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탐구]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숨은 맹주 
Lumin

김편 2022-06-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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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여름, 솔깃한 소문이 퍼졌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3를 이용하면 SACD에서 DSD 파일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SACD가 파일 리핑이 안되는 디스크였고, 그때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DSD 파일 자체를 구경도 못했던 만큼 이는 대단한 뉴스였다. SACD 플레이어가 없어도 PC로 SACD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필자가 이 당시가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마침 그때 플레이스테이션 3를 게임 용도로 집에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형 플레이스테이션 3만 된다’, ‘펌웨어 xx 이후 버전에서는 리핑이 안된다’ 등 전제조건이 많아 DSD 추출은 포기하고 말았지만, 이 팁은 오디오파일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 ‘플스 해킹 사건’을 유심히 지켜본 홍콩의 한 제작사가 있었다. 2003년에 설립된 픽셀 매직 시스템즈(Pixel Magic Systems)로, 리눅스 기반 비디오 프로세서 전문 제작사였다. 이들은 플스 해킹 사건을 통해 그동안 꽁꽁 봉인되어왔던 DSD 파일 유통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며, 이는 당시 시장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네트워크 플레이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전략적 판단이 서자 픽셀 매직 시스템즈는 자사 엔지니어들로 팀을 꾸려 DSD 재생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선진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PCM 재생만 가능했던 린의 Klimax DS, dCS의 Scarlatti 등을 참조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2012년 12월, 그 결과물을 내놓았다. 세계 최초로 DSD 재생이 가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이자 새 브랜드 루민(Lumin)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A1부터 P1까지, 루민 10년 역사

루민 A1

2014년 1월에 모델명이 A1으로 바뀌게 되지만 전원부 분리형 루민은 DSD64 재생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였다. PCM은 384kHz까지 가능했고, DAC 칩은 울프슨(Wolfson)의 델타시그마 WM8741 칩을 채널당 1개씩 썼다. 아날로그 버퍼 출력단에는 스웨덴 룬달(Rundahl)의 LL7401 출력 트랜스를 채널당 1개씩 투입했다. 

루민(A1)은 이후에 나오는 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방향키 내지 롤 모델 역할을 했다. DAC 칩을 채널당 1개씩 듀얼 모노로 사용해 다이내믹 레인지와 왜율을 개선하고, 룬달 출력 트랜스를 역시 채널당 1개씩 투입해 노이즈 및 출력 임피던스를 낮춘 설계가 대표적. 달라진 것은 DAC 칩이 울프슨에서 ESS로 바뀌었다는 것과 DSD 및 PCM 재생 스펙을 차츰 높여갔다는 것이다. 

  • 2012년 12월 LUMIN(A1) : 2 x Wolfson WM8741, DSD64, PCM384
  • 2014년 1월 S1 : 4 x ES9018, DSD128, PCM384
  • 2014년 1월 T1 : 2 x Wolfson WM8741, DSD64, PCM384
  • 2014년 1월 D1 : 2 x Wolfson WM8741, DSD64, PCM384
  • 2014년 7월 L1 : 2TB/5TB HDD (네트워크 뮤직서버)
  • 2015년 9월  M1 : Class D 60W/100W, DSD128, PCM384 (스트리밍 앰프)
  • 2016년 1월 U1 : DSD512, PCM768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 2018년 3월 D2 : 2 x Wolfson WM8741, DSD128, PCM384
  • 2018년 8월 X1 : 2 x ES9038pro, DSD512, PCM768, SFP
  • 2018년 8월 AMP : 클래스D, 8옴 160W, 4옴 320W (파워앰프)
  • 2018년 10월 U1 mini : DSD256, PCM384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 2019년 1월 T2 : 2 x ES9028pro, DSD512, PCM384
  • 2022년 1월 P1 : 2 x ES9028pro, DSD512, PCM384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프리앰프)
  • 2022년 4월 U2 : DSD512, PCM768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위 연표에서 알 수 있듯이 브랜드로서 루민의 라인업이 본격적으로 짜이게 된 것은 2014년 1월이 되면서부터. A1의 상위 플래그십 모델로 S1, A1의 트리클 다운 모델로 T1, 엔트리 모델로 하프사이즈의 D1이 한꺼번에 나왔다. 울프슨 대신 ESS 칩을 쓴 S1은 현행 플래그십 X1(2018년 출시)의 원조이고, T1은 현행 T2(2019년 출시), D1은 현행 D2(2018년)로 각각 바통을 넘겼다. 단종된 A1의 빈자리는 프리앰프를 겸한 네트워크 플레이어 P1(2022년)이 차지했다.  

루민 S1

지금은 단종됐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어 S1은 여러 면에서 흥미롭다. A1을 비롯해 함께 출시된 T1, D1이 모두 울프슨 칩을 쓴 데 비해 ESS 칩(ES9018)을 채택했고, DAC 칩을 채널당 1개가 아니라 2개씩 투입했기 때문이다(8채널 ES9018 x 2 = 16개 채널). 이렇게 DAC 컨버팅 채널이 병렬로 늘어나면 다이내믹 레인지와 왜율이 개선되기 때문에 루민 뿐만 아니라 에소테릭이나 오르페우스 등 다수의 하이엔드 DAC 브랜드들이 멀티플 DAC 아키텍처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루민에 따르면 울프슨 칩 대신에 ESS Sabre 칩을 선택한 것은 “ESS 칩의 노이즈가 보다 낮기 때문". 그리고 당연한 얘기이지만 상위 모델, 최신 모델일수록 ESS의 최신, 고사양 칩을 쓴다. 현행 플래그십인 X1은 ES9038Pro, P1과 T2는 ES9028Pro를 쓰며, D2만 울프슨 WM8741 칩을 쓴다. 채널당 2개 칩을 썼던 S1과 달리 루민의 현행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모두 DAC 칩을 채널당 1개씩 투입했다. 

S1은 또한 DSD64(2.8224MHz)에서 시작한 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DSD 재생 스펙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DSD 음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뿐만 아니라 음질 면에서도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1비트 DSD 샘플링 주파수가 DSD128(5.6448MHz), DSD256(11.2896MHz), DSD512(22.5792MHz) 순으로 높아질수록 양자화 노이즈가 가청영역대에서 보다 먼 쪽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 양자화 노이즈 :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과정에서 끼어든 고주파 노이즈. 대부분의 델타시그마 DAC 앞단에서 오버샘플링을 통해 샘플링 주파수를 강제로 높이는 이유도 이 양자화 노이즈를 최대한 가청영역대 바깥으로 밀어내기 위해서다. 더욱이 이렇게 밀어낸 양자화 노이즈는 노이즈 쉐이핑과 로우 패스 필터를 통해 대폭 줄어든다. 

루민 M1 인티앰프

2015년 9월에 나온 현역 스트리밍 인티앰프 M1도 흥미롭다. 말 그대로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인티앰프를 한 섀시에 담은 모델인데, DSD128과 PCM384 음원을 네트워크로 재생할 수 있고 클래스D 증폭을 통해 8옴에서 60W, 4옴에서 100W를 낸다. 입력된 디지털 신호를 변조 방식만 바꾼 후 증폭하기 때문에 일반 네트워크 플레이어와는 달리 DAC 칩이 없다. 대신 입력 PCM 신호를 PWM 신호로 바꿔주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TAS5588 칩이 채널당 1개씩 투입됐다.

루민 AMP

이에 비해 2018년 8월에 나온 AMP는 네트워크 기능이 없는 순수 파워앰프로 클래스AB 증폭으로 8옴에서 160W, 4옴에서 320W를 낸다. 내부를 보면 600VA 플리트론 토로이달 전원트랜스를 가운데에 두고 증폭부가 철저히 듀얼 모노 구성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정전용량은 4만uF, 게인은 26dB. XLR/RCA 입력단을 갖췄고, 2대를 연결해 출력을 8옴 640W로 높일 수 있는 모노 브릿지 모드를 지원한다. 

한편 루민은 지속적인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에어플레이, 인터넷 라디오, MQA, 타이달/코부즈, 룬(Roon), 멀티룸 기능에 적극 대응했다. 2020년 6월에 채택한 무손실 디지털 볼륨 컨트롤(LEEDH Processing) 역시 루민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뤄진 대표적인 성과다. 

  • LEEDH 프로세싱 볼륨 컨트롤 : 프랑스 스피커 제작사 어쿠스티컬 뷰티(Acoustical Beauty)가 개발한 디지털 무손실 볼륨 컨트롤. 핵심은 입력 신호의 비트를 최대한 덜 깎아낸 상태에서 감쇄, 뒤에 오는 DAC 파트에 최대한 많은 비트를 넘겨준다는 것. 그래야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과정에서 해상력을 잃지 않는다는 논리다. 제작사에 따르면 -30dB를 감쇄하는 경우 LEEDH 볼륨은 일반 디지털 볼륨에 비해 8비트를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DAC은 상대적으로 8비트가 더 많은 신호를 처리함으로써 그만큼 해상력이 늘어나게 된다. “디지털 볼륨이 아날로그 볼륨을 앞서게 됐다"라는 LEEDH 볼륨은 현재 루민을 비롯해 왓슨오디오, 메트로놈, 소울루션에서 사용하고 있다. 

루민의 주요 펌웨어 업데이트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이러한 펌웨어 업데이트는 루민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루민 앱(LUMIN APP)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 2013년 3월 에어플레이(AirPlay) 지원
  • 2013년 5월 DSD64 업샘플링 지원 : 44.1kHz ⇒ 2.822MHz(DSD64), 48kHz ⇒ 3.072MHz
  • 2013년 6월 동축 케이블을 통한 DoP(DSD over PCM) 출력 지원
  • 2014년 2월 튠인(TuneIn) 인터넷 라디오 지원
  • 2015년 5월 타이달(TIDAL) 지원
  • 2015년 7월 코부즈(Qobuz) 지원
  • 2016년 4월 DSD128 업샘플링 지원 : 44.1kHz ⇒ 5.6448MHz(DSD128), 48kHz ⇒ 6.155MHz
  • 2016년 10월 린 카주(Kazoo) 앱을 통한 TIDAL/Qobuz 지원
  • 2017년 3월 룬(Roon) 지원 : 룬 레디(Roon Ready) 인증
  • 2017년 8월 MQA 디코딩 지원 : S1, A1, T1, D1
  • 2017년 9월 MQA 디코딩 지원 : U1
  • 2017년 11월 스포티파이 커넥트(Spotify Connect) 지원
  • 2018년 2월 MQA 디코딩 지원 : M1
  • 2018년 5월 룬을 통한 MQA 디코딩 지원
  • 2020년 1월 멀티룸 기능 지원
  • 2020년 6월 LEEDH 프로세싱 볼륨 컨트롤 지원
  • 2021년 6월 타이달 커넥트(TIDAL Connect) 지원 : X1, T2, U1, U1 mini

현행 모델 집중 탐구

2022년 6월 기준, 루민은 DAC 파트를 내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X1, P1, T2, D2), DAC 파트를 뺀 네트워크 트랜스포트(U1, U2 mini), 네트워크 뮤직서버(L1), 스트리밍 인티앰프(M1), 파워앰프(AMP)로 진용을 갖췄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어 P1은 각종 디지털 입력단은 물론 아날로그 입력단(XLR/RCA)과 HDMI ARC 단자까지 갖춘 프리앰프를 겸한다. 


X1, 루민의 플래그십 네트워크 플레이어

X1은 루민의 플래그십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스펙과 설계는 물론 섀시 자체를 통 알루미늄에서 절삭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통 절삭 알루미늄 섀시 모델은 X1과 U1 뿐이다. 본체 크기(WHD)는 350mm x 60mm x 345mm, 무게는 8kg이며, 별도 리니어 전원부 크기(WHD)는 106mm x 60mm x 334mm, 무게는 4kg를 보인다.

스펙과 물량은 과연 플래그십답다. DSD는 최대 DSD512까지, PCM은 최대 32비트/768kHz까지 재생할 수 있다. DAC 칩은 ES9038Pro를 채널당 1개씩 써서 다이내믹 레인지를 무려 140dB까지 끌어올렸다. 디지털 소스기기의 또 다른 핵심이라 할 클럭은 시간축 오차인 지터가 펨토(femto. 1000조 분의 1) 수준인 VCXO(크리스텍 CCHD-957-25)를 2개 투입했다. 하나는 44.1kHz 계열 음원에 워드 클럭을 제공하는 45.1584MHz 클럭, 다른 하나는 48kHz 계열 음원에 워드 클럭을 제공하는 49.152MHz 클럭이다. 

본체 전면을 보면 검은색 바탕의 푸른빛 텍스트가 뜨는 디스플레이와 루민(LUMIN) 로고가 있고, 후면에는 각종 단자가 즐비하다. 왼쪽부터 USB-A 출력단자, SFP 광 네트워크 단자, 이더넷 단자, 동축 BNC 출력단자, 접지단자, RCA/XLR 아날로그 출력단자 1조, 그리고 별도 전원부와 연결되는 전용 전원 인렛 단자다. 각종 컨트롤은 루민 앱이나 기본 제공되는 리모컨을 이용하면 된다. 

이 같은 단자 구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X1은 네트워크 입력만 받으며 아날로그 출력 외에 USB와 동축 출력을 지원한다. 풀 밸런스 설계의 아날로그 출력 시에는 통상의 커패시터 커플링 대신 룬달 출력 트랜스(LL7401)를 채널당 1개씩 써서 노이즈 차단 및 출력 임피던스 저감을 꾀한다. USB 출력은 네이티브로 DSD512, PCM은 32비트/768kHz까지, 동축 출력은 DoP로 DSD64, PCM은 24비트/192kHz까지 지원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SFP(Small Form-factor Pluggable) 광 네트워크 단자인데 일반 이더넷 단자에 비해 디지털 노이즈가 적어 린 플래그십 Klimax DSM에도 채택되는 등 점차 세를 넓혀가고 있다. 단자 자체도 이더넷 RJ45 단자와 다르게 생겼다. 현재 루민에서 SFP 단자가 마련된 모델은 X1과 P1, 두 기종뿐이다. 아날로그 XLR 출력전압은 6 Vrms, RCA 출력전압은 3 Vrms인데 이는 아날로그 출력이 되는 루민 전 모델(X1, P1, T2, D2) 공통사항이다. 

전원부는 본체와 마찬가지로 통 알루미늄 절삭 섀시에 담겼는데, 플리트론 토로이달 전원트랜스를 아날로그용과 디지털용으로 2개 장착했으며, 저잡음 리니어 정전압 회로에도 크게 신경을 썼다. 이 밖에 모든 입력 파일을 DSD128 혹은 PCM 384kHz로 업샘플링할 수 있는 점,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LEEDH 무손실 볼륨 컨트롤과 MQA 디코딩을 지원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P1, 9개 입력/5개 출력 단자를 갖춘 오디오 허브

P1은 X1과는 착점이 약간 다른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프리앰프다. 시기적으로는 가장 최근에 나온 모델인데, 기본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에 아날로그/디지털 프리앰프 기능을 대폭 확충했다. 이를 잘 알 수 있는 것이 후면 단자 구성인데, 입력 단자가 무려 9개, 출력 단자가 5개에 달한다. 때문에 X1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 윗열 : 아날로그 XLR 입력, 아날로그 RCA 입력, 디지털 AES/EBU 입력, 디지털 동축 RCA 입력, 디지털 광 입력, HDMI 입력(x 3), HDMI ARC 출력
  • 아랫열 : 아날로그 RCA 출력, 아날로그 XLR 출력, 디지털 동축 BNC 출력, 디지털 USB-B 입력, SFP 광 네트워크 입력, 이더넷 입력, 디지털 USB-A 출력  

일단 X1에는 없는 디지털 입력 기능이 있어서 P1을 DAC으로 쓸 수 있다. USB-B 입력 시 네이티브 DSD512 및 32/384 PCM 재생, 그리고 MQA 디코딩이 가능하며, 동축/광/AES 입력 시 DoP DSD64 및 24/192 PCM 재생이 가능하다. 네트워크 입력 시 스펙은 네이티브 DSD512 및 32/384 PCM을 보인다. DAC 파트는 ES9028Pro 칩을 채널당 1개씩 투입한 듀얼 모노 구성. 

동축 BNC 및 USB 출력은 X1과 동일한 스펙이지만(동축 DSD64, 24/192 PCM, USB DSD512, 32/384 PCM), P1은 HDMI ARC 출력단자를 갖춘 점이 강력한 무기다. HDMI ARC 입력을 지원하는 TV와 연결할 경우 TV 사운드를 P1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 여기에 3개나 마련된 HDMI 입력단자로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연결하면 ‘플레이어 + P1 + TV’로 구성된 홈 시네마 시스템이 구현된다. HDMI 3개 입력단자는 HDR, 돌비 비전(Dolby Vision),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DTS 패스 스루를 모두 지원한다.

끝으로 외관을 보면 리니어 전원부를 본체 안에 수납한 덕에 사이즈가 X1에 비해 크고 무거워졌다(WHD 350m x 107mm x 380mm, 12kg). P1 내부를 보면 전원부는 쉴딩 처리한 박스에 수납됐으며, X1과 마찬가지로 플리트론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 2개를 투입했고 정전압 회로에 크게 신경을 썼다. 이 밖에 크리스텍의 펨토 VCXO 클럭 2개와 룬달 출력 트랜스 2개를 투입했으며, SFP 광 네트워크도 지원한다.

한편 P1은 최근 필자의 시청실에서 직접 테스트를 해봤다. 이더넷 단자를 통해 유선 네트워크 환경을 만들어준 후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어보니, 필자의 평소 시스템(솜 sMS-200 + 마이텍 Manhattan II DAC)에 비해 무대 배경이 적막하고 음에 힘이 실린 점이 확연했다. 이는 DAC 칩을 채널당 1개씩 투입하고(맨하탄2는 ES9038Pro 1개 사용), 아날로그 버퍼단에 출력 트랜스를 쓴 결과로 보인다.  

존 메이어의 ‘Continuum’ 앨범에 실린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 곡으로는 P1의 LEEDH 볼륨단 및 프리앰프 성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파워앰프(일렉트로콤파니엣 AW250R)와 직결, P1의 LEEDH 무손실 볼륨을 활용하면 무대가 투명하고 음끝이 깨끗한 점이 돋보였다. 이에 비해 프리앰프(패스 XP-12)를 투입, P1의 LEEDH 볼륨을 바이패스하면 무대의 투명도는 줄어들지만 음이 보다 윤택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2, 트리클 다운 모델의 가성비 매력

서열상으로는 P1 밑이지만 T2는 플래그십 X1의 트리클 다운 모델로 파악함이 옳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 스펙(DSD512, 32/384 PCM)과 DAC 칩(듀얼 ES9028Pro) 등이 P1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디지털/아날로그 입력 단자가 없고 동축 BNC와 USB 출력 단자만 갖춘 것은 X1을 빼닮았다. 심지어 본체 사이즈(WHD 350mm x 60mm x 345mm)까지 X1과 동일하다. 

그러면 X1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DAC 칩과 PCM 음원 스펙 차이다. X1은 듀얼 ES9038Pro, T2는 듀얼 ES9028Pro 칩이며, X1은 32/768 PCM, T2는 32/384 PCM 음원을 지원한다. DSD 음원 스펙은 네이티브 DSD512로 두 모델이 동일하다. 전원부 역시 큰 차이를 보이는데 X1이 외장 리니어 전원부를 쓴 반면, T2는 SMPS를 내장했다. 

이 밖에 출력단을 룬달 출력 트랜스 커플링 대신에 커패시터 커플링으로 설계한 점, SFP 광 네트워크 단자를 생략하고 이더넷 단자만 갖춘 점도 차이다. 결국 DSD512 스펙을 자랑하는 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 중 가장 ‘염가판’ 모델이 바로 T2인 셈이다.


D2, 얕보면 큰코 다칠 루민의 막내 

D2는 DSD 재생, 룬, 타이달/코부즈, MQA 디코딩, LEEDH 무손실 볼륨 지원이라는 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가진 장점을 모두 담았다. 상위 모델들에 비하면 약간 작지만(WHD 300mm x 60mm x 244mm) 컴팩트 사이즈였던 D1에 비하면 덩치가 훨씬 커졌다. DSD 음원 스펙은 D1이 DSD64였던 데 비해 DSD128로 늘어났다.

DAC 칩은 현행 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 모델 중 유일하게 울프슨의 WM8741 칩을 듀얼로 썼다. PCM은 32/384 사양. 후면은 아날로그 XLR/RCA 출력단자와 동축 BNC 출력단자, 이더넷 단자, USB 스토리지 재생용 USB-A 단자 등 상위 모델들에 비해 훨씬 단출한 구성을 보인다. 

하지만 퍼포먼스는 결코 단출하지 않다. D2 역시 직접 리뷰해 봤는데 바니 카셀의 타이달 음원 ‘On Green Dolphins’를 룬으로 들어보니, 각 악기 연주의 디테일과 이미지, 사운드스테이지가 잘 그려지며, 음들 주위에 그 어떤 지저분한 것들이 달라붙지 않은 모습이 대견했다. 전체적으로 매우 정숙한 배경이 돋보였다.

사토 순스케, 콘체르트 쾰른의 ‘비발디 사계’ 중 봄에서는 음의 입자와 결이 고우며, 음수가 꽤 풍성하게 느껴졌다. 음들 간의 이음매 역시 매끄럽기 짝이 없는 상황. 원래 루민 네트워크 플레이어 재생음의 특징이 음의 윤곽선이 또렷하고 촉감이 싱싱하고 깨끗한 점인데 D2에서도 이러한 덕목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당시 시청 메모를 보면 “현악군이 내는 음에서 마치 계피 향이 나는 것 같다”라고 쓰여있다. 


U1 & U2 mini, DAC을 생략한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왼쪽부터 루민 U1, U2 mini

현재 루민 라인업에서 DAC 파트가 없는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는 U1과 U2 mini, 2기종이다. 때문에 두 모델 모두 디지털 출력단자만 있고, 아날로그 출력단자는 없다. 디지털 출력은 U1과 U2 mini 모두 USB, 동축 RCA, 동축 BNC, 광, AES/EBU 등 루민 전 모델 중 최다인 5개를 갖췄다. 

외관은 확실히 U1이 고급스럽고 크다. 우선 본체가 통 절삭 알루미늄 섀시인데다 풀사이즈(가로폭 350mm)이고 리니어 전원부까지 별도 섀시에 담았다. 이에 비해 U2 mini는 U1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가로폭 300mm)에 전원부를 내장했다. 

하지만 스펙은 올해 4월에 나온 신상 U2 mini가 앞선다. DSD512, 32/768 PCM 재생 스펙은 U1과 동일하지만, 새 프로세서 채택으로 루민 전 모델 중 업샘플링 스펙이 가장 높다(DSD256, PCM 384kHz). 한편 두 모델 모두 무려 4개의 크리스탈 클럭 오실레이터가 투입된 점이 눈길을 끈다. MQA 디코딩, 룬 레디, LEEDH 볼륨 컨트롤은 기본이다. 


루민 앱, 직관적 편의성을 자랑하는 히든 카드

루민의 마지막 히든카드는 바로 루민 앱(LUMIN App)이다. 필자처럼 맥북이나 PC를 룬 코어로 쓰는 경우에도 루민 앱은 매우 유용하다. 루민 각 모델의 하드웨어와 조화를 이루면서 가장 직관적이면서 시각적으로 풍부한 방식으로 유저의 음악 컬렉션을 정리하고 찾고 플레이시킬 수 있기 때문. 

일단 루민 제품과 뮤직서버 등 모든 기기에 전원이 들어오고 루민 앱을 여는 순간, 자동으로 루민 모델과 뮤직서버를 찾아주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후 뮤직서버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태핑해 선택하면 모든 앨범 아트워크가 화면에 뜨면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할 채비를 끝낸다. 실제로 써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구차할 만큼 루민 앱은 친절하고 직관적이며 심지어 빠르기까지 하다. 


총평

루민이 세계 최초로 DSD64 음원을 스트리밍해서 들을 수 있게 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이제 DSD 스트리밍 재생 스펙은 최대 DSD512로 늘어났고, 이를 지원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트랜스포트 브랜드도 많아졌지만 ‘원조’로서 루민의 지분은 결코 휘발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루민은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숨은 맹주라고 생각한다. 일부 하이엔드 제작사에 맞먹을 만한 브랜드 파워는 아니지만, 이들이 지난 10년 동안 뿌리고 거둔 수확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듀얼 모노 ESS 칩, 크리스텍 VCXO 클럭, LEEDH 무손실 볼륨, 룬달 출력트랜스, 분리형 전원부 등 네트워크 오디오 재생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장수'들을 수하에 둔 모습 또한 무림맹주의 그것이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길을 걸을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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