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료]카본, 베릴륨, 폴리프로필렌, 세라믹...
오디오는 재료공학이다

김편 2020-07-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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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재료공학의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피커 진동판만 봐도 카본, 케블라, 폴리프로필렌, 세라믹 등 부지기수이고, 케이블 단면만 잘라봐도 구리, 은, 캡톤, 테플론, 뮤메탈 등이 잔치를 벌인다. B&W의 컨티늄, 윌슨베네시의 택틱, 다인오디오의 MSP 등 일부 제작사에서는 아예 자신들이 직접 신재료를 만들기까지 한다. 오디오에 스며든 재료공학의 세계를 살펴봤다. 

금 (Gold)

 14K 금으로 바디를 만든 클리어오디오의 Goldfinger Statement

금을 쓴 대표적인 오디오 제품은 독일 클리어오디오의 플래그십 MC 카트리지 Goldfinger Statement(골드핑거 스테이트먼트)다. 바디와 상판 재질로 14K 금을 쓴 것은 카트리지의 최대 적이라 할 공진을 바디에서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서. 금은 철이나 티타늄보다 무르기 때문에 카트리지에서 발생하는 공진을 효과적으로 흡수, 소멸시킬 수 있다. 외국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재질이 부드러울수록 공진주파수가 낮아진다. 금은 또한 산을 제외하고는 절대 부식되지 않고, 전도성도 우수하며, 연성(가늘게 뽑을 수 있는 성질)과 전성(넓고 얇게 펼칠 수 있는 성질)도 매우 좋다. 엄지손가락 정도의 금이면 3층 건물을 모조리 덮을 수 있을 정도다. 램피제이터의 플래그십 Pacific(퍼시픽) DAC이 섀시를 24K 금으로 도금한 것은 금이 이 세상에서 섀시를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네오디뮴 (Neodymium)

매지코 A3에 투입된 티타늄 보이스코일과 네오디뮴 마그넷

원자번호 60의 금속원자로서 네오디뮴과, 매지코 A3, 다인오디오 Confidence 20 같은 요즘 스피커 유닛과 MC 카트리지 등에 즐겨 투입되는 네오디윰 자석(NdFeB)과는 다르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영구자석으로 알려진 네오디뮴 자석은 말 그대로 네오디뮴, 철, 붕소의 합금이며, 비율은 2 대 14 대 1이다. 이 자석에서 네오디뮴이 하는 일은 그 특이한 원자 모양으로 철 원자를 붙잡아 자성 모멘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동, 구리 (Copper)

전기 전도성이 금속 중에서 2번째로 높고(1위는 은), 연성과 전성까지 뛰어나 전기가 있는 곳엔 반드시 구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케이블 선재는 구리라고 보면 될 정도다. 청동(Bronze)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 양은(German Silver)은 구리와 아연, 니켈의 합금, 황동(Brass. 놋쇠)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이다. MBL 프리앰프 6010D의 노브 재질이 바로 24K 금으로 도금한 황동이다.  

로듐 (Rhodium)

Rhodium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Furutech 브랜드

로듐은 녹는 점이 높고 산에 잘 녹지 않는 데다 내식성과 내마모성이 뛰어나 케이블이나 멀티탭의 단자, 앰프나 스피커의 스피커케이블 커넥터 등의 도금용으로 자주 이용된다. 카다스 멀티탭 Nautilus(노틸러스), 오디오넷 인티앰프 SAM 20SE, PMC 스피커 Fenestria(페네스트리아) 등은 접점부에 모두 로듐으로 도금을 했다. 로듐은 동일 중량의 금보다 5배나 비싸다.  

마그네슘(Magnesium)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으로 하우징을 만든 파이널 오디오의 헤드폰 D8000 Pro

마그네슘의 비중은 알루미늄의 2/3, 철의 1/4로, 실용적으로 쓰이는 금속 중에서 가장 가볍고 강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은 비행기나 자동차 부품 등 경량화를 중시하는 공업제품과 스마트폰,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의 케이스로 많이 쓰인다. 실제로 파이널 오디오의 헤드폰 D8000 Pro 하우징, 클리어오디오의 Performance(퍼포먼스) DC 턴테이블 바디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으로 이뤄졌다. 한편 마그네슘은 전자파 노이즈 차단 효과가 높아 티글론 같은 케이블 제작사는 쉴드 재질로 마그네슘 합금을 즐겨 사용한다.

뮤메탈 (Mu-Metal)

Mu-Metal로 처리한 오디오 제품군(트로이탈)

쉴드 재질로 자주 이용되는 니켈 계열 합금(니켈 80%, 철 12~15%, 몰리브덴 5%). 실제로 전자파 노이즈를 최대 98%까지 차폐시켜 해저케이블과 MRI 장비, 전자현미경 등에도 사용된다. 오디오에서는 올닉(인터케이블), MBL(전원 트랜스), 울트라손(헤드폰 드라이버) 등이 쉴드 재질로 뮤메탈을 쓰고 있다. 

베릴륨 (Beryllium)

매지코 M2의 다이아몬드 코팅 베릴륨 트위터

포칼이나 TAD, 락포트, 패러다임 스피커의 트위터 진동판 재질로 유명한 금속이 베릴륨이다. 매지코 스피커는 트위터 진동판 재질로 다이아몬드로 코팅한 베릴륨, 파이널 오디오의 A8000 헤드폰은 드라이버 진동판 재질로 퓨어 베릴륨을 쓴다. 이는 베릴륨이 마그네슘에 이어 2번째로 가벼운 금속원소(알루미늄의 0.7배)이지만 강성은 강철에 비해 50% 이상 높기 때문이다. 베릴륨 진동판은 통상 40kHz 초고역까지 플랫하게 커버한다. 

벡스트렌 (Bextrene)

벡스트렌 미드우퍼를 채택한 로저스의 LS3/5a Classic

벡스트렌은 BBC 오리지널 LS3/5A 및 이후 라이선스를 받아 나온 그라함, 팔콘, 로저스 스피커들의 미드우퍼 콘 재질로 유명하다. 소재 자체는 목재 펄프에서 추출한 반합성섬유(acetate plastic). 원래 BBC가 기존 페이퍼 콘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했으며, 처음 상용화된 것은 스펜더가 1969년 내놓은 BC1 모델이다(10인치 콘).

세라믹 (Ceramic)

오디오 Ceramic 대표 제품 Marten Duke 2 Speaker

타이달, 마르텐, 아발론, 가우더 어쿠스틱 등의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진동판 재질로 즐겨 사용하는 것이 세라믹, 그중에서도 독일 아큐톤이 만든 세라믹 진동판 유닛이다. 타이달 Contriva(콘트리바) G2 스피커의 경우, 블랙 코팅한 아큐톤 세라믹(BCC. Black Coated Ceramic) 미드레인지와 우퍼 유닛을 채용했다. 한편 하이파이스테이의 인슐레이터에도 진동제어를 위해 세라믹 볼이 투입되는데, 기존 세라믹의 최대 약점이었던 취성(깨지기 쉬운 성질)을 극복한 지르코니아 세라믹(Zirconia Ceramic) 볼을 쓰는 점이 눈길을 끈다. 

셀룰로스 섬유/펄프(Cellulose Fiber/Pulp)

엘락의 Crystal Membrane 콘

셀룰로스는 식물 세포벽을 이루는 주성분으로 흔히 '섬유소'라 불리는 유기화합물이다. 셀룰로스 펄프를 쓴 대표적인 스피커 진동판이 엘락의 크리스탈 멤브레인(Crystal Membrane). 셀룰로스 펄프 코어 위에 얇은 알루미늄 포일 조각을 일일이 붙여 완성한다. 통짜로 알루미늄을 붙였을 때보다 콘의 강도가 높아지고 공진은 줄어든다는 것이 엘락의 설명이다. 소너스 파베르의 Lilium(릴리움) 스피커의 경우 셀룰로스 펄프에 케이폭(Kapok. 실크 목화 나무), 케냐프(Kenaf. 양마) 등 자연섬유를 자연건조해 제작한다.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

하이파이스테이 Stella 55. 스테인리스 스틸을 썼다

11%의 크롬이 들어간 강철 합금. 내식성(녹이 잘 슬지 않는 성질)과 강도, 탄성이 높은 데다 광택 색도 아름다워 매킨토시의 진공관 인티앰프 MC275 섀시나 하이파이스테이의 스윙 슈즈 Stella 55 등에 투입됐다. 아방가르드의 혼스피커 Trio Luxury Edition 26(트리오 럭셔리 에디션 26)도 혼을 지지하는 프레임 재질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썼다. 후루텍 XLR 단자의 경우 진동과 공진 차단을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을 카본 섬유로 감쌌다. 

알루미늄 (Aluminium)

알루미늄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Piega사의 하우징

지각을 이루는 원소 중에서 철보다 많은 것이 바로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의 원광은 보크사이트를 사용하며, 산화알루미늄을 추출한 뒤 전기분해로 알루미늄을 추출한다. 순수한 알루미늄은 쉽게 부식되고 강도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대개 합금을 쓴다. 두랄루민이 대표적이다. 아노다이징(산화피막공정)은 두꺼운 피막을 알루미늄에 덮어씌워 더 이상의 산화를 막는다.   

유리섬유(Glass Fibre)

광섬유를 활용해 경이적인 응답 속도를 얻은 AudioQuest사의 Cherry Cola의 HDMI케이블

녹인 유리를 길게 뽑아내 섬유처럼 만든 것이 유리섬유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출시된 프로악의 D2R 스피커의 미드우퍼. 포칼의 W 컴포지트(Composite) 콘은 유닛의 댐핑력과 해상력을 높이기 위해 직조 유리섬유가 경질 발포재인 폼(foam) 코어를 샌드위치처럼 양쪽에서 감싼다. 이에 비해 비비드오디오의 Giya(기야) 시리즈 스피커는 유리섬유+소프트 코어+유리섬유 진동판을 투입했다. 다인오디오의 새 Confidence(컨피던스) 시리즈 스피커는 보이스코일이 감기는 포머 재질로 유리섬유를 채택해 눈길을 끈다. 

은 (Silver)

알베도 실버의 은 제련 과정

전도율이 구리보다 6%가량 높을 정도로 높다. 연성과 전성 또한 금에 이어 2번째로 높고, 마찰에 강하고 잘 부식되지도 않아 각종 단자나 접점 부위에 많이 쓰인다. 오디오케이블 중에서는 실텍이나 크리스탈케이블의 은 선재가 유명한데, 은 입자 사이에 금 원자를 주입하는 독특한 테크놀로지가 몇 세대에 걸쳐 발전해오고 있다. 최상급은 단결정 순은 선재를 쓴다. 폴란드의 알베도 실버도 "은이야말로 도체로서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며 은선재만을 고집해오고 있다. 제련, 정련, 전기분해, 자기소거, 결정화 과정 등 은 선재 제작을 모두 직접 해내는 점이 눈길을 끈다.  

캡톤 (Kapton)

듀폰의 폴리이미드 필름 Kapton

캡톤은 미국의 세계적인 소재 전문 기업 듀폰이 개발한 고분자 폴리이미드(Polyimide) 필름의 상품명이다. 테플론(Teflon), 노멕스(Nomex), 케블라(Kevlar)도 듀폰의 상품명이다. 캡톤은 300도 이상의 열에도 견딜 만큼 내열도가 높아 절연테이프나 오디오 케이블의 절연체(insulator) 등으로 자주 활용된다. 테플론보다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블라 (Kevlar)

듀폰의 인조섬유 Kevlar

듀폰이 개발한 노란색 인조섬유(sythetic fiber)로, B&W가 1976년 DM6 스피커 진동판에 써서 유명해졌다. B&W가 이 케블라를 대체하기 위해 8년여 동안 개발 끝에 선보인 것이 2015년 새 D3 시리즈에 투입된 은회색의 컨티늄(Continuum) 콘이다. 

탄소 (Carbon)

카본은 전자파 차단과 빠른 응답속도를 보여준다. WireWorld 최상급 단자에 리얼카본을 사용하고 있다.

탄소는 거의 무한한 종류의 화합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탄소로만 이뤄진 동소체로 다이아몬드, 그래핀, 흑연, 그래파이트 등이 있다. 

* 다이아몬드 (Diamond)

타이달 Akira 스피커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BCC 세라믹 미드우퍼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기 때문에 새털처럼 가볍고 얇게 만들 경우 스피커 진동판 재질로는 적수가 없다. 타이달의 플래그십 La Assoluta(라 아솔루타) 스피커의 경우 1.2인치 트위터, 5인치 미드레인지 진동판에 각각 1캐럿, 5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쓴다. 

* 그래핀 (Graphene) 

그래핀이 투입된 시너지스틱 리서치 파워케이블의 EM 셀

그래핀은 탄소강보다 인장강도가 40배나 높다. 매지코가 최근 발표한 플래그십 M9 스피커의 경우 미드레인지와 우퍼에 나노텍(Nano-Tech) 콘을 투입했는데, 이는 벌집 모양의 알루미늄 허니콤 코어를 그래핀이 앞뒤로 감싼 진동판이다. 그래핀은 또한 상온에서도 거의 저항 성분 없이 전기를 흘려보내는 슈퍼컨덕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시그니처라 할 EM 셀에도 이 그래핀이 투입된다.  

* 카본섬유, 탄소섬유 (Carbon Fibre)

B&W의 Aerofoil 콘

카본섬유는 수많은 탄소 원자가 결정구조를 이뤄 길게 늘어선 섬유다. 섬유의 직경이 10마이크로미터 내외로 극히 가늘지만 인장강도와 강성이 높고 고온과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이 우수하다. 등 많은 스피커의 진동판에 즐겨 사용되는 이유다. B&W가 새로 들고 나온 에어로포일(Aerofoil) 콘 역시 신택틱 폼(syntactic foam. 유리 기포 강화 플라스틱) 코어에 카본섬유를 앞뒤로 붙였다. 한편 카본섬유를 처음 톤암에 쓴 제작사는 윌슨베네시(1991년 A.C.T. One)로, 윌슨베네시는 지금도 인클로저 재질로 고압축 코어를 카본섬유가 앞뒤로 감싼 A.C.T(Advanced Composite Technology) 모노코크를 쓴다. 

테플론 (Teflon)

콘래드 존슨의 CJD 테플론 커패시터

듀폰이 불소수지의 일종인 PTFE(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로 만든 섬유. 캡톤과 함께 케이블 절연체로 많이 쓰인다. 한편 콘랜드 존슨의 경우 전해 커패시터가 내구성이 떨어지는 데다 전기신호의 잔상이 오래 남기 때문에 음질적으로 안 좋다고 판단, 자사가 개발한 솔리드 커패시터를 쓴다. 바로 테플론을 주재료로 한 CJD 테플론 커패시터다. 음악 신호의 잔상이 남는 비율이 전해 커패시터의 100분 1 수준이라고 한다. 

폴리머 (Polymer)

다인오디오 Special 40의 MSP 콘

특정 소재가 아니라 고분자 화합물을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셀룰로스, 젤라틴, 케라틴, 석면, 운모,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이 모두 폴리머다. 다인오디오 스피커의 상징이다시피 한 MSP(Magnesium Silicate Polymer. 규산 마그네슘 폴리머) 콘 재질 역시 규산과 마그네슘으로 이뤄진 고분자 폴리머다. 

폴리프로필렌 (Polypropylene)

하베스의 Radial 콘

하베스가 스피커 콘 재질로 처음 채택했다(1977년 하베스 HL). 하베스 설립자인 더들리 하우드는 BBC R&D 센터 재직 당시인 1976년 페이퍼 대신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을 콘 재질로 사용할 수 있다며 특허 신청을 냈다. 하베스는 이후 폴리프로필렌 위에 특수용액으로 도포한 라디알(Radial) 콘을 선보이기도 했다. 윌슨베네시가 애정하는 스피커 진동판 택틱(Tactic)은 영국 리드대학과 공동 개발한 이소태틱(Isotactic. 동일 배열) 폴리프로필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