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시청상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꼭 듣게 되는 판이 있는데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남인수가 부른 "스테레오 일대작"이다. 그야 말로 그가 스테레오로 취입한 최고의 히트곡들만 모아 놓은 판인데, 이 판의 앞면 세번째 곡은 담겨진 사연이 각별하다.
이 세 번 째 곡은 "임의 통곡"이란 제목으로 반야월작사 박시춘작곡으로 되어 있다. 사실 한국 가요사에서 반야월/박시춘 콤비는 거대한 봉우리로 우뚝 설 만큼 히트곡의 양이 방대하다.
"임의 통곡"의 가사는 아내가 죽은 후 그 시신 앞에서 부르는 애절한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에서 이 노래는 유일하게 남인수의 목소리가 아닌 녹음이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60년대 까지만 해도 동네에서 나환자는 심심치 않게 보였고 그 보다 더 이전인 50년대 시절에 나환자가 거리 곳곳에 많이 보였었다. 나환자촌이 형성되면서 이러한 나환자의 모습은 거리에서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꽤 많이 보였던 것이다.
나환자시인인 한하운은 그런 나환자들이 사회에서 당하는 싸늘한 냉대를 시로 표현했는데, 그 시들을 대한 작사자 반야월이 가사를 쓰고 박시춘이 곡을 붙인 것이 바로 "나는 사람이 아니외다"였다.
그런데 이 노래가 발표되자 마자 음반가게에선 문둥병노래라 재수없다고 하는 바람에 정식 취입시에는 "임의 통곡"으로 바뀌어 발표가 된 것이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하늘도 날 버리고 세상도 날 버리고
돌에도 나무에도 붙일 곳 없는 신세
한강수 푸른물에 던지고 싶은 이목숨
살아서 사람이지 사람이 아니외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내것이 아니외다
이 노래가 남인수의 목소리로 남아있는 지 아닌 지는 확실치 않다.
* 일제강점하 말기 남인수와 한하운이 반민족친일행위를 했던 사실들에 대해서는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별아저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