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델 알치나] 바로크 시대에 펼쳐진 애증과 사랑의 변증법

바로크 시대의 수많은 오페라들은 그 화려한 무대와 넘치는 선율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게 얽혀나가는 스토리의 전개와 이를 처리하는 시대적인 관점 때문에 쉽게 감상하기 힘든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음악을 듣고 무대를 감상하기 전부터 언어의 문제로 도전조차 하기 힘든만큼 한글 리브레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지금, 이 문제를 직시한 국내 음반사에서는 최근 라이센스 DVD를 제작하며 바로크 오페라에 한글 대본을 넣는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유니버셜에서 발매된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DVD)과 아울루스 뮤직에서 발매 라모의 ‘우아한 인도인’(Art Haus)이 국내 바로크 오페라 한글 번역의 포문을 연 주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여기에 아울루스 뮤직은 라이센스가 아니라 해외에서 DVD를 제작할 당시에 한글 자막을 삽입하여 당당히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일어 등등과 더불어 한글이 오페라 자막에 반드시 필요한 언어로 등극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 소개하는 핸델의 ‘알치나’가 바로 그 첫 번째 런칭 작품으로서 국내 음악 애호가들에게 많은 자극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핸델의 3막 오페라 ‘알치나’는 사를마뉴 대제와 이슬람 세력 사이의 전쟁을 다룬 작품으로서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대 서사이 ‘광란의 오를란도’에 의거한 안토니오 마르키의 리브레토를 사용했다. 초연은 1735년 4월 15일 영국의 코벤트 가든에서 이루어졌는데, 당시 1730년대는 핸델이 오페라 장르에서 최고의 실력을 토해내고 있을 당시로서 ‘오를란도’, ‘아리오단테’, ‘세르세’와 같은 작품들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특히 ‘알치나’는 핸델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기존의 여러 극장적인 기계 장치와 연극적인 요소들을 사용하고 있어 전형적인 작품으로 비추어질 수 도 있지만, 그 화려한 발레 장면들과 스펙타클한 스토리 전개는 분명 혁신적인 측면을 다분히 갖고 있다. 또한 몇 겹으로 겹쳐져 있는 레치타티보가 작품을 밀도를 높이고 있는 데 비해. 아리아는 자성과 숙고의 부분, 심리의 거울로서의 독백, 끊임없이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심리변화가 비추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혁신적이다.
 
 


이렇듯 풍부한 음악적 착상은 음악의 구성, 즉 리듬(각 막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발레)이나 선율, 관현악법의 색채라는 측면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특히 알치나의 여섯 개의 독창곡 모두 힘이 넘치고 영웅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보여준다. 1막의 “내 마음의 사람이여, 말을 해 주오”(Di, cor mio), 2막의 “아, 내 마음의 사람이여”(Ah! mio cor), 3막의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눈물 뿐”(Mi restano le lagrime) 등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알치나’가 당대 가장 뛰어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타고난 극작가로서 핸델이 등장인물들에게 명확한 성격과 이에 어울리는 기교를 그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덕분에 ‘알치나’는 수많은 바로크 오페라 가운데 비교적 많은 전곡 음반들이 발매되었고, 최근에는 영상물로도 속속 제작되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영상물은 2010년 빈 슈타츠오퍼에서의 실황으로서 바로크 음악의 거장인 마렉 민코프스키가 지휘하는 르부르의 음악가들의 연주로 펼쳐진다. 그는 각 캐릭터들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살려내고자 섬세한 성격표현을 만들어내는 한편, 미뉴엣과 같은 발레 장면에서는 리듬감을 대단히 아름답게 처리하는 동시에 기민한 템포와 투명한 음색을 잃지 않는다. 핸델 음악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알려준 민코프스키의 탁월한 해석과 연주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성악진으로도 우리 시대의 최고의 바로크 성악가들이 등장하는데, 알치나 역엔 안야 하르네로스, 루지에로 역엔 바셀리나 카사로바, 마르가나 역엔 베로니카 칸제미, 브라다만테 역엔 크리스티나 함마르스트룀 등등이 출연한다. 한 가지 카운트테너가 등장하지 않지만 루지에로 역을 맡은 카사로바의 파워풀한 연기와 가창이 인상적으로서, 하르테로스의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가창과 훌륭한 앙상블을 이룬다. 하르테로스는 이 무대의 진정한 히로인이다. 엄청난 성량과 탁월한 표현력으로 화려함보다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호소력을 발산하는 그녀는 아리아는 물론이려니와 레치타티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
 
 


무대는 연출가 애드리안 노블의 연출로서 18세기 영국 데본셔 공작부인의 거실에서의 사설 공연을 재현하는 형태로 이를 연출, 시대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감수성을 완벽하게 전달한다. 오페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브라다만테는 행적이 묘한 약혼자인 루기데로를 찾으러 길을 떠난다. 여자의 몸으로 위험해서 자신의 오빠인 리카르도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멜리소를 수행으로 대동한다. 그들은 우연히 그들이 목적하는 곳, 즉, 알치나가 지배하는 마법의 섬에 도착한다.
 
그 곳에 도착하자 브라다만테는 루기데로가 자신의 역할이나 본분과 가족및 자신과의 약혼 약속을 잊은 채, 알치나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아닌가 의심한다. 한편, 브라다만테와 만테는 알치나의 여동생, 모르가나의 환대를 받는다. 모르가나는 낯선 이방인인 브라다만테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로 이 오페라의 1막이 시작한다. 루지에로의 정혼자인 브라다만테는 남장을 한 채 후견인 멜리소와 함께 루지에로를 구하기 위해 알치나의 섬에 도착한다. 알치나의 여동생인 모르가나는 남장을 한 브라다만테를 사모하게 되고, 그로 인해 모르가나를 사랑하던 오론테는 분노에 사로잡힌다.
 
 

 
이들 다섯 인물들의 엇갈린 사랑의 끈이 복잡하게 교차되는 와중에 알치나에 의해 아버지가 짐승으로 변해버린 소년 오베르토의 슬픔과 복수도 오페라의 내용 중에 한 몫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알치나의 마법은 깨지고, 루지에로와 브라다만테는 행복하게 다시 결합한다. 특히 이 여성이 자신의 연인을 구출하기 위해 변장을 하고 구출작전을 펼친다는 이야기는 베토벤의 ‘피델리오’에서도 사용한 주제로서 그 사랑의 용기는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이다.
 

 
Georg Friedrich Handel
지휘 : Marc Minkowski
오케스트라 : Les Musiciens du Louvre
노래 : Vesselina Kasarova
노래 : Anja Harteros


핸델 : 알치나
수입사 : 아울로스미디어
수입사 전화번호 : 02) 922-0100
수입사 홈페이지 : http://www.aulosmusic.co.kr
구입처 : YES24 , 알라딘
가격 : 4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