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노르웨이를 빛내는 찬란한 오디오 전통, 일렉트로콤파니에 이종학(Johnny Lee) 숨이 차고 다리가 덜덜 떨린다. 땀이 비 오듯 해서, 연신 안경을 벗고 눈가에 맺힌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 벌써 산에 오른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깎아지른 절벽과 돌길만 나올 뿐 미칼이 제시하는 바위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풀핏 록(Pulpit Rock)이라 불리는, 리세 피요르드 지역 최대의 명물은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기에 이토록 고생길에 내몬단 말인가? 그래, 지금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슬며시 부아가 났다. 생각해보면 등산을 해본 지 10년이 넘었다. 더구나 아테네에서 가볍게 발을 접질리는 바람에, 이런 험한 길을 오르는 데에는 무리가 많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그대로 추락하는 수도 있다. 침착하자. 잠시 숨을 고르고, 절벽 위에 있는 바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밑으로 커다란 호수...

작년에 오디오퀘스트(이하 AQ)를 주재하는 윌리엄 E. 로우(빌 로우)를 만나서 그간 케이블에 관해 궁금했던 여러 사항을 들으며, 상당히 공부가 되었다. 게다가 음악이라던가 역사, 사회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의 말을 들으면, 마치 무슨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그 후, 개인적으로 빌 로우를 프로페서라 여기며, 틈나는 대로 AQ의 제품들을 리뷰했다. 인터커넥터는 물론, HDMI와 같은 디지털 케이블도 접하게 된 바, 그때마다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얻은 수확도 상당했다. 항상 교수님은 앞서가는구나, 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인터뷰에 AQ의 오너 로우는 오지 않았지만, 대신 오랫동안 그의 파트너로 일해오고, 설계에도 관여해 온 조 할리(Joe Harley)씨가 와서 테크니컬한 부분을 심도 깊게 설명해줬다. 또 오랜 기간 에어(Ayre)에 재직하다 이번에 합류한 스티브 실버먼(Steve Silverman) ...

음악의 열정과 기술적 완결성 겸비한 스위스 신진기예 솔루션 인터뷰어 이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시릴 하메르 처음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 취재를 나갔던 것이 2007년이다. 도시 자체를 처음 대하는 터라 모든 게 생소하기만 했고, M.O.C.에 차려진 행사장은 세계적인 오디오 메이커들의 경연장으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어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첫 번째 인터뷰가 행해졌던 바, 그 주인공이 바로 시릴 하메르, 바로 솔루션을 주재하는 분이다. 첫 인상은 상당히 날카롭고, 꼬장꼬장(?)했지만, 정곡을 찌르는 언변과 정확한 테크니컬 데이터 열거 등 조금씩 솔루션의 만듦새와 제작 의도를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2008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보다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베네치아 컨벤션 홀에 정식으로 부스를 차려서 하루 종일 음악...

웨덴의 찬란한 문화 전통을 잇는 앰프의 명가 블라델리우스 이종학(Johnny Lee) 몇 년 전에 스웨디쉬 스테이트먼트(Swedish Statement : 이하 SS)라는 용어가 오디오계에서 잠깐 통용된 적이 있다. 그 내용을 보고서는 아무래도 스웨덴 하면 오디오업계에서는 변방에 속하는 지라, 이곳을 발판으로 미국, 영국, 독일과 같은 강대국에서 만드는 제품과 경쟁하려면 이런 식의 협동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도 이런 전략은 꽤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 SS에 참여한 회사의 면면을 보면 마르텐(스피커), 요르마(케이블), 노르딕 디자인(오디오 랙) 등이 있고, 이번에 탐방한 블라델리우스는 앰프 메이커로 공조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종목이 일체 겹치지 않으면서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생각이 들고, 요테보리 시를 중심으로 모였다는 점도 흥미를 자아낸다. 요테보리, 혹은 괴텐부르크라는 이 도시는 스웨덴에서 스톡홀름 다...

단순한 생산자를 넘어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본사를 둔 비스쿠틱은 음향 솔루션 사업에 있어서 가장 역동적인 회사 가운데 하나로서 최근에 설립되었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이 회사는 창의적인 서비스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동안 개발과 실험을 거쳐 최적화된 제품들을이 이를 증명해 준다. 비쿠스틱의 엔지니어들은 과학 전문대와 종합대학을 포함한 다른 산업 분야들과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고 일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주도적인 음향 엔지니어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정보와 데이터를 받고 있다. 뛰어난 음향 효과를 자랑하는 비쿠스틱 제품들은 혁명적인 디자인과 최고 수준의 난연성을 자랑하여 다양한 조건의 장소에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쿠스틱의 목표는 단순하다. 적합하고 납득할 만한 방식을 통해 음악을 듣는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스피커들을 구입하지만 대부...

가장 좋은 레코딩은 자연스러운 음향을 표방하는 것 Opus3 Records 인터뷰어 최정훈 인터뷰이 얀 에릭 페르손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오디오가이(Audioguy)라는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훈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만나게 되어서 무척이나 반갑고 설렙니다. 우선 한국의 오디오파일들에게 Opus3 Records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Opus3는 1976년 가을, 저와 요한슨이라는 분에 의해 탄생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또한 레코딩하는 과정과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Opus3가 탄생되기 10여 년 전부터 엔지니어로서도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때는 프로는 아니었습니다. 직접 음반사를 만들어서 레코딩을 하게 된 계기는 음악을 듣던 곳에서 마치 연주하는 곳에 바로 있는 듯한 느낌을 재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교회이...

새로운 플래그십 셀렉트 6000 시리즈 등장 킴버 케이블의 제품 중에 4PR이라는 스피커 케이블이 있다. 아마 킴버에 대해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제품명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맞아, 한때 싸고 좋은 제품이었지, 라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한데 이 제품은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업계의 부침이 심하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연달아 출현하는 케이블 업계에서 아직도 이런 케케묵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또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기념작이니까? 일종의 노스탤지어? 절대 아니다. 지금도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킴버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케이블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소재상의 변화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일단 제대로 만들면 10년이건 20년이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반문할 애호가들이 상당하겠지만, 지금도 4PR이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일면 수긍이 간다. 물론 4PR이 나온 지 30년이나 가까이 된 물건이라, 그 사이...

FM Acoustics 사장인 마누엘 후버(Manuel Huber) 사장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에피소드다. 국내 수입원인 오디오갤러리는 매우 튜닝이 잘된 전문 리스닝 룸을 7개나 보유한 국내 최대의 오디오 전문 전시장이기도 하다. 그러니 수입상 및 직원의 오디오 지식이며 세팅의 노우 하우에 자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FM Acoustics 사장이 왔을 때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나름대로 자신하며 세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FM을 주재하는 마누엘 후버(Manuel Huber) 사장이 왔을 때, 이 자신감은 철저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일단 시청실에 온 후버 사장은, 아예 음조차 들어보지 않고 처음부터 세팅을 시작했다. 얼굴이 시뻘게질 만한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FM의 제품들에 나 있는 게인 조정 장치다. 스피커를 보면, 앞과 뒤에 트위터가 하나씩 부착되어 있고, 파워 앰프는 좌우에 하나씩 역시 설치되어 있다. ...

새롭게 발견하는 KEF의 기술력과 라인업 인터뷰어 이종학 인터뷰이 프랑크 록/그레이스 로 최근에 KEF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뮤온(Muon)이라는 엄청난 플래그십을 내놓더니, 그와는 상이한 접근법의 블레이드(Blade)를 개발 중이고, 기존의 Q 시리즈며 여러 제품군을 차례차례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또 국제 마케팅 분야도 적극적이어서 많은 나라에 진출하고 있다. 그중 홍콩 쪽 담당인 GP 그룹(Gold Peak Group)의 시니어 비즈니스 매니저인 프랑코 록(Franco Lock)씨가 내한해서 만났다. 실은 이번 약속은 원래 홍콩 GP 그룹의 오너인 그레이스 로(Grace Lo)까지 함께하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겨 이 부분은 이메일을 통해 미리 인터뷰를 행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내용은 록과 로 두 분의 인터뷰 내용이 함께 어우러진 상황이므로, 답변을 통일하기로 하겠다. 참고로 현재 GP는 중국 광저우에 있는 KEF 공장의 운영도 책임...

노도스트의 신제품 몇 가지 노도스트(Nordost)의 국제 세일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비욘 벵트손(Bjorn Bengtsson)과는 익히 아는 사이다. 주로 뮌헨 오디오 쇼를 방문할 때 만나지만, 한국에도 여러 번 온 바 있고, 그 때마다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개인사까지 터놓고 이야기할 정도로 친하다. 무엇보다 그는 박식하다. 보통 박식한 게 아니다. 1년에 보통 150일 이상을 여행으로 보내기 때문에, 전세계 구석구석 다녀보지 않은 데가 없다. 못 먹는 음식이 없고, 모르는 상식도 없다. 게다가 취미는 역사 탐구인데, 이게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비행기 안에서는 주로 역사 소설을 읽고, 집에서 지낼 때엔 아예 컴퓨터를 켜놓고 조사를 해가며 역사책을 읽는다. 왜 이런 취미가 생겼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대체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서 시작했다." 그렇다면 나가 있는 시간 대부분을 호텔에서 보내는데, 대체 뭘...

하이엔드 오디오계의 대부, 골드문트 터키에 가면 전세계에서 가장 오디오에 돈을 많이 쓴 애호가가 있다. 그의 시청실에 골드문트 델로스 2500만 무려 32세트가 있으니, 총 64개의 모노럴 파워 앰프 더미가 있는 것이다. 무슨 음악을 듣는데, 그렇게 많은 파워 앰프가 필요하겠냐 의문이 들겠지만, 그는 AV를 겸용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유닛 하나당 파워 하나를 물린 컨셉으로 이 거대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벽 한쪽을 가득 채운 텔로스 2500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감동이거니와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각 유닛과 리스너의 위치를 계산해서 정확히 모든 유닛이 시간축 일치를 갖게 한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스피커를 동원해도 일체의 왜곡이나 부조화를 찾을 길이 없는 것이다. 아마 이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전세계에 골드문트 하나뿐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올 5월, 뮌헨에서 열린 골드문트의 파티에서 미셸 레바숑 씨는 전세계 딜러들을...

독일 하이엔드의 자존심 부메스터 부메스터, 하면 모르는 분이 없을 만큼 이 회사의 네임 밸류나 제품의 퀄리티에 대해선 익히 알려진 바 있다. 또 오래 전부터 우리 곁을 찾은 만큼 많은 분들이 사용 중이거나 혹은 사용해본 경험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이 회사의 연혁이나 설계자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어서 궁금증을 가진 분들도 많다. 이번에 디터 부메스터(Dieter Burmeter)씨가 방문한 김에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의문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부메스터(Burmester)를 영어식 발음으로 버메스터라 읽는 분들도 있는데, 창업자에게 이 부분을 물어보니, '부어메스터'라고 발음한다. 여기서 '어'는 아주 짧게 있는 듯 없는 듯 발음이 되므로, 통상 부메스터로 쓰는 편이 옳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표기하기로 하겠다.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의 오너이자 디자이너인 디터 부메스터씨는 의외로 붙임성도 좋고 친절해서 처음 만난 자리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익...

형제는 용감했다! 마르텐 스피커 본사 - 스웨덴 요테보리 탐방 여행을 다니면서 제일 난감한 것은 밤과 비다. 밤에는 알지 못하는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행여 강도나 당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고, 비가 오면 아예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낸다. 다행히 2010년 6월,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잇는 여정에서 거의 비를 만나지 않았다. 아니, 딱 하루 큰 비가 온 적이 있는데, 마침 이동일이어서 여러 모로 다행(?)이었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노르웨이에서 일렉트로콤파니에의 탐방을 마치고 마르텐과 블라델리우스, 요르마가 있는 스웨덴의 요테보리(또는 괴텐부르크 Gothenburg)로 가는 길은 그리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차를 렌트해서 갈까 했는데, 생각보다 이 북구 제국의 사이즈가 큰 탓에, 꼬박 하루를 넘게 달려야 한다. 결국 비행기를 끊을 수밖에 없었던 바, 스타방게르에서 오슬로를 경유한 뒤 요테보리로 가는 코스가 되었다. 비행기...

윌슨에 관한 궁금증 몇 개 대체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생겼을까? 정확한 연대는 추정하지 못해도, 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마크 레빈슨, 크렐, 제프 롤랜드 등 신흥 브랜드가 출현하면서 본격화한 것은 분명하다. 이후 다양한 스피커 메이커들의 등장도 눈길을 끄는 바, 윌슨 오디오, 아발론, 틸, 마틴 로건 등을 꼽을 수 있다. 확실히 이전 제품들과 차이를 보이는 퀄리티에 폭넓은 사운드 스테이지, 깊은 트랜스페어런트, 놀라운 하이 스피드 등 지금도 통용되는 개념들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100년 남짓한 오디오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 짐 틸이 사망하고, 초기 하이엔드의 거장들이 회사를 매각하거나 은퇴 시점에 다다른 지금, 아직도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데이빗 윌슨의 존재는 그러므로 각별할 수밖에 없다. 신제품 런칭 관계로 한국을 방문했으므로, 간단히 인터뷰를 정리해본다. 인터뷰어 하이파이클럽 인터뷰이 데이...

독자적인 크로스 링 방식의 놀라운 카트리지 일본 카트리지 메이커 미야지마 랩에서 제시한 크로스 링(Cross Ring)이라는 독특한 권선 방식은 포노 카트리지의 단점을 해소시켜 주었다. 이는 좌우 코일 센터를 뾰족한 침(센터폴)으로 고정시켜 지금까지의 주된 왜곡의 원인을 모두 해결함으로써 레코드의 재생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전통적인 카트리지에는 큰 문제점 두 가지가 있었다. 일단 바늘이 붙어 있는 캔틸레버에 사각형의 보빈을 설치, '井' 모양으로 코일을 감고 보빈의 한가운데에 서스펜션 와이어를 연결하여 보빈과 서스펜션 와이어 사이에 고무 댐퍼를 끼워 넣으면 카트리지가 완성된다. 사각형의 보빈 대신에 십자가형 보빈을 사용한 것도 있다. 이 방법은 코일이나 마그넷은 고정시킨 채 캔틸레버의 끝에 자성체를 부착하여 그것을 움직이는 IM(Induced Magnet) 방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자기장 안에 놓인 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