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를 찾는 여정 - 순천 회원님 상담 진행기
얼마전 집에서 그레비티라는 영화를 제가 가지고 있는 프로젝터로 보게 되었습니다. 우주라는 공간안에서 우주조종사가 겪게 되는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데 대사가 거의 없는 고요한 정적이 배경인 무성영화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우주에는 공기가 존재하지않는 진공상태 일터이니 그 어떤 노이즈나 그레인 같은 것도 당연히 존재할 수 없을테니까요. 너무나 고요하고 깨끗한 검은 여백의 우주공간에 뿌려지는 아름답게 완성된 미색과 미음을 마음껏 상상해 보았습니다. 요즘은 프로젝터도 UHD급 기기들이 대세입니다. 보급형 제품들이 많이 출시돼 금액도 많이 저렴해졌고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에 진입장벽이 낮아진 상황입니다. 영상을 다루는 시각적인 기기들은 업그레이드 효과를 판별하기에 훨씬 쉬운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가 오디오시스템에 비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예전 SD급에서 FHD로 그리고 UHD급으로 넘어가면 확연한 차이가 금방 느껴져서 아무런 기준이나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도 쉽게 구별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음향이나 사운드쪽은 듣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으면 변화의 차이를 구별하는게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청각은 시각에 비해 인지하는 결과물에 대한 변별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기관이고 거기에다 개개인마다 주관적인 음악에 대한 경험치와 소리의 평가기준에 따른 이해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타인의 말에 대해 쉽게 현혹되거나 흔들리기 좋은 부문이기도 합니다. 오디오를 하시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음악을 좋은 음질로 듣기 위해 메인 오디오시스템을 비롯해 주변기기들과 나아가서 청음환경에 이르기까지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그러나 먼저 좋은 음질에 앞서 본인 스스로가 음색에 대한 기준을 잡아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보통 음색이라는 것은 악기나 가수등이 가지는 고유의 색깔을 뜻하는 말이지요. 어차피 오디오를 한다는 것이 이 사실적 음색을 찾아가는 여정이고 과정인 것이며 그속에서 발생하고 경험하는 시행착오와 음악적 노출에 대한 경험이 순환되며 쌓이는 동안 점점 완성되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번 회원님은 저희에게 본인의 시스템 점검과 업그레이드 상담을 의뢰해 오셨습니다. 회원님댁을 방문드려 먼저 현재 보유하고 계신 시스템의 구성과 상태를 점검하였고 이에 대한 소개를 드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Denon CDP 695
먼저 사용하는 소스기기로는 데논사의 CDP 695 모델입니다. 버브라운 PCM61P DA칩을 사용했던 CDP모델입니다. 출시된지 벌써 25년이 넘은 제품으로 당시에는 꽤 인기를 끌었던 모델로 기억합니다. 경쟁력이 충분할 만큼 가격마져 저렴해서 같은 일본 제품인 티악의 제품들과 더불어 오디오 애호가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소스기기 였습니다.
Marklevinson No. 38SL 프리앰프
프리앰프는 마크레빈사의 38SL 프리앰프입니다. 1972년 설립된 Mark Levinson 연구소의 첫 제품은 같은 해 판매된 TR 포노앰프인 JC-1 이었습니다. 이 제품의 개발자인 존컬은 물리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서 마크레빈슨과 인연을 맺게 되어 자신의 이름을 딴 MC용 TR 포노앰프인 JC-1의 개발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 포노앰프의 성공으로 연이어 첫 프리앰프인 JC-2를 개발하게 되었고 파워앰프인 JC-3의 개발을 진행하여 거의 완료될 시점에서 내부적 불화로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JC-3는 연구소의 디자인 책임자의 손을 거쳐 ML-1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존컬이 주도했던 JC시리즈와 콜앙겔로가 주도했던 ML시리즈 그리고 마드리갈에 의한 No.시리즈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요. 마크레빈슨이 회사를 이끌던 기간에는 프리앰프의 개발에 더 주력을 했었고 마드리갈사의 시리즈 기간안에서는 오히려 파워앰프의 출시가 더욱 많았던 사실로 미루어 회사의 변화와 흐름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제품들을 탄생시켰던 마크레빈슨사의 라인업중에서 38SL 프리앰프는 26SL 프리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프리앰프라 할 수 있습니다.
Marklevinson No. 333L 파워앰프
파워앰프는 마크레빈슨 333L 파워앰프 입니다. 마크레빈슨은 오디오 애호가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ML-2와 20.5와 같은 명기의 반열에 올라가 있는 파워앰프들을 탄생시켰던 명가의 제조사입니다. 마크레빈슨의 3시리즈는 크렐의 FPB시리즈와 더불어 한때 좋은 구도를 형성했던 라인업으로서 한시대를 풍미하였던 제품입니다. 모든 부분의 풀밸런스 설계와 별도 구성의 전원부 그리고 분리된 대용량 전해 캐패시터 장착으로 기존의 저역 부족 문제를 안고 있었던 마크레빈슨의 사운드를 좀더 보편적인 음으로 일신시켜 주는데 일조했었던 모델입니다.
Marklevinson No. 333L 파워앰프 내부
채널당 300W의 출력과 뛰어난 구동력을 가지고 있고 특이한 성격이 없는 모범적인 사운드 경향을 보여주고 있어서 대중적인 인기를 오래도록 누리고 있습니다. 정말 교과서적이라 말할만한 내부 회로 설계와 부품의 선정 그리고 방열에 대비한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도 등 모든 면에서 마크레빈슨의 신념이 녹아들어 있는 듯한 제품입니다.
Dynaudio Evidence Temptation 스피커
사용하고 있는 메인 스피커는 다인의 에비던스 템프테이션 제품입니다. 그 유명한 두개의 에소타 트위터를 가운데 두고 우퍼와 미드 유닛들이 도열하여 박혀 세팅되어 서있는 모습은 마치 기골이 장대한 운동선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 줍니다. 우퍼만 제외하고는 돔 트위터 2개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들이 CNC로 가공된 40mm두께의 알루미늄 배플위에 MTTM 구성으로 대칭 배치되어 있으며 서로 역구도적으로 배치된 우퍼 캐비닛들이 이를 감싸고 있습니다. 크로스오버는 폴리프로필렌 컨덴서와 직접 감은 굵은 권선의 에어코어형 인덕터 코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부 배선도 모두 고순도 은도금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비던스 템프테이션 유닛
트위터는 알루미늄 합금판재의 배플면에 장착되어 있으며 강력한 네오디뮴 마그네트가 채용되어져 있습니다. 미드레인지는 사출 성형된 폴리프로펄렌 콘지에 38mm 직경의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을 사용하였습니다. 7인치 우퍼는 폴리프로필렌 콘지 재료에 75mm의 알루미늄으로 된 보이스 코일을 사용하였으며 저역대역의 특성을 위하여 마그네트엔 많은 양의 네오디뮴 재질이 사용되었습니다. 다인오디오는 20년 가까이 오랜시간동안 모든 유형의 드라이브 유닛의 디자인 조성 원리를 아주 심도 깊게 고찰해 왔던 브랜드로 축척된 기술력이 현재의 기기들에 잘 농축되어 발휘되고 있는 회사입니다.
시스템 전경
기기들이 좀 연식(?)이 된 제품들로 구성되었지만 좋은 밸런스의 음을 잘 튜닝한 안정감있는 인상적인 사운드가 나왔습니다. 금번 컨설팅에서는 회원님께 가장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고 우선적으로 준비되어야 할 1. 전원 극성의 중요성 및 이에 따른 음질적 변화 2. 스피커 위치선정과 세팅에 따른 음질적 관계 3. 케이블 매칭방법과 기기세팅에 따른 음질의 차이에 대한 기본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오디오에 있어서 전기의 질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전원의 극성부터 맞추는 것입니다. 극성이 맞지 않으면 역위상의 음상으로 사운드 스테이지가 산만해지고 음상이 흐려지고 뿌연 안개같은 것이 드리워진 것처럼 답답한 소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스피커의 위치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리스닝 룸에서 가장 맑은 소리가 나오는 지점이 스피커가 위치해야 할 지점입니다. 뒷벽에서 부터 앞쪽으로 나오면서 가장 맑은 소리가 나는 지점을 찾고, 마찬가지로 옆벽에서의 거리도 정하여 스피커의 위치를 세밀하게 조절하며 위치를 잡은 후 토인 각도를 조정하여 음상의 크기와 사운드 스테이지의 넓이 그리고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기기와 스피커마다 음질이 다르고 매칭에 따라서도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것이 오디오 시스템이므로 상성이 좋은 케이블을 선정하여 정밀한 튜닝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현재 나오는 사운드에 큰 불만은 없지만 무엇인가 상향된(업그레이드된) 음질을 만들고 싶다면, 소스기기부터 업그레이드 해야 됩니다. 스피커는 오디오 시스템 음질에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러므로 스피커를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판을 짠다는 것이되며 현재 큰 불만이 없이 음질의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면 소스기기-프리앰프-파워앰프 순으로 기기 변경 및 업그레이드를 권해 드립니다.
오디오라는 분야는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조급한 마음만으로는 좋은 결과물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소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청취 능력이 쌓이면 점차 쉬워지고 간결해지면서 성취감과 함께 재미도 커지는게 이 분야 입니다. 소리본연의 음색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구분하기 위한 노력에 귀기울여 보세요. 어쩌면 유저의 청감능력에 따라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도 있는 것이 본인의 기기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