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케이블이 일으킨 놀라운 변화들
Tellurium Q Statement II Speaker Cable & XLR Cable


텔루륨 Q에 대한 단상

개인적으로 오디오 케이블 리뷰는 언제나 긴장되고 짜릿하다. 지금까지 했던 케이블 리뷰를 반추해 보면 파워케이블, 스피커케이블, 인터케이블, 랜케이블, 동축케이블, USB 케이블 순으로 그 음질변화가 컸다. 브랜드로 따지면 크리스탈 케이블, 요르마, 올닉, 시너지스틱 리서치, 안수즈, 오디오퀘스트, 실텍, 헤밍웨이, 블랙캣 등이 기억에 남고 이들 중 일부는
직접 쓰고 있다.

필자에게 이러한 긴장과 짜릿함을 선사한 케이블 브랜드로 영국의 텔루륨 Q(Tellurium Q)를 빼놓을 수 없다. 텔루륨 Q는 2017년 당시 플래그십이었던 실버 다이아몬드(Silver Diamond)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됐는데, 그 효험(?)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때 쓴 리뷰를 지금 읽어보면 당시 리뷰어로서 살 떨리는 심정이 생생하다.

“특히 스피커케이블의 선명한 이미징과 싱싱한 음만들기에 시청 내내 탄복했다. 투명하고 분명하며 강단이 있는 재생음이었다. 건조하거나 푸석하거나 쏘는 맛도 없어 음악을 계속해서 들어도 결코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촉촉한 감촉으로 인해 자꾸자꾸 새로운 곡들을 들어보고 싶어졌다. 속내를 말하면, 스피커케이블만큼은 정말 바꾸고 싶어진다.”

“밸런스 인터케이블 역시 섬세한 해상력과 입체적인 이미지 재생에서 하이엔드 케이블다웠다. 특히 기존 필자가 쓰던 케이블에 비해 음들의 감촉이 더 리퀴드해진 점이 특징. 기존 케이블로 음악을 들으며 이 리뷰를 쓰는 지금 그 박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하긴, 가격대로만 봐도 체급이 다르다. 그럼에도 예전 영화 ‘박하사탕’의 설경구 대사가 저절로 떠오른다. ‘나, 돌아갈래~~!’”


스테이트먼트 II를 만나다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Statement) II 라인업 케이블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Statement) II 라인업 케이블

이번에는 스테이트먼트 II(Statement II)다. 어느새 텔루륨 Q의 새 플래그십으로 등극한 라인업이다. 텔루륨 Q는 레코딩 엔지니어였던 제프 메리건(Geoff Merrigan)이 2010년에 설립했고, 2018년 7월에 새 플래그십으로 스테이트먼트, 2023년 1월에 업그레이드 플래그십으로 스테이트먼트 II가 등장했다. 따라서 필자가 7년 전에 리뷰했던 실버 다이아몬드는 스테이트먼트 II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현재 텔루륨 Q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스테이트먼트 II ⇒ 실버 다이아몬드 ⇒ 블랙 다이아몬드 ⇒ 울트라 실버 II ⇒ 울트라 블랙 II ⇒ 블루 다이아몬드 ⇒ 실버 II ⇒ 블랙 II ⇒ 울트라 블루 II ⇒ 블루 II

라인업이 복잡하지만 스테이트먼트 II를 열외로 놓고, 실버 ⇒ 블랙 ⇒ 블루 순이라고 보시면 된다. 같은 실버라도 울트라가 붙으면 상급, 다이아몬드가 붙으면 최상급이다.

어쨌든, 지난달 필자의 시청실에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과 XLR 인터케이블이 당도했다. 점퍼케이블도 함께 왔다. 케이블 외관에서 풍기는 포스가 실버 다이아몬드는 물론 오리지널 스테이트먼트를 훨씬 뛰어넘는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선재를 피복 안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린 스피커케이블은 뻣뻣하고 묵직했고, 일반적인 원통 형태의 인터케이블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보드라웠다.

필자의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 파워앰프와 B&W 801 D4 스피커 사이에 연결된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과 점퍼케이블
필자의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 파워앰프와 B&W 801 D4 스피커 사이에 연결된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과 점퍼케이블
필자의 패스 XP-12 프리앰프와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파워앰프 사이에 연결된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XLR 케이블
필자의 패스 XP-12 프리앰프와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파워앰프 사이에 연결된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XLR 케이블

스피커케이블을 필자의 파워앰프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과 B&W 801 D4 사이에, 인터케이블을 프리앰프 패스 XP-12와 파워앰프 AW250R 사이에 투입하는 것으로 본격 리뷰는 시작됐다. 물론 점퍼케이블도 B&W 순정 점퍼케이블을 빼고 투입했다. 참고로 DAC과 프리앰프 사이에는 크리스탈 케이블의 울트라 다이아몬드 2 XLR 인터케이블이 투입된 상태다.


텔루륨 Q 케이블 설계 탐험

리뷰어 입장에서 텔루륨 Q 케이블은 아주 불친절하다. 도체로 어떤 것을 썼는지, 절연체(유전체)는 무엇인지, 쉴딩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단자는 어떤 재질을 어떻게 도금해 쓰고 있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제작사 표현을 빌리자면 “R&D에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이 영업 비밀을 왜 경쟁자에게 알려주느냐?”, “이런 것 따지지 말고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시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루륨 Q와 스테이트먼트 II 케이블 실체에 접근할 만한 단서는 몇 가지 있다. 이는 필자가 몇 년 동안 제프 메리건 해외 인터뷰나 Q&A, 그리고 가끔씩 천기누설된 케이블 관련 정보들을 취합한 것들이다.

우선 텔루륨 Q가 직접 밝힌 자신들의 케이블 설계 원칙은 이렇다.

  1. 스피커케이블과 인터케이블은 오디오 신호에 대해 일종의 필터(electronic filters) 작용을 하는데, 이 필터링이 적을수록 음질 면에서 유리하다.

  2. 케이블은 커패시턴스(capacitance)와 인덕턴스(inductance), 그리고 정확한 전송(accurate transmission)과 빠른 전송(high speed transmission), 이 4자 사이에서 밸런스가 이뤄져야 한다.

  3. 결과적으로, 이러한 밸런스가 잘 맞춰졌을 경우에만 오디오 신호를 위상의 뒤틀림 없이 정확하게(phase accuracy) 전송할 수 있다.

이 3원칙에 대한 필자의 해석은 이렇다. 우선 케이블이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은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커패시턴스와 인덕턴스 때문이다. 커패시턴스는 두 도체와 절연체로 이뤄진 케이블이 커패시터 역할(전기저장), 인덕턴스는 각 도체가 코일 역할(자기장과 역기전력 발생)을 하는 것인데, 두 경우 모두 도체에 흐르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고 특히 고음을 왜곡시킨다. 따라서 케이블의 필터링을 줄이기 위해서는 커패시턴스와 인덕턴스를 낮춰야 한다.

‘정확하고 빠른 전송’은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임피던스를 낮췄을 경우에 이뤄진다. 특히 대전류가 흐르는 스피커케이블과 파워케이블은 이 임피던스를 낮추는 게 지상과제다. 이들 케이블 대부분이 굵은 도체를 쓰는 것도, 도체와 커넥터의 솔더링, 커넥터의 도금에 큰 신경을 쓰는 것도 다 이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해서다. 선재로 전도율이 높은 은을 쓰거나 7N, 8N 수치 경쟁을 하는 것도 도체 저항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커패시턴스와 인덕턴스, 임피던스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해 케이블에 굵은 도체를 쓰면 인덕턴스 값이 낮아지기 때문에 저음은 좋아지지만 커패시턴스 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고음이 다 죽는다. 반대로 커패시턴스 값을 낮추기 위해 얇은 도체를 쓰면 이번에는 임피던스 값이 높아질뿐더러 인덕턴스 값까지 올라가 고음이 또 죽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이들 사이의 적절한 타협, 즉 텔루륨 Q가 말한 ‘밸런스’가 이뤄져야 한다.

이 밖에 필자가 파악한 텔루륨 Q 케이블의 특징은 이렇다.

  1. 도체는 서로 다른 재질의 멀티 연선(multiple stranded conductors)을 쓴다. 제프 메리건 해외 인터뷰에 따르면 3개 국가에서 서로 다른 재료를 가져와 영국에서 혼합한다. 도체와 도체의 접촉을 막는 절연체(유전체)와 도체와 절연체, 쉴드의 지오메트리도 케이블마다 다 다르다.

  2. 도체와 커넥터(단자)의 솔더링에는 납은 물론 은도 안 쓴다. 순은을 이용해 솔더링 테스트도 해봤지만 납을 썼을 때만큼 결과가 좋지 않았다. 케이블마다 다른 혼합물(non-industry standard solder mixes)을 써서 솔더링을 한다.

  3. 커넥터는 자체 제작한 텔루륨 코퍼(our own Tellurium copper connectors)를 쓴다. 커넥터 재질로 순은을 써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봤지만 적절한 두께로 도금한 커넥터보다 소리가 좋지 않았다. 아주 먹먹한 소리가 나왔다.
     
  4. 스피커케이블의 플러스(+), 마이너스(-) 도체를 멀찌감치 떨어뜨린 것은 인덕턴스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는 스피커케이블에는 대전류가 흐르고 도체에 대전류가 흐르면 자속도 세져 인덕턴스 값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5. 인터케이블을 눌러보면 약간 폭신폭신한데 이는 절연체에 공기를 포함시켜 절연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인터케이블은 파워케이블이나 스피커케이블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세한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절연과 쉴드, 즉 차폐가 더욱 중요하다.

끝으로 플래그십 스테이트먼트 II 출시 당시 제프 메리건의 해외 인터뷰(퍼슈트퍼펙트시스템 리뷰어 테리 엘리스)도 참고할 만하다. 스테이트먼트 II 케이블에 대한 제작사의 속내와 의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 왜 스테이트먼트 케이블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개선 포인트는 어디에 뒀나.

제프 메리건: 호기심 때문이었다. 케이블을 개선한다는 것은 일종의 밸런싱 작업이다. 이것이 좋아지만 저것이 나빠진다. 이를 위해 R&D가 필요하고 수많은 팩터들을 가려내야 한다. 때로는 오리지널이 좋을 수도 있다.

-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제프 메리건: 우리는 항상 스피커케이블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왜냐하면 스피커케이블에서 다른 모든 케이블의 특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터케이블은 우리가 테스트해 보려는 재료를 구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 모두 3개 국가에서 가져와 영국에서 혼합한다. 이 과정이 거의 12개월이 걸린다. 우리가 스피커케이블과 인터케이블에서 원하는 것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적용되는 기술도 다르다.

- 스테이트먼트 II가 어떤 면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나.

제프 메리건: 최종 결과물에 대해 자랑스러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안도할 뿐이다. 전작에 비교해 더 좋은 것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지지 않았다면 세상에 내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것에 대한 오디오파일들의 반응이 와야만 행복해질 것 같다.


청음

필자의 시청실에서 이뤄진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과 XLR 인터케이블 청음은 AB 테스트로 이뤄졌다. 청음 환경이 어차피 매우 익숙한 필자의 오디오 시스템과 케이블인 만큼, 먼저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만 투입해 들어보고, 다음으로 스테이트먼트 II XLR 인터케이블을 추가로 투입해 들어본 뒤, 마지막으로 두 케이블을 모두 빼고 원래 필자가 쓰던 케이블로 바꿔 다시 들어봤다.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 XLR 케이블 매칭 시스템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 XLR 케이블 매칭 시스템

시청 시스템은 소스기기로 솜 sMS-200 Ultra 네트워크 플레이어, 코드 Hugo M-Scaler 업 스케일러, 마이텍 Manhattan II DAC, 패스 XP-12 프리앰프,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파워앰프, B&W 801 D4 스피커다. 텔루륨 Q XLR 인터케이블은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사이에 투입했고, DAC과 프리앰프 사이에는 크리스탈 케이블의 울트라 다이아몬드 2 XLR 인터케이블이 붙박이로 활약했다.

아티스트   Dominique Fils-Aimé
  Rise
앨범   Nameless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을 투입하자 저음의 양감과 탄력감이 몰라보게 바뀐다. 저음의 스피드라든가, 무대 장악력도 꽤 늘었다. 전체적으로 평상시보다 똑 부러진 소리로 변모했는데 보다 많은 음들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 같다. 파워앰프 수도꼭지를 확 틀어놓은 바로 그 느낌. 소스기기를 바꾼 듯 해상력이 높아진 점도 의외의 결과다.

이번에는 스테이트먼트 II XLR 인터케이블을 추가로 투입하니 입자가 보드라워지고 악기들의 앞뒤 레이어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주로 무대와 관련된 변화가 많이 포착되지만, 보컬의 배음이라든가 스튜디오 잔향음이 더 잘 관찰됐다.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린다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다시 필자의 스피커케이블과 XLR 인터케이블로 원복하면, 입자가 상대적으로 거칠어지고 무대가 평면적으로 바뀌고 만다. 텔루륨 Q 케이블이 선사했던 그 세심한 터치가 줄어든 점도 안타깝다. 대신 텔루륨 Q 케이블에 비해 음이 묵직한 맛은 원래 케이블이 더 낫다. 참고로 필자의 스피커케이블은 동선, XLR 인터케이블은 은선을 도체로 썼다.

바이올린   Hilary Hahn
지휘자   Jeffrey Kahane
오케스트라   Los Angeles Chamber Orchestra
   Concerto for violin, strings & continuo No.2
앨범   Bach: Concertos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을 투입하면 음과 무대가 견고해지고, 중고음의 해상력과 선명함이 증가한다. 오케스트라 반주음이 평소보다 더 많이 들리는 점이 한 편으로는 놀랍고, 한 편으로는 속상한 변화들. 각 악기 소리의 윤곽선이 진해지고 무대 앞이 투명해지는 등 거의 모든 평가항목에서 일취월장했다.

스테이트먼트 II XLR 인터케이블을 추가로 투입하면 음이 소프트해지고 경직된 구석이 일시에 사라진다. 바이올린 소리가 더 야들야들하게 들린 이유다. 음의 표면이 몹시 정성스럽게 연마되었다는 인상도 받았다. 확실히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사이의 인터케이블을 바꾸면 대역보다는 무대와 음의 촉감이 크게 바뀐다.

원래 케이블로 바꿔 들어보면 당연히 익숙한 소리이고 앞서 들은 보컬 곡에 비해 체감상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악기들의 분리도가 약간 떨어지고, 파워앰프에서 음들이 콸콸 스피커로 넘어간다는 느낌도 덜하다. 왠지 조심조심, 이런 분위기. 그러고 보니 음들의 색채라든가 활기도 상대적으로 모노톤으로 바뀌고 말았다.

아티스트   A.R.Rahman
   Dacoit Duel
앨범   Between Heaven and Earth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을 투입하니 처음 등장한 솔로 악기의 윤곽선이 또렷하고 스테레오 이미지도 훨씬 잘 잡힌다. 북을 때린 후의 잔향음도 더 많이 실어 나른다. 전체적으로 한 음 한 음을 정확히 훑고 지나간다는 인상. 대충 얼버무리는 구석이 1도 없다. 색 번짐이 사라진, 그야말로 4K UHD HDR의 세계다. 음악 소스를 아예 통째로 바꾼 것 같다.

스테이트먼트 II XLR 인터케이블을 추가로 투입하니 각 악기들의 이미지가 더욱 뚜렷해지고, SN비도 더욱 좋아진다. 좀 전보다 더 많은 북이 등장했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스피커케이블을 바꿨을 때만큼 큰 변화는 아니다.

원래 케이블로 바뀌니 음들이 마치 야생마처럼 날뛰기 시작한다. 저음의 타격감은 더 낫지만, 확실히 덜 연마된, 덜 컨트롤된 소리다. 무대가 평면적으로 바뀌고 음 끝이 살짝살짝 롤오프되는 것도 파악된다. 특히 타악기들의 연타 순간에는 음의 엣지가 순간순간 무뎌지는 인상도 받았다.

지휘   정명훈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Saint-Saëns: Symphony No.3 In C Minor, Op.78
앨범 ‎  Beethoven - Saint-Saëns - Choi Sunghwan (Live)

2악장 B 파트를 집중적으로 들었는데,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을 투입하니 오케스트라 스케일이 단번에 커진다. 오르간의 질감도 더욱 생생해진다. 1분 12초 무렵의 하이라이트 대목에서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음들이 해일처럼 몰려온다. 완전 꽉꽉 눌러 담은 음들이다. 배경에 자리 잡은 오르간은 마치 거대한 바위벽 같다. 스케일, 위엄, 권위, 포스, 곡의 인상 자체가 바뀌었다.

스테이트먼트 II XLR 인터케이블을 추가하면 오르간의 거친 숨결이 조금은 진정되며 음의 입자들이 보다 촘촘해지고 세밀해진다. 스팀 다리미로 구겨진 바지를 잘 다린 느낌. 이 밖에 여린 음과 센 음의 폭이 더욱 넓어져서 특히 여린 음들이 나올 때의 디테일한 표현이 좋아졌다.

원래 케이블로 복귀하면 저음의 양 자체가 줄어든 점이 단번에 느껴진다. 저음이 깊게 쑤욱 내려가지 않고, 대형 오르간의 느낌이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약해진 것이다. 확 트인 고음의 맛도 줄었다. 워낙 익숙한 소리라서 그런지 풀 오케스트라의 위엄이 살짝 감소한 점도 속상한 변화다.


총평

통상 케이블 리뷰를 하다 보면 이 스피커케이블은 저음이 좋아지고, 저 스피커케이블은 고음이 맑아진다, 이 인터케이블은 무대가 입체적으로 바뀌고, 저 인터케이블은 음의 촉감이 소프트해진다, 이런 식의 대표 특징이 쉽게 잡힌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도체 때문인지, 쉴드 때문인지, 아니면 동축이나 연선, 단선 같은 지오메트리 때문인지 그 인과관계도 어느 정도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스피커케이블과 XLR 인터케이블은 그렇지 않았다. 두 케이블이 일으킨 변화가 하나의 테마로 묶을 수 없을 만큼 곳곳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피커케이블 투입 후 막힌 속이 뻥 뚫린 듯 스피커에서 음이 콸콸 쏟아지고 무대가 견고해진 점이고, 다음은 인터케이블 추가 투입 후 소릿결이 보드라워지고 무대의 입체감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달리 생각하면, 필자의 케이블들이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음들을 가로막고 무대를 왜곡시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텔루륨 Q 스테이트먼트 II 케이블 투입 시 무대가 훨씬 탁 트이고 보다 현장에서 듣는 듯한 느낌이 생생했다. 이러한 청감상 변화가 텔루륨 Q가 말한 케이블의 필터링과 이로 인한 위상 왜곡을 줄인 결괏값인지 단언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필자가 이제 기존 케이블, 특히 스피커케이블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청음을 권해드린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Tellurium Q Statement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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