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제미니아니는 '라 폴리아'로 잘 알려진 코렐리의 제자로서, 1714년부터 영국에 건너와 활동한 바로크 바이올린의 명인입니다.
지금은 명성이 높지 않지만 당대에는 영국국왕 조지1세를 비롯, 영국의 정권 실세들이 그의 후원자와 제자 그룹에 포진해 있었으며, 국왕 앞에서 연주할때는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헨델을 지명해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헨델은 그의 연주기량과 음악성을 크게 칭찬했습니다.)
코렐리의 곡은 17세기 말부터 영국에 소개돼, 당대 영국음악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당시는 영국의 음악이 프랑스풍에서 이탈리아 풍으로 전환되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코렐리의 음악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제미니아니는 코렐리의 난곡들도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었구요.
이 음반에 실린 '콘체르티 그로씨'는 코렐리의 바이올린 소나타 Op.5를 합주협주곡으로 편곡한 것입니다. 그로써는 존경하는 스승의 수준높은 음악을 영국에 소개하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코렐리의 새로운 곡을 새로운 형태로 시장에 내놓고자하는 출판업자들과 이해관계가 통했다고 합니다.
코렐리의 원곡에서는 바이올린 독주가 맡았던 주선율을, 제미니아니는 바이올린 합주파트가 나누어 연주하도록 하고, 그 외 다른 악기들이 반주를 맡도록 했습니다. 이 음반에서는 아르모니아 문디를 통해 화제작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앤드류 맨츠가 주선율을 맡고 있지요.
2장으로 구성된 이 음반의 첫장은 총12곡의 협주곡 가운데 전반부 6곡을, 둘째장은 후반부 6곡을 담고 있습니다. 전반부 6곡은 '교회소나타'형식, 후반부 6곡은 '실내소나타' 형식입니다.
기악이 독립적인 음악의 영역으로 발전하던 바로크시대, 대표적인 기악양식 중 하나인 교회소나타와 실내소나타는, 작품이 주로 연주되던 장소에서 비롯된 명칭이라고 합니다.
교회소나타는 당연히 교회나 성당에서 연주되던 것으로, 대개 느림-빠름-느림-빠름으로 교차되는 4악장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각 악장은 비무곡(非 舞曲-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같은 경우는 각 악장이 무곡이지만..)으로 구성되구요.
음반을 보면, 간혹 5악장으로 된 협주곡이 실려있지만 이것은 대개 '알레그로'인 2악장 뒤에 '비바체'템포의 3악장을 붙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느림-빠름-느림-빠름' 구조를 확대한 것에 불과합니다.
귀족들의 저택에서 연주되면서 발전한 양식인 '실내소나타(Sonata da Camera)'는, 교회소나타와 달리 '무곡'의 모음입니다. 다만, 각 무곡 앞에는 전주곡(preludio)이 하나씩 붙어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템포에 상관없이 하여튼 춤곡아닌 리듬으로 작곡된 전주곡 뒤에는, 바흐 무반주첼로조곡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춤곡양식- 즉, 사라방드,꾸랑트, 알라망드, 지그 등등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역시 각 곡별로 4-5개의 악장이 구성되죠.
마지막 12번곡 (사실 음반에서는 맨 뒤에 첼로소나타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만, 코렐리 소나타 op.5에 기반한 제미니아니의 합주협주곡 12곡 가운데 마지막이라는 의미)은 저 유명한 La Folia입니다.
앤드류 맨츠가 직접 쓴 음반해설에 의하면 당대의 일부 평론가들은 코렐리의 원곡보다 장식음이 많은 제미니아니의 편곡을 싫어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제미니아니의 곡은 코렐리의 곡에 비해 더욱 화성이 풍부해졌으며, 근대음악에 더욱 가까운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 좀 더 타당한 평가일 것입니다.
앤드류 맨츠와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의 연주는 차분하면서도 균형감이 잘 살아있습니다. 제미니아니 자신이 원곡에서 솔로 바이올린이 담당했던 주선율을 여러 악기에 교묘히 분산배치한 탓도 있겠지만, 이 연주에서 독주바이올린들은 크게 튀지도, 그렇다고 합주부에 묻히지도 않는 적절한 다이내믹으로 곡을 리드해 갑니다.
파비오 비욘디나 까르미뇰라 등 이탈리아 기질이 농후한 바로크 바이올린 주자들에 비한다면 좀 심심한 맛이 있지만, 이렇게 소박한 아름다움과 학구적인 단정함을 빚어낸다는 것 자체가 앤드류 맨츠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곡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바흐나 헨델의 작품 못지 않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곡을 여태 몰랐다는 것이 회한스러울 정도입니다.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은 이 곡이 작곡되던 시기에 창립되었고, 제미니아니 자신도 초창기 아카데미 멤버들과 많은 음악적 활동을 함께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음반은 단순히 제미니아니 협주곡 연주의 녹음일 뿐 아니라, 18세기 중반 런던 음악계에 대한 종합기록이라고 의미를 확대해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반제작자의 의도도 그런 것 같습니다. 2for1으로 가격메리트가 있는 이 음반에는, 앤드류 맨츠의 제미니아니 론 뿐 아니라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서문을 쓴 아카데미 소개서(18세기 당시, 존 호킨스가 쓴 것)의 축소 영인본이 들어있습니다. 활자체를 당시 것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s가 f처럼 보인다는 것만 감안하시면 한번 읽어볼 만 합니다.
별4개로 구입추천합니다.
이현식.
코렐리의 곡은 17세기 말부터 영국에 소개돼, 당대 영국음악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당시는 영국의 음악이 프랑스풍에서 이탈리아 풍으로 전환되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코렐리의 음악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제미니아니는 코렐리의 난곡들도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었구요.
이 음반에 실린 '콘체르티 그로씨'는 코렐리의 바이올린 소나타 Op.5를 합주협주곡으로 편곡한 것입니다. 그로써는 존경하는 스승의 수준높은 음악을 영국에 소개하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코렐리의 새로운 곡을 새로운 형태로 시장에 내놓고자하는 출판업자들과 이해관계가 통했다고 합니다.
코렐리의 원곡에서는 바이올린 독주가 맡았던 주선율을, 제미니아니는 바이올린 합주파트가 나누어 연주하도록 하고, 그 외 다른 악기들이 반주를 맡도록 했습니다. 이 음반에서는 아르모니아 문디를 통해 화제작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앤드류 맨츠가 주선율을 맡고 있지요.
2장으로 구성된 이 음반의 첫장은 총12곡의 협주곡 가운데 전반부 6곡을, 둘째장은 후반부 6곡을 담고 있습니다. 전반부 6곡은 '교회소나타'형식, 후반부 6곡은 '실내소나타' 형식입니다.
기악이 독립적인 음악의 영역으로 발전하던 바로크시대, 대표적인 기악양식 중 하나인 교회소나타와 실내소나타는, 작품이 주로 연주되던 장소에서 비롯된 명칭이라고 합니다.
교회소나타는 당연히 교회나 성당에서 연주되던 것으로, 대개 느림-빠름-느림-빠름으로 교차되는 4악장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각 악장은 비무곡(非 舞曲-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같은 경우는 각 악장이 무곡이지만..)으로 구성되구요.
음반을 보면, 간혹 5악장으로 된 협주곡이 실려있지만 이것은 대개 '알레그로'인 2악장 뒤에 '비바체'템포의 3악장을 붙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느림-빠름-느림-빠름' 구조를 확대한 것에 불과합니다.
귀족들의 저택에서 연주되면서 발전한 양식인 '실내소나타(Sonata da Camera)'는, 교회소나타와 달리 '무곡'의 모음입니다. 다만, 각 무곡 앞에는 전주곡(preludio)이 하나씩 붙어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템포에 상관없이 하여튼 춤곡아닌 리듬으로 작곡된 전주곡 뒤에는, 바흐 무반주첼로조곡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춤곡양식- 즉, 사라방드,꾸랑트, 알라망드, 지그 등등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역시 각 곡별로 4-5개의 악장이 구성되죠.
마지막 12번곡 (사실 음반에서는 맨 뒤에 첼로소나타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만, 코렐리 소나타 op.5에 기반한 제미니아니의 합주협주곡 12곡 가운데 마지막이라는 의미)은 저 유명한 La Folia입니다.
앤드류 맨츠가 직접 쓴 음반해설에 의하면 당대의 일부 평론가들은 코렐리의 원곡보다 장식음이 많은 제미니아니의 편곡을 싫어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제미니아니의 곡은 코렐리의 곡에 비해 더욱 화성이 풍부해졌으며, 근대음악에 더욱 가까운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 좀 더 타당한 평가일 것입니다.
앤드류 맨츠와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의 연주는 차분하면서도 균형감이 잘 살아있습니다. 제미니아니 자신이 원곡에서 솔로 바이올린이 담당했던 주선율을 여러 악기에 교묘히 분산배치한 탓도 있겠지만, 이 연주에서 독주바이올린들은 크게 튀지도, 그렇다고 합주부에 묻히지도 않는 적절한 다이내믹으로 곡을 리드해 갑니다.
파비오 비욘디나 까르미뇰라 등 이탈리아 기질이 농후한 바로크 바이올린 주자들에 비한다면 좀 심심한 맛이 있지만, 이렇게 소박한 아름다움과 학구적인 단정함을 빚어낸다는 것 자체가 앤드류 맨츠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곡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바흐나 헨델의 작품 못지 않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곡을 여태 몰랐다는 것이 회한스러울 정도입니다.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은 이 곡이 작곡되던 시기에 창립되었고, 제미니아니 자신도 초창기 아카데미 멤버들과 많은 음악적 활동을 함께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음반은 단순히 제미니아니 협주곡 연주의 녹음일 뿐 아니라, 18세기 중반 런던 음악계에 대한 종합기록이라고 의미를 확대해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반제작자의 의도도 그런 것 같습니다. 2for1으로 가격메리트가 있는 이 음반에는, 앤드류 맨츠의 제미니아니 론 뿐 아니라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서문을 쓴 아카데미 소개서(18세기 당시, 존 호킨스가 쓴 것)의 축소 영인본이 들어있습니다. 활자체를 당시 것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s가 f처럼 보인다는 것만 감안하시면 한번 읽어볼 만 합니다.
별4개로 구입추천합니다.
이현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