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회차 오디오란 이런 것
Aavik S-280 & I-280, Borresen Z3 Cryo Edition


안수즈(Ansuz), 아빅(Aavik), 뵈레센(Borresen)으로 구성된 오디오 그룹 덴마크(Audio Group Denmark)
안수즈(Ansuz), 아빅(Aavik), 뵈레센(Borresen)으로 구성된 오디오 그룹 덴마크(Audio Group Denmark)

여기 한솥밥을 먹는 3개의 덴마크 오디오 제작사가 있다. 2011년에 설립된 안수즈(Ansuz), 2015년에 설립된 아빅(Aavik), 2018년에 설립된 뵈레센(Borresen)이다. 설립연도만 보면 신생 제작사들이지만, 이들이 내놓은 제품 면면을 보면 그런 ‘초짜'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아빅 스트리머/앰프, 뵈레센 스피커, 안수즈 케이블/액세서리에 깃든 기발한 아이디어와 제품 완성도, 무엇보다 이들이 들려주는 소리에서는 오히려 고수의 기운이 풍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 3개 브랜드를 지휘하는 마이클 뵈레센(Michael Borresen)과 라스 크리스텐센(Lars Kristensen)은 앞서 라이도 스피커를 탄생시킨 주인공. 2021년에 합류한 플레밍 라스무센(Flemming Rasmussen)은 그리폰 오디오를 설립, 운영해온 오디오 장인이다. 이번 시청기인 아빅의 스트리머 S-280과 인티앰프 I-280, 뵈레센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Z3 Cryo Edition을 리뷰하며 계속해서 ‘인생 2회차 오디오'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오디오 그룹 덴마크(Audio Group Denmark)의 탄생

3개 제품에 대한 테크니컬한 분석에 앞서 맥락부터 짚어본다. 이야기는 라스 크리스텐센에서 시작한다. 아버지가 덴마크 최초의 하이엔드 오디오 딜러였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하이파이 오디오를 접했고, 케이블 제작사 노도스트에서 1992년부터 2012년까지 20년 동안 해외 영업을 담당했다. 이런 그가 1980년대 후반에 덴마크 알보그(Aalborg)에서 오디오숍을 운영했었는데 이때 이 가게 단골이 마이클 뵈레센이었다. 

 왼쪽부터 마이클 뵈레센(Michael Borresen)과 라스 크리스텐센(Lars Kristensen)
 왼쪽부터 마이클 뵈레센(Michael Borresen)과 라스 크리스텐센(Lars Kristensen)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은 2003년. 마이클 뵈레센은 핫도그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라스 크리스텐센에게 자신의 혁신적인 리본 트위터 아이디어를 들려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토타입을 완성, 라스 크리스텐센의 오디션을 통과한 후 바로 자신들의 스피커 제작사 라이도(Raidho)를 설립했다. 현행 뵈레센 스피커에서 라이도 스피커의 실루엣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에 라이도를 매각했다. 

2011년, 이번에는 혁신적인 케이블 아이디어가 마이클 뵈레센의 머리에 떠올랐다. 파트너는 또다시 라스 크리스텐센이었고 그렇게 해서 케이블 및 액세서리 전문 제작사 안수즈(Ansuz Acoustics)가 탄생했다. 현행 아빅 스트리머나 DAC, 앰프에 투입된 각종 노이즈 캔슬링 테슬라 코일(Tesla coils)과 진동 전이를 막기 위한 아이솔레이터는 모두 안수즈 케이블과 액세서리에서 갖고 온 것이다.

Aavik U-300 인티앰프
Aavik U-300 인티앰프

스피커, 케이블/액세서리에 이어 마이클 뵈레센과 라스 크리스텐센이 3번째로 도전한 것은 앰프. 그 첫 번째 결과물이 2015년에 나온 DAC 내장 인티앰프 Aavik U-300이었고, 이는 이해 앰프 제작사 아빅(Aavik Acoustics) 설립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안수즈와 아빅에 집중하기 위해 2017년에 라이도를 떠났고, 2018년 새 스피커 제작사 뵈레센(Borresen Acoustics), 2020년 3개 브랜드 지주회사로 오디오 그룹 덴마크(AGD)를 설립했다. 

플레밍 라스무센(Flemming E. Rasmussen)
플레밍 라스무센(Flemming E. Rasmussen)

이게 다가 아니다. 2021년 5월에는 그리폰 오디오(Gryphon Audio)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 오너였던 플레밍 라스무센이 AGD의 디자인 및 제품개발 팀에 합류했다. 2022년 말 아빅 라인업에 등장한 플래그십 880 시리즈(I-880 인티앰프, C-880 컨트롤 앰프, P-880 파워앰프)가 플레밍 라스무센의 감각적인 손길을 거친 첫 결과물. AGD 본사는 현재 덴마크 알보그에 있으며 직원 수는 40여 명에 달한다.  


아빅 S-280, I-280 :
테슬라 코일을 대거 투입한 스트리머와 인티앰프

브랜드명 아빅(Aavik)은 옛 덴마크어로 ‘장어가 사는 만’이라는 뜻. 아빅 본사가 있는 알보그(Aalborg) 역시 ‘장어가 사는 성'을 뜻한다. 2023년 1월 현재 아빅의 라인업은 스트리머, DAC, 유니티 앰프(DAC 내장), 컨트롤 앰프, 파워앰프, 인티앰프, 포노 스테이지를 망라하며 각 라인은 880, 580, 280, 180 순으로 세분된다. 

  • 스트리머 : S-580, S-280, S-180
  • DAC : D-580, D-280, D-180
  • 유니티 앰프 : U-580, U-280, U-180
  • 컨트롤 앰프 : C-880, C-580, C-280
  • 파워앰프 : P-880, P-580, P-280
  • 인티앰프 : I-880, I-580, I-280, I-180
  • 포노 스테이지 : R-580, R-280, R-180
Aavik S-280 & I-280
CaptionAavik S-280 & I-280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마주한 S-280과 I-280은 외관에서 풍기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일단 두 기기가 동일한 패밀리 룩을 취한 데다 전면 패널 대부분을 차지한 검은색 디스플레이, 이곳에 큼지막하게 뜬 도트 타입의 빨간색 LED 글자가 은근히 선정적이다. 여기에 아빅 기기들을 서로 쌓아 올릴 수 있도록 한 섀시 4개 기둥의 알루미늄 캡과 풋 디자인이 뭔가 착착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선사한다. 

S-280, I-280의 섀시 재질도 예사롭지 않다. 흔히 공진 감소나 전자파 노이즈 차단을 위해 알루미늄을 사용하지만 아빅에서는 알루미늄 같은 메탈 소재는 특정 주파수에서 어김없이 공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여러 재질을 혼합해 가벼우면서도 댐핑 효과가 높은 복합소재 NBCM(Natural Based Composite Material). 이 소재는 알루미늄처럼 가공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Aavik S-280 전면
Aavik S-280 전면
Aavik S-280 후면
Aavik S-280 후면

하나하나 본격적으로 따져보자. S-280은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은 스트리머. 입력단자는 이더넷과 USB 2개(USB 스틱 및 동글 연결용), 출력 단자는 동축 BNC(24비트/192kHz), 광(24비트/192kHz), 아날로그 RCA 1조를 갖췄다. 전면 패널 왼쪽에 있는 3개의 버튼은 스탠바이, 뮤트/리모컨 페어링, 내비게이션/메뉴 선택 용도다. 클럭은 44.1kHz 계열과 48kHz 계열을 위한 2개 구성.

아빅 전용 아이패드 앱 아빅 스트림(Aavik Stream)
아빅 전용 아이패드 앱 아빅 스트림(Aavik Stream)

S-280은 또한 UPnP/DLNA 프로토콜을 지원하기 때문에 동일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아빅 전용 아이패드 앱을 통해 타이달, 코부즈, 인터넷 라디오(vTuner) 등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버블유피앤피 같은 범용 UPnP 앱을 사용해도 된다. 와이파이는 지원하지 않는다. 가로폭은 384mm, 높이는 102mm, 안길이는 400mm, 무게는 5.4kg.

Aavik I-280 전면
Aavik I-280 전면
Aavik I-280 후면
Aavik I-280 후면

I-280은 8옴에서 300W, 4옴에서 600W를 내는 인티앰프. 덴마크 파스칼 오디오(Pascal Audio)의 UMAC 클래스D 모듈과 SMPS 전원부을 투입했다. 스피커 부하 임피던스가 반으로 떨어질 경우 앰프 출력이 그대로 2배가 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후면을 보면 RCA 입력단자가 5조가 있는데, 1~4조는 전압 증폭 게인을 5~15dB, 5조는 1~11dB 범위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입력 임피던스는 10k옴.

이 밖에 RCA 프리아웃 1조(출력 임피던스 50옴), 스피커 출력 좌우 채널 각 1조를 갖췄고, 전면 패널 오른쪽에 있는 볼륨 노브로는 0~76dB 범위에서 1dB 스텝으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왼쪽에 있는 3개의 버튼은 S-280과 동일하다. 전고조파왜율(THD+N)은 0.006% 미만, 혼변조왜율(IMD)은 0.002% 미만에 그친다. 덩치는 S-280과 동일하고 무게는 9.0kg이 나간다. 

테슬라 코일(Tesla coils)
테슬라 코일(Tesla coils)

공학적으로는 두 기기에 투입된 여러 테슬라 코일(Tesla coils)이 단연 눈길을 끈다. 전기가 흐르는 두 코일을 꽈배기처럼 꼬아 스트리머나 앰프 내외부에서 발생한 각종 전자파 노이즈(EMI, RFI)를 소멸시키는 장치다. 2개의 코일에 각각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가 흐르기 때문에 여기에 펄스 형태의 전자파 노이즈가 끼어들면 서로 상쇄돼 소멸되는 원리다. 요즘 헤드폰에 유행 중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떠올리면 된다. 

액티브 테슬라 코일(Active Tesla Coil)
액티브 테슬라 코일(Active Tesla Coils)

아빅 전 제품에는 이러한 테슬라 코일이 총 3가지 형태로 투입됐다. 예를 들어 I-280 내부를 보면 가운데에 PCB 기판 2개가 서 있는데 자세히 보면 코일 꽈배기가 한 기판에 36개씩, 총 72개가 장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클래스D 증폭 모듈과 SMPS 전원부에서 발생한 전자파 노이즈를 소멸시키는 액티브 테슬라 코일(Active Tesla Coils)이다. ‘액티브'가 붙은 것은 이 코일들에 전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액티브 스퀘어 테슬라 코일(Active Square Tesla Coils)
액티브 스퀘어 테슬라 코일(Active Square Tesla Coils)

입력단 쪽에 놓인 바닥 PCB 기판에는 액티브 스퀘어 테슬라 코일(Active Square Tesla Coils)이 입혀졌다. 2열 횡대를 이루며 말 그대로 네모난 미로 형태를 취한 코일들로, 뒤쪽에는 반대 방향으로 전기가 흐르는 또 다른 카운터 코일들이 실장 됐다. 이 역시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에 끼어든 고주파 노이즈를 소멸시키는 장치다. I-280에는 총 164개의 액티브 스퀘어 테슬라 코일이 투입됐다. 

액티브 안티 에어리얼 레조넌스 테슬라 코일(Active Anti Aerial Resonance Tesla Coils)
액티브 안티 에어리얼 레조넌스 테슬라 코일(Active Anti Aerial Resonance Tesla Coils)

I-280 내부에는 앰프 앞쪽의 클래스D 모듈과 후면 커넥터를 연결하는 제법 굵은 케이블 4개(R+, R-, L+, L-)가 보이고 피복 안쪽에 다시 얇은 코일이 일정 간격을 두고 감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케이블의 전기 흐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코일이 감겨있는데, 이 역시 이 케이블에 고주파 노이즈가 끼어드는 것을 막는 장치다. 이 코일이 액티브 안티 에어리얼 레조넌스 테슬라 코일(Active Anti Aerial Resonance Tesla Coils)로, 케이블이 안테나처럼 작용해 주위 고주파 RFI 노이즈를 빨아들여 공진하는 것을 막는다.

흥미로운 것은 액티브 테슬라 코일과 액티브 스퀘어 테슬라 코일이 모델 등급에 따라 투입 물량이 달라진다는 것. 물론 많이 투입될수록 고주파 노이즈나 노이즈 플로어 제거 효과가 높아진다. 아빅 인티앰프의 경우 파스칼 클래스D 모듈을 장착한 580, 280, 180(880은 클래스A)은 출력은 모두 동일하고 이 테슬라 코일 수만 차이를 보인다. 아빅이 테슬라 코일 효과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액티브 테슬라 코일

  • S-180, I-180 : 36개
  • S-280, I-280 : 72개
  • S-580, I-580 : 108개
  • I-880 : 132개

액티브 스퀘어 테슬라 코일

  • S-180 : 92개
  • S-280 : 164개
  • S-580 : 236개
  • I-180 : 96개
  • I-280 : 168개
  • I-580 : 240개
  • I-880 : 311개

한편 아빅 기기에는 역시 노이즈 제거를 위한 용도로 아날로그 디더(Analog Dither) 회로가 투입됐다. 원래 디더는 디지털 영역에서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원 신호에 미리 가해진 노이즈를 뜻하는데, 이를 아날로그 영역에서도 적용했다. 이 역시 안수즈에서 개발한 기술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아날로그 음악 신호에 끼어든 노이즈 플로어와 반대 위상의 신호를 발생시켜 이를 제거한다. 

아날로그 디더 회로

  • S-180 : 없음
  • S-280 : 6개
  • S-580 : 9개
  • I-180 : 5개
  • I-280 : 8개
  • I-580 : 11개
  • I-880 : 18개
Aavik UMAC 클래스D 앰프 모듈
Aavik UMAC 클래스D 앰프 모듈

끝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I-280에 투입된 파스칼의 UMAC 클래스D 앰프 모듈(M-PRO2). 파스칼은 2006년에 설립된 덴마크 오디오 제작사로, 이들의 UMAC(Unmatched Audio Control) 클래스D 모듈을 제프 롤랜드, 가토 오디오 등이 사용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일반 클래스D 앰프가 증폭용 PWM 신호를 만들어내기 위해 삼각파(triangle wave)를 이용하는데 비해 이들은 사인파(sine wave)를 이용한다. 

잘 아시겠지만 클래스D 증폭은 아날로그 입력신호를 바코드처럼 생긴 1비트 PWM(Pulse Width Modulation) 신호로 바꾼 후 온오프 스위칭 증폭에 나선다. 이때 PWM 신호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날로그 입력신호에 섞는 일종의 고주파 신호가 바로 삼각파다. 위아래가 삼각형 모양으로 뾰족해서 삼각파다. 증폭 후에는 코일과 커패시터로 이뤄진 아날로그 로우패스 필터를 붙여 삼각파의 고주파 성분을 제거한다. 

그런데 UMAC 모듈이 삼각파 대신 사인파를 쓴 이유는 이렇다. 1) 사인파는 삼각파에 비해 고주파 노이즈가 적다, 2) 따라서 증폭 후 아날로그 로우패스 필터를 덜 써도 된다, 3) 이렇게 되면 코일이 일으키는 인덕턴스(inductance)가 줄어든다, 4) 일종의 교류 방해 성분인 인덕턴스 값이 낮아지면 그만큼 댐핑 팩터라든가 스피커 구동력이 좋아진다. 결국 테슬라 코일이나 UMAC 모듈이나 고주파 노이즈를 줄이려는 목표는 동일한 셈이다.  


뵈레센 Z3 Cryo Edition :
리본 트위터, 카본 샌드위치, 극저온 처리, 아날로그 디더링의 시너지

현재 뵈레센 스피커는 크게 플래그십 0 시리즈와 이를 트리클 다운한 Z 시리즈로 나뉜다. Z 시리즈의 경우 플로어스탠더 Z5, Z3, Z2, 스탠드마운트 Z1으로 나뉘며 각 모델별로 일반 버전(Standard)과 극저온 처리 버전(Cryo Edition)이 있다. 시청기는 Z3 Cryo Edition이다. 뵈레센에 따르면 내부 메탈 재료와 배선을 하루 동안 영하 196도의 극저온에서 처리, 결정구조를 거의 단결정 수준으로 바꿔 전도율을 6~8% 높였다고 한다. 

뵈레센 Z3 Cryo Edition
뵈레센 Z3 Cryo Edition

Z3 크리오 에디션은 기본적으로 2.5웨이, 4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위부터 평판 리본 트위터, 4.5인치 카본 샌드위치 콘 미드, 8인치 카본 샌드위치 콘 우퍼 2발이 장착됐다. 전체적으로 각 유닛이 배플 안쪽에 제법 깊숙이 자리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퍼 2발이 바닥 쪽으로 내려온 것은 이 경우 저역 특성이 보다 좋아지기 때문이다. 인클로저 재질은 HDF, 마감은 블랙 또는 화이트 새틴 페인트.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89dB에 달하며 주파수응답특성은 리본 트위터를 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답게 35Hz~50kHz를 보인다. 권장 앰프 출력은 50W 이상. 후면을 보면 2군데에 포트가 마련됐고 하단에 싱글 와이어링 전용 바인딩 포스트가 있다. 포트에 마련된 손잡이 모양의 알루미늄 링들은 공기 흐름을 좋게 하는 일종의 웨이브 가이드다. 스탠드에는 자매사 안수즈의 4개 다크즈(Darkz) 알루미늄/티타늄 디커플러가 박혀있다. 높이는 102.5cm, 무게는 35.5kg.

뵈레센 Z3 Cryo Edition 트위터
뵈레센 Z3 Cryo Edition 리본 트위터

하나하나 따져보자. 먼저 가로 30mm, 세로 75mm의 리본 트위터. 0.05mm 초박막 플라스틱 필름(PEN. PolyEthylene Naphthalate)에 0.006mm 두께의 알루미늄 포일을 붙여 진동판을 만들었다. 리본 트위터답게 2.5kHz~50kHz라는 광대역을 커버한다. 감도는 94dB, 무빙매스는 0.01g. 보이스코일과 네오디뮴 마그넷으로 이뤄진 모터 시스템의 인덕턴스가 0.06mH에 그치는 점도 놀랍다. 그만큼 보이스코일과 진동판이 자유롭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뵈레센 Z3 Cryo Edition 4.5인치 카본 샌드위치 콘 미드
뵈레센 Z3 Cryo Edition 4.5인치 카본 샌드위치 콘 미드
뵈레센 Z3 Cryo Edition 8인치 카본 샌드위치 콘 우퍼
뵈레센 Z3 Cryo Edition 8인치 카본 샌드위치 콘 우퍼

미드와 우퍼의 진동판은 4mm 두께의 노멕스(Nomex) 아라미드 허니콤 코어를 사이에 두고 얇은 카본 필름이 앞뒤에서 샌드위치식으로 부착됐다. 이러한 복합 설계 덕분에 높은 강도와 5.5g이라는 가벼운 진동판 무게, 그리고 이를 통한 해상력과 능률 향상이라는 여러 마리 토끼를 잡았다. F1 레이싱 카 차체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다. 보이스코일은 구리로 코팅한 알루미늄, 보이스코일이 감기는 포머는 티타늄. 

미드와 우퍼 설계에서 눈에 띄는 것은 0 시리즈의 아이언 프리(Iron-free) 설계를 취하지 않고도 0.06mH라는 낮은 인덕턴스 값을 얻었다는 점. 0 시리즈는 링 형태의 네오디뮴 마그넷이 부착되는 폴 피스(섀시)에 통상의 철 대신 구리(copper)를 써서 0.04mH라는 낮은 인덕턴스를 얻었는데, Z 시리즈는 원가 절감을 위해 철을 쓰고도 구리 폴 피스 사용 시에 근접한 수치를 얻는데 성공했다. 

Borresen Z 시리즈 크로스오버
Borresen Z 시리즈 크로스오버

2차 오더로 설계된 네트워크 회로도 직렬 회로를 쓴 0 시리즈와는 달리 일반적인 병렬 회로를 채택했다. 또한 이 회로 내에 전자파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액티브 디더 회로를 투입한 것도 특징. 이 역시 안수즈에서 개발한 것인데,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여러 방형파(square waves)를 랜덤으로 발생시켜 전자파 노이즈를 제거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작동에 필요한 전기는 음악 신호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별도 파워 서플라이는 필요 없다.


시청

뵈레센 스피커 시청은 이번이 2번째다. 지난해 5월 뵈레슨의 플래그십 05를 어쿠스틱 아츠 앰프에 물려 시청했는데 음의 촉감과 타격감, 대역밸런스, 그리고 사운드스테이지의 완성도 등에서 그냥 하이엔드 스피커였다. 장벽은 역시 넘사벽의 높은 가격대였지만 스피커 공학적으로 음미할 점이 많았다. ​과연 현역 톱 티어 스피커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음과 무대가 펼쳐졌다.

Aavik S-280 & I-280, Borresen Z3 Cryo Edition 시청이번 뵈레센 Z3 Cryo Edition 시청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우선 스피커 자체가 0 시리즈를 트리클 다운한 Z 시리즈인데다 함께 한 기기들이 마이클 뵈레센이 직접 제작한 아빅의 스트리머와 앰프다. S-280은 과연 룬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 I-280은 4옴에서 600W를 내는 클래스D 인티앰프로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음원은 룬으로 타이달과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아티스트   Diana Krall
   ‘S Wonderful
앨범   Live In Paris

이들이 들려준 음의 첫인상은 소리가 맑고 무대의 앞뒤 공간이 무척 길다는 것. 무대 중앙에서 오른쪽에 걸쳐 자리 잡은 피아노의 음이 마치 CNC 머신으로 밀링한 것처럼 매끈하다. 스피커에 4개 유닛이 달렸는데도 그야말로 음이 술술 나온다. 무대에서 탁 트인 맛이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앞단의 소스기기와 증폭단의 됨됨이가 기본 이상이라는 증거다. 

계속해서 같은 앨범의 ‘I’ve Got You Under My Skin’을 들어보면, 이번 아빅과 뵈레센 조합이 의외로 약간의 온기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이 깨끗하고 개운한 것, 노이즈가 휘발된 것처럼 배경이 조용하다는 것 역시 계속해서 포착되는 아빅-뵈레센 조합의 장기다. 스펙상 50kHz까지 플랫하게 뻗는 리본 트위터는 피부 트러블이 전혀 없는 아기 피부 같은 음을 계속해서 들려줬다. 

아티스트   정명화
   홍난파/이영조: 성불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앨범   한(恨), 꿈, 그리움

그렇게 크지 않은 볼륨에서도 초반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잘 들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번 조합은 SN비와 딥블랙의 황태자라 할 만하다. 마치 접지 대책이 잘 이뤄진 오디오 시스템을 접한 듯하다. 덕분에 풍경은 입체적으로 펼쳐지고 음상은 저마다 또렷하고 타이트하게 맺힌다. 아빅 스트리머와 앰프에 투입된 여러 테슬라 코일이 고주파 노이즈를 막아주고, UMAC 클래스D 모듈 자체가 고주파 노이즈를 덜 발산시킨 효과다. 

볼륨을 크게 높여 다시 들어봤다. 첼로는 앞서서도 무척이나 단단한 질감을 자랑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절절한 호소로 변한다. 최근에 들어본 여러 조합 중에서 이들만큼 속이 꽉 차고 묵직하며 뜨거운 첼로 음을 낸 듀엣이 있었나 싶다. 첼로가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음을 내는 대목에서는 필자의 숨까지 같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높은 볼륨에서도 딥블랙과 SN비를 유지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앙상블   Collegium Vocale, Ghent
지휘   Philippe Herreweghe
   Mass in B Minor, BWV 232: Cum Sancto Spiritu
앨범   Bach Mass in B minor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을 들어온 듯 상쾌한 음들이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을 가득 메운다. 눈앞에 탁 트인 전망 덕분에 갑갑한 구석은 1도 없는 상황. 큰 음량에서도 음들이 가지런한 것을 보면 S-280 내장 DAC과 I-280의 전압 증폭단이 기본 이상을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Z3 Cryo Edition의 2.5웨이 구성도 이 같은 대역 밸런스나 해상도에 일정 지분이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음들이 억세거나 냉랭하거나 거칠지 않고 대신 친절하고 상냥한 소리를 내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아티스트   AC/DC
   Back In Black
앨범   Back In Black

처음부터 킥드럼의 둔탁한 타격이 필자의 머리와 가슴을 가격한다. 보컬에는 잔뜩 힘이 실렸고 음수는 사운드스테이지를 가득 채웠다. 이들 아빅 280 시리즈와 뵈레센 Z 시리즈 조합이면 음수가 부족하다고 느낄 일은 없어 보인다. 탱크처럼 육중하게 들려오는 이 메탈 곡의 쾌감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

옹기종기 분재처럼 즐긴다? 이 조합에서는 전혀 아니다. 그냥 쓰나미처럼 모든 것을 쓸고 밀어붙인다. 이런 질주 본능이 저 얌전하게 생긴 스트리머와 앰프, 스피커에 숨어있는 줄 이날 처음 알았다. 이 와중에도 음들이 어수선하지 않은 것은 역시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본 자질이다. 

피아노   Maria Joao Pires
바이올린   Augustin Dumay
첼로   Jian Wang
   Piano Trio No.1 In B Major, Op.8
앨범   Brahms Piano Trios Nos. 1&2

첼로 소리에서 마치 그윽한 향이 나는 것 같다. 절절하면서도 차분한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바이올린이 등장하자 그야말로 리본 트위터를 제대로 건드려준다. 답답한 속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짜릿하다.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3개 악기의 윤곽선에서는 색번짐이 일절 없고 그 결은 저마다 매끈하고 단단하다. 음이 끊긴 아주 찰나의 순간에 찾아든 적막감은 그저 놀라울 뿐. 무대의 홀톤이라든가 악기 사이의 공간감에도 엄지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총평

따지고 보면 아빅은 마이클 뵈레센과 라스 크리스텐센이 처음 만든 소스기기와 앰프 브랜드다. 아직 10년이 채 안 되었지만 이들의 컨셉과 만듦새, 소리의 됨됨이를 보면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송중기)처럼 인생 2회차가 만든 스트리머와 앰프 같다. 고주파 노이즈가 없는 소리를 위해 파스칼의 클래스D 모듈과 안수즈의 테슬라 코일을 조합한 선택은 청감상 옳다. 

Aavik S-280 & I-280, Borresen Z3 Cryo Edition 시청

뵈레센은 마이클 뵈레센이 마침내 자기 이름을 내걸고 만든 인생 2회차 스피커 브랜드. 평판 리본 트위터와 카본 샌드위치 미드/우퍼를 2.5웨이로 구성하고, 후면에 포트를 내고 웨이브 가이드를 설치하는 모든 과정에서 머뭇거림이 전혀 없다. 여기를 건드리면 이 소리가 나고, 저기를 건드리면 저 소리가 나는 것을 훤히 꿰뚫은 오디오 장인들의 일필휘지, 호기세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청음을 권해드린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Aavik S-280 Specifications
Connections

Input

  • Network: 1 Ethernet LAN
  • USB: 2 USB 2.0


Output

  • S/P DIF (32 – 192 k-samples, 24 bit): 1 x BNC
    Optical (32 – 192 k-samples, 24 bit): 1 x Toslink
    Line output: 1 x RCA
Streamer Section

Standards

  • DLNA: 1.5
  • UPnP: AV 1.0 
Aavik Noise Reduction
  • Active Tesla Coils: 72
  • Active Square Tesla Coils: 164
  • Dither Circuitry: 6
Power Consumption
  • Standby: <0.5W
  • Idle: <20W
Dimensions and Weight
  • L x W x H: 400 x 384 x 102 mm / 15 3/4 x 15 1/8 x 4 1/64 inch
  • Weight: 5.4 kg / 11 lbs
Aavik S-280 Specifications
Connections

Line in

  • Line inputs: 5 single ended – RCA
  • Gain Line 1-4: 5-15dB; max input 4,5V RMS
  • Gain Line 5: 1-11dB; max input 6,5V RMS
  • Input impedance: 10Kohm

Pre out

  • Pre out: 1 single ended – RCA
  • Max output: 7,5Vms
  • Distortion, line stage: <0,005% (THD at 1kHz, 1V input)
  • Output impedance: 50 ohm

Power out

  • Speaker terminals
  • Spade connectors or 4mm banana plugs
Amplifier Section
  • Volume Control: 76 dB – 1dB steps
  • Output: 2×300 w, 8 ohm / 2 x 600 w, 4 ohm
  • Distortion (THD+N): <0,006% (1-100W, 1 kHz, 8 ohm)
  • IMD: <0,002% (1-100W, 4 ohm)
  • TIM: <0,008% (1-100W, 4 ohm) 
Aavik Noise Reduction
  • Active Tesla Coils: 72
  • Active Square Tesla Coils: 168
  • Dither circuitry: 8
  • Anti Aerial Resonance Coils: 4
Power consumption
  • Standby: <0.5W
  • Idle: <50W
Dimensions and Weight
  • L x W x H: 400 x 384 x 102 mm / 15 3/4 x 15 1/8 x 4 1/64 inch
  • Weight: 9.0 kg / 19 lbs
Borresen Z3 Cryo Edition Specifications
 Dimensions

Speaker

  • H x W x D: 102,5 x 22,5 x 40,0 cm
  • H x W x D: 40,2 x 8.7 x 15.7 inches
  • Weight: 35,5 kg / 78.26 lbs
Specifications
  • Frequency response: 35Hz – 50KHz
  • Sensitivity: 89 dB / 1W
  • Impedance: 4 ohms
  • Recommended Amplifier: > 50W
  • 1 x Tweeter: Børresen planar ribbon tweeter
  • 1 x Driver: Børresen bass/midrange driver: 4.5 inches
  • 2 x Driver: Børresen bass/midrange driver: 8 inches
  • Finish: Black or white satin painted
Aavik S-280 & I-280, Borresen Z3 Cryo Edition
 수입사 사운드솔루션 
수입사 홈페이지 www.sscom.com
구매문의 02-582-9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