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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턴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프로용 앰프, 품질에 대한 명성, 거품이 들어 있지 않은 가격 등이다. 그런데 브라이스턴은 근래 들어 수준 높은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할 BDA-1 DAC은 전세계의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BDA-1이 브라이스턴이 만든 1세대 소스 기기이지만 단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수십 년 동안 개선하고 다져온 아날로그 기술의 플랫폼 위에 최신의 디지털 설계를 얹어내는 데 성공했고 관대한 가격으로 제공하여 누구에게나 권해볼 수 있고 누구나 꿈꿔볼 수 있는 제품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브라이스턴 BDA-1의 아날로그 설계를 살펴본다. 설계자는 BDA-1에 기성품 OP 앰프를 사용하는 대신에 여러 개의 트랜지스터를 일일이 배열한 디스크리트 아날로그단을 채택했다. 이렇게 하면 OP 앰프보다 많은 파워를 끌어낼 수 있고 DAC가 필요로 하는 최적의 회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폭 방식은 클래스 A증폭을 채택했다. PCB의 배선 설계를 최적화하여 디지털 노이즈가 아날로그 회로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밸런스 아날로그 출력은 유사 밸런스 출력이 아니고 진짜 밸런스 출력이다.

다음은 브라이스턴 BDA-1의 디지털 설계를 살펴볼 차례. 싱크로너스 업샘플링 회로에서는 32K, 48K, 96K, 디지털 오디오 신호는 정수배로 업샘플링해서 192K로 만들고, 44.1K, 88.2K, 디지털 오디오 신호 역시 정수배로 업샘플링해서 176.4K로 만든다.

그리고 16비트 신호에는 추가로 8비트에 해당하는 플레이스 홀더를 채워서 24비트로 만든다. 비트가 늘어나지만 새로운 정보가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메리디안에서 채택해오던 업샘플링과 동일하다.

업샘플링의 장점은 노이즈 쉐이핑으로 디지털 오디오 신호상의 노이즈를 오디오 주파수 대역 이상으로 옮길 수 있어서 초고역에 가까운 오디오 주파수에서 위상변화가 생길 수 있는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점, 트랜스포트의 마스터 클록을 사용하지 않고 DAC가 독자적으로 마스터 클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DAC가 자체적으로 마스터 클록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면 음질 개선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A 변환에는 시러스 로직의 최상위 D/A 변환 칩 크리스털 CS4398을 사용했다. 스테레오를 감당할 수 있는 칩을 채널당 한 개씩 할당한 것은 디퍼런셜로 설계하여 노이즈 레벨을 측정 장치의 측정한계 이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브라이스턴의 설계자는 BDA-1의 디지털 도메인에 해당하는 회로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용 트랜스포머를 배치했다.

이런 설계를 바탕으로 총 여덟 개의 디지털 오디오 입력을 갖춰 두었다. USB 한 벌, S/PDIF 네 벌, TOSLINK 두 벌, AES/EBU 한 벌. 디지털 입력단자에는 임피던스 매칭 트랜스포머를 사용해서 정확하게 터미네이션이 되도록 했다. USB는 16bit/48kHz까지만 지원하고 나머지 입력단은 24bit/192kHz까지 지원한다. 고해상도 디지털 신호는 디지털 케이블 하나만 사용해서 연결이 가능하다.

192kHz 고해상도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연결하는 방법은 (1) 컴퓨터의 사운드 카드(예, Lynx Studio Technology AES16, ASUS Xonar Essence ST) (2) 파이어와이어 DDC (예, WEISS INT202, Brainstorm DCD-8) (3) 린 Majik DS나 린 Sneaky DS를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올해 여름 브라이스턴에서 출시할 예정인 BDP-1도 고려해볼 수 있다.

브라이스턴 BCD-1 CD플레이어를 CD트랜스포트로 사용해서 킴버 오키드 AES/EBU 디지털 케이블과 스테레오복스 S/PDIF 디지털 케이블을 연결해봤다. 킴버 오키드를 사용했을 때는 반응이 느리고 묵직한 소리가 나왔으며 스테레오복스를 사용할 때는 위아래 대역이 자연스럽게 펼쳐진 소리가 나와 준다.

휴 마세켈라 가 부른 'Stimela'(The Coal Train)와 게르기에프가 지휘한 봄의 제전을 틀어보면 묵직한 중량감을 맛볼 수 있다. 아큐페이즈 DP-57, 보우 ZZ-8 CD 플레이어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듬직한 소리가 나와 준다. 절대적인 관점에서 약간 힘이 과잉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바이브라포드를 받쳐주면 쉽게 정상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CD 트랜스포트를 LG BD390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바꿔 연결해보면 중량감이 실리지 않는 대신에 나긋나긋하고 낭랑하게 들린다. 아래급의 DAC에 비하면 브라이스턴 BDA-1은 어느 제품에 연결을 하더라도 파탄을 보여주지는 않는 편이라 할 수 있다. 매칭에 유리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상의 음악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매칭과 설치에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브라이스턴 BDA-1은 업샘플링을 하고 안하고에 따라서 소리의 인상이 많이 달라지지 않으며 질적인 격차 역시 눈에 띄게 많이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므로 소스에 따라서 업샘플링 여부를 결정해서 들으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는 업샘플링을 하는 편이 미세하게 좋게 들린다.

예를 들면 여성 성악가의 두성을 표현하는 데는 업샘플링을 하는 것이 좋다. 업샘플링을 해서 좋지 않게 들렸던 적도 한번 있었다. TViX에 저장해둔 칼 리히터가 지휘한 마태수난곡 DVD 리핑 파일을 재생시켰더니 남성 성악가의 소리가 포화된 것처럼 들렸다. 브라이스턴 BDA-1는 힘과 다이내믹을 갖췄다. 그렇지만 소리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는 않으며 사운드 스테이지 또한 공격적으로 앞으로 튀어나오지도 않았다. 음색이 자극적이거나 딱딱해지지도 않는다. 힘차지만 세부의 표현을 놓치지 않는 해상력을 갖췄다. 피아노 연주에서 왼손에서 내는 소리가 부족하게 들리지 않는다.

왼손에서 내는 소리가 부실하게 나오는 제품은 오른손의 멜로디 위주로 들리게 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브라이스턴 BDA-1은 음악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과도 응답 특성이 좋고 악기의 배음이 잘 표현한다. 고역은 닫혀져 있지 않으며 음악의 생동감을 해치지 않는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순간순간 맛볼 수 있는 희열 때문에 수많은 애호가들이 계속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완전한 소스에서 출발한 신호가 청신경을 자극할 때까지 군데군데 생기는 병목들이 주적으로 존재하며 그 병목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것이 어쩌면 애호가의 도전이자 운명인지도 모른다.

최근 오디오계의 핫 이슈인 파일 재생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USB 입력의 소리는 USB DAC 중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USB 연결시 유의할 점이 있다. 일반 USB 케이블을 사용하면 성능을 다 끌어낼 수 없다. 실드가 잘 된 USB 케이블을 사용해야 배경이 어수선해지지 않으며 음악의 세부 정보가 가려지지 않고 음악의 표현력이 좋아진다.

USB 입력은 브라이스턴 BDA-1의 본 실력을 보여주는 데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브라이스턴 BDA-1가 가지고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잠재력을 100% 뽑아보기 위해서라면 WEISS INT202나 Linn Majik DS와 같은 제품이 필요할 것이다. 브라이스턴 BDA-1는 페이스, 리듬이 좋은 제품이다. 음질, 만듦새, 기능 등 모든 항목에서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그렇게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디오 전성기에나 볼 수 있었던 좋은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추천할 수 있는 훌륭한 제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