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파텔이라고 쓰고, 스피커의 신이라고 읽는다.
Avalon Acoustics


대체 음악계에 무슨 일이?

1990년대 말, 나는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당시 오디오 관련 정보는 <스테레오 사운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일종의 바이블과 같았다. 거기서 고바야시 신이치로라는 분이 흥미로운 토픽을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그는 음악 평론가로, 그중에서도 최신의 록과 팝에 정통했다. 상당 기간 이쪽 분야에서 활동해온 그가 나름대로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그전까지 익히 알았던 싱어송라이터나 여러 뮤지션의 음악이 점차 귀에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감수성이 무디어진 줄 알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감각이 날카롭다고 해도 나이가 먹으면 한계가 있는 법. 하지만 어느 순간 잘 알았던 아티스트의 음악이 생소하게 다가온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연히 최신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접하면서, 이윽고 자신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최신 녹음을 커버하기엔 확실히 딸렸던 것이다.

아발론 이클립스(Eclipse) 스피커

이후 그는 아발론의 이클립스를 들이고는 또 다른 차원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레이어라던가 공간감이라던가 아무튼 신세계를 3D 입체 음향으로 만끽하게 된 것이다. 그제야 그간 사랑해온 뮤지션들이 어떤 마음으로 녹음했는지 알게 되었단다. 감수성이 무뎌진 것이 결코 아니었던 셈이다.

나는 처음에 이 글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3D 사운드라니, 음장이라니, 스테레오 이미지라니?


데이빗 윌슨의 충격

그 시기에 윌슨 오디오의 제품이 국내에 소개되고, 데이빗이 내한한 바 있다. 여러 숍을 방문하고, 애호가들을 만나면서 그는 이렇게 평했다. 무슨 절이나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다. 되도록 돌려서 말했지만, 실은 하이엔드라는 말로 대표되는 새로운 음향의 물결, 오디오의 신기술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

실제로 90년대에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하이엔드 제품이 소개되면서, 윌슨, 틸, 헤일즈 그리고 아발론의 4총사가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몰랐고, 핵심 설계 사상이 뭔지 관심도 없었다. 그냥 작은 놈이 비싸기만 하네, 뭐, 그런 식이었다.

왼쪽부터 JBL 4344 MKII, 탄노이(Tannoy) 웨스트민스터 로얄(Westminster Royal) 스피커

당시만 해도 JBL의 4344, 탄노이의 웨스트민스터가 이상형이었고, 대부분 박스형 스피커를 선호했다. 혼 타입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던 시절이었다. 마틴 로건, 아포지, 마그네판 등 평판형 내지 정전형이 갖고 있는 스피커는 아예 언감생심이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

그러므로 아발론을 소개하면서, 아직도 이런 개념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한 조언 몇 가지를 할 수 있어서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후 노부유키의 음향 철학

<스테레오 사운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내게 큰 영향을 끼친 평론가는 후 노부유키다. 예전에 도쿄 오디오 쇼에서 인사를 나눈 후, 지금은 가볍게 담소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분은 일본 아니, 아시아 전체에 하이엔드 오디오의 음향이 뭔지, 어떤 미덕을 추구하는지 그 내용을 소개한, 일종의 음장 전도사라고나 할까?

여기서 잠시 음상(音像)과 음장(音場)에 대한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실 많은 분들은 아직도 음상에 집착하는 편이다. 즉, 음에 어떤 에너지가 담겨 있고, 어떤 음색을 내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얼마나 디테일하냐, 얼마나 다이내믹하냐, 뭐 그런 개념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음장은 전체 무대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그려가냐, 그 내용을 중시한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여러 겹의 악기들이 촘촘히 들어차 있는데, 이 레이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분해하냐 이런 내용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최신의 팝스를 보면, 전자 악기와 어쿠스틱 악기가 혼용되어 쓰이고, 숱한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녹음을 제대로 분해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음장형 스피커를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왼쪽부터 아포지 어쿠스틱스(Apogee Acoustics) 듀에타 시그니처(Duetta Signature), B&W 노틸러스(Nautilus) 스피커

후로 말하면, 처음에는 박스형 혼 타입을 쓰다가 아포지를 만나면서 음장에 눈을 떴다. 이후 B&W의 오리지널 노틸러스를 20년 이상 애용하면서, 확고한 음장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음장과 음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지 않냐? 90년대만 하더라도 이 부분은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준 덕분에, 어느 정도 화합은 한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박스형으로 최고의 음장을 선사하는 대목에선 아직도 아발론을 톱으로 친다. 만일 진지하게 하이엔드 오디오를 추구하고 싶다면, 최신 녹음의 복잡한 구성과 레이어를 정복하고 싶다면, 아발론은 최종 목표가 되거나 혹은 꼭 거쳐야 하는 스피커임은 분명하다.


마틴 로건의 충격

나는 특정 스피커나 앰프에서 들은 음, 그중에서도 충격이라 할 만한 내용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마틴 로건이었다. 90년대 말, 어느 숍의 큰 시청실에서 이 제품을 처음 접했다. 우연히 커트 엘링의 음악을 접했는데, 무대 왼편 멀리부터 서서히 내게 다가오는데, 그냥 전면으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무대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최종적으로는 내 오른편 귀에다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이런 입체 음향을 재생할 수 있을까? 확실히 평판형이나 정전형은 스테레오 이미지에 관한 한 정말 장점이 많다. 일단 스피커의 면적이 넓다. 즉, 벽 한쪽을 완벽하게 음향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역, 특히 다이내믹하고, 펀치력이 좋은 쪽을 찾는 분들에겐 좀 싱거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박스형 디자인으로, 정통적인 스피커의 장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압도적인 음장의 매력을 선사하는 아발론의 존재는 매우 특필할 만하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344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에서 소개된 아발론 아이시스(ISIS) 스피커

실제로 나는 여러 번 오디오 쇼에서 아발론을 시연한 바 있다. 세팅할 때 조금만 위치를 바꿔도 음장이 확확 변화하는 모습에 놀랐으며, 소스기나 케이블 등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즉각즉각 반응했다. 한반 사두면 계속 튜닝하고 만지는 재미가 대단한 스피커라고 본다.

또 이런 행사를 체험한 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분들도 있었다. 어떻게 저런 입체 음향이 나올 수 있냐, 뭔가 속았거나 혹은 분하다는 표정도 보였다. 대체 내가 뭘 목표로 여태까지 오디오를 추구했나, 한숨도 나오고, 화도 나왔던 것이다. 다 이해한다. 정말 기존의 음상형에서, 음장형으로 바꾼다는 것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는 것과 같다.

아발론 테세락트(Tesseract)스피커

물론 꼭 아발론이 아니면 안된다, 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현대 스피커 대부분이 이런 음장에 대한 개념을 숙지하고 있으며, 음색이나 뉘앙스, 다이내믹스 등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고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박스형 타입으로 새 경지를 개척했으며 지속적인 R&D로 계속 진화하는 모습은 아발론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발론 이전과 이후는 정말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아발론의 기본 개념

사진을 보면 아발론의 형상이 약간 독특하다. 일반적인 중소형 사이즈의 스피커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적으로 뒤로 누운 모습이 우선 눈에 띤다. 또 상단과 하단을 조각하듯 일정 부분을 깎은 부분도 만날 수 있다. 일반 박스형 스피커에 친숙한 분들은 이 외관이 좀 이상할 것이다.

실제로 인클로저를 두드려보면, 손이 아플 정도로 딱딱하다. 무슨 돌덩이와 같다. 또 사서 그냥 방에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앰프에도, 케이블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뭐 이리 복잡한가 싶겠지만, 이제 이런 내용은 아발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즉, 아발론이 문을 연 세계를 많은 브랜드가 쫓아왔으니, 시대를 한참 앞선 스피커로서 그 가치가 높고, 아발론을 이해하면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떤 개념을 갖고 있는지 몇 가지 소개하도록 하겠다.


몇 가지 음향 철학

1) 통울림을 극력 억제한다. 사실 기존의 박스형이나 혼 타입은 어느 정도 통울림을 지향했다. 이것은 또한 음색과도 관련이 된다. 약간 넉넉하고, 포실한 저역은 한참을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

그러나 통울림이 수반되면, 결국 음 자체가 혼탁해지고, 명료도가 떨어지게 된다. 아발론은 절대 이런 통울림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클로저가 무겁고, 단단한 것이다.

2) 드라이버만의 음을 추구한다. 이렇게 통울림을 제거한 다음, 오로지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음만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경우, 동시에 관계된 것이 하이 스피드다. 즉,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음성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려면 스피드가 관건이 된다. 약간만이라도 지체가 되면, 뒤에서 나오는 음과 섞여서 혼탁해지게 되고, 그 경우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말하자면 소통이 원활한 고속도로를 연상하면 된다. 그러다 어느 한 구간이 정체된다고 보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 아발론의 인클로저 형상엔 다 이유가 있다. 그 어떤 스피커도 리스닝 룸이나 거실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룸 어쿠스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룸에 많은 튜닝을 하기도 하는데,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스피커 주변에 발생하는 정재파나 반사파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또 타임 얼라인먼트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런 형상이 결국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을 다면체(multi-faceted)라고 하는데, 아발론 이후 숱한 스피커가 카피했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4) 세팅에도 신경써야 한다. 아무리 공간이 좁아도 스피커 자체를 옆벽과 뒷벽에서 일정 거리 이상을 띄어놔야 하며, 스피커 사이도 비워두는 편이 좋다. 정 어쩔 수 없다면, 중앙에 파워앰프 정도를 바닥에 놓는 정도.

즉, 스피커가 숨을 쉬고,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놔야 하는 것이다.

5) 스위트 스팟이 적다. 즉, 최선의 시청 위치가 무척 협소한 것이다. 대개 음상형 스피커들은 큰 공간에서 여러 분들이 앉아서 즐길 수 있다. 특히, 혼 타입이 그렇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혼의 출발이 극장이나 PA쪽이다. 원래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전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발론같은 브랜드는 소수의 애호가가 음과 격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둘이 듣는다고 하면, 나란히 앉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앉아야 한다. 좀 기묘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치 핀 포커스로 조정한 카메라 렌즈를 연상하면 된다. 약간만 고개를 돌려도 음장이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숙지한다면, 아발론을 위시해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가 어떤 음향 공간을 지향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세 명의 천재가 만든 회사

아발론의 브랜드 스토리를 다루면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회사가 단 한 명이 아닌, 무려 세 명의 천재가 함께 만들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아발론뿐 아니라 세계적인 앰프 회사 에어와 제프 롤랜드가 나왔다는 부분까지 생각하면, 여러모로 흥미를 끌 수밖에 없다.

아발론 어쿠스틱스(Avalon Acoustics)의 창업자이자
에어 어쿠스틱스(Ayre Acoustics)의 창업자 찰스 한센(Charles Hansen / 1956~2017)

우선 이 회사의 창립 연대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주재자는 찰스 한센(Charles Hansen). 나중에 에어를 창업한 분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아깝게 타계했다. 프로 사이클 레이서로도 활동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칩거하면서 에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부분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될 정도다.

하지만 그의 찬란한 경력의 시작이 바로 아발론, 그것도 스피커 제조였다는 점이 재미있다. 처음부터 아발론의 스피커가 현재의 모습을 띤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발상이 개입해서 당시에 보기 드문 형태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다면체 구성이 시도되면서 아발론의 존재감이 업계 전체에 각인된 셈이다.

제프 롤랜드 디자인 그룹(Jeff Rowland Design Group)의 창업자 제프 롤랜드(Jeff Rowland)

한편 이 스피커를 너무나 좋아해 연구라던가 투자까지 함께 한 분이 나타났다. 바로 제프 롤랜드다. 한동안 아발론은 찰스와 제프 두 사람이 공동 소유한 형태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참 뻗어나가던 제프 롤랜드에 문제가 하나 생겼다. 앰프 회사는 앰프만 만들어야지, 스피커까지 손을 대면 너무나 많은 경쟁자를 상대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 마켓에서 불만이 많았다.


닐 파텔의 등장

아발론 어쿠스틱스(Avalon Acoustics)의 현 CEO 닐 파텔(Neil Patel) 

어쩔 수 없이 자기 지분을 매각하게 된 제프. 이때 등장한 인물이 현재까지 아발론을 이끌고 있는 닐 파텔(Neil Patel)이다. 아발론 최초의 컨셉을 인정하고, 그 강점을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그 시기가 대략 1989년. 이후 찰스의 지분까지 사들여 완전한 자기 회사로 만든 다음, 본격적인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닐은 마치 패스를 주재하는 넬슨 패스처럼 은둔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절대 자기의 사적인 영역이나, 기타 경력에 대한 부분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혹 FBI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간 분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시험 삼아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닐 파텔을 검색하길 바란다. 정말 감쪽같이 그의 흔적이 지워져 있다.

심지어 마케팅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아는 분만 사서 쓰라는 식이다. 물론 이런 회사가 오디오계에 몇 개 있기는 하다. 패스, FM 어쿠스틱, 스펙트럴, 파라사운드 등이 그렇다. 이들 모두 선전이나 행사보다는 오로지 제품의 퀄리티로만 승부한다. 따라서 그 가치를 아는 분들은 지속적으로 지지를 보낸다.

아발론 테세락트(Tesseract)스피커와 닐 파텔(Neil Patel) 

오히려 일부러 회사를 키우지 않고, 최신의 기술을 듬뿍 담으면서, 자신의 이상을 제품에 담아낸다는 점은, 오디오라는 특별한 시장에 잘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 반대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거나, 특정인에게 투자를 받아 회사를 키웠다가 결국 주인이 바뀌는 브랜드를 보라. 오히려 아발론의 전략이 더 현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 세 명의 천재가 합작했다는 점에서, 아발론은 그 탄생부터 심상치 않았다. 흥미롭게도 아발론의 스피커는 에어와 제프 롤랜드와 특히 궁합이 좋다. 내 경우, 제프와 상성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왜 제프가 아발론을 특별히 사랑했는지 이런 매칭을 들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아발론의 최신작 PM 시리즈

아발론의 역사는 길다. 무려 30년 이상이나 되었다. 또 제품 종수도 많아서, 조금만 인터넷을 뒤지면 상당히 다양한 모델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그 역사만 추적해도 소책자 한 권 분량을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초기 히트작인 이클립스라던가, 어센트가 떠오르고, 중간의 에이돌론, 타임, 인드라 등등 열 손가락이 모자를 정도다. 그러므로 최신작을 중심으로 핵심적인 기술을 소개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겠다.

현재 아발론의 제품군을 보면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레거시로, 과거에 내놓았던 제품들에 대한 자료다. 이 회사의 오랜 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발론 시그니처(Signature) 라인. 왼쪽부터 아이시스(ISIS), 사가(SAGA), 테세락트(Tesseract) 스피커

두 번째는 상급의 시그니처 라인. 이것은 현재도 생산되고 있는 일종의 거함 시리즈다. 아이시스, 사가, 테세락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형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과 위용을 갖추고 있다.

아발론 PM(Precision Monitor) 시리즈. 사진 정중앙부터 가장자리까지 PM1, PM2, PM3, PM4 스피커 순이다.

한편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PM 시리즈다. “Precision Monitor”의 약자로 현재 총 4개의 제품이 런칭되어 있다. 1부터 2, 3, 4 등 숫자로 표기되어 있어서 구별이 쉽다.

4종 모두 톨보이 스타일로, 드라이버의 수나 크기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진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고 있어서, 최근에도 끊임없는 진화를 이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발론 PM1 스피커

엔트리 클래스인 PM1의 경우, 2웨이 방식이다. 1인치 트위터에 7.5인치 미드베이스 두 발을 갖춘 포름이다. 놀랍게도 28Hz~25KHz의 광대역을 자랑한다. 어떻게 2웨이로 이런 스펙을 달성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발론 PM2 스피커

이어서 2를 보면, 본격적인 3웨이 방식을 자랑한다. 1에다가 3.5인치짜리 세라믹 돔을 삽입한 것이다. 대역은 약간 더 확장되어 26Hz~25KHz의 스펙을 보여준다. 세리막 돔의 맛이 각별해서 역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아발론 PM3 스피커

한편 3을 보면, 우퍼가 9인치로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Hz~50KHz라는 광대역을 달성하고 있다. PM 시리즈 중 저역이 가장 밑으로 내려가는 모델이기도 하다.

아발론 PM4 스피커

반면 4는 3보다 저역이 약간 올라가지만 무지막지한 고역 특성을 보인다. 우퍼도 3의 경우 9인치가 두 발 들어간 데 비해, 4에는 11인치 한 발만 채용되고 있다. 이런 큰 사이즈의 우퍼에서 주는 임팩트는 진짜 매력이 넘친다. 참고로 담당 주파수 대역은 24Hz~100KHz에 달한다.


최신 기술의 소개

PM 시리즈의 런칭을 통해, 아발론은 또 한 차례의 도약을 이룩하고 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기술을 이번 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우선 트위터를 보자. 1인치 구경으로, 기존의 아큐톤 세라믹이나 다이아몬드와 좀 다른 형태를 보인다. 동사에서 철저하게 그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므로, 그냥 추측밖에 할 수 없음이 안타깝기는 하다.

아발론 PM1 스피커에 사용된 Concave Neodymium Phase Aligned Tweeter

본 트위터의 정식 명칭은 “Concave Neodymium Phase Aligned Tweeter”다. 아무래도 광대역을 커버하기 때문에 특히 위상에 신경을 많이 썼음을 알 수 있다. 진동판은 카본/글래스 복합 물질이라고 한다. 매우 선예도가 뛰어나 마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에 PM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정말 새롭게 선보인 비밀 병기라 할 수 있다.

아발론 PM1 스피커에 사용된 7.5인치 Nomex Kevlar Composite Cone Woofers

한편 우퍼를 보면, 노멕스/케블라라는 복합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엔 이톤 우퍼를 썼는데, 이게 무척 다루기가 힘들었다. 결국 크로스오버와 인클로저로 처리해서 우수한 결과물을 보여줬는데, 이번 드라이버 역시 마찬가지.

따라서 겉보기엔 과거 제품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인클로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M 시리즈엔 정말 특별한 캐비닛이 투입되어 있는 것이다.

일단 동사는 이것을 “SIC”라고 표현하고 있다. “Silent, Inert, Composit”의 약자다. 쉽게 말해 3가지의 서로 다른 소재를 적절하게 활용해 인클로저의 이상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3가지는 바로 MDF, 글라스파이버 그리고 카본이다.

전통적으로 아발론은 MDF, 그것도 매우 단단한 소재를 애용해왔다. 예전 제품을 보면 캐나다산 파티클 보드를 열 장 이상 동원해서 강력하게 압축한 것을 정밀 CNC 가공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바로 여기에 경도가 높은 카본 레이어를 두르고, 그 위에 글라스 파이버를 다시 더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글라스 파이버는 동일하게 전체적인 두께를 유지해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매우 불규칙적이다. 인클로저에 붙는 드라이버가 고역인지 저역인지 결국 다를 수밖에 없고, 그 각각에 대응해야 함으로 불규칙적인 패턴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SIC에서 “inert”라는 단어를 왜 썼는가 의아했는데, 이 단어의 뜻이 “불규칙적”이라는 점을 알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같다. 따라서 사일런트는 MDF, 복합적이라는 콤포지트는 글라스 파이버를 각각 의미한다고 파악하며 될 것이다.

그밖에 세세하게 지적할 부분은 나중에 정식 리뷰가 이뤄지면 다루기로 하고, 대강의 주요 기술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마무리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밀어닥친 하이엔드 붐은 전술한 스피커 4총사의 등장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바 있다. 새천년에 들어와 유럽의 하이엔드 제품들이 적극적으로 소개됨에 따라, 아무래도 미국 하이엔드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덜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그 가치와 미덕은 소중하다고 본다.

특히,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닐 파텔이 새롭게 PM 시리즈를 런칭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뉴스다. 코로나라는 암울한 환경에서 그의 존재는 새롭게 빛날 정도다.

“닐 파텔이라고 쓰고, 스피커의 신이라고 읽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직도 업계에 끼치는 닐의 영향은 대단하기만 하다. 그 신이 만든 최신의 시리즈라 아발론의 현재 모습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같다.

이 종학(Johnny Lee)

Avalon Acoustics
수입사 큐브코포레이션
수입사 홈페이지 cubecorp.kr
구매문의 02-582-9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