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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하이파이 오디오기기 리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간 하이파이클럽에 디지털 소스기기들에 대한 리뷰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한 탓인지 이번에는 SIM AUDIO의 750D를 리뷰하게 되었다.
 
나는 집에서 개인적으로 50년대 후반에 나온 영국 LOWTHER사의 TP-1A라는 빈티지 스피커와 현대사운드 OPUS4 6AQ5 싱글인티앰프를 사용하고 있다. 이 오래된 빈티지 스피커라는 것이 엄청나게 높은 감도탓인지 “빈티지 스피커에는 소스도 빈티지로..”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소스기기를 상당히 많이 탄다. 나는 빈티지 오디오를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빈티지 오디오 팬들처럼 LP를 즐기고 있지는 않다.
 
지금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스기기는 거의 네오빈티지라 할 수 있는 야마하의 CD-GT2라는 기기이다. 그간 코드나 에어 같은 몇몇 하이엔드 소스기기들도 오고 갔지만 이 오래된 야마하의 몇몇 특징적인 부분들 때문에 나는 물론이고 늘 오디오 선택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 역시 우리집 오디오에 야마하만한 소스기기는 아직 찾지 못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집이 아닌 새롭게 이전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시청이 되었다. 시청 기기는 SSL 듀얼리티 48채널 믹싱콘솔과 제네릭 1031A 액티브 스피커, EVE AUDIO SC305 액티브 스피커, 포칼 SOLO6BE 액티브 스피커로 비교해가며 들어보았다. 스튜디오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스기기는 타스캄 DVRA1000HD라는 DSD 레코더로 하드가 장착되어있지 않은 DVRA1000에 비해서 훨씬 더 풍부하고 좋은 소리를 낸다.
 
최근에 스튜디오를 이전하면서 함부르크 스타인웨이 풀사이즈의 피아노를 들여놓게 되었는데, 당분간은 오디오생활과는 거리가 먼 레테의 강을 건너오지 않았나 싶었지만 그래도 하이파이 오디오는 언제나 삶에 함께 하는 친구이기에 이러한 리뷰들이 참으로 즐겁다.

 

750D를 박스에서 꺼내면서 든 생각은 참으로 무겁고 멋드러지게 생겼다! 라는 생각이다. 나는 여러가지 사용된 부품들이나 기술적인 부분들에는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무게가 무거운 제품을 좀더 선호한다. 소리의 시작은 진동에서부터 시작하고 우리가 소리를 듣는 것 역시 고막과 우리 몸의 진동을 통해서 듣는것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무게가 무거운 기기들에 조금더 마음이 가는 편이다.

이건 여담이지만 750D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밸런스 출력에서 출력전압이 상당히 낮다. 요즘 나오는 기기들은 대부분 이렇게 낮게 설정이 되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이것은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음악을 감상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일 뿐이다.

 

첫번째 들어본 것은 피아노. 내가 듣는 음악의 80%이상은 피아노 음악이고 또 실제로도 피아노 녹음을 자주한다.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나온 JAVIER PERIANES 의 스페인 작곡가 BLASCO FE NEBRA의 피아노 소나타. 어렵고 생소한 작곡가와 피아니스트이지만 음악은 누구나 들어도 좋아할만큼 아름답고 몽환적인 선율들을 들려준다.
 
이음반은 베를린의 텔덱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것으로 생각되는데(음반에 녹음장소나 엔지니어가 기재되어있지 않다.) 텔덱스튜디오는 자연스러운 잔향보다는 인위적으로 청감상 아주 멋지게 소리를 요리하여 만들어내는 곳으로 이 음반 역시 내 기준에서는 살짝 인공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피아노와 함께 따라오는 리버브(잔향)의 울림이 아주 멋지다.

 

기존에 스튜디오에서 듣는 타스캄 DVRA100HD와 집에서 듣는 야마하 CDP는 비슷한 성향으로 중저역대 울림이 풍부하고 좌우가 아주 넓게 펼쳐져서 나는 늘 이소리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 MOON 750D를 바꾸어서 소리를 들어보았다. 나는 이 리뷰에 750D가 어떠한 메커니즘을 장착하고, 어떠한 스펙을 지니고 있으며 여러가지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을 계획이다. 어떠한 부품을 사용하고 어떠한 기술이 사용이 되더라도 결국에는 그것을 듣고 판단하는 것을 사람의 귀이기 때문에 사전 가격이나 그러한 사전정보 없이 시청을 마무리 하였다. 또한 이러한 기술적인 내용들은 다른 광고글 들에 많이 나온다. 
 

먼저 750D의 첫인상은 고역끝이 확실하게 오픈되어 있고 밝다. 특히 좌우의 스테레오 이미지가 넓지 않고 좁게 들리는 것 때문인지 때에 따라서는 고역이 가늘게 느껴지기도 한다. CD의 여러 트랙들을 번갈아 들어보았는데 역시 이러한 인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좌우의 넓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중저역의 양감이 확실히 타스캄에 비해서는 적고 살집이 빠진 이미지다. 클래식 피아노 솔로가 아닌 다른 음반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찰리헤이든의 Sophisticated Ladies인데 이 음반에서의 첫 트랙인 아름다운 스트링반주와 멜로디 가르도의 음성이 담긴 IF I’M LUCKY를 들어보니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저음이 타스캄보다도 훨씬 더 아래로 깊게 뚝! 떨어진다.

 

정말 놀랍다. 피아노 음악만 들을 때는 저역이 좀 부족하고 소리가 너무 가느다랗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재즈쿼텟 반주에 보컬이 담긴 음반을 들어보니 이 750D라는 기기의 성향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양감이 조금 적은 대신 전반적으로 저역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주 깊고 깊은 저역까지 부밍없이 아주 깨끗하게 재생을 한다. 사실 이것이 글로 이렇게 쓰는 것은 쉽지만 기기의 저역 콘트롤을 이렇게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리고 확실히 좌우의 스테레오 이미지는 타스캄이나 내가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야마하에 비해서는 조금 좁게 들린다. 하지만 이것이 왜 좁게 들리는 것일까? 라는 의문 때문에 750D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테스트를 해보니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좌우가 조금 좁게 들리는 데에는 750D가 다른 소스들에 비해서 훨씬 더 각 악기들의 음상이 명확한 것에 연관이 있는 것 이었다. 악기들의 음상이 정말 뚜렷하게 귀로 듣고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잡힌다.

 

결국 750D가 이미지를 좁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 음반에 담겨있는 본래의 이미지인 것이다. 다른 기기들은 각 악기의 음상이 조금 불분명하게 들리는 것이 오히려 우리 두 귀의 착각(?)으로 좌우가 넓게 들리게 하고 있었다.

 

750D의 이런 소리는 나처럼 빈티지 오디오파일이 아닌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리로 열광할만한 소리라 하겠다.

 

그리고 뚜렷한 음상과 더불어 “타이밍”이 정말 좋다. 콘트라베이스가 정확하게 스윙하고 있는 것이 충실하게 표현이 되며 이로 인해서 음악의 템포가 조금 더 빠르게 들리는 듯 하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이 음반과 내가 녹음 믹싱 마스터링한 박성연 with Strings 음반을 함께 듣고 있는데 보통 내가 녹음한 음반들은 음반이 나온 후에는 잘 듣지 않게 되는데 정말 기분 좋게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뚜렷한 음상과 명확한 타이밍 덕분에 소리의 시작과 끝이 참 잘 들린다. 다시 피아노 솔로를 들어보니 피아노의 여운과 잔향이 타 기기에 비해서 훨씬 더 길게 사라지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이것이 좌우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과 뒤로 사라진다.
 
고역은 변함없이 아주 약간은 가늘게 들려 드럼 라이드에서 아주 약간의 쇳소리가 강조되게 들리는 것은 조금 아쉽다. 다만 이러한 고역특성이 드럼이 아닌 스트링에는 정말 매력적으로 들리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보컬의 경우도 앞과 뒤과 확실하게 표현되고 대편성 음악에서도 뭉침이 없이 소리가 확실하게 스피커 양 사이를 꽉차게 채워준다.
 
750D처럼 트랜전트 특성이 좋아서 소리(음악)의 어택을 확실하게 표현해주는 소스기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소리의 어택을 확실하게 표현하여 소리를 선명하고 뚜렷하게, 그리하여 음악을 정말 연주자의 느낌 그대로 전달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높은 금액을 생각하더라도 이 750D는 이 가격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아마 일정이상의 기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기기를 듣게 되면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전보다 음악이 나에게 훨씬 더 가깝게 그리고 더욱 더 먼 거리의 소리와 음악이 존재하고 있음을. 여기에 내가 찾는 음악적, 소리적인 감동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