 구 개 부분으로 몸체가 나뉘고 그 접합 부분을 받치고 있는 세 개의 세라믹 볼의 실루엣이 옆에서도 관찰된다. 상단은 온전히 케이블과 맞닿게 만든 부분으로 둥그렇게 반원형을 그리면서 부드럽게 파낸 모습. 가공 수준이 상당히 정교하고 묵직하다. 이 모든 몸체는 단순 알루미늄이나 강철이 아니라 두랄루민이다. 강도가 상당히 높으면서 질량이 낮아 항공기나 경주용 자동차에서도 많이 사용하던 소재. 구체적인 소재는 구리, 마그네슘, 망간 등으로 이루어진다.

SMS 댐퍼의 핵심 부분은 상단과 하단의 접합부에 있다. 이는 마치 턴테이블 플래터와 하단 베이스를 분리해놓은 듯한 모습이다. 상단 헤드 부분의 하단에 동그란 홈이 세 개, 하단 베이스 부분 위에 세 개의 홈이 파여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지르코늄 베어링을 탑재하는 구조다. 이는 마치 턴테이블의 스핀들이 베이스와 접합하는 부분을 세라믹 베어링으로 만든 턴테이블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고강도에 탄성은 물론 진동 특성이 뛰어나 여러 산업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소재다. 바로 이 부분에서 1차 진동 감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 한 번의 댐핑을 가하는 구조다. 상단 헤드 중앙에 마그네틱을 탑재한 것. 실제로 SMS 댐퍼의 상/하단을 분리해놓고 자력을 테스트해보면 상당히 강력한 자력을 가진 것을 확인된다. 그리고 하단에서 금속 링과 6각 볼트로 조여 놓은 구조로 지르코늄의 진동감쇄 효과에 마그네틱을 통한 자력을 추가해 댐핑 효율의 시너지를 노렸다. 그런데 박스 내부를 보니 세 개의 플라스틱 링이 세 개 동봉되어 있다. 아마도 자력을 이용한 커다란 댐핑 효과까지 원치 않은 사용자를 위한 배려인 듯하다. 하지만 마그네틱을 활용할 생각이 없다면 굳이 SMS 댐퍼를 사용할 당위성이 약화될 듯. 따라서 테스트에서는 제외했다.

"셋업"

셋업은 최근 도입해 한참 길들이기 중인 토템 어쿠스틱 30주년 기념 모델 시그니처 원 북셀프 스피커와 사이러스 8-2 DAC 겸 인티앰프 그리고 마이텍 Manhattan II, 웨이버사 DAC3MKII DAC 등을 활용했다. 이 외에 메인 시스템인 다인 C4, 제프 롤랜드 프리/ 플리니우스 파워앰프 시스템에도 적용했음을 밝힌다. 케이블은 네오복스 신형 첼리비다케 파워, 스피커케이블 등을 활용했다.

Natalie M - One fine day

One fine day

일단 스피커 케이블에 적용하면 음상이 약간 아래로 내려가며 그 크기는 조금 작아진다. 대신 약간 더 깊은 곳에서 음장이 형성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진동 감쇄를 위한 댐퍼들에서 일관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 바로 포커싱 능력의 향상이 포착된다. 예를 들어 나탈리 머천트의 ‘One fine day’같은 곡에서 그녀의 보컬은 더 또렷하고 나직나직하게 그러나 마치 동그란 구형의 얼굴처럼 입체감이 상승한다. 모든 곡들에서 공평하게 느낄 순 없으나 확실히 단 몇 %의 상승이라도 느낄 수 있으므로 일단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후 며칠 동안 이리 저리 시스템 곳곳에 총 6개의 SMS 댐퍼를 사용해보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꽤 큰 효과를 그리고 어떤 테스트에서는 구분하기 힘든 상태였다. 그 와중에 사용법에 대한 또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방식은 파워 케이블에 활용하는 것이다. 멀티탭이나 그리 높지 않은 프리, 파워, 인티앰프 등의 인렛 가까이 파워 케이블에 받힌다고 보자. 약간 헐거운 단자 때문에 아래로 늘어진 파워 케이블 콧대를 빳빳하게 들어 올려줄 것이다.

자연스럽게 진동 감쇄효과는 물론 가장 큰 전류를 다루는 파워 케이블 단자와 기기 인렛의 접촉 면적이 넓어진다. 이는 마치 최근 일본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으고 있는 후루텍의 NCF, 즉 ‘Nano Crystal² Formula’ 시리즈로 출시된 케이블 부스터의 일부 기능과 유사하다. 물론 SMS 댐퍼는 높이 조절이 불가능하기에 기기 인렛에 아주 가깝게 설치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유격을 두더라도 효과는 누릴 수 있다.

Lee Ritenour - Papa was a rolling' Stone

Overtime

파워 케이블에 약 세 개 정도를 적용한 후 다시 들어보면 좀 더 그 효과가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 릿나워의 ‘Papa was a rollin’ Stone’에서 아주 작은 약음들의 세부묘사가 두드러진다. 약동하는 실체감이 좀 더 상승한다. 한편 우측 채널 드럼 스틱의 손놀림이 섬세하고 또렷해지는 것을 포착할 수 있다. 더불어 드럼과 베이스 등 리듬 파트를 이루는 악기들의 어택을 강해지지만 반대로 디케이 구간은 약간 더 짧아져 일부 구간의 아티큘레이션, 박진감이 향상된다.

Skrowaczewski - Brukner Symphony No.9 Scherzo

Minnesota Orchestra

가장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레코딩은 다이내믹레인지가 높고 다중악기들이 일제히 출몰하는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들이다. 예를 들어 룬(Roonlabs) 기준 22레벨 다이내믹레인지를 갖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 ‘Scherzo’에서 약음들과 더 낮은 약음들의 차이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향상은 특히 멀티탭과 파워케이블 사이, 멀티탭 바로 앞단에서 그 시너지가 가장 크다.

Thierry Fischer - Mahler Symphony No.1

Utah Symphony

최근 가장 많이 들었던 또 다른 대편성 교향곡 말러 1번 ‘Titan’ 중 마지막 악장에서는 저역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일단 SMS 적용시 저역의 양감은 약간 줄어들기 때문에 사용할 시스템의 음질적 형상에 대한 뚜렷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편 저역 양감 감쇄 현상의 반대급부로 저역의 해상력은 상승하며 단단한 밀도감, 응집력을 보여준다. 4악장 도입부에서 바닥을 해머로 내리치는 듯한 쾌감은 확실히 SMS 적용했을 경우가 긍정적이다.

"총평"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취미가 오래되면 철저히 도락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가격 대비 성능은 이미 고이 접어 창밖으로 날려버렸다. 다시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넌 자신을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깊은 길까지 들어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즐겁다면 그 길로 가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나는 또 한 번 속아보자는 심정으로 SMS 댐퍼를 테스트했다. 단 두 조, 그러니까 총 여섯 개의 댐퍼를 스피커 케이블과 파워케이블 등에 테스트해보았다.

나는 대략적인 성능 파악을 하고 나서 빼려고 했다. 그러나 테스트 후 나는 도대체 몇 개의 댐퍼가 더 필요한지 사용 가능한 케이블 숫자. 특히 파워 케이블 숫자를 세고 있었다. 대게 스피커 케이블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같은 경우 파워 케이블까지 함께 적용했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멋진 디자인은 심미적인 효과도 꽤 많이 동반한다. SMS MCD 댐퍼는 케이블만으로 해결 불가한 허점을 비틀어 만들어낸 또 다른 도락의 영역 안에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