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앰프 자작 애호가의 선택
타이달 Akira

진공관 앰프를 자작하는 애호가들은 귀가 무척 예민하십니다. 출력관은 물론이거니와 드라이브관, 트랜스, 심지어 저항과 커패시터, 배선만 바꿔도 음이 확확 바뀌니까요. 그래서 이분들이 선택한 스피커는 대개 극한의 음질을 선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설치기의 주인공인 독일 타이달(Tidal)의 Akira(아키라) 스피커도 진공관 자작을 즐겨 하시는 회원님이 고심 끝에 결정한 스피커였습니다. 

시스템 전경입니다. 위풍당당한 아키라 스피커 안쪽에 소스기기와 앰프들이 가지런히 수납됐습니다. 음질과 사운드스테이지 개선을 위해 스피커를 앞쪽으로 충분히 전진 배치하고 TV 화면 앞에 분산판을 붙이신 모습에서 오디오에 대한 회원님의 열정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왼쪽에는 영국 dCS의 Vivaldi One(비발디 원)과 Vivaldi Master Clock(비발디 마스터 클럭), 가운데에는 회원님이 직접 제작한 진공관 파워앰프와 전원부(위), 진공관 프리앰프와 전원부(아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또 다른 소스기기 시스템이 보입니다. 

메인 소스기기로 활약하고 있는 dCS의 멀티소스 플레이어 비발디 원과 비발디 마스터 클럭 모습입니다. 

전면 알루미늄 패널 디자인이 인상적인 비발디 원은 CD/SACD 플레이어와 네트워크 플레이어, DAC을 한 섀시에 담았습니다. 디지털 입력단은 USB와 동축, AES/EBU를 갖췄고 네트워크는 룬 레디(Roon Ready), 타이달, 스포티파이, 에어플레이를 지원합니다. 회원님의 경우 원래 dCS Rossini를 쓰시다가 업그레이드한 것인데, 4개 섀시로 이뤄진 최상위 Vivaldi 시리즈는 운영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이 비발디 원을 선택하셨습니다. "확실히 고급스러운 음질에 만족하고 있다"라고 하십니다. 

내장 DAC은 dCS의 대표 시그니처라 할 Ring DAC 아키텍처를 투입, PCM은 24비트/384kHz, DSD는 DSD128까지 재생합니다. 링 DAC은 입력 PCM과 DSD 신호를 5비트 고주파 DXD로 업샘플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디지털 프로세싱은 dCS가 FPGA로 설계한 DSP와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통해 이뤄집니다. CD/SACD 플레이백 메커니즘은 에소테릭의 최상위 VRDS Neo 메커니즘을 쓰는데, CD 데이터를 DSD64/128로 업샘플링하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비발디 원에 정확한 디지털 클럭을 제공하는 비발디 마스터 클럭입니다. 디지털 재생 시스템은 시간축 오차인 지터(jitter)를 줄이는 것이 핵심인 만큼, 지터가 극도로 낮은 외장 마스터 클럭은 하이엔드 시스템에 날개를 단 듯한 효과를 선사합니다. 비발디 마스터 클럭은 2개의 온도 보상 수정 발진자(TCXO)를 투입, 44.1kHz 계열 신호(88.2kHz, 176.4kHz)와 48kHz 계열 신호(96kHz, 192kHz) 각각에 클럭을 제공합니다. 주파수 오차가 +/-0.1ppm, 즉 0.00001%에 그치는 정밀도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192kHz 주파수의 경우 오차 범위가 +/-0.0192Hz에 불과합니다. 비발디 원과 연결은 75옴 BNC 커넥터를 통해 이뤄집니다. 

회원님이 제작한 진공관 프리앰프 본체부입니다. 전면 패널에는 'Stereo Preamp'라고 씌어있고 파워 온오프 노브와 셀렉터 노브, 볼륨 노브가 마련됐습니다. 총 5조의 입력을 지원하네요. 듀얼 모노 구성으로 한 쪽 채널에 쌍3극관 12AU7 1개와 12AX7 2개가 투입됐습니다. 

프리앰프의 별도 전원부입니다. 무엇보다 정류관으로 웨스턴 일렉트릭의 274A 각인관을 쓴 점이 눈길을 끕니다. 말 그대로 진공관 유리에 글자를 인쇄(프린트)한 게 아니라 새긴(각인) 것이죠. 회원님은 "정류관에 따라서 소리가 많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웨스턴 274A를 쓰니 힘이 붙고 소리가 두터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하십니다. 

회원님이 제작한 진공관 파워앰프 본체부입니다. 출력관으로 직열 3극관인 300B를 채널당 2개씩 투입, 푸시풀로 15W를 내는 파워앰프입니다.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은 지인으로부터 얻은 피어리스(Peerless) 출력 트랜스를 비롯해 빈티지 앰프에 좋다는 부품은 다 투입했다고 합니다. 다만 배선재는 너무 빈티지스럽지 않게 순은선과 금은선으로 튜닝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1947년 알텍(Altec)의 자회사로 편입된 피어리스의 출력 트랜스는 지금도 인기가 높을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채널별 진공관은 빔관 5881 1개(초단관), 쌍3극관 6SN7 실바니아 철관 1개(드라이브관), 직열 3극관 300B 2개(출력관) 구성입니다. 

파워앰프의 별도 전원부입니다. 정류관으로 웨스턴 일렉트릭의 274A 프린트관을 채널당 1개씩 투입했습니다. 274A 각인관을 쓴 프리앰프 전원부와는 달리 프린트관을 썼습니다.  

이번 설치기의 주인공인 타이달(Tidal)의 서열 2위 스피커 Akira(아키라)입니다. 타이달은 1999년에 설립된 독일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로, 플래그십은 La Assoluta(라 아솔루타)이고 이어 Akira(아키라), Sunray(선레이), Agoria(아고리아), Contriva G2(컨트리바 G2), Piano G2(피아노 G2) 순으로 포진해 있습니다. 아키라는 높이가 140cm, 개당 무게가 158kg에 달하는 대형기입니다. 

타이달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특주한 독일 아큐톤(Accuton) 유닛을 쓰는데, 트위터는 모두 1.2인치 다이아몬드 진동판이 투입됩니다. 아키라와 라 아솔루트는 여기서 더 나아가 5인치 미드레인지 유닛의 진동판까지 다이아몬드를 씁니다. 타이달이 이처럼 다이아몬드 진동판을 애정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를 새털처럼 가볍고 얇게 만들 경우 진동판 재질로서는 적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트위터에는 1캐럿, 미드레인지 유닛에는 13캐럿 다이아몬드가 쓰입니다. 

타이달은 또한 강성이 상당한 복합재질의 인클로저가 특징인데, 아키라에는 최상급인 티랄리트 울트라(Tiralit Ultra)가 투입됐습니다. 인클로저 두께 자체가 42mm에 달할 정도로 두꺼운 데다 인클로저의 진동과 공진 방지를 위해 내부를 거의 건물 수준으로 브레이싱 처리했습니다. 아키라의 개당 무게가 158kg이나 나가는 것은 이 인클로저와 물량 투입을 한 네트워크 회로, 그리고 알루미늄 받침대 때문입니다. 

전면을 향하고 있는 7.5인치 우퍼 3발은 블랙 코팅한 아큐톤 BCS 유닛이며, 후면에는 동일한 사이즈의 BCS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5발이 장착됐습니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를 포함해 이들 우퍼와 패시브 라디에이터 모두 특주 아큐톤 유닛들입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네트워크 회로 무게만 20kg에 달한다고 합니다.   

알루미늄 받침대는 지지 모양을 일자형(parallel) 혹은 경사형(slope)으로 취향과 환경에 따라 바꿀 수 있는 바리오 피트(Vario Feet)를 채택했습니다. 무게가 32kg이나 나갑니다. 후면 스피커케이블 커넥터는 순은 제품을 썼습니다. 한편 타이달은 자사 스피커 스펙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데 이는 아키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개된 것은 공칭 임피던스가 4옴이라는 것뿐입니다. 앰프 출력은 30W 이상이면 된다고 합니다. 

아키라에 대한 회원님의 평가는 최상급입니다. "이제 오디오를 끝내도 될 것 같다. 100%가 아니라 120% 만족하고 있다. 사진과 달리 실제로 보니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감까지도 이런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까지 하십니다. 다음은 아키라에 대한 회원님의 솔직한 평가입니다. 

"대개 오디오에서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나면 저역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키라는 기본적으로 저역의 양감과 질이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퍼지는 저역보다 단단하고 깔끔한 저역을 좋아하는데, 아키라에서는 여유 있고 깔끔한 저역이 나왔습니다. 낮은 볼륨에서도 엄청난 디테일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15W 푸시풀 진공관 앰프와 모노리스 스피커케이블(Golden Star MKII)에 스피커를 물리면 구동 능력이 떨어지고 저역의 스피드가 느려서 엇박자를 내거나 뒤따라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키라는 상당한 스피드와 디테일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에이징 되는데 1년 가까이 걸린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소리가 좋아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됩니다."

손에 꼽을 만한 하이엔드 소스기기와 스피커, 그리고 한 땀 한 땀 자작한 진공관 프리, 파워앰프로 오디오에 정진하시는 회원임이 부럽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오디오와 음악 생활을 계속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