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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비슷한 스피커가 너무나 다른 소리를 내어줄 때만큼 신기한 체험은 없습니다. 그것도 동일한 브랜드에서 말입니다. 또 스피커의 위치를 달리하다가 최적의 세팅 값을 얻을 때만큼 기분 좋은 순간도 없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여러 다양한 선택지에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피커를 골라야 하는 오디오 애호가들의 즐거운 고민이기 때문입니다.

249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는 이런 테마로 진행됐습니다. 주인공은 핀란드 펜오디오(Penaudio)의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 ‘Cenya Signature’(이하 센야 시그니처)와 ‘Charisma Signature’(이하 카리스마 시그니처)입니다. 두 스피커를 역시 북유럽(스웨덴) 일렉트로콤파니에(Electrocompaniet)의 인티앰프 ‘ECI 6’에 물려 사운드를 비교해봤습니다. 카리스마 시그니처의 경우 니어필드 세팅 위치에 따른 소리 변화도 음미해봤습니다.

펜오디오 Cenya Signature

펜오디오는 뮤지션이자 엔지니어인 세미 펜틸라(Sami Penttila)가 1999년 핀란드 이위배스퀼래(Jyvaskyla)에 설립한 스피커 전문 제작사입니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고운 마감의 적층 자작나무 합판 인클로저로 유명한 메이커죠. 나뭇결을 살린 이 인클로저 디자인은 전 세계 수많은 자작 마니아들에게 큰 영감을 선사했습니다. 소리 또한 인클로저를 빼닮아 자연스럽고 싱싱하며 색 번짐이 없는 스타일입니다.

현재 라인업은 플래그십인 신포니아 시그니처(Sinfonia Signature)부터 시작해 세레나데 시그니처(Serenade Signature), 신포니에타 시그니처(Sinfonietta Signature), 사라 S 시그니처(Sara S Signature), 레벨 3(Rebel Three), 사라 S(Sara S), 레가토 시그니처(Legato Signature), 알바 시그니처(Alba Signature. 이상 플로어스탠딩), 센야 시그니처(Cenya Signature), 센야(Cenya), 카리스마 시그니처(Charisma Signature), 레벨 2(Rebel Two. 이상 스탠드 마운트) 등으로 짜여있습니다.

라인업에서 알 수 있듯이 센야 시그니처는 펜오디오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의 최상위 기종입니다. ‘시그니처’ 버전답게 제작자인 세미 펜틸라의 사인이 들어간 명판이 후면에 붙어있고 오리지널 센야에 비해 사이즈를 조금 더 키우고 내부 댐핑재로 쓰인 역청(bitum)도 더 투입했습니다. 후면에 나있는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안쪽이 알루미늄으로 마감된 점도 오리지널 센야에 비해 달라진 점입니다.

펜오디오는 전통적으로 노르웨이 시어스(Seas) 유닛을 즐겨 사용하는데 이는 센야 시그니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트위터는 시어스의 29mm(1.1인치) 소프트 돔 엑셀(Excel) 유닛으로 헥사다임(Hexadym) 마그넷에 페로풀루이드 냉각(ferrofluid cooling)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미드 우퍼 역시 구리 재질의 커다란 페이즈 플러그를 단 시어스의 145mm(5.5인치) 마그네슘 엑셀 콘 유닛입니다.

싱글 와이어링 전용 바인딩 포스트는 펜오디오의 단골인 WBT 넥스트젠(Nextgen) 0705 AG를 썼고, 네트워크 회로에는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와 공심코일 등이 투입됐습니다. 인클로저는 18mm 핀란드산 자작나무 합판과 샌드위치 합판(1.5mm 베니어 + 16mm MDF + 5mm 합판)으로 제작됐습니다. 가로 폭이 좁고(180mm), 높이(300mm)에 비해 안길이가 긴(342mm) 점 또한 펜오디오 스피커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35Hz~30kHz, 감도는 86dB, 공칭 임피던스는 4옴을 보입니다. 2웨이 스탠드 마운트 타입으로는 저역이 35Hz까지 내려가지만, 감도와 임피던스를 감안하면 앰프 매칭에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펜오디오에서는 50W 이상의 앰프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핵심 중역대를 건드리지 않도록 4kHz에 높게 자른 점이 눈길을 끕니다. 무게는 8.31kg.

펜오디오 Charisma Signature

카리스마 시그니처는 펜오디오 북쉘프 스피커 중에서도 작은 크기입니다. 2웨이 유닛 구성과 인클로저 재질이 센야 시그니처와 비슷해 얼핏 보면 같은 스피커로 보이지만, 가로 폭 150mm, 높이 255mm, 안길이 313mm로 확실히 센야 시그니처에 비해 작습니다. 베이스 리플렉스 저역 보강에 싱글 와이어링 전용 WBT 넥스트젠 0705 AG 바인딩 포스트도 동일합니다.

카리스마 시그니처는 지금은 단종된 오리지널 카리스마보다 크기를 키우고 진동억제를 위해 내부에 역청을 더 발랐습니다. 세미 펜틸라의 사인이 들어간 명판이 후면에 붙어있는 점 또한 센야 시그니처를 닮았습니다. 트위터는 센야 시그니처와 동일한 29mm 시어스 엑셀 소프트 돔 트위터, 미드 우퍼는 약간 작은 120mm(4.7인치) 엑셀 유닛을 썼습니다.

스펙은 센야 시그니처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주파수응답특성은 42Hz~30kHz(크로스오버 4.4kHz)를 보이며, 감도는 용적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센야 시그니처보다 더 낮은 85dB에 그칩니다. 대신 공칭 임피던스가 8옴에 달해 비교적 구동력이 낮은 앰프로도 쉽게 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권장 앰프 출력 30W 이상). 실제 시청회에서 같은 앰프에 물렸을 때 카리스마 시그니처가 오히려 좀 더 호방하고 똘망한 소리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일렉트로콤파니에 ECI 6

시청회 메인 앰프로 나선 주인공은 일렉트로콤파니에의 인티앰프 ECI 6입니다. 8옴에서 125W, 4옴에서 200W, 2옴에서 370W를 내는 클래스 AB 증폭 앰프입니다. 2옴에서도 자신 있게 370W를 뿜어내는데 이는 그만큼 강력한 전원부가 마련됐다는 것이겠죠. 출력단은 푸시풀로 구동되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구성입니다.

1973년 매티 오탈라(Matti Otala)가 설립한 일렉트로콤파니에는 소스기기 및 앰프, 스피커를 자체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는 노르웨이 오디오 제작사입니다. 마이클 잭슨의 ‘History’ 앨범 크레딧(기술 지원)에 일렉트로콤파니에 이름이 들어간 것은 유명한 일화죠. 레코딩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이 녹음 작업에서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일렉트로콤파니에의 현행 라인업입니다.

*  소스기기 = ECD 2 DAC, ECG 1 턴테이블, EMC 1 MK4 레퍼런스 CDP, ECM 1 네트워크 플레이어, ECM 2 네트워크 뮤직서버/DAC

*  인티앰프 = ECI 6 인티앰프, ECI 6D DAC 내장 인티앰프, ECI 6DX DAC/스트리머 내장 인티앰프

*  파워앰프 = AW180 모노블럭, AW400 모노블럭, AW250 스테레오, MEMO(AW600) 모노블럭

*  EC Living 라인 = TANA SL-1 스피커/스트리머, TANA L-1 스피커, RENA S-1 스트리머, RENA SA-1 앰프/스트리머, SIRA L-1 서브우퍼

이 중에서 인티앰프는 일렉트로콤파니에 모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라인업이며, 이번 시청회에 등판한 ECI 6은 그중에서 기본이 되는 핵심 모델입니다. ECI 1이 1991년, ECI 3가 2000년, ECI 5가 2005년에 나왔고, ECI 5는 MK5 버전까지 계속되다 년 마침내 ECI 6으로 진화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CI 6은 외관부터 북유럽 감성이 물씬거립니다. 검은색 전면 상단에 빈틈없이 도열한 ‘ELCETROCOMPANIET’라는 사명, 바로 밑에 회사 로고와 스탠바이 버튼, 오른쪽의 금빛 4개 버튼이 천편일률적인 앰프 디자인과 궤를 달리합니다. 4개 버튼은 볼륨 업/다운, 입력 선택을 담당합니다. 왼쪽에는 표시창이 있습니다.

후면에는 XLR 입력 1조, RCA 입력 3조가 마련됐고, 별도 파워앰프에 물릴 수 있도록 프리아웃이 XLR, RCA 1조씩 마련된 점이 특징입니다. 스피커 출력단은 MK5 때와는 달리 WBT 단자로 변경됐습니다. 입력단 위로는 디지털 옵션 보드 장착을 통해 ECI 6D 또는 ECI 6DX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공간이 보입니다.

내부 사진을 보면 전면 오른쪽에 커다란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가 있고 그 뒤쪽으로 커패시터 뱅크가 질서 정연하게 도열해 있습니다. 20kg이나 나가는 무게는 이 전원부 때문으로 보입니다. 왜율(THD+N)은 0.004%에 그치며, 프리앰프의 노이즈 플로어는 -135dB, 파워앰프의 채널 분리도는 120dB을 보입니다. 한마디로 하이엔드 스펙입니다.

셋업 및 시청

시청회는 하이파이클럽 제1 시청실에서 진행됐습니다. 메인 인티앰프는 일렉트로콤파니에의 ECI 6였으며 중간에 레가(Rega)의 플래그십 ‘Osiris’(오시리스)와도 물려 진행했습니다. 이 밖에 웨이버사의 ‘W Core’와 ‘W Router’, 쓰랙스의 멀티 비트 DAC ‘Maximinus DAC’를 동원했습니다.

스피커와 청취 위치와의 거리는 총 3가지로 경우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맨 앞이 삼각법으로 계산한 최적의 세팅 위치이고, 그 뒤로 15cm 간격으로 2개 포인트를 더 표시했습니다. 스피커 최적의 위치는 시청실 세로 변 기준 뒷벽에서 정확히 38% 되는 지점이고, 청취 포인트와 두 스피커가 정삼각형으로 이루도록 했습니다. 즉, 왼쪽 스피커 트위터가 정확히 청취자 왼쪽 귀를 향하는 세팅입니다. 스피커 위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놓고 청취자의 왼쪽 귀가 화면 가운데에 오도록 하면 됩니다.

카리스마 시그니처로 들어본 나윤선 - 초우

Reflet

카리스마 시그니처와 ECI 6 조합이고, 스피커는 맨 뒤 지점에 놓고 들었습니다. 두 스피커가 이루는 밑변이 청취자와의 거리보다 짧은 이등변 삼각형 모양입니다. 첫 느낌은 역시 깨끗하고 정갈한 펜오디오 스피커 사운드라는 것입니다. 작은 북쉘프 타입이라서 정위감 또한 아주 대단합니다. 나윤선이 정중앙에 핀 포인트로 맺힙니다.

곧바로 최적의 맨 앞 포인트에 스피커를 옮긴 후 다시 들어봤습니다. 확실히 피아노가 또렷하게 더 잘 들립니다. 보컬은 더욱 선명해졌고 잔향감도 더 늘어났습니다. 스피커를 앞으로 30cm 정도 당기고 토인을 좀 더 준 것뿐인데 그 음질 변화가 상당합니다. 무엇보다 뒷무대가 넓어진 점, 음상이 정교해진 점이 청감상 확연합니다.

이는 그만큼 시청실 벽면을 맞고 튀어나온 간접음이 직접음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피커를 앞으로 당기면 그만큼 직접음이 가까이에서 들려 더 피곤하고 쏘는 소리를 들려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피커가 사라진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음들이 좀 더 소프트해진 점도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38% 지점이 과연 일반 가정환경에서 가능할까 하는 것입니다. 스피커를 이렇게 앞으로 튀어나오게 세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3번째는 가운데 지점으로 스피커를 옮겨봤습니다. 사실 이 위치도 현실적이진 않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피아노와 보컬의 정위감이나 음상, 소릿결이 어중간해졌습니다. 밸런스도 약간 무너진 것도 같습니다.

긴급 튜닝에 나섰습니다. 베이스 트랩을 두 스피커 뒤편 벽 모서리에 설치, 반사음의 과도한 저역 에너지를 흡수토록 한 것입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음의 윤곽선이 좀 전보다 분명히 또렷해져서 시청회 참석자분들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었습니다.

센야 카리스마로 들어본 나윤선 - 초우

Reflet

이번에는 스피커만 센야 카리스마로 바꿨습니다. 위치는 그대로, 즉 중간 지점입니다. 용적이 약간 크고, 미드 우퍼 직경이 좀 더 크기 때문인지 재생음에서 여유가 느껴집니다. 마치 하베스 스피커처럼 음이 낭창거리는 느낌도 듭니다. 확실히 음수가 카리스마 시그니처에 비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사운드 스테이지의 단단함이나 음상의 정교함은 카리스마 시그니처가 나은 것 같습니다.

Eagles - Hotel California

Hotel California

계속해서 센야 시그니처로 들어봤습니다. 기타의 음끝이 싱싱하게 살아있습니다. 저역의 펀치감이나 현장의 공간감도 발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듣던 북쉘프 스피커의 하이엔드 버전인 것처럼 들렸습니다. 자연스럽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음에서 탄력감이 느껴지는 점이 완전 호감형입니다. 이것이 펜오디오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베이스 트랩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다시 카리스마 시그니처로 바꿨습니다. 단번에 음들이 좀 더 촉촉하고 섬세해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대는 더 넓어지고 에너지감도 오히려 증가한 것 같습니다. 음들을 맺고 끊는 모습도 분명해졌고, 관객들의 환호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여유로움은 덜하지만 이러한 밀도감이 작은 카리스마 시그니처만의 매력으로 보여집니다.

슬슬 두 스피커의 성향이 파악됩니다. 센야 시그니처는 저역의 양감이 상대적으로 더 많고 재생시에 통울림을 이용한다는 느낌입니다. 이에 비해 카리스마 시그니처는 통울림이 없는, 거의 밀폐형 스피커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줍니다. 기타 소리가 더 쫀득하게 들린 것도 카리스마 시그니처였습니다.

Rechael Yamagata - Duet

Elephants

이어 레이첼 야마가타의 ‘Elephants’ 앨범에 실린 ‘Duet’을 카리스마 시그니처로 계속해서 들어보면, 보컬의 들숨과 입술 파열음이 모조리 들립니다. 입김이 촉촉하면서 뜨겁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노이즈가 완전 증발된 소리, 유닛과 인클로저의 고유음이 배제된 소리도 펜오디오 스피커의 특징으로 여겨집니다.

일렉트로콤파니에 ECI 6 vs 레가 Osiris

이번에는 레가의 오시리스 인티앰프를 투입해봤습니다. 오시리스는 8옴에서 162W, 4옴에서 250W를 내는 클래스 AB 증폭 인티앰프입니다. 일본 산켄의 200W급 대출력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채널당 8개(2개는 드라이빙) 투입, 트리플 패러렐 푸시풀로 구동합니다. 프리앰프부가 일절 증폭에 관여하지 않는 점이 특징입니다.

L'Orchestre de Contrebasses - Bass, Bass, Bass, Bass, Bass & Bass

The King of Bass

우선 계속해서 일렉트로콤파니에 ECI 6 앰프와 카리스마 시그니처 조합으로 로케스트르 드 콘트라바스의 ‘Bass, Bass, Bass, Bass, Bass & Bass’를 들어봤습니다. 베이스 음들이 정말 잘도 뛰쳐나옵니다. 이러한 생동감과 탄력감이 카리스마 시그니처와 ECI 6 조합의 큰 매력입니다. 선명하고 깨끗한 촉감이 계속되지만 마치 대형기를 듣는 것처럼 음수가 많은 점도 특징입니다.

오시리스 앰프로 바꿔 들어봤습니다. 음의 무게감이 확연합니다. 묵직하고 상대적으로 어두운 음입니다. 경쾌함이나 템포감은 ECI 6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는 인상이지만, 음악의 뉘앙스와 분위기는 좀 더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이 맛에 레가 앰프를 듣는 것이겠지요.

Jacintha - Moon River

Autumn Leaves

다시 일렉트로콤파니에 ECI 6로 바꿔 야신타의 ‘Autumn Leaves’ 앨범 수록곡인 ‘Moon River’를 들어봤습니다. 칠흑 같은 배경에 야신타가 실물 사이즈로 등장해서 쫀득쫀득하게 노래를 불러줍니다. 약간의 온기가 있는 사운드이며, 특히 피아노 오른손 터치가 투명하고 예리하게 들리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왼손 터치의 잔향감 역시 충분합니다. 한마디로 맛깔스러운 재생음입니다. ECI 6 인티앰프의 트랜지언트 능력도 돋보입니다.

Eric Clapton - Layla

Unplugged

이번에는 카리스마 시그니처를 맨 앞으로 당겨 놓은 상태에서, 그러니까 제1 시청실 최적의 세팅 위치에 놓고 들었습니다. 진짜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밴드와 관객의 존재가 너무나 살갑게 다가옵니다. 라이브 현장의 공감간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한 음이 다른 음에 의해 묻히지 않는 모습, 넓고 깊은 레이어감과 진한 색채감이 비로소 펄펄 살아납니다. 기타와 퍼커션 연주는 컬러풀한 팔레트 위에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으면서도 편안하게 들립니다. 스피커를 앞으로 당겨놓았는데도 이처럼 음들이 쏘거나 귀를 아프게 하는 느낌이 없다는 것, 스피커 세팅의 매직입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요즘 북유럽 감성이 유행입니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한 디자인과 사용자 중심의 기능성이 그 핵심이겠지요. 이런 면에서 핀란드의 펜오디오와 스웨덴의 일렉트로콤파니에는 21세기 북유럽 감성을 대변하는 오디오 메이커라 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산 자작나무 합판의 자연스러운 결을 그대로 살린 펜오디오의 디자인과, 어두컴컴한 북구의 밤을 연상시키는 일렉트로콤파니에의 디자인이 보면 볼수록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특히 센야 시그니처와 카리스마 시그니처가 들려준 소리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라 불러도 결코 과장이 아닐 만큼 정교하고 깨끗하며 투명한 사운드를 들려줬습니다. 센야 시그니처는 저역의 양감과 통울림을 이용한 듯한 낭창낭창한 소릿결, 카리스마 시그니처는 단단하고 정교한 음상과 드넓은 사운드스테이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닮은꼴 스피커의 너무나 다른 음의 세계, 그것도 다양한 스피커 위치를 통해 최적의 사운드를 탐구해본 흥미로운 시청회였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