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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처럼 편리해진 프로젝터"

오디오와 비주얼을 함께 다루는 홈시어터 역사 속에서 프로젝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이나 크다. ‘집안의 극장’이라는 컨셉의 홈시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서라운드 사운드만큼이나 대화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TV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등의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등에 업고 공격적인 가격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 구입가능 금액대를 고려해보면 구입할 수 있는 최대 화면의 크기는 80인치 전후로 타협하게 된다.

프로젝터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100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며 가격대 화면크기를 감안하면 대안 역시 전무한 상황. 다만, 프로젝터는 설치가 까다롭고 차광이 필수적인 데다가 스크린에 직접 투사하는 방식으로 인해 투사화면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화면을 가릴 수 있는 등 태생적인 약점 역시 안고 있다. 이러한 약점은 최근 여러 프로젝터 제조사에서 초단초점 프로젝터를 통해 풀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터의 이러한 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투사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인 초단초점(Ultra Short Throw) 제품들이다. 사실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것은 아니며, 이미 과거부터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데이터급 프로젝터에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홈시어터를 비롯한 홈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각 제조사들이 초단초점 프로젝터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엡손의 EH-LS100 이전에도 몇몇 제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하이엔드 제품으로는 지난 2017년 CES에서 소니가 선보인 초단초점 4K 프로젝터 ‘VPL-VZ1000ES’부터 캐주얼하게 사용할 수 있는 100만원대 LG 미니빔 PF1000U 등이 출시되어 있다.

"레이저 광원, 풀HD 해상도"

엡손의 EH-LS100은 홈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로는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제품으로, 인테리어를 고려한 공간 활용성 극대화와 기존 프로젝터의 약점을 극복하여 프로젝터지만 TV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비록 4K 해상도나 HDR(High Dynamic Range) 등 영상과 관련된 최신 기술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이 제품의 주요 타깃 층이 컨슈머 마켓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 하다.

EH-LS100은 초단초점 프로젝터이다 보니, 일반적인 프로젝터와 생김새가 무척이나 다르다. 광원으로부터 빛이 통과하는 렌즈부가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일반적인 가전제품에 가까운 디자인을 가졌으며, 언뜻 보기에는 복합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가까운 곳에서 투사하는 제품답게 빛의 반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화이트 컬러보다는 무광 블랙색상을 채택한 것도 이 제품의 컨셉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기존의 프로젝터는 100인치 화면의 투사를 위해 3미터 이상의 투사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투사거리가 짧은 설치환경에서는 더 큰 화면으로 투사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사 거울의 설치 등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설치 후 모습은 미관적으로 보기 좋다 할 수 없다.

EH-LS100은 초단초점 제품답게 무척이나 짧은 투사거리를 자랑한다. 40.5cm 거리에서 70인치, 53cm에서 90인치, 78.1cm에서 최대 130인치까지 투사가 가능하다. 투사거리를 더 늘리면 더 큰 투사화면도 얻을 수 있지만, 투사거리가 1미터를 넘어가게 되면 초단초점 제품이라는 장점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권장하는 투사 화면크기(90~130인치) 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EH-LS100은 0.67인치 WUXGA(1,920×1,200) 해상도의 D10 패널을 탑재한다. 해상도는 일반적인 홈시어터 프로젝터의 풀HD(1,920×1,080)보다 수직해상도가 더 높다. 해상도는 비록 풀HD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이 제품의 컨셉이 TV를 대신하여 캐주얼하게 즐기기 위한 제품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부족함 없는 수준이다.

EH-LS100은 초단초점 프로젝터지만 일반 프로젝터와 동일한 설치방식을 모두 지원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TV 랙 등에 올려두고 사용할 수도 있고, 천장에 설치하거나, 과거 프로젝션 TV 처럼 리어 스크린을 사용하면 스크린 후면에서 투사가 가능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레이저 광원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레이저 광원은 일반 프로젝터에서 사용하는 압축 수은램프에 비해 오랜 시간 사용해도 광량 저하가 적고, 광질이 우수한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TV만큼이나 빠른 On/Off 속도(약 5초)도 레이저 광원만이 갖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EH-LS100은 노멀모드 사용 시 20,000시간, 에코(Eco) 모드 사용시 최대 30,00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램프의 교체는 불가능하지만, 하루 4시간씩 사용해도 10년 이상은 너끈히 사용할 수 있다. 최근 TV의 교체주기가 짧아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TV만큼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유지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스크린이 필요 없다?"

EH-LS100은 4,000루멘의 고광량을 제공하여, 투사방향으로 직광을 비추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조명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출시되는 프로젝터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밝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암실환경보다는 명실환경에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깊이 내려가는 블랙보다는 밝은 밝기를 앞세운 시원시원한 영상이 대중들에게 훨씬 더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고광량의 레이저광원을 탑재한 제품답게 이 제품은 별도의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벽면에 투사하여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스크린에서 투사한 영상과 벽면에 투사한 영상의 품질 차이는 분석적으로 관찰하지 않는 이상 크게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벽면에 투사할 경우 패턴이나 무늬가 있는 곳에는 투사를 권장하지 않으며, 원 톤 계열의 벽면에 투사하는 것이 좋다. 벽면 색상으로 인한 화이트 밸런스는 설정 메뉴를 통해 보정이 가능하다. 벽면에 스크린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인테리어 측면에서는 TV나 기존 프로젝터에 비해 큰 장점을 제공한다.

"풍부한 표현력"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출시되는 프로젝터는 과거에 비해 밝기가 상당히 밝아졌다. 중급형 이상의 제품에서도 2,000루멘을 전후한 밝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엔트리급 제품들은 3,000루멘을 넘기는 제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H-LS100은 명실 환경에서도 사용하기 적합한 4,000루멘의 밝기를 앞세워 펀치력 있는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LCD 프로젝터가 갖는 화사함과 밝기가 밝아져도 색상의 동일한 밝기를 유지하는 컬러 밝기의 특징도 영상에서 그대로 뭍어 난다.

다만, 4,000루멘의 고광량에 더해 동일한 밝기의 압축 수은램프에 비해 더 밝게 보이는 레이저광원을 탑재하여 블랙 표현력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최근의 영상 튜닝의 트렌드가 명부의 콘트라스트를 높여 더 높은 명암비를 확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광량 프로젝터가 갖는 숙명과도 같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화면 전체가 어두운 특정한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상에서 블랙의 아쉬움은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1,920×1,200 해상도는 권장 최대 크기인 130인치로 투사하면 격자감이 다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 시청거리에서는 크게 신경 쓰일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자사의 4K 해상도 구현 기술인 4K Enhancement를 넣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다만, 일반적인 프로젝터와 광학계의 구조와 투사방식이 다른 초단초점 프로젝터 특성상 이 기능을 넣고 싶어도 못 넣었을 공산이 크다.

"총평"

엡손이 새롭게 선보인 새로운 컨셉의 초단초점 프로젝터 EH-LS100은 프로젝터를 TV처럼 캐주얼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풀HD 수준의 해상도와 고광량 레이저광원으로 인한 몇몇 단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스크린조차 필요 없이 투사할 벽면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130인치의 화면을 그려낸다는 점은 변해가는 프로젝터의 패러다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H-LS100은 전통적인 암실환경에서 사용하는 홈시어터용 프로젝터와 달리 TV와 경쟁하는 컨슈머 시장을 노린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을 매료시키는 데는 우수한 화질과 깊은 블랙의 표현력보다는 TV만큼이나 편리한 사용성, TV보다 더 큰 투사화면이 우선시 될 것이다. 편리함과 LCD 특유의 우수한 화질까지 더한 EH-LS100은 LCD 종가에서 만든 제품답게 그 데뷔 무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Written by 정편(unleash@edg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