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과연 PC-Fi에 무슨 일이 있길래
처음 사운드 카드 시청과 대담을 요청 받았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아니 무슨 오디오도 아니고, 고작 사운드 카드를 갖고 비교 시청을 한단 말이냐? 이런 작은 기기에 무슨 부품이 얼마나 들었다고 분석까지 한단 말인가? 심지어 이제는 이런 기기도 평을 해야 할 만큼 평론가의 위치가 초라해졌단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야말로 만만히 봤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세팅된 음을 들었을 땐, 정말이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거 CD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소리와 다름이 없잖아! 당연히 기기마다 음색이며 해상력 등에서 차이가 났고, 만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충실히 반영되고 있었다.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전에는 박성수씨가 “피씨 파이”, “피씨 파이” 하고 설명할 때엔, 그냥 피자 파이 정도로만 넘겨듣고 말았는데,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대도 천차만별인 데다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일정하게 포맷과 라인업이 고착화된 하이 파이 세계보다 훨씬 흥미로운 것이다.
무엇보다 필자는 원고를 쓰고, 정보를 검색하고, 이 메일을 보내고, 영화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등, 많은 시간을 PC 앞에서 보내고 있다. 당연히 양질의 오디오가 필요한 실정이다. 덕분에 이번 시청은 개인적으로도 큰 기회였다. 여기서 약간의 용어 정리가 필요한데, 우리가 흔히 DACC라고 부르는 기기가, 여기서는 외장 USB를 통해 연결되는 사운드 카드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용어를 따르기로 했다.
총 네 개의 제품이 동원되었는데, 하나의 완성된 체계를 갖고 있는 민트를 제외하면 총 세 개가 정식 사운드 카드다. 그 기종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스텔로 DAC 100 Signature , 코드 코데트 젬 , 그리고 벤치마크의 DACC1 USB . 앞선 두 종이 100만원 이하인 반면 후자는 200만원에 육박한다 . 이런 가격적인 차이가 하이 파이의 입장에서 보면 별 것 아니겠지만, 피자 파이, 아니 피씨 파이에서는 대단한 격차를 유발한다. 심하게 말하면 볼더와 아캄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 부분을 전제로 두고 시청평을 읽기 바란다.
시청에 동원한 기기는 스피커에 린 사라, 파워에 패스 랩 Os, 프리에 KTS의 AIR 등이고, 소스는 PC에 일체의 압축이 없는 웨이브 파일을 푸바 2000 프로그램으로 재현했다. 참고로 프로 레코딩쪽에서 쓰는 세쿼이아(Sequoia)도 사용했는데,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프로그램은 아니므로, 푸바 2000에 집중했다. 시청곡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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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re Straits ' Sultans of Swin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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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ors ' Changelin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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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les ' Come Togeth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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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 Peterson ' Roundalay ' |
스텔로 DAC100 Signature 의 경우, 매우 고품위하고, 깔끔한 사운드라 하겠다. 일체의 자극 성분이 없이 음을 곱게 다듬어, 실은 록보다는 실내악과 여성 보컬에 더 강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피씨 파이로 무슨 클래식을 듣겠냐 역정을 내실 분도 있겠지만, 이것이 일반 오디오에서 일종의 소스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경우, 별로 정보의 로스가 없이 충실하게 재현해내고 있는데, 다소 여성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리듬감도 나무랄 데 없고, 손가락으로 뜯는 기타 줄의 느낌도 모두 다가오지만 약간 거친 맛이 아쉽다.
한편 도어스는 박력이 적절히 살아있는 데다가 보컬의 카리스마도 별로 꼬집을 대목이 없다. 비틀즈의 저역 해상력도 이만하면 수준급. 오스카 피터슨의 경우, 피아노의 음이 영롱하고 아름답다. 다만 힘으로 피아노를 때려부수려는 핑거링의 힘은 좀 약한 편이다. 트럼펫의 음색도 양호해서, 꼬치꼬치 따지고 들지 않으면 기분 좋게 감상할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피씨 파이의 스탠다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기본기가 충실하고, 컬러링이 별로 없는 음이다.
언밸런스, 밸런스 출력 및 Coax, OPT. USB, AES, I2S 입력이 구비되어 있다.
코드에서 만든 코데트 젬 은, 일반 오디오 환경에 넣을 수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이 점만 제외한다면 피씨 파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해상도나 음색은 스텔로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약간 맛이 다르다고 할까, 아무튼 하이 엔드 메이커로 자리잡은 코드의 자존심이 숨겨져 있어서 쓱 미소짓게 한다. 대담에서도 밝혔듯, 이 기기에 디지털 광 입력 하나만 줘도 호주머니를 열겠다, 라고 단정지어도 좋을 만큼, 실력이 괜찮다.
우선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기본적인 리듬감이 잘 살아있어, 절로 어깨춤을 추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악단이 일체감을 갖고 움직이는 기분이 든다. 도어스는 베이스 라인이 잘 살아나고, 드럼의 파괴력도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다. 목소리의 카리스마가 살아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비틀즈는 저역의 해상도가 잘 살아나, 전체적으로 꽉 짜인 밸런스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공격적인 음이 아니어서, 여기서 코드의 아이덴티티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오스카 피터슨의 경우, 피가 통하는 격한 재즈는 아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감상에 임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피아노의 영롱한 음이나, 풀 바디로 재현되는 드럼과 베이스에서 또 약간 거친 맛을 지닌 트럼펫의 존재까지, 두루두루 모자람이 없는 음을 들려준다. 생각해보면 이 회사는 같은 DACC 로서 무려 800만원이 넘는 QBD 76을 만드는 회사다. 그 제품은 일반 오디오 환경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본 기 역시 그런 기능이 더해진 시그너처 버전을 기대한다.
USB입력, 언밸런스 출력, 블루투스 안테나 등 PC-FI 환경에 최적화
벤치마크 DAC1 USB 는 스튜디오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음에도 그런 태생이 묻어난다. 음은 정확 그 자체. 일체의 가감 없이 소스의 정보를 낱낱이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경우, 대역이 넓고, 음장도 상당하다. 에너지도 있어서, 보컬이나 드럼이 결코 나약하지 않다. 도어스는 단연 활기를 띠는 드럼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며, 보컬 역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비틀즈도 베이스 라인이 분명하고, 킥 드럼도 적절히 묘사되어 깜짝 놀랐는데, 자칫 심심한 음이 될 수 있는 소스를 노련하게 콘트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스카 피터슨은, 우선 스윙감이 잘 살아있어서, 재즈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드럼이나 베이스도 풀 바디로 재현되어, 다소 거친 맛이 담겨있는 트럼펫도 일품이다. 다만, 코드나 스텔로처럼 묘한 노스탤지어나 아름다움 같은 것이 배제된, 소스의 정보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쪽으로 드라이브되어 있어서,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그러나 이 가격대의 제품이 현재 피씨 파이에서는 하이 엔드급에 속하는데, 그런 수준에 어울리는 재생임에는 분명하다.
언밸런스, 밸런스 출력 및 Coax, AES, USB 입력으로 스튜디오 환경에 적합하다.
이제 핀치히터로 경기에 등장한 민트 . 일종의 미니 컴포넌트와 같은 느낌이지만, 처음에는 USB로 연결했다가 나중에 와이어리스로 바꿨을 때 보인 음의 변화에 깜짝 놀랐다. USB 선도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제 기량을 발휘한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된 것이다. 당연히 와이어리스 모드에서 시청한 음을 기준으로 삼았다.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스피커의 사이즈와 출력을 짐작할 수 없는 당당함에 놀랐다. 과연 두 개의 스피커를 갖고 있는 장점이 여기서 드러나는 바, 약간의 미세 조정으로도 음장이 훌륭히 재현된다. 탄탄한 중역을 바탕으로 한 밸런스 감각이 큰 장점이라 하겠다. 도어스도 보컬에 힘이 붙고, 드럼의 파괴력도 상상 이상이다. 공간을 장악하는 힘이 있다.
USB와 독자적인 와이어리스 수신으로 놀라운 음장이 펼쳐진다.
비틀즈에 이르면, 드럼 & 베이스 구성이 펼치는 저역의 에너지가 마치 서브 우퍼를 어디다 숨긴 듯 대단하며, 오스카 피터슨의 경우, 악단의 위치나 악기의 움직임이 일목요연하게 그려진다. 이런 사이즈의 앰프와 스피커로 그려지는 음장의 사이즈와 스케일이 커서 시청 내내 탄복했다.
사실 PC를 기반으로 하면, 거의 무한정의 소프트웨어를 보장받는 것과 같다. 그런 든든한 배경을 갖고 이 가격대의 제품이 내는 퀄리티를 생각하면, 민트는 로또나 다름없다. 심봤다, 소리쳐도 좋을 것이다. 본격파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힘들거나 애매할 경우, 본 기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llhtml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