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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는 독일 진공관 앰프 메이커 옥타브(Octave)의 프리앰프 ‘HP700’과 모노블럭 파워앰프 ‘MRE220’, 그리고 노이즈 필터 ‘Filter 3-P’로 진행했습니다. 첫 음부터 단정하고 탄력감이 가득한, 그야말로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다운 품격을 보여줬습니다. 매칭한 B&W ‘800 D3’ 스피커를 가뿐히 드라이빙하는 솜씨도 대단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이러한 소리뿐만이 아닙니다. 독일 엔지니어링 특유의 유저 친화적인 다양한 설계와 안전장치가 워낙 꼼꼼하게 베풀어져 살펴볼수록 감탄이 터져나왔습니다. AB테스트 결과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Filter 3-P’도 따지고 보면 좀더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전달하고픈 옥타브 엔지니어들의 소망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옥타브와 트랜스포머

옥타브는 안드레아스 호프만(Andreas Hofmann)이 1986년 독일 남부의 블랙 포레스트에 설립한 진공관 오디오 제작사입니다. 무엇보다 트랜스포머와 전원보호회로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안드레아스 호프만의 부친이 이미 1968년부터 ‘호프만 트랜스포머’라는 트랜스 제작사를 운영해왔고, 안드레아스 호프만은 젊은 시절부터 이 회사에서 일을 해오다 옥타브를 설립했기 때문입니다.

옥타브의 캐치프레이즈는 ‘안전한 진공관 앰프, 다루기 쉬운 진공관 앰프’입니다. “안전하고 다루기 쉽다면 진공관 앰프는 솔리드 앰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게 이 회사 지론이지요. 일단 옥타브의 모든 진공관 앰프는 처음 전원을 켜면 4분 동안 음악이 나오지 않습니다. ‘ISO9001’ 품질인증 테스트를 통과한 전류안정화 회로에서 이를 제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에코 모드’(Eco Mode)라고 해서, 10분 동안 음악 입력신호가 없으면 자동으로 스탠바이 모드로 변환됩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전력소모를 줄이고 진공관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미리 진공관을 일정 시간 에이징 해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이들의 집요하리만치 꼼꼼한 ‘품질관리’(QC)의 일환으로 보여집니다.

인티앰프나 파워앰프의 경우 출력관을 취향에 따라 바꿔 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진공관에 따라 게인을 달리 설정할 수 있게끔 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즉, EL34, 6CA7, 6L6, 6550, KT88은 ‘로우’(LOW), KT120, KT150은 ‘하이’(HIGH) 게인에 놓고 사용케 한 것입니다. 이 역시 각 진공관에 대한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용자 편의성과 앰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전원트랜스와 입출력 트랜스를 직접 설계해서 감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옥타브의 장점입니다. 전원트랜스야 앰프 전 회로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핵심 부품이지만, 일부 내부 전선의 경우 음악신호도 같이 흐르기 때문에 사운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앰프의 음색과 스피드, 주파수 응답특성을 좌지우지하는 출력트랜스 역시 진공관 플레이트에 B전압을 가하고, 푸쉬풀 앰프의 경우 서로 다른 위상의 증폭신호를 합쳐주기 때문에 역시 진공관 앰프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RE220 후면의 BLACK BOX CONNECTOR

‘블랙박스’(Black Box)와 ‘슈퍼블랙박스’(Super Black Box)라는 별도의 외장 전원공급 캐패시턴스 모듈을 마련, 각 모델의 전원 상황을 유저가 직접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점도 솔깃합니다. 앰프에 내장된 파워서플라이보다 훨씬 비싼 커패시터 등을 투입, 다이내믹스와 스테이징, 저역의 탄력과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높였다고 합니다. 비슷한 개념의 외부전원장치를 내놓고 있는 일부 브랜드의 경우 각 모델마다 매칭할 수 있는 외부전원장치가 서로 달랐던 것에 비해, 옥타브는 전 모델에 모두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프리앰프 HP700 :

모듈러 디자인, 게인 및 출력임피던스 선택

‘HP700’은 전원부 분리형 프리앰프입니다. 무엇보다 모듈러 디자인을 채택, 2개 슬롯을 통해 다양한 입력모듈을 손쉽게 장착할 수 있는 점이 돋보입니다. 예를 들어 RCA MM 입력모듈, RCA MC 입력모듈, XLR MC 입력모듈, MC 승압트랜스 모듈(RCA, XLR) 중 1개나 2개를 선택하면 ‘HP700’을 진정한 포노 앰프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HP700’에는 이미 진공관 포노 증폭단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밖에 입력 트랜스를 장착한 XLR 입력모듈, XLR과 RCA 각각 1조씩을 갖춘 입력모듈 등 각자 상황에 맞춰 ‘플러그 앤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입력 트랜스가 있으면 아무래도 노이즈 유입을 최대한 막을 수 있고, XLR과 RCA입력단이 한 모듈에 있으면 손쉽게 스위칭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이들 옵션이 없는 기본형에서는 RCA 입력 3조, XLR 입력 2조, 바이패스용 RCA 입력 1조가 마련됐습니다. 출력단은 RCA 2조, XLR 1조 구성입니다.

게인을 3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는 점도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격하게 환영할 만합니다. 파워앰프의 입력감도와 게인에 맞춰 프리앰프 최적의 증폭값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분리형 앰프를 쓰시는 분들은 절감하시겠지만 프리앰프 출력이 높아도 낮아도 언제나 문제가 됩니다. 어쨌든 ‘HP700’에서는 25dB(High), 18dB(Med), 12dB(Low)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이일 때는 SNR이 -98dB, 미디엄일 때는 -104dB, 로우일 때는 -110dB로 높아지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시청회에서는 게인을 미디엄(Med) 상태로 놓고 진행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RCA 출력 임피던스를 100옴(Low)과 300옴(High) 중에서 선택(XLR은 150옴으로 고정)할 수 있는 점도 획기적입니다. 내부 기판에서 스위치로 선택하면 됩니다. 옥타브에서는 파워앰프의 입력 임피던스가 10k옴 이하이거나 인터케이블 길이가 3m 이상이면 로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임피던스 매칭 원리상 ‘작게 주고 크게 받는다’가 적용된 것이지요. 이 경우 사운드도 달라지는데, 출력 임피던스가 낮으면 소리가 좀더 파워풀해집니다. 이는 파워앰프에 좀더 많은 출력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을 짚었으니, 이제 찬찬히 외관을 살펴보겠습니다. ‘HP700’은 한눈에 봐도 옥타브 특유의 강인한 디자인이 눈길을 끕니다. 본체 무게는 10kg, 전원부 무게는 3.8kg에 달합니다. 알루미늄 섀시 상판에 나있는 방열구멍을 보면 역시 진공관 프리앰프가 맞습니다. 라인 증폭단은 텅솔의 12AU7 1개, 텔레풍켄의 EF800 2개로 짜여진 2단 증폭 설계입니다. 포노 증폭단은 12AX7 1개, 12AT7 1개, 6922 1개 구성입니다. MM입력과 MC입력에 따라 별개 증폭회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면 패널에는 3개의 큼지막한 노브가 3개가 있는데, 왼쪽이 모드 스위치, 가운데가 볼륨 노브, 오른쪽이 입력 선택 스위치입니다. 모드 스위치로는 뮤트, 게인(하이, 미디엄, 로우), 바이패스, 톤 콘트롤을 선택할 수 있고, 입력 선택 스위치로는 RCA 3조, XLR 2조 선택은 물론 입력모듈 2종(SL1, SL2) 중에서도 선택이 가능합니다. 포노 입력모듈을 장착했다면 SL1이나 SL2를 선택하면 됩니다. 모드와 입력선택 두 스위치 옆에는 각 작동상태를 알려주는 조그만 LED들이 있습니다.

스펙을 보면, 최대 출력전압은 12V, 왜율(THD)은 0.01%, 채널 분리도는 -90dB, 입력 임피던스는 50k옴을 보입니다. 포노 스테이지의 경우, RIAA 커브 이퀼라이징 오차는 15Hz~20kHz에서 0.3dB에 그치고, 신호대잡음비(SNR)는 MC 입력의 경우 최대 -84dB에 달할 정도로 포노단으로서는 엄청난 정숙도를 자랑합니다. 카트리지의 미세신호를 얼마나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입력감도 역시 MC 입력의 경우 최대 250uV까지 떨어집니다.

모노블럭 파워앰프 MRE220 :

튜브 롤링, 게인 및 입력 임피던스 선택, 바이어스 조절

‘MRE220’은 기본적으로 KT120을 채널당(블럭당) 4개씩 투입, 파라 푸쉬풀로 구동해 220W 출력을 뿜어내는 대출력 진공관 모노블럭 파워앰프입니다. 그래서 모델명에 ‘220’이 들어갔습니다. 무게도 블럭당 31kg에 달합니다. 초단관에는 6SN7 1개, 드라이브관에는 12AU7 2개가 투입됐습니다. 전면을 보면 왼쪽이 입력 선택 노브, 오른쪽이 기능 선택 노브입니다. 입력단은 RCA, XLR 단자가 1개씩 마련됐습니다.

스펙은 그야말로 하이엔드 진공관 파워앰프, 그 자체입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5Hz~80kHz(-3dB)에 달할 정도로 광대역하고, SNR은 -116dB 이상, THD는 10W 출력에서도 0.1%를 보입니다. 게다가 2옴 스피커까지 구동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전원공급능력을 자랑합니다. 옵션으로 밸런스 입력 트랜스를 장착하면 EMI 등의 커먼모드 노이즈 제거율(CMRR)이 85dB에 달합니다. 게인은 29.5dB로 통상 파워앰프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옥타브 플래그십 파워앰프답게 흥미로운 설계디자인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출력관을 선택해 소위 ‘튜브 롤링’의 취미성을 만끽할 수 있는 점과, 이를 위해 게인값을 하이(High)와 로우(Low)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기본은 KT120이 장착되지만, KT88, 6550, KT90, KT100은 물론 KT150 진공관까지 출력관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KT120과 KT150은 후면 스위치로 게인값을 하이로 올리고, 다른 관은 로우로 내리면 됩니다. 게인값이 로우가 되면 출력 역시 140W로 줄어듭니다.

각 출력관의 바이어스 상태를 점검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점도 진공관 수명을 최대한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오른쪽 기능 선택 노브로 해당 출력관(V1~V4)을 선택한 뒤, 뒤쪽 가운데에 마련된 5개의 작은 LED를 보면서 메터(트리머)를 드라이버 등으로 돌려주면 됩니다. 왼쪽에서 2번째 LED에 노란 불이 들어오면 해당 출력관의 바이어스가 너무 낮다는 뜻이고, 4번째 LED에 노란 불이 들어오면 바이어스가 너무 높다는 뜻입니다. 바이어스값이 최적화되면 가운데 LED에 녹색 불이 들어옵니다.

이밖에 프리앰프 출력 임피던스가 500옴 이상일 경우 왼쪽 입력선택 노브로 ‘RCA 2’를 선택, 이에 대응케 하는 점에서도 옥타브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임피던스 매칭인 것이지요(RCA1 입력 임피던스 25k옴, RCA2 입력 임피던스 50k옴). 이밖에 위에서 언급한 저전력 에코 모드도 당연히 채택됐습니다. 10분 이상 입력신호가 들어오지 않으면 자동으로 에코 모드로 전환돼 5개 LED 중에서 가장 왼쪽 LED에 불이 들어옵니다. 옵션으로 밸런스 입력 트랜스를 선택하면, 그라운드 루프와 고주파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노이즈 필터 Filter 3-P :

감쇄율 -80dB의 커먼모드 트랜스포머

‘Filter 3-P’는 커먼모드 노이즈 필터입니다. 따로 전원을 공급받거나 안에 증폭소자가 없다는 점에서 패시브 타입 필터이며, EMI 같은 커먼모드 노이즈를 차단하기 위해 트랜스포머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커먼모드 트랜스포머’ 타입 필터입니다. 디지털 파트가 아니라 컨버팅 직후의 아날로그 신호 전송과정에서 노이즈를 차단하는 점도 특징입니다.

현재 오디오 환경은 그야말로 고주파 노이즈 투성이라고 보면 됩니다. 공유기, TV, 노트북, 컴퓨터, LED, 그리고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이 저마다 EMI(Electro Magnetic Interference)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이들 기기 때문에 본인들 스스로는 물론 멀쩡히 잘 있던 DAC나 앰프, 스피커까지 ‘전자기장 간섭’이라는 치명상을 입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미지 출처: Octave Audio

이러한 EMI의 주범은 이 기기들에 내장 또는 어댑터 형태로 전원을 공급하는 SMPS 때문입니다. 주로 MOSFET을 고속 스위칭시켜 AC 전원을 DC 전원으로 바꿔주는 SMPS 구조상 고주파 노이즈는 태생적으로 피할 수 없는 셈이죠. SMPS의 통상 스위칭 주파수가 50kHz~1MHz인데, EMI가 일어나는 주파수가 150kHz~30MHz라는 게 결정적 이유입니다. 심지어 EMI는 10kHz 주파수 대역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EMI는 커먼모드 노이즈(Common-Mode Noise) 형태로 오디오 디지털/아날로그 인터케이블을 타고 들어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즉, 접지선(Ground)을 기준으로 신호선(+)과 리턴선(-)에 위상과 전압이 모두 똑같은(common) 형태로 끼어드는 것입니다. 결국 인터케이블로 연결된 오디오에서 EMI를 막는다는 것은 커먼모드 노이즈를 차폐시킨다는 뜻이고, 이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장치로 알려진 것이 바로 커먼모드 트랜스포머입니다.

메인시청실: McIntosh MT-5 & Octave Filter 3-P

트랜스포머는 잘 알려진 대로 1차 권선과 2차 권선이 물리적으로 절연됐지만 두 권선 사이에서 발생한 전자기장으로 교류 신호나 디퍼런셜모드 노이즈(Differential-Mode Noise)를 ‘트랜스’하는 장치입니다. 때문에 EMI가 커먼모드 형태로 1차 권선에 들어오면, 그 들어온 위상과 전압이 똑같기 때문에 이 노이즈를 ‘트랜스’할 전자기장이 발생하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잘 만들어진 ‘커먼모드 트랜스포머’의 EMI 감쇄율은 -60dB(10kHz)에 이릅니다. 즉, 1차 권선에 들어온 커먼모드 노이즈의 신호세기가 1000이라면, 2차 권선에 나타나는 노이즈는 1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옥타브의 ‘Filter 3-P’는 이 감쇄율이 -80dB(10kHz 기준)에 이릅니다. 데시벨로 표기하니까 실감이 안나지만 이를 환산하면 10000대1, 즉 0.0001% 감쇄율이라는 놀라운 수치입니다.

제1시청실: Bryston BCD-3 & Octave Filter 3-P

기존 고주파 필터와 다른 점은 노이즈를 포함한 모든 신호를, 예컨대 가청영역대를 훨씬 지난 50kHz 이상에서 싹둑 잘라 로우패스(low-pass) 필터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Filter 3-P’는 ‘커먼모드 트랜스포머’ 방식을 활용, 음악신호인 아날로그 교류 신호는 그대로 통과시키면서 커먼모드 형태로 끼어든 EMI 노이즈만 걸러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노이즈 감쇄율(CMRR)이 10kHz에서 무려 -80dB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다른 스펙도 대단합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10Hz~150kHz(-1dB), 왜율(THD+N)은 0.001% 이하(1kHz)를 보이는데, 이는 ‘Filter 3-P’가 그만큼 원 음악신호를 오리지널 상태 그대로, 어떠한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뒷단에 넘겨준다는 얘기입니다. 임피던스 매칭도 무난한 편입니다. 예컨대 앞단이 DAC일 경우 출력 임피던스가 600옴(XLR), 300옴(RCA) 이하이기만 하면 되고, 뒷단이 프리앰프일 경우 입력 임피던스가 10k옴 이상이기만 하면 됩니다.

외관을 보면 ‘Filter 3-P’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정면에서 봤을 때 폭이 70mm, 높이가 75mm에 불과하고 안길이도 186mm에 그칩니다. 하지만 무게는 3.6kg이나 나갑니다. 물론 내장된 트랜스포머와 튼튼한 금속 하우징, 그리고 제진(진동방지)을 위해 투입된 레진 때문일 것입니다. 밑면에 보면 접지 분리(Ground lift) 스위치가 있는데, 이는 입력단과 출력단의 접지를 분리시킬 것인지(On), 연결할 것인지(Off) 선택하라는 얘기입니다. 기본은 접지 루프를 방지하기 위해 ‘On’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셋업 및 시청

시청회는 하이파이클럽 메인시청실과 제1시청실에서 진행됐습니다. 메인시청실에서는 타이달(Tidal) 음원과 LP를 들어보면서 옥타브 프리 ‘HP700’과 파워 ‘MRE220’을 시청했고, 제1시청실에서는 옥타브의 ‘Filter 3-P’를 집중적으로 AB테스트했습니다.

메인시청실 셋업은 린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Klimax DS/3’와 맥킨토시의 턴테이블 ‘MT5’(수미코 ‘Blue Point No.2’ MC카트리지), B&W의 플래그십 스피커 ‘800D3’로 구성됐습니다.

제1시청실은 웨이버사의 ‘W Core’와 ‘W Router’를 비롯해 Bryston의 'BCD-3 CD Player’, 노르마의 프리앰프 ‘REVO SC-2’, 모노블럭 파워앰프 ‘REVO PA 160 MR’, 이글스톤웍스의 스피커 ‘Andra III SE’ 구성입니다.

옥타브 HP700 + MRE220 시청

메인시청실에서 첫곡으로 캐롤 키드(Carol Kidd)의 ‘When I Dream’을 들었습니다. 배음과 잔향이 풍부하며 온기와 포근함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진공관 사운드입니다. 보컬과 기타의 앞뒤 레이어감과 중역대의 실키한 느낌도 잘 전해집니다. 캐롤 키드의 발성시 입 주변의 미세한 공기파장까지 느껴질 만큼 디테일이 출중합니다. 파워앰프는 하이엔드로 갈수록 일체의 자기 주장 없어지는데, ‘MRE220’이 바로 그 경우입니다. 그러면서도 ‘800 D3’를 아주 리드미컬하게 드라이빙했습니다.  

프리앰프 ‘HP700’의 게인을 로우(Low)로 낮추면 소릿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크해봤습니다. 에스펜 린(Espen Lind)의 ‘Hallejujah’입니다. 로우 상태에서 들어보면, 음의 윤곽선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고 음수가 많아지고 다채로워집니다. 음들이 풍윤해진 것이지요. 떼창의 거리감도 잘 느껴집니다. 게인을 하이로 올려보면, 음량 자체가 높아지는 한편 음들이 보다 가까이서 들립니다. 하지만 조금 억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시 로우로 내려보면 정리정돈이 잘 된 사운드, 자연스러운 촉감이 돋보입니다. 이후 시청회는 게인을 미디엄(Med) 상태에서 진행했습니다.

투티(Tutti) 앨범의 ‘Dance of Tumbler’에서는 파워앰프 ‘MRE220’의 임팩트와 트랜지언트 능력, 빠른 스피드가 돋보였습니다. 역시 똑부러지고 야무진, 그러면서 기초 체력이 튼튼한 파워앰프입니다.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에서는 베이스 음들이 초반부터 아주 잘 들립니다. 녹음 장소인 카페의 여러 어수선한 소리, 그러니까 접시와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 관객이 웅성웅성 뭐라 떠드는 소리까지 모조리 들립니다. 전체적으로 진공관 앰프답게 편안한 사운드이지만, 단호하게 한 음 한 음을 내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파보 예르비(Paavo Jarvi) 지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The Deutsche Kammer Philharmonie) 연주의 ‘베토벤 교향곡 4번 2악장’을 들어보면, 이게 진정 KT120의 소리일까 싶을 정도로 곱고 폭신폭신한 음이 나옵니다. 하지만 필요한 대목에서 팍팍 떠뜨려주는 것을 보면, 음에 단단한 기합이 들어가 있는 KT120이 맞습니다. 그만큼 옥타브 프리파워 조합이 일궈내는 음은 섬세하고 보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한방을 갖춘 모습입니다. 한마디로 강철대오 같은 ‘강’과 어머니 품 같은 ‘약’을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넘나듭니다. 음에 지저분한 것들이 일체 끼지 않는 모습도 대단합니다. 이는 전원 및 출력 트랜스에 관한 옥타브의 오랜 노하우 덕분으로 보여집니다.  

다음은 LP로 들어봤습니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Layla’의 경우 박수소리는 생생하고 보컬은 찰지고 선명합니다. 에너지감도 대단합니다. 무엇보다 음을 이루는 각 주파수들의 위상이 흔들림없이 스피커까지 전달되는 인상이 강합니다. 디지털 음원이나 웬만한 프리앰프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덕목이지요. 안네 소피 무터의 ‘찌고이네르바이젠’에서는 노이즈가 완전 증발된 덕분에 바이올린의 음이 처음 출발하는 모습까지 세밀하게 관찰됩니다. 음에 공기감이 감도는 점도 좋았는데, 마치 음들이 무터와 함께 호흡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KT120이 이 정도로 깨끗하고 유연하며 나긋나긋했나 싶습니다.

옥타브 Filter 3-P AB테스트

제1시청실로 장소를 옮겨 옥타브의 ‘Filter 3-P’를 AB테스트했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하신 분들이 돌아가며 ‘Filter 3-P’를 한손으로 들어봤는데 모두 “보기와는 달리 묵직하다”라며 놀라워했습니다. ‘Filter 3-P’는 Bryston의 'BCD-3 CD Player’와 노르마의 프리앰프 ‘REVO SC-2’ 사이에 투입했습니다. AB테스트의 객관성을 위해 한 참석자 분이 각 시청에 따른 솔직한 자신의 느낌을 말해주셨습니다(이하 “ “ 대목).

집중 시청곡은 셀레나 존스의 ‘You Don’t Bring Me Flowers’입니다. 필터 없이 들었을 때 콘트라베이스의 위치는 “‘Andrar III SE’ 스피커의 미드레인지 유닛 정도”라고 합니다. 셀레나 존스의 입 위치는 “스피커보다 40cm 가량 위”이며, 입의 크기는 “큰 편”이라고 합니다. 피아노 음은 “차갑다”입니다.

‘Filter 3-P’를 투입했습니다. 일단 필터가 없을 때보다 선명하고 깔끔하며 말쑥한 음이라고 느껴집니다. 콘트라베이스의 위치는 “맨 밑 우퍼까지 내려갔다”, 셀레나 존스의 입 위치는 “조금 더 높아졌다”, 입 크기는 “아까보다 작아졌다”, 피아노 음은 “현실적이다”로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자연스러운 음으로 바뀐 것이지요. EMI라는 커먼모드 노이즈가 프리앰프에 유입되지 않은 효과에 다른 참석자분들도 내심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요즘 같은 네트워크 오디오 환경일수록 ‘Filter 3-P’는 유용할 것 같습니다.

시청회를 마치며

이번 241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는 시청실을 오가며 다양한 음원을 듣고 AB테스트까지 해본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옥타브 프리앰프 ‘HP700’의 공간감 창출능력과 모노블럭 파워앰프 ‘MRE220’의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진공관 앰프다운 온기와 푸근함, 모노블럭 앰프다운 단단하고 여유있는 구동력 외에 섬세하고 단정하며 탄력감 넘치는 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리앰프의 게인에 따른 소릿결 변화도 확연했습니다.  

옥타브 필터 ‘Filter 3-P’도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한 참석자 분은 시청회가 끝난 후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음원을 더 들어보고 싶다고 하셨고, 다른 분은 “가사가 (없을 때보다) 잘 들린다”고도 하셨습니다. 확실히 쾌적하고 자연스러운 소리, 안개가 걷힌 듯한 소리, 그래서 LP를 듣는 듯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마치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보는 듯했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4K UHD 앨범재킷과 음악 정보를 제공하는 ‘쎄티오 울트라 오디오 방송'

241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쎄티오 울트라 오디오 방송으로 참석자들을 모셨습니다. 150인치 화면을 가득 채운 4K UHD 방송은 풍성한 정보를 읽는데 글자나 이미지가 깨지지 않아 눈에 피로감을 덜어주었습니다. 또한, CD에서 추출해낸 무손실, 무압축의 WAV 포맷을 사용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깨끗하고 정보량이 많은 음질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