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일 혼 스피커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Blumenhofer Acoustics Genuin FS1 MKIII

김편 2022-06-03 15:49
0 댓글 2,125 읽음


독일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디오 강국이다. 1926년에 설립된 엘락을 비롯해 망거, 버메스터, 클리어오디오, MBL, 아방가르드, 오데온, T+A, 타이달, 오디오넷, 아담오디오, 린데만, 아인슈타인 등 익숙한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젠하이저, 베이어다이나믹스, 울트라손 등 헤드폰 쪽도 독일산을 빼놓을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스피커인데 각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일가를 이룬 유닛들이 많다. 망거의 분할 진동 평판 드라이버, 엘락의 JET AMT 트위터와 크리스탈 멤브레인 미드, MBL의 360도 무지향 라디알슈트랄러 등이 대표적. 틸앤파트너의 아큐톤은 세라믹과 다이아몬드 진동판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존재다. 

혼 스피커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는 아방가르드의 대구경 스페리컬 혼과 오데온의 원추형 우드 혼이 유명한데, 이들의 피에는 1920~30년대 미국 WE와 맞짱을 떴던 클랑필름의 DNA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두 브랜드는 각각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쓰는 등 혼 스피커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블루멘호퍼의 설립자 토마스 블루멘호퍼(Thomas Blumenhofer)

이런 독일 혼 스피커에서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메이커가 블루멘호퍼(Blumenhofer Acoustics)다. 공식 설립연도는 2006년으로 그리 오래된 브랜드는 아니지만 설립자 토마스 블루멘호퍼(Thomas Blumenhofer)는 이미 1982년에 오디오 인스톨 및 스피커 제작사 블루멘호퍼 & 쇼브(Blumenhofer & Schaub)를 설립했다. 현재 블루멘호퍼에서 40주년 혼 스피커 모델을 준비 중인 배경이다. 

토마스 블루멘호퍼는 당초 PA 쪽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외국 인터뷰를 읽어보면, 뮌헨 도이치 극장과 심지어 그 앞에 자리 잡은 유명 호프집 레벤브로이켈러에도 그의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PA 오디오 제작에 흥미를 잃어" 홈 오디오 쪽으로 눈을 돌렸고, 독일의 유명 턴테이블 제작자 빌리발트 바우어(Willibald Bauer)와 공동으로 FJ를 설립, 무지향 스피커 OM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블루멘호퍼 지오이아(Gioia) 시리즈, 제뉴인(Genuin) 시리즈

현재 블루멘호퍼의 주력은 모두 혼 스피커. “라이브 뮤직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서는 혼 스피커 말고는 답이 없다"라는 토마스 블루멘호퍼의 확신 때문이다. 최상위 지오이아(Gioia) 시리즈는 중저음부까지 혼을 채택한 풀 혼 시스템이고, 이번 시청기가 포진한 제뉴인(Genuin) 시리즈는 중고음부는 컴프레션 드라이버+혼, 저음부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를 썼다. 40주년 모델 역시 2발 우퍼에 혼 드라이버를 혼용했다.  


Genuin FS1 MKIII 본격 탐구

이번 시청기인 Genuin FS1 MKIII는 제뉴인 시리즈 플래그십으로 중고음부에 티타늄 컴프레션 드라이버 + 타원형 혼 조합, 저음부에 16인치 페이퍼 콘 우퍼를 달았다. 혼 드라이버는 우퍼 인클로저 위에 견고하게 설치됐는데, 지지대에 마련된 볼트를 돌려 혼 드라이버 위치를 앞뒤로 미세하게 옮길 수 있다. 우퍼용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3점 지지된 인클로저 바닥면에 마련됐다. 

수입사인 씨웍스의 아날로그 라운지 시청실에서 실물을 접한 제뉴인 FS1 MKIII는 16인치(380mm) 대형 우퍼부터 눈길을 끈다. 이 스피커의 감도가 96dB에 달하는 것(공칭 임피던스는 8옴)도 이 대형 우퍼와 혼 드라이버 덕분이다. MKII까지만 해도 TAD 우퍼를 썼으나 MKIII가 되면서 자체 제작 BHA-16 우퍼로 바꿨다. 진동판은 자연건조한 페이퍼. 마그넷으로 알니코를 쓰는 것은 오리지널 FS1 때부터 이어져온 블루멘호퍼의 전통이다. 

이쯤에서 FS1 계보를 살펴보면,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전면 배플 하단에 있었던 오리지널 FS1은 2006년, 포트를 바닥면으로 옮긴 다운 파이어링 방식의 MKII는 2015년, 우퍼를 바꾸고 이에 따라 크로스오버 설계도 바꾼 현행 MKIII는 2020년에 나왔다. 주파수응답특성은 35Hz~20kHz(+/-2dB),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차 오더로 설계한 850Hz를 보인다. 역시 혼 드라이버의 대역폭이 상당히 넓다. 

혼 드라이버는 1.4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썼다. 컴프레션 드라이버(compression driver)는 말 그대로 진동판이 일으킨 음파 에너지를 응축시켰다가 빠른 속도로 내뿜는 드라이버. 이에 비해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응축 과정 없이 그대로 방사시킨다. 앰프 출력이 보잘것없었던 과거 오디오 환경에서는 이러한 압축 설계와 혼 로딩을 통해 재생음의 에너지(음압)와 직진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이 같은 작동 원리상 음파 에너지를 가두는 공간(chamber)이 진동판 앞에 있어야 하고, 이 챔버의 출구(throttle)는 진동판 직경보다 좁아야 한다. 그래야 음파가 압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FS1 MKIII의 경우 1.4인치(35mm)는 혼 스로틀 직경이고, 그 안에 숨어있는 티타늄 진동판의 직경은 이보다 큰 3인치(75mm)를 보인다.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제뉴인 시리즈의 하위 모델들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바로 아래 모델 제뉴인 FS2 MKII(우퍼 12인치)는 동일하지만 막내 FS3 MKIII(우퍼 10인치)는 진동판 재질이 마일러이고, 혼 스로틀 직경은 1인치, 진동판 직경은 1.75인치다. FS3 MKIII의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1.2kHz로 상향된 가장 큰 이유다. 

우퍼 인클로저는 2가지가 눈에 띈다. 우선 옆에서 보면 뒤로 약간 경사가 지고 그 위에 혼 드라이버가 올려져 있다. 각 대역 간 타임 얼라인먼트를 위한 고전적인 수법이다. 그리고 위에서 보면 측면이 뒤로 가면서 각이 꺾이는데 이는 마주 보는 면이 평행을 이룰 때 발생하는 내부 정재파를 줄이기 위해서다. 전면 배플 역시 경사가 진 만큼, 수직을 이룬 후면과 비대칭 구조다. 

인클로저 재질은 자작나무 5겹 합판(Birch plywood)으로 두께가 18mm에 달하고 내부는 견고하게 브레이싱 처리가 됐다. 이 스피커가 그리 크지 않은 키(116cm)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개당 60kg이나 나가는 이유다. 무늬목은 무겁고 단단한 느릅나무(Ulme)이고 래커 대신 천연 오일을 수차례 발랐다. 제뉴인 시리즈를 비롯해 블루멘호퍼의 모든 제품은 독일 남부 발커츠호펜 홀덴 본사 공장에서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후면을 보면 바이와이어링/바이앰핑 금 도금 텔루륨 코퍼 스피커 단자와 중고음 음압레벨(Level MID-HIGH)을 -1dB와 -2dB로 내릴 수 있는 점퍼 잭이 눈에 띈다. 시청실 환경이나 개인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될 것이다. 이 밑에는 임피던스 보정(Impedance Correction) 점퍼 잭이 있어서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진공관 앰프와 매칭 시 유용하다. 진공관 앰프를 동원한 이번 시청에서는 점퍼를 꽂고 진행했다. 


시청

제뉴인 FS1 MKIII 시청에는 크로노스 오디오의 디스커버리 턴테이블과 크로노스코프 12인치 톤암, 라이라 Atlas Rambda SL 카트리지, 크로노스 포노앰프를 동원했다. 진공관 프리/모노파워 앰프는 에어타이트의 ATC-5와 ATM-3211 조합. ATM-3211은 3극관 211 2발을 푸시풀로 구동해 120W를 낸다. 블루멘호퍼에서 밝힌 FS1 MKIII의 최대 입력 가능한 앰프 출력은 RMS 기준 150W다.

The Dave Brubeck Quartet - Take Five
Aurex Jazz Festival '82

사실 제뉴인 FS1 MKIII 스피커는 이번이 2번째 시청이다. 지난 2월, 라이라 Etna Lambda SL 카트리지 시청에도 똑같은 시스템으로 리뷰를 진행했었는데, 그때 느낌은 ‘음이 우악스럽다, 음이 따갑다' 같은 소위 ‘혼 티'가 전혀 없었다는 것. 시청 내내 섬세한 카트리지 사운드를 모니터 하기에 괜찮은 스피커라고 생각했던 이유다.  

이 같은 좋은 인상은 이번에도 계속됐다. 첫 곡으로 들은 데이브 브루벡의 라이브 연주 ‘Take Five’는 스튜디오 녹음(Time Out 앨범)에 비해 템포가 빠른데, 처음부터 그냥 스피커가 사라져버렸다. 라이브 특유의 열기가 뜨겁고 알토 색소폰은 아주 시원하게 음들을 토해낸다. 피아노 음은 맑디 맑다.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맑은 재생음이며 필요할 때는 아주 둔탁한 타격음을 내준다. 랜디 존스가 연주한 드럼은 마치 인테리어 공사 시 바닥 다지는 듯한 머신 소리를 낸다. 역시 16인치 페이퍼 콘 우퍼가 아니면 낼 수 없는 세계다. 후반 들어서는 잡맛이 일절 없는 베이스 소리까지 잘 들린다. 

Diana Krall - Boulevard of Broken Dreams
All For You

피아노, 베이스, 보컬로 이뤄진 단출한 곡인데 촉감이 참으로 따뜻하다. 이는 진공관 프리파워 앰프의 색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850Hz 이상을 오롯이 커버하는 저 혼 드라이버의 사운드 자체이기도 하다. 악기 이미지가 분명하고 그 윤곽선이 진한 것 역시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특권. 

이 곡에서도 스피커가 쉽게 사라졌는데 소리가 유닛에서가 아니라 그냥 가운데 무대에서 나는 듯했다. 그만큼 음의 이탈감이 좋은 스피커다. 피아노의 고음은 아주 매끄럽거나 고운 계열은 아니지만 20kHz 상한이 무색할 정도로 위로 잘 뻗는다. 어느 경우에도 탁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음이 사라지는 디케이 순간에도 정신줄을 놓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 

Midori, Leonard Slatkin, London Symphony Orchestra
Violin Concerto No.1 In D Major, Op.6
Paganini: Violin Concerto No. 1 /
Tchaikovsky: Sérénade mélancolique; Valse-Scherzo

결과적으로 이날 최고의 시청곡이었다. 우선 무대 안길이가 몹시 길어 흔히 말하는 ‘전망'이 탁 트였고, 무대 배경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스피커가 큰 근육을 써서 재생음을 내면 이 정도로 반응속도가 기민한 것인가 싶다. 2악장에서 들리는 바이올린은 아예 ‘뽀드득' 소리를 낸다. 바이올린이 마치 시청실 가운데에 마련된 턴테이블 위에 올라탄 것 같다. 

이 곡은 스피커 후면에 점퍼를 꽂아 중고음 음압 레벨을 -1dB로 낮춰 비교해 봤는데 확실히 전체적인 중고음의 인상이 부드러워진다. 시청 공간이 넓지 않거나 니어필드 환경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이 음압 레벨 조절과 혼 드라이버 슬라이딩 기능은 FS1 MKIII의 강력한 무기임이 분명하다. 

Vincent Belanger - Suite For Solo Cello: Preludio - Fantasia
Pure Cello

FS1 MKIII로 듣는 곡은 대부분 담백했다. 특히 기름기 없는 저음은 잘 마른 천 기저귀에 볼을 댄 듯했는데  이는 그만큼 이 스피커가 착색이 없다는 증거다. 티타늄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작지 않은 혼, 그리고 16인치 대구경 우퍼 조합에서 연상되는 그 모든 선입견은 불필요하다. 어쩌면 이 조합이기에 이런 퓨어 사운드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첼로의 굵은 저음이 시청실 바닥으로 수직 낙하하는 모습은 이 스피커만이 전해주는 최고의 매력. 또한 96dB라는 높은 감도에도 불구하고 이 스피커가 펼쳐낸 무대 배경이 무시무시할 만큼 적막했던 점도 칭찬해두고 싶다. 덕분에 피아니시모 파트를 낮은 볼륨에서도 만끽할 수 있었다. 


총평

예전 리뷰에서 라이라 카트리지를 블루멘호퍼의 FS1 MKIII에 물려 들으면서 ‘음이 선명하고 개운하며 말쑥하다'라고 썼는데, 그 인상의 적지 않은 지분이 FS1 MKIII에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카트리지 모델을 달리해 들어봐도 ‘소리가 탁하지 않고 투명한 것이 미세먼지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본 듯' 했기 때문이다. 이 덕목은 지금까지 들어본 혼 스피커 중 최고라 할 만하다. 

에너지와 색채감도 기억에 남는다. 시청 리포트에는 따로 쓰지 않았지만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의 루마니아 랩소디 1번은 풀 사이즈 오케스트라가 던져주는 웅장한 기세와, 하프와 목관이 빚어내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소릿결에 거의 넋을 잃고 말았다.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 로딩, 대형 페이퍼 콘 우퍼의 매력에 다시 한번 풍덩 빠지고 만 시청이었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
• High efficiency
• 2-Ways loudspeaker
Cabinet • Floor ported Bass-Reflex
• Harmonic construction
Components
• 1,4” Compression Driver with Titan membrane
• 16” air dried Paper-Woofer
• powerful AlNiCo magnet
• Gold plated tellurium copper terminals
Features • 2-1dB-steps level adjustment for the horn
• Bi-wiring- / Bi-amping -terminals
• Switchable impedance linearisation for the crossover frequency
• Flat impedance curve
• Tube Friendly
• 10 years Warranty
Blumenhofer Acoustics Genuin FS 1 MK 3
수입사 씨웍스
수입사 홈페이지 www.siworks.co.kr
구매문의 02-582-9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