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엔지니어로 전성기에 돌입하다!
YG 어쿠스틱스 딕 다이아몬드 마케팅 이사 인터뷰

인터뷰어 : 이 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 딕 다이아몬드(Dick Diamond)

60년대 말, 비틀즈와 자웅을 겨루던 롤링 스톤즈에게 비극이 닥친다. 초기 멤버로서 리드 기타를 치던 브라이언 존스가 탈퇴한 후 곧바로 사망한 것이다. 1969년의 일이다. 하지만 밴드는 이런 비극을 수습하고, 브라이언과 함께 했던 작업을 진행시켜 걸작 ⟨Let It Bleed⟩를 완성한다. 당연히 나도 좋아하는 앨범이다.

이후 2대째 기타리스트 믹 테일러가 가입하면서, 실질적인 전성기가 시작된다. ⟨Beggars Banquet⟩ ⟨Sticky Fingers⟩ 등은 역사에 남는 명반들이다. 나도 이 시기의 스톤즈를 최고로 친다.

YG 어쿠스틱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창업자 요아브 게바를 빼놓고 이 브랜드를 어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창업 당시의 작은 회사에서 어느덧 성인이 된 YG는 급작스러운 요아브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성장하고 있다. 스톤즈와 똑같은 상황이다. 2대째 디자이너로 초빙된 매튜 웹스터 박사(Dr. Matthew Webster)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그의 손으로 만들어진 피크스(Peaks) 시리즈의 토어(Tor)를 들어보면서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덧붙여 함께 발표된 액티브 타입의 밴티지 라이브(Vantage Live) 역시 큰 충격을 줬다.

1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의 대상은 YG 어쿠스틱스의 전도사 딕 다이아몬드(Dick Diamond) 씨.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으로 우리 오디오파일에게 낯익은 분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최근 YG에서 벌어진 일과 신작에 대한 정보를 충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1시간여에 걸친 시청을 통해, 어쩌면 YG의 진정한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편의상 그의 영문 이름 이니셜인 DD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 반갑습니다. 올해 뮌헨과 도쿄에서 각각 만났는데 서로 바빠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묻게 되는군요.

DD : 반갑습니다. 한국은 제게 매우 특별한 곳입니다. 올 때마다 정말 즐겁습니다. 최근에 코비드 사태로 인해 약 3년간 방문할 수 없어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일단 요아브 게바씨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YG 어쿠스틱스의 설립자이자 엔지니어, 요아브 게바(Yoav Geva)
YG 어쿠스틱스의 설립자이자 엔지니어, 요아브 게바(Yoav Geva)

DD : 요아브가 일선에 물러난 것은 약 5년 전쯤입니다. 골치 아픈 경영에서 빠져나와 제품 설계에 주력하고 싶다는 취지였죠. 또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요. 그러다 차츰 지분을 줄인 후, 얼마 전에는 완전히 퇴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 그렇다면 요아브의 빈자리를 누가 채우느냐가 문제가 되겠군요.

DD : 맞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닥터 웹스터를 영입할 수 있어서 다시금 전열을 정비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 웹스터 씨에 대해 좀 더 소개해 주시죠.

YG 어쿠스틱스의 새로운 CEO, 매튜 웹스터(Matthew Webster)
YG 어쿠스틱스의 새로운 CEO, 매튜 웹스터(Matthew Webster)

DD : 원래 그분은 영국인입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해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캠브리지 어쿠스틱 사이언스”라는 R&D 중심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캠브리지와 볼더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오디오 관련 비즈니스를 다양하게 해왔는데, 특히 YG의 제품을 좋아했습니다. 직접 자택에서 소냐 XV를 운용하고 있었죠. 그게 계기가 되어 저희와 함께 일하게 된 겁니다.

- 웹스터 씨가 특별히 강점을 가진 분야는 어디입니까?

DD : 컴퓨터를 통해 모델링을 구축하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것을 위해 슈퍼컴퓨터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피크스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무려 300개가 넘는 룸을 모델링 해서, 그 각각의 방에 스피커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음향을 연출하는지 일일이 리서치했습니다. 위상이라던가 주파수 특성, 다이내믹스 등 여러 요소를 한꺼번에 체크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여태껏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정교한 연구를 통해 이번 시리즈가 기획된 것입니다.

- 요아브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웹스터 씨 역시 만만치 않군요.

DD : 맞습니다. 웹스터 씨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을 싫어합니다. 영어식 표현에 “Out of the Box”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존에 당연히 여기던 틀을 깨고 새롭게 생각하라는 것이죠. 단, 물리학자답게 어떤 가설이나 이론을 세우면 꼭 증명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복잡하고 정교한 모델링을 구축한 것이죠.

- 그럼 피크스 시리즈에 대해 알아보죠.

YG 어쿠스틱스 레퍼런스 시리즈(Reference Series)

YG 어쿠스틱스 레퍼런스 시리즈(Reference Series)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

DD : 잘 알다시피 저희 YG의 레퍼런스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하이엔드 제품들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미국에서 윌슨, 매지코 등과 함께 3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좀 더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이 부분도 함께 고민해왔습니다. 이번에 웹스터 씨가 가세하면서 드디어 일반 애호가들도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 선을 보인 겁니다.

- 왜 시리즈 명을 피크스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DD : 저희 회사가 소재한 볼더는 록키 마운틴 지역에 있습니다. 따라서 등산이나 하이킹 등이 무척 발전했죠. 그 중에 아주 높은 산봉우리도 많습니다. 그런 고봉을 피크스라고 합니다.

- 아, 그렇군요. 그럼 각각의 제품명이 가진 의미는 또 뭐죠?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케언(Cairn)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케언(Cairn) 스피커

DD : 이 역시 등산이나 하이킹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단 함께 모여서 출발하는 지역에 돌멩이로 탑을 쌓아놓습니다. 일종의 표식이죠. 이것을 케언(Cairn)이라고 합니다. 피크스 시리즈의 막내가 바로 그 이름입니다.

- 케언부터 시작해서 서미트까지?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토어(Tor)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토어(Tor)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탈러스(Talus)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탈러스(Talus)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어센트(Ascent)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어센트(Ascent)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서미트(Summit)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서미트(Summit) 스피커

DD : 맞습니다. 이어서 회원들이 모여 출발하면 우선 낮은 구릉이나 언덕에 도착합니다. 이것을 토어(Tor)라고 합니다. 북구 신화에 나오는 토르(Thor)와는 스펠링이 다르니까 혼동하지 마시고요. 이어서 더 높은 지역으로 올라가게 되죠? 그게 바로 탈러스(Talus)입니다. 그리고 계속 올라간다는 의미에서 어센트(Ascent)가 나오고, 맨 꼭대기 정상을 서미트(Summit)라고 부릅니다.

-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동시에 발매된 액티브 서브우퍼를 디센트(Descent)라고 명명했군요.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액티브 서브우퍼 디센트(Descent)
YG 어쿠스틱스 피크스 시리즈(Peaks Series)의 액티브 서브우퍼 디센트(Descent)

DD : 고봉과는 정 반대로 밑에 설치하니까요. 밑으로, 아래로 라는 뜻입니다.

- 자료를 보니 피크스 시리즈에 투입된 트위터는 포지코어(ForgeCore)를 사용했더군요. 설명 좀 해주시죠.

DD : 원래 이 트위터는 YG 어쿠스틱스의 첫 모델들에 두루두루 투입되었습니다. 헤일리 1이나 소냐 1 등에 쓰여서 이미 성능이 입증되었죠. 빌렛돔 트위터의 경우, 만드는 과정이 너무 지난하고 또 가격도 상당합니다. (수입상 말로는 개당 3백만 원이나 나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런 드라이버를 투입하면, 당초 의도한 가격대에 제품을 론칭할 수 없죠.

- 그렇군요.

DD : 대신 미드레인지나 우퍼는 레퍼런스 시리즈와 같은 빌렛코어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퍼포먼스는 상당히 우수하다고 자평합니다.

- 인클로저는 뭔가요? 자료를 보니 레진 파이버라고 했던데요.

DD : 아주 밀도가 높은 HDF에다 레진을 섞은 소재입니다. 우드파이버에 레진 에폭시를 섞었다고 보면 됩니다. 레퍼런스 시리즈가 항공기에 투입되는 6061 알루미늄을 정밀하게 가공해서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상당히 우수합니다. 바닥 쪽에는 알루미늄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여기에 크로스오버를 장착합니다. 따라서 내부 진동에 대해서도 강합니다.

- 마감은 우드 비니어로 했더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DD : 당초 검은색으로 칠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애호가 입장에서는 우드 느낌의 스피커가 더 친숙하기 때문에. 이런 마감을 채택했습니다.

- 전용 스탠드를 보니 범상치 않습니다. 특별한 조치가 시행되었는지요?

DD : 일단 스탠드의 다리 부분을 보면 안에 레진을 채워서 공진 처리를 했습니다. 안으로 향하는 형태로 토 인을 줬는데, 보기에도 좋지 않나요?

- 앰프 매칭 관계는 어떤가요?

DD : 앰프는 특별히 가리지 않습니다. 대출력 파워를 써도 좋지만, 100W, 50W 인티 앰프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진공관 앰프와도 잘 어울리죠.

- 사실 처음 뮌헨에서 이 제품들을 봤을 때 조금 생경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나름대로 매력이 있군요. 투박한 검정 마감보다는 확실히 낫다고 봅니다. 함께 발매된 액티브 서브우퍼인 디센트는 어떤 내용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시죠.

DD : 일단 11인치 빌렛코어 드라이버가 투입되었습니다. 정교하게 DSP로 컨트롤이 되죠. 앰프는 클래스 D 타입으로,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회사에서 납품받았습니다. 무려 1,000W 짜리입니다. 무게는 50Kg. 담당 주파수 대역은 18Hz~150Hz입니다.

- 이 제품은 홈시어터를 겨냥한 것인가요?

DD : 홈시어터에 사용해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하이파이용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피크스 시리즈의 작은 모델들은 아무래도 저역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죠.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오디오용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 이번에는 밴티지 라이브에 대해 알아보죠.

DD : 사실 우연히 ⟨앱솔루트 사운드⟩의 편집장인 로버트 할리 씨가 저희 공장에 왔다가 밴티지 라이브를 들었습니다.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 특별히 요청을 해서 자택에서 들어볼 수 있게끔 조치했죠. 정말 대단하다는 반응이 왔습니다. 그 결과, 이 잡지에서 매년 수여하는 ⟨프로덕트 오브 디 이어⟩를 수상하기도 했고요.

- 대단합니다.

DD : 일본은 한국처럼 액티브 스피커에 좀 회의적입니다. 얼마 전에 저희 일본 수입상에 직접 들려줬더니, 이런 스피커를 보는 시각을 달리하더군요. 한국에서도 직접 들어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좀 생각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 그럼 어떤 내용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DD : 일단 3웨이 타입이고요, 그 각각에 파워 앰프 700W 짜리가 부속됩니다. 그러니까 채널당 무려 2,100W의 파워가 들어가는 것이죠. 이 파워는 벨 칸토에서 제작해 줬습니다.

- 저도 벨 칸토의 제품은 좋아합니다.

DD : 여기에 컨트롤 박스가 함께 제공됩니다. 이것은 일종의 프리앰프라고 보면 됩니다. 포노스테이지는 매우 좋다고 평가받았고, 옵티컬 케이블로 스피커에 연결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아날로그와 디지털 입력단도 있습니다. 네크워크 플레이어를 연결하면, 이 자체로 완벽한 오디오 시스템이 됩니다.

- 참, 코비드 시절에 어떻게 회사가 운영되었는지 궁금하군요.

DD : 첫 몇 달은 다른 회사들처럼 고생을 했습니다. 특히, 부품 수급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어떤 벤더는 문을 닫았고, 어떤 공장은 불이 나기도 했거든요. 드라이버를 어셈블하는 곳은 직원이 다 사라져서 작업을 하지 못했답니다. 우드 비니어라던가, 커패시터 등도 아직 원활하게 공급되지는 않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코비드 시기에 많은 분들이 집에서 지낸 관계로, 매출면에서는 괜찮았습니다.

- 이번 피크스 시리즈는 무려 6개의 모델이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대단합니다.

DD : 남들은 미쳤다고 합니다.(웃음)

- 현재 공장에는 몇 분 정도가 있는지요?

DD : 처음 제가 YG에 합류할 무렵인 2007년만 해도, 고작 3명밖에 없었습니다. 공장 사이즈도 3천 평방 피트에 불과했고, CNC 머신도 2개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려 20명이 넘고, 공장 크기도 15,000 평방 피트로 넓어졌습니다. CNC 머신은 총 12개나 됩니다. 폴리싱, 밀링, 워터 젯, 코일 와인딩 등 다양한 머신을 확보하고 있죠. 15년 만에 이 정도로 회사가 성장한 것이죠.

- 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D : 감사합니다.

※ P.S.) 인터뷰 후 약 1시간에 걸쳐 딕 다이아몬드 씨가 주재하는 리스닝 세션에 참가했다. 처음에 들은 토어는 그리 크지 않은 북셀프였는데, 어마어마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구현했고, 빠르고 묵직한 베이스는 정말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 가격대에서 볼 수 없는 레벨임은 분명했다.

한편 운 좋게 밴티지 라이브도 들을 수 있었는데,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고나 할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밸런스와 퀄리티를 보여줬다. 같은 가격으로 YG의 레퍼런스 스피커와 앰프를 조합한다면 과연 이런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경지임은 분명하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차분히 들어보고 또 점검해 보고 싶다.

이 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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