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년 공연들..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연말도 다가오고 수첩을 정리하다 금년도 공연을 본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 금년도 첫공연은 1월달에 있은 코바세비치 베토벤 소나타와 바가텔 등.. 코바세비치의 콜린 데이비스와 황제협주곡은 그 숫한 명반중에서도 첫손꼽히는 연주여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과는 사실 참담했고, 여기저기서 엄청난 비난을 몰고온 공연이었습니다.. 잦은 미스터치에다가 급기야는 베토벤 소나타에서는 연주를 하다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코바세비치가 가진 "음악성”을 음미하기에는 충분한 연주였다는 생각입니다.. 공연을 보다보면 이런 저런 공연을 볼 수도 있으려니 하고 위안을 삼지만, 왠지 주름살이 늘어가는 코바세비치의 뒷보습이 측은하게 느껴지는 씁쓸한 연주회였습니다.. 무대는 때로는 정말 냉혹한 세계란 생각도 듭니다. -------------------------- 강동석과 프랜즈 별기대않고 갔다가... 기대이상으로 파가니니, 슈만 등 이런저런 실내악의 묘미를 만끽한 연주였습니다.. 강동석은 언제나 그렇듯이 땀을 흘리며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고 박재홍 등 국내에 많은 숨은 실력자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연주자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11월달에 있었던 강동석이 주도하는 실내악 페스티발에 가보지 못한게 아쉽기도 하구요.. ---------------------------------- 파비오 비욘디와 에우로파 갈란테.. 비욘디의 사계를 처음들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한 비욘디건만, 실제 가보니 CD로 듣던 그런 강렬하고 자극적인 연주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모로 파격적인 연주인 것 만은 사실이었습니다... 단원 모두 활력 넘치고 멋진 앙상블을 가지고 있는 악단이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보다는 오히려 코렐리가 더 좋았던 것같고.. CD로 듣던 현란한 테크닉과 잘 녹음된 사계의 화려함보다는 약간의 삐걱임과 둔탁하기까지하다가 갑자기 몰아치기도 하고, 하여튼 원전악기 고유의 정겨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연주회였습니다 좀더 작은 홀에서 연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최희연베토벤 피아노 독주회 함머클라비어를 듣고 싶어 갔습니다.. 처음 코드부터 엄청난 타력감이 있었고 스피디한 연주였습니다.. 음악적으로 여유있게 풀어가는 2악장.. 무지 길고 느린 3악장... 정말 치는 사람 뿐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무지한 집중력과 인내력을 요하는 곡이었습니다 최희연은 장래가 더 기대되는 연주자이라고 생각합니다.. 금호아트홀 정말 마음에 드는 연주장입니다. 특히 독주회 연주장으로서.. 비욘디 등 고음악 연주가 여기서 열리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 강충모의 바흐의 평균율... 빠른 템포를 유지하면서도 곡의 낭만성을 한껏 표현한 연주였습니다. 컴퓨터 악보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구요.. 바흐 전곡 시리즈를 완성한 강충모 교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고.. 한번밖에 못가본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백혜선의 베토벤 소나타와 무소르그스키 전람회 그림 베토벤 소나타28번과 뭇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전람회의 그림이 참 좋았습니다... 뉴욕에서 본 플레트네프의 차갑고 냉철한 연주에 비해 강렬함과 파워가 느껴지는 연주였습니다.. 테크닉은 풀레트네프가 한수 위라면, 키에프의 대문은 백혜선이 더 좋았습니다.. 앵콜로한 리스트도 좋았습니다.. -------------------------- 랑랑의 리스트, 슈베르트... 랑랑은 2003년인가 뉴욕에서 뉴욕필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에 이어 두번째로 봤습니다.. 전 솔직히 소위 신동들의 연주는 별로 좋아하질 않는데 그때 라흐 2번은 정말 참신한 충격이었습니다. 화려한 색채감과 현란한 테크닉은 여전히 놀라왔고, 좀 오바하는 제스처도 여전했습니다.. 뉴욕에선 할머니부대들이 아우성이라면 여기는 오빠부대들의 함성.. 락 컨서트를 방불케 했습니다.. 뉴욕타임즈 리뷰에서 앞으로 랑라이 세계적인 대가로 커갈려면 연주일정을 좀 축소하고, 실내악에 당분간 전념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 생각나는 연주였습니다.. ----------------------------- 보로메오현악사중주단 작년에 바르톡의 현사 6곡을 하루에 마라톤 연주를 선보였던 보로메오 쿼텟이 이날은 브람스 현사 3곡을 하루에 연주했습니다.. 사실 브람스 곡(특히 실내악)은 매일 저녁 CD를 고를 때 항상 들어야지 하면서도 담으로 매번 미루게 될 만큼 좀 부담이 되는 데 이날 브람스 현사만으로 저녁내내듣고나니 브람스 특유의 애잔하고 체념적인 정서와 비애감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왔는지 악장간에 박수를 열심히 치던 초등학생들이 옥의 티.. ---------------------------------- 벵겔로프 독주회.. 2002년 뉴욕에서는 로스트로포비치의 지휘하에 브리튼의 바협을 연주하면서 거의 바이올린을 부술 것처럼 거칠고 강렬한 톤을 선보이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이날도 그 특유의 면도날같은 아티큘레이션과 강렬한 색채감과 세련된 리듬감을 유감없이 발휘한 연주였습니다. 반주자 릴리아 질버스타인은 예전에 DG에서 베를린필하고 라흐마니노프 피협 협연을 같이한 CD를 즐겨듣곤 했는데 다시 보니 반가웠습니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에 이어 2부에서 10곡도 넘는 소품들을 연주했습니다. 사실 그의 개성은 그날 연주처럼 느리고 서정적인 작품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브리튼 같은 현대작곡가의 곡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서정적인 측면을 보강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 가디너와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트.. 우리에게는 한동안 정격연주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가디너 였지마는, 이날 공연을 보고나니 “역시 가디너!!”라는 감탄밖에 안나옵니다.. 2002년 12월 31일 애버리 피셔홀에서 뉴욕필을 지휘하면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연주했던 실황을 미국에서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통해서 들으며 감동을 먹은 기억이 다시 났습니다... 요즘 가디너도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에서 슈만에서 브르크너까지 repetoire를 넓혀가고 있던데 그래도 가디너가 가장 잘 하는 분야는 바흐도 베토벤도 아니고 같은 영국 작곡가인 퍼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송곡을 아카펠라로 노래한 부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큼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토마스교회 합창단의 마태수난곡.. 금년도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졌던 많은 공연중 백미는 이 마태수난곡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태수난곡은 개인적으로 재작년 카네기홀에서 바흐 콜레기움 저팬의 연주에 이어 두 번째이긴 하지만, 원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온다는 면에서 지금까지 구입해 본 티켓중 가장 비싼 티켓을 사서 가장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본 것 같습니다.. 바하의 삶처럼 소박하면서 정갈한 연주였습니다.. 복음사가로 나온 페졸트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소년합창단의 귀여운 모습들이 아직 기억에 생생합니다. ------------------------------- 뉴욕필과 손열음의 리스트 피협과 말러 5번.. 뉴욕필은 뉴욕에 살면서 60번 가까이 공연을 봤기 때문에 낯익은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공연을 기다렸고, 추억에 잠겨서 공연을 봤지만.. 이날따라 유난히 지쳐보이는 로린 마젤.. 왠지 말러5번에서 뉴욕필 특유의 생동감있고 다이내믹이 넘치는 연주를 기대했는데 조금은 아쉬운 연주였습니다.. 손열음의 협연도 좋았고, 특히 앵콜곡이 더 좋았습니다(리스트의 파가니니 변주곡..) ----------------------------------------- 대전시향 말러 2번.. 국내오케스트라는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말러는 아무리 못하는 오케스트라도 실연이 낫다는 말을 입증하는 연주였습니다.. ------------------------------- 에머슨 쿼텟 출장가기 전날 공연을 하는 바람에 밀려드는 일 때문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사무실에서 계속 초초하게 쫒기다가 결국 공연장에 30초전에 겨우 뛰어와서 숨을 고르며 공연을 보았습니다.. 하이든, 쇼스타코비치, 베토벤의 현사.. 실내악으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명성 그대로 개성과 팀웍의 균형이 완벽히 유지된 견고한 구성을 보여주면서, 너무나 완벽한 호흡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하모니 조화로운 앙상블을 들려주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사 8번은 이날 이후 애청곡이 되었습니다.. 앵콜로 바흐의 푸가의 기법 몇곡도 좋았습니다.. 겨우 뛰어와서 볼 수 있었지만, 이걸 못봤더라면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 미국에서 공부할 때 자유로운 학생신분으로 1년에 100여개에 가까운 공연을 보던 때에 비하면 별게 없지만 그래도 틈틈이 꽤 다닌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다 헨델, 이안 보스트리지 등의 공연을 놓친 게 아쉽구요.. 역시 마태수난곡, 가디너의 퍼셀, 에머슨 쿼텟 정도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연이었던 것같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