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 앰프 특유의 실용적인 중저가 아이템
아주 작은 사이즈의 인티 앰프. A4지를 세로로 놓으면 안길이만 조금 남을 뿐이다. 전면만 보면 1 DIN짜리 카오디오 크기 정도지만 그 작은 인티 앰프는 동일한 디자인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인기 모델이다.
이번의 업그레이드 모델명은 8vs2, 기존 8vs와 다른 점은 외관상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ROHS(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인증을 위해 납땜 대신 은납을 사용하였고 덕분에 음질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음질의 방향이 오히려 더 선열해지고 고역에 편중된 음역을 가지리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조금은 힘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이파이클럽의 회원처럼 하이엔드 지향의 마니아에게는 외지에서 평한 대로 '박력에 넘치는 음'이라 설명한다면 실례일 것이다.
영국산 인티 앰프 특유의 실용적인 중저가 제품으로, 하이엔드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실망감이 들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들어본다면 사이러스만한 앰프도 없다. 너무 욕심을 부려 구동이 힘든 스피커를 물려준다면 가격대로 보나 사이러스의 구동 능력 밖이다.
스타일리쉬하고 울리기 쉬운 중저가 스피커와 가격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브루크너나 말러의 교향곡을 박력 있게 쾅쾅 울리기를 바란다면 이 또한 아무리보아도 과욕이다. 적어도 필자가 알기로는 이 가격대에서 그런 성능을 보여주는 인티 앰프는 본 적이 없다. 굳이 이렇게 서설을 늘어놓는 것은 필자의 글을 읽고, 혹은 고가의 앰프를 들어 보다 사이러스를 비교해 듣고는 이 앰프를 평하여 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에서이다.
고역의 화사함은 감하여 졌다 하지만 여전히 사이러스의 음은 고역이 저음보다 8대2 (8 vs 2)의 스코어 차로 우세하다. 사이러스 측은 예로부터 이 같은 스케일의 개선을 위해 PSX-R의 파워서플라이나 스테레오 혹은 모노블록의 사이러스 파워앰프를 추가하여 구동하기를 권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전의 모델들로 이렇게 들어본 적이 있다.
물론 이렇게 하면 구동력이 좋아지고 스케일 감이 커진다. 서너개의 사이러스 제품을 쌓아놓는다면 특히 전용랙에 수납한다면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가격이면 나라면 다른 앰프를 쓰겠다.’ 인사 치례로 좋아졌다 말하였지만 이전에 리뷰하면서 그렇게 썼는지도 모르지만 필자의 마음속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밝은 음색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여성 보컬의 풋풋함이나 세련된 표현이 분위기 좋게 정위를 하면서 화사한 고역이 펼쳐진다. 항상 단점으로 거론되는 저역의 힘을 무리해서 내기보다는 이것을 적당히 타협하면서 좋은 이미지의 음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전 모델과 같이 팝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가벼운 음색은 듣기 좋고 아기자기한 표현을 한다.
대편성 교향곡을 굳이 무리해서 재생하기보다는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내는 표현력도 나쁘지는 않다. 두꺼운 표지의 무거운 소장본이 아닌 다이제스트판 서적처럼 가볍고 간략하게 표현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스케일의 문제만 제외한다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음색이다.
만들어 내는 무대나 음상의 정위, 로우레벨에서 살아나는 감촉이 결코 그저 그런 저가 제품은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 보컬 모음집의 우수한 녹음 상태를 세밀하고 현학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부드럽고 듣기 좋은 살롱풍의 음악으로 만든다.
클래식의 재생에서 대편성은 앞서 말한 듯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내악의 경우 오히려 무리해 구동을 늘려 메마른 음색을 내는 것보다는 사이러스가 만드는 소리가 더 나아 보인다. 대부분의 영국산 인티 앰프처럼 조금 낮은 음량으로 조금 작은 편성의 곡을 연주해내는 것이 어울린다. 다만 그러한 영국산 앰프 중에서는 조금 밝은 분위기기 때문에 최신 유럽 재즈나 밥이나 가요 음악을 자주 듣는 경우라면 사이러스 8vs2의 음색이 적당하다.
사이러스를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또 다른 약점은 스피커 케이블의 문제이다. 전용 케이블인 안테나선처럼 생긴 스피커 줄이 리뷰용으로 제공되었지만 실사용자라면 일반적인 바나나 잭이나 스페이드 단자를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결정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