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오디오 업계에서 세일즈 앤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좀 독특하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보는 역할도 하지만, 튜닝이나 상품 개발 심지어 설계까지 관여하기도 한다. 또 오디오라는 분야는 한정된 인원이 전세계 시장을 커버하는 형태라서, 숱한 해외 여행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브라이언 졸너(Brian Zolner)라는 분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다. 미국과 유럽을 700여회 왕복했고, 일본에 40회, 호주에 30회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10회 이상을 방문했다. 아마 인생의 대부분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게 바로 오디오 때문이라면 할 말이 없다. 최근에는 브리카스티(Bricasti)라는 브랜드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번에 레이더에 포착되어 인터뷰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몇 개의 극단적인 발언을 듣게 되었다. 디지털 쪽에서 너무 클락에 집착한다거나, 여태까지 지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잘못되었다거나 ... 아무튼 꽤 쇼킹한 내용이 있으므로 읽어보면 무척 흥미진진할 것이다. 편의상 졸너씨의 이니셜인 BZ로 표기해서 인터뷰를 정리해본다.

 

 

BZ : 좋습니다. 저는 뉴욕 부근에서 출생했습니다. 어릴 적에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일찍부터 기타를 쳤습니다. 그러다 기타로는 전망이 좋지 않아 나중에 색소폰으로 바꿨죠. 18살 때부터 뮤직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레코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제가 20대 시절을 보낸 1970년대는 그야말로 록 밴드의 황금기였습니다. 이때 음악을 했으니 어떤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갈 겁니다.

BZ : 80년대에 들어와 음악으로 성공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여긴 너무나 경쟁이 치열하고 또 스타덤에 올라도 금세 사라지기 일쑤니까요. 그러다 레코딩 장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판매하는 일에 개입이 되었죠. 그때 유레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컴프레서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 제품의 세일즈에 관여하면서 오디오쪽으로 넘어왔습니다.

BZ : 그즈음 렉시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함께 일해보자는 거였죠. 그래서 뉴욕 근방에 있는 제 녹음 스튜디오를 동생에게 넘기고 보스턴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렉시콘에서 일하게 됩니다. 1984년에 입사해서 2005년에 나왔으니 무려 21년간 일한 것이죠.

BZ : 맞습니다. 처음에는 동부쪽 영업을 하다가 나중엔 미국 전체를 커버하게 되었고, 이후 유럽, 아시아 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어느 날엔 집에 들러서 가족에게 인사만 하고 다시 출국하는 일도 있었죠.

BZ :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웃음) 그러다 2003년도에 렉시콘과 마드리걸이 매각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후 저와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나요? 덕분에 50세에 실직자 신세가 되었죠.

BZ : 그때 함께 일했던 브라이언 케이시가 새로 회사를 시작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당시 그는 마드리칼에서 프로용 제품을 쭉 설계했으므로, 이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많은 제품을 취급했으니 본격 설계는 아니더라도 도울 일이 많았죠. 무엇보다 20년이 넘는 마케팅 & 세일즈 경험 덕분에 알게 된 전세계 수입상의 인맥도 있고요.

BZ : 그러나 처음부터 물건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한 동안 연구에 매진했죠. 실제로 브라이언은 각종 패널, 셰이프, 소프트웨어, 알고리듬, 메카니컬 등에서 천재적인 디자이너로 유명한 분입니다. 그러므로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기대하는 분들이 많았답니다.

BZ : 맞습니다. 이래서 2007년에 최초의 제품인 M-7이 나옵니다. 이것은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쓰는 리버브입니다. 정말 많은 곳에서 사갔습니다. 한 달에 무려 7, 80개를 판매했으니까요.

 

 

 

BZ : 사실 프로 장비 분야엔 참 작은 회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특정 분야에 전문화되어 있죠. 서킷 보드만 만든다거나 마이크용 프리앰프만 제작한다거나 ... 그러므로 저희 제품처럼 다양한 기술이 투입된 제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AEVEE라는 회사를 언급해야겠군요.

BZ : 마크 레빈슨에서 나온 기술자들이 설립한, 일종의 컨설팅 회사입니다. 특히 일렉트로닉스에 강하죠. 브라이언에게 모자란 부분을 이들이 도와서 M-7이 탄생한 겁니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저희 제품은 렉시콘, 마드리걸, 마크 레빈슨 등의 유산이 총집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BZ : 오디오쪽에서 순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회사의 기술적 배경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M-7의 실력은 보스턴 심포니 홀에 정식으로 채택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덩달아 저희 회사 주가도 올라갔죠.

BZ : 그렇죠. 이것은 DAC이지만, 기존의 개념과는 출발부터 다른 제품입니다. 여태 나온 DAC의 근본적은 문제를 진단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알려주시죠.

BZ : 우선 제품의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하면, 첫 번째로 DA쪽의 알고리듬을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저희가 DDS (Direct Digital Synthesis)라고 부르는 기술이 핵심이죠. 아날로그에 대한 투자도 상당해서 파워 서플라이라던가 여러 부분에 손을 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크 레빈슨의 기술이 상당 부분 도입이 되었고요.

BZ :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DAC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사실 많은 회사들은 규모가 작고, 금전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특정 메이커의 칩을 사다가 씁니다. 그리고 아날로그단을 나름대로 다듬어서 제품화하는 실정이죠. 그러나 저희는 독자적인 알고리즘으로 이 부분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 적(Enemy)가 바로 지터입니다. 그런데 이 지터라는 것은 디지털 회로에 숨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바꾸거나,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죠.

BZ :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이런 마스터 클락은 스튜디오처럼 여러 기기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필요합니다. 홈 오디오의 경우, CDT와 DAC를 연결하는 것에 필요한 건데 별도로 빼낼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마스터 클락을 따로 사용하면 음이 더 좋아집니다. 이것은 기존 DAC 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하죠.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요?

BZ : CD를 예로 들어보죠. 16bit/44.1KHz의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트레이트는 다이내믹스에 관계되고, 해상도는 KHz에 관계되죠. 그런데 DAC 과정에서 일종의 필터가 개재하게 됩니다. 필터가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죠. 필터가 없이 보게 되면 무수한 점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필터로 걸러서 선으로 연결해야 매끈한 이미지가 나옵니다. 음성 신호도 마찬가지죠.

BZ : 한데 시중에 나와 있는 100여 개의 필터 모두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거든요. 저희는 일단 44.1KHz를 저희만의 알고리즘으로 8배 오버샘플링해서 342.8KHz 스펙으로 만듭니다. 이 경우 같은 점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전자보다 후자가 더 촘촘하지 않겠습니까?

BZ : 그 후에 저희는 필터링 작업을 합니다. 즉, 44.1KHz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수월하고, 결과물도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CDT에 있는 마스터 클록을 쓰지 않고, 저희 DDS에 포함된 클록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저희 M-1을 사용할 경우, 구태여 비싼 마스터 클락을 따로 사서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당연히 이 과정에서 지터는 어마어마하게 감소합니다. 또 처리 속도 자체가 엄청나서, 지터를 복제할 시간조차 없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발진자를 쓰는 일반 제품의 경우 30피코 세컨드 정도의 속도가 나옵니다. 이것도 주변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숫자라 더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모든 여건을 다 고려해도 무려 6피코 세컨드밖에 걸리지 않죠.

BZ : 이런 스피드를 무시한다고 해도, DAC 처리 과정에서 특성 임피던스라던가 패턴 등 맞춰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이 부분의 설계에 있어서 저희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BZ : 아날로그 부분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저희는 두 파트로 나눠서 첫 번째 부분은 그 어떤 OP 앰프보다 빠르게 처리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약간의 튜닝을 위해 속도를 늦추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디오 기기라서 무작정 빠르기만 해도 안되죠. 최종 목표는 음악의 재생이니까요.

 

-아마도 졸너씨의 뮤지션 경력이 이 부분에서 크게 발휘될 듯싶군요.

BZ : 맞습니다. 그러므로 첫 부분은 OP 앰프로 만들되, 뒷부분은 디스크리트 회로로 설계해서 최종 튜닝을 실시합니다. 한편 최종 출력단은 언밸런스와 밸런스 두 가지 타입을 제공하는데, 이 역시 각각 다른 회로로 만들었습니다. 대개는 하나의 회로에서 두 개의 아웃풋을 빼는데 저희는 철저하게 파고들어서 두 개의 회로를 각각 구성한 겁니다.

BZ : 네. 그것은 결국 자신의 시스템에 걸어보고 비교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사용자마다 장비가 다르고, 취향이 다른 만큼 어느 게 어느 것보다 낫다라고 단정하기 힘들죠. 그리고 아까 첫 번째 적이 지터라고 했는데, 이제 두 번째 적이 나옵니다. 바로 전원부입니다.

BZ : 일단 스위칭 전원은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이런 스위칭 과정에서 노이즈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실 어떤 트랜스를 쓰고, 어떤 콘덴서를 쓰느냐에 따라 음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수많은 부품을 구해다가 일일이 실험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로 많은 시간과 공이 소요되었죠. 저희 제품을 보면 크게 3가지 블록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발견할 겁니다. 좌우에 있는 게 각각 DAC로, 레프트와 라이트를 철저히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것이 DDS, 컨트롤부 등이 있답니다. 바로 이 세 가지 파트를 파워 서플라이가 나눠서 투입됩니다. 즉, 세 개의 전원단이 있는 것이죠. 그 각각은 철저하게 아이졸레이션시켜서 일체의 진동이나 전자기의 간섭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BZ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