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폐 트랜스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들
Powertek IT-3000 LE


오디오와 전기

역시 오디오는 전기다. 오디오 기기에 들어오는 전기가 좋아야 소리가 좋아진다. 전기는 오디오 기기를 작동케 하는 에너지원이자 음악 신호가 흐르는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디오는 파워케이블을 오디오 기기에 ‘제대로' 꽂는 일부터 시작된다. 헐거우면 결국 저항이 높아지고 이렇게 되면 원하는 220V가 기기에 들어오기조차 힘들어진다.

딱히 전기가 필요 없어 보이는 패시브 스피커도 예외는 아니다. 잘 아시는 내용이지만 스피커 보이스 코일에는 음악 신호가 올라탄 전기가 흐른다. 그것도 파워앰프를 빠져나온 대전류다. 스피커 케이블을 전력선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어쨌든 보이스 코일에 흐르는 전기와 주변 자기장으로 인해 스피커는 소리를 낸다.

전기는 또한 각종 접지 노이즈와 전자파 노이즈(EMI, RFI), 피크 전압 노이즈 등으로 손쉽게 오염된다. 체감상 접지 노이즈는 웅~~ 하는 60Hz 험으로, 전자파 노이즈는 지저분하고 흐릿한 배경 노이즈로, 피크 전압 노이즈는 시도 때도 없는 ‘퍽’ 소리로 오디오를 괴롭힌다. 때문에 전기 관리만 잘 하면 이 모든 노이즈를 일거에 내쫓을 수 있다.


오디오와 차폐 트랜스

이러한 전기와 관련해서 오디오 애호가들의 영원한 테마주가 바로 차폐 트랜스(Isolation Transformer)다. 말 그대로 노이즈를 차폐시키는 트랜스포머인데, 원리는 패러데이 법칙에 따른 전자기 상호유도다. 말은 어렵지만 핵심은 물리적으로 떨어진 1차 코일과 2차 코일 사이에 전기는 흐르고 노이즈는 차단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차폐 트랜스는 2차 코일을 감는 횟수에 따라 1차 코일에 들어온 전압을 승압(step-up)할 수도 있고 감압(step-down)할 수도 있다. 일부 차폐 트랜스가 다운 트랜스 역할을 겸하는 것도 이 덕분인데, 현재 필자가 쓰고 있는 차폐 트랜스도 110V 소켓이 2개, 117V 소켓이 2개가 있다.

차폐 트랜스는 또한 2차 코일을 여러 개 감을 수 있어서 이로부터 멀티 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 필자의 차폐 트랜스는 220V 소켓이 6개다. 다시 말해 일종의 멀티탭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인데, 차폐 트랜스의 이러한 멀티 출력 기능이야말로 오디오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본 배경이 된다. 

물론 무한정으로 출력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트랜스에는 정격 용량이 있으며, 필자의 차폐 트랜스의 경우 4500VA다. 현재 연결된 여러 기기 중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파워앰프도 트랜스 용량이 1300VA이기 때문에 큰 부족함이 없다. 참고로 VA는 피상전력의 단위로, 실제 일을 하지 않고 사라지는 무효전력을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 유효전력(단위는 W)은 피상전력보다 낮다. 


파워텍 IT-3000 LE 팩트 체크

이런 맥락에서 이번 시청기인 파워텍(Powertek)의 IT-3000 LE는 전형적인 차폐 트랜스다. 기본적으로 220V 입력을 받아서 220V 4개, 230V 4개를 출력하며, 내장 트랜스의 정격 용량은 3500VA에 달한다. 1, 2차 코일이 물리적으로 떨어진 트랜스가 노이즈 차폐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4개의 노이즈 필터가 따로 있어서 접지 노이즈와 전자파 노이즈를 다시 한번 걸러낸다. 

IT-3000 LE는 또한 LE(Limited Edition)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파워텍 설립 30주년을 맞아 특별 제작된 한정판이다. 무엇보다 알루미늄 섀시에 공을 들여 차폐 트랜스를 괴롭히는 공진과 진동을 최대한 없앴다. 앞서 나왔던 IT-3000SS와 비교하면 전면 패널은 10T에서 16T, 다른 패널은 3T에서 10T로 대폭 두꺼워졌다.

외관부터 본다. IT-3000SS와는 곳곳에서 디자인이 달라졌다. 일단 차폐 트랜스로서는 상당한 덩치를 자랑한다. 가로폭이 46cm, 높이가 16cm, 안길이가 38cm, 무게가 42kg인 풀 사이즈 디바이스다. 전면에는 전압 상태를 알려주는 아날로그 파워 미터 2개, 후면에는 가운데에 후루텍 15A IEC 소켓, 그 아래에 파워 케이블 단자를 지지해 주는 가이드, 그 위에 전원 온·오프 핸들이 마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양옆에 4개씩 총 8개가 마련된 출력 소켓이 디지털 기기용과 아날로그 기기용으로 나눠져 있다는 사실. 뒤에서 봤을 때 왼쪽이 디지털, 오른쪽이 아날로그이며 각 구획에는 220V 소켓 2개(왼쪽), 230V 소켓 2개(오른쪽)가 마련됐다. 왜 이렇게 디지털용과 아날로그용으로 나눴는지는 뒤에서 살펴볼 것이다. IT-3000SS에 있는 110V 소켓 2개는 없다.  

끝으로 IEC 소켓 왼쪽에는 접지 관련 단자와 토글 스위치가 마련됐다. 외부의 별도 접지 장치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위에 마련된 접지 단자를 쓰면 되고, 그렇지 않고 차폐 트랜스 섀시 접지를 이용할 경우에는 밑에 마련된 토글 스위치를 아래로 내리면 된다. 차폐 트랜스 2차 코일로 넘어가지 못한 각종 노이즈가 결국 접지를 통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이 인터페이스는 무척 값져 보인다. 


파워텍 IT-3000 LE 설계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IT-3000 LE의 속내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곳에 3500VA 용량의 트랜스포머가 자리 잡고 있고, 왼쪽에 입력 노이즈 필터 1개, 오른쪽에 접지 노이즈 필터 1개와 디지털 기기용 출력 노이즈 필터 2개가 마련됐다. 각 노이즈 필터에는 ‘Noise Absorber’라고 씌어있다.

트랜스포머에는 파워텍 설립 30주년을 알리는 ‘30th Anniversary Isolation Transformer’ 문구가 씌어 있는데, 파워텍에 따르면 3.5~5% 함량의 현존 최고 규소 강판으로 코어를 제작했다고 한다. 트랜스 용량이 3500VA인 것은 IT-3000SS와 동일하다.

트랜스포머 왼쪽에는 입력된 220V 전기를 1차 필터링하는 노이즈 필터 PF-01이 1개 마련됐다. 정확히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코일과 커패시터, 저항 조합을 통해 전자파 노이즈 같은 동상(common mode) 노이즈를 1차로 걸러주는 필터로 짐작된다. 즉, 코어에 감긴 2개 코일이 정방향, 역방향의 2개 자기장을 생성하고 이 자기장이 2개 라인을 타고 들어온 동상 노이즈를 상쇄시키는 원리다.

또한 이 PF-01 필터는 30kHz 미만의 오디오 주파수(AF)만을 대상으로 하는 필터, 뒤에서 살펴볼 디지털 기기 출력용 T-03 노이즈 필터는 30kHz 이상의 라디오 주파수(RF)를 걸러내는 로우패스 필터로 보인다. PF-01 노이즈 필터를 60Hz 차폐 트랜스의 앞단에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참고로 LCR 타입의 동상 노이즈 필터는 코어 재질에 따라 AF, RF 필터 역할을 달리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 오른쪽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3개의 노이즈 필터 T-03가 마련됐다. 섀시 전면 가까이에 있는 필터 2개가 디지털 기기 출력용이고, 후면 가까이에 있는 필터는 섀시와 접지돼 있다. 자세히 보면 트랜스에서 빠져나온 2차 코일 일부는 아날로그 기기용 출력 소켓에 직접 연결되고, 다른 일부는 2개의 노이즈 필터를 거쳐 디지털 기기용 출력 소켓에 연결된다. 전면 섀시 가까이에 있는 것이 230V, 그 뒤에 있는 것이 220V다.

파워텍이 이처럼 디지털 기기 출력에만 노이즈 필터를 마련한 것은 “차폐 트랜스를 통해 디지털 기기로부터 아날로그 기기로 전달될 수 있는 노이즈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즉, 2개의 노이즈 필터가 깨끗한 전기를 디지털 기기에 공급하는 역할도 하지만, 디지털 기기로부터 중성선을 타고 들어오는 노이즈가 아날로그 기기로 전파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굳이 디지털 기기인 것은 디지털 기기에서 더 많은 전자파 노이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들어보기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진행한 IT-3000 LE 시청에는 안수즈 네트워크 스위치 PowerSwitch A3, MBL 스트리밍 DAC N31, MBL 프리앰프 N11, MBL 모노블록 파워앰프 N15를 동원했다. 스피커는 윌슨 오디오의 플로어스탠딩 Yvette. 음원은 룬으로 타이달과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시청은 이들 기기를 IT-3000 LE와 연결했을 때와 일반 멀티탭으로 연결했을 때 소리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PowerSwitch A3와 N31은 IT-3000 LE의 디지털 기기용 소켓, N11과 N15는 아날로그 기기용 소켓과 연결했다. 벽체 콘센트에서 IT-3000 LE와는 파워텍의 Diablo II Carbon 파워케이블을 사용했다.

아티스트   Diana Krall
   No Moon At All
앨범   Turn Up The Quiet

파워텍 차폐 트랜스를 투입한 상태에서 들어보면 깨끗한 음이 시청실 바닥에 낮게 잘 깔리고, 악기 베이스의 저음은 생각 이상으로 밑으로 잘 내려간다. 핑거링도 힘차다. 이어 등장한 피아노의 고음은 평소보다 맑고 보컬의 치찰음은 딱 적당한 수준에서 들린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배경이 칠흑처럼 어둡다는 것, 그래서 청감상 SN비가 무척 높다는 점이다.

멀티탭으로 바꿔 들어보면 베이스 현을 튕기는 손가락의 힘이 약해지고 그 윤곽선 역시 많이 흐릿해진다. 무대 앞이 덜 투명한 것도 큰 차이.

다시 IT-3000 LE를 투입하면 음이 윤택해지고 베이스 저음이 더 깨끗하게 더 밑으로 내려간다. 다이애나 크롤이 코로 숨을 들이마시는 기척도 잘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해상력이 살고 SN비가 좋아지는데, 무대 중앙에 등장한 각 악기들의 스테레오 이미지가 확실해지는 것이 의외라면 의외다. 멀티탭에서 느꼈던 색 번짐도 사라졌다.

지휘   정명훈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Saint-Saëns: Symphony No.3 In C Minor, Op.78
앨범 ‎  Beethoven - Saint-Saëns - Choi Sunghwan (Live)

2악장 B 파트인데 파워텍 차폐 트랜스로 들어보면 음이 견고하고 무대 안길이가 깊다. 전체적으로 재생음에서 흐트러짐이나 탁함이 없다는 인상. 음이 가지런하고 빽빽한 점도 마음에 든다. 이 곡의 백미인 파이프 오르간은 야수들 무리처럼 우르릉거리며 필자에게 몰려온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이 그대로 재현된 재생이다.

멀티탭으로 바꿔 들어보면 음들이 갑자기 동글동글해지고 순한 맛으로 바뀐다. 무대 스케일도 조금 줄어든 상황. 그러고 보니 다이내믹 레인지라든가 다이내믹스, 야수성, 밀도감, 거의 모든 것이 약해지고 좁아졌다. 그냥 평범한 음이 되고 말았다.

다시 IT-3000 LE를 투입하면 단정하면서도 깨끗한 음, 다시 칠흑처럼 어두워진 배경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파이프 오르간의 인상이 확 바뀌고 곡의 위엄이나 권위 같은 게 확 살아난다. 현재 차폐 트랜스가 모노블록 2개 포함, 총 5개 컴포넌트에 전기를 공급하는 만큼 그 있고 없고 차이가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아티스트   Gustav Leonhardt
   Goldberg Variations, BWV 988: Aria
앨범   Bach: Goldberg Variations

챔발로 고음이 멋진 이 곡도 큰 차이를 보였다. IT-3000 LE를 투입했을 때 챔발로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힘 차고 또렷하게, 그리고 깨끗하고 맛깔스럽게 연주한다. 디지털 소스기기부터 시작해 모노블록 파워앰프까지 노이즈가 제거된 양질의 전원이 불러일으킨 선순환 효과다.

멀티탭으로 바꾸면 음이 얇아지고 힘이 빠져 확실히 그냥 평범한 소리가 되고 만다. 또렷한 이미지도 날아가 버렸다. 다시 파워텍 차폐 트랜스를 투입하면 처음부터 기립한 음들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챔발로 고음은 더욱 깨끗해지고 정신이 번쩍 날 만큼 위로 더 쭉쭉 뻗는다.

아티스트   Duke Jordan
   No Problem
앨범   Flight to Denmark

IT-3000 LE를 투입하면 전 대역에 걸쳐 에너지감이 작렬한다. 풍성한 피아노, 두툼한 베이스, 리드미컬한 퍼커션, 그야말로 음의 진수성찬이다. 드럼 심벌이 유난히 안쪽 깊숙한 곳에서 연주하는 점도 대단하다. SN비가 높고 음의 촉감이 정갈한 것은 네트워크 스위치와 스트리밍 DAC, 음이 생생하고 또렷하며 견고한 것은 프리앰프와 모노블록 파워앰프 덕이다.

멀티탭으로 바꾸면 음이 다시 동글동글해지고 무게중심이 갑자기 위로 올라간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해진 구석도 있다. 다시 파워텍 차폐 트랜스를 투입하면 퍼커션 소리가 유난히 눈에 띄고 오른쪽의 베이스는 더 낮고 굵은 저음을 토해낸다. 악기들 사이의 공간감도 더 잘 살아난다. 이쯤 되면 총체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총평

파워텍의 IT-3000 LE 덕분에 차폐 트랜스의 존재 이유와 효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잘 만든 대용량 차폐 트랜스는 오디오 재생음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사실이며, 그 결정적 이유는 차폐 트랜스가 빚어낸 깨끗하고 정확한 전기 공급 덕분이다. 게다가 IT-3000 LE처럼 멀티 출력이 되면 그 효과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IT-3000 LE는 여기에 여러 세심한 노이즈 필터와 근본 있는 섀시 접지로 현재 필자가 쓰고 있는 차폐 트랜스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높은 SN비와 선명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기 공급 전원을 계통 분리한 것 역시 디지털 소스기기가 2개나 투입한 이번 시청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단단하고 두터운 섀시는 진동 및 공진 노이즈를 낮추는데 크게 한몫했다.

맞다. 강호에 믿고 쓸 만한 차폐 트랜스가 한 대 나왔고 이는 총체적인 소리 변화로 입증됐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시청을 권해드린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Powertek IT-3000 LE
제조사 파워텍
제조사 홈페이지 www.powertek.co.kr
제조사 연락처 02-70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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