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다수의 오디오 애호가들이 AV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아니 대부분 홈시어터를 병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 또 절반 정도는 적극적으로 인터넷이나 HTPC를 활용해서 다양한 영상 소프트를 다운로드 형태로 즐기고 있다. 아무튼 오디오를 즐기면서 영상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홈시어터 하면, DVD나 블루 레이와 같이 패키지 미디어를 중심으로 멀티채널을 꾸미는 형태로 보지만, HTPC가 가세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에 다양한 음성, 영상 소프트를 하드에 저장하는 형태까지 이어지게 되면, 그 운용의 폭이 너무 넓어져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그러므로 컴퓨터에 문외한인 분들은, 이런 형태의 미디어엔 아무래도 선입견을 갖기 마련이고, 행여 발을 잘못 내디뎠다가 낭패나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도 느끼게 된다. 이런 분들에게 안성맞춤인 솔루션이 있으니, 바로 '몬도 시스템'이 그것이다.

몬도 시스템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멀티미디어 솔루션이다. 이를 통하면, 다양한 형태의 영상 및 음성 소프트를 멀티채널 형태로 즐길 수 있는데, 그 사용법이 간단하고 또 편의성이 높아 의외로 팬들이 많다. 과연 홈시어터의 다음 챕터라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홈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몬도 시스템의 국내 총판을 담당하고 있는 '사운드 앤 비전(용산 전자랜드 본관 278호)'을 찾았다.

사실 처음 이 숍이 오픈한 2006년 6월 즈음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들린 적이 있다. 당시 그냥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화질과 음질도 체크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솔직히 몬도 시스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미 이쪽 애호가들 사이에 HTPC란 형태의 솔루션이 통용되고 있고, 다양한 프로젝터와 AV 앰프까지 가세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마당에 이런 무명의 국내 브랜드가 과연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이때 처음 대면했던 임채성 사장 역시 딱 부러지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쪽 시장이 아무래도 개척의 영역이 많아 잘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펼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 취재를 위해 무려 1년 반 만에 방문했는데, 결과는 기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무너트렸다. 역시 임 사장의 집념과 뚝심이 어우러져 정말로 멋지게 국내 애호가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부분이 궁금하다면 사운드 앤 비전의 홈페이지를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다양한 형태의 인스톨 사례가 풍부한 사진으로 개재되어 있으니까.

여기서 우선 임 사장의 경력에 대해 잠깐 소개하겠다. 그가 대학에서 전공한 것은 건축이다. 주로 설계를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태생적으로 활동적인 일을 좋아하는 그에게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은 어울리지 않았다. 졸업 무렵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잘 아는 교수님께서 소개장을 하나 써줬다. 그 회사가 마침 오디오 수입과 관련된 일을 했으므로, 자연스럽게 1987년부터 이쪽 분야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을 다닌 지 3년 후에 그만두게 된다. 그때 꿈이 하나 있는데, 마치 교보 하면 책을 떠올리듯, 어떤 분야도 좋으니 그쪽을 대표하는 일을 꼭 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당장 실현될 일은 아니었다. 꿈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 수입상과 거래하던 용산의 숍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무조건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것이다. 처음엔 잠깐 다니며 구체적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려 했는데, 그만 10년이 넘게 근무하게 되었단다. 여기서 그의 성실성과 매장 관리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2002년에 독립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사실 몬도 시스템 하면 한국에서 멀티미디어 솔루션의 대명사로 알려진 만큼, 당초 임 사장이 생각한 꿈에는 근접한 것 같다. 사운드 앤 비전은 2006년 6월에 정식 오픈했으니 햇수로 치면 오픈한지 3년째에 다다르는 셈이다. 물론 오픈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 주로 하이엔드 쪽 일을 하다가 낯선 홈시어터 관련 일을 하는 점이 그렇고, 게다가 주요 브랜드가 몬도라는, 지명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취급하게 된 것이 그렇다. 말하자면 이중고인 셈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하이엔드 쪽은 포화 상태에 이를 만큼 많은 숍이 있고, 이미 많은 제품이 풀린 상태다. 여기서 기웃거려봤자 크게 이익을 얻을 것 같지는 않았다. 반면 멀티미디어 솔루션을 갖춘 몬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쪽이 블루 오션이라면 하이엔드는 레드 오션이라고 할까? 결국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처음 몬도를 알리기 위해 생각나는 매체는 모두 접근했다. 오디오나 홈시어터 관련 잡지나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명품 잡지에까지 손을 댔다. 오디오 쇼가 열리면 꼭 부스를 열어 시연을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구매가 이뤄지고, 입소문을 내는 것은 결국 매장이다. 당초 이런 결과를 예측했기 때문에 매장을 인테리어할 때 이런 콘셉트를 잡았다고 한다. '최대한 가정집에 근접한 시뮬레이션을 할 것.'

무슨 이야기냐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여러 형태의 룸을 만든 것이다. 그럼 방문한 손님이 구경할 때 자기 집과 연관지어 구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두 개의 룸과 거실이 만들어졌는데, 그 각각은 다음과 같다. 우선 거실이 약 15평이고, 안쪽에 있는 큰 방이 7평 그리고 입구에 면한 작은 방이 5평이다. 거실은 3미터 정도 천장을 만들었고, 나머지는 2.6미터 정도 된다.

이곳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바로 이런 시뮬레이션의 장점이다. 사실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환경을 감안하면, 15평짜리 큰 거실을 가진 분들도 많지만 5~7평 사이의 공간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공간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몬도 시스템과 관련한 제품들을 설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룸에 들어간 제품군과 가격대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선 입구에 있는 5평 공간은, 혼자서 홈시어터를 즐기고자 할 때 적합한 시스템으로 꾸며졌다. 스크린은 80인치짜리를 설치했고, 5.1채널 서라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이어서 큰 방에 가면, 7평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스페이스가 커진 느낌을 받는데, 그에 따라 화면도 120인치로 늘어났다. 말이 120인치지, 이런 공간에서 이 사이즈의 스크린을 대하면 마치 화면 속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반면 거실은 92인치로 오히려 사이즈가 줄었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현재 사운드 앤 비전은 독자적으로 수입하는 제품들이 몇 개 있다. 모두 몬도 시스템과 관련해서 일종의 업그레이드 개념으로 수입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그 중 하나가 밝은 공간에서도 프로젝터의 화면을 만끽할 수 있는 스크린이다. 동사는 슈퍼노바와 X-스크린이라는 회사의 제품을 모두 수입하고 있는데, 각각의 성격이 달라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또 거실을 보면 스크린 옆에 액자 같은 것이 양쪽에 설치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은 액자가 아니라, 스피커다. 아트쿼스틱이라는 덴마크 회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일종의 벽걸이 스피커라 보면 된다. 벽걸이 스피커와 스크린으로 마무리된 디자인은 꽤 빼어나다. 멋진 소파를 갖다 높고 다양한 소프트를 다운받아서 즐길 수 있음은 과연 멀티미디어를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킨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AV 리시버 하나 다루는 데에도 헷갈리는데, 컴퓨터까지 사용해서 멀티미디어를 즐기라고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고문에 가까운 형벌일 수도 있다.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지레 겁부터 먹고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임 사장은 독특한 견해를 가졌다. 앞으로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연장될 수밖에 없다. 만일 지금 50을 먹은 분이라면 앞으로 100살까지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5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좀 노력해서 이런 쪽에 취미를 붙인다면 얼마나 재미있게 여생을 즐길 수 있는가. 실제 일흔 세 살 먹은 분에게 몬도 시스템을 판 경력도 있다 하니, 무턱대고 부담을 가질 일도 아니다.

실은 여기서 사운드 앤 비전이 가진 완벽한 애프터서비스를 소개해야 한다. 이들은 일단 판매를 하면 손님 댁에 매달 한 번 정도 방문해서 계속 교육을 한다. 그리고 6개월 정도 흘러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후엔 두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한다. 즉,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몬도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충분히 만끽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몬도의 한국 총판이기 때문에 사운드 앤 비전의 활동 범위는 용산 전자랜드에 머물지 않는다. 건축과 관련해서 100세대 미만의 빌라나 사무실 등 단체로 납품할 일도 꽤 된다. 그 사이 많은 애호가들이 생겨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일도 많고, 우연히 구경 왔다가 큰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일도 있다. 그야말로 이런 쇼룸이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참고로 현재의 몬도 시스템의 가격이 부담스런 분들을 위해 미디어 센터만 따로 슬림하게 만들어 발매한다고 한다. 3100이라 불리는 제품은 기존의 시스템에서 일부 사양을 없애고 앰프의 출력도 줄인 것이라면, 3200은 앰프 기능을 뺀 대신 블루 레이 플레이어를 탑재해서 소스 디바이스로서의 기능성을 강화시켰다. 참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밖에 이곳을 둘러보면 재미있는 제품이 많다. 이탈리아의 유볼라 스피커 시스템은 특이하게 천장에 매달아 사용하는 것인데, 인테리어 효과가 빼어나다. 페라리의 기술을 응용해서 한 대의 스피커에 스테레오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아트 엔진의 제품은 전세계 1,000대 한정 생산품으로 매우 귀한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좀 AV를 한다는 분들은 HTPC와 비교해서 몬도 시스템이 과연 어떤 장점이 있는지 의문을 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음질에 관해선 비교 대상이 못된다. HTPC에 들어가는 사운드 카드나 멀티채널용 보드를 한번 눈여겨 관찰한 적이 있는가? 대체 그게 얼마짜리인지, 접속 단자가 얼마나 열악한지, 대역을 얼마나 축소해놨는지 따지고 들면 한숨부터 나올 것이다. 하지만 몬도 시스템은 철저하게 디지털을 기반으로 해서 일체의 손실을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와이어리스로 전송해도 디지털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정보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근본적인 부분을 감안한다면, 또한 3100이나 3200처럼 보다 저렴한 모델이 출시된다면, HTPC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홈시어터 시스템을 한번쯤 재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운드 앤 비전에 들러 구체적으로 그런 부분을 체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