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을 위한 하이엔드 독킹스테이션
Mp3 유저와 하이엔드 유저는 전혀 다른 세그먼트이자 서로가 서로를 가장 이해 못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mp3 플레이어와 하이엔드는 아마도 가장 상극의 관계라고나 할까. 이러한 두 제품군을 만날 수 있는 일을 하이엔드 CDP 업체가 해냈다면 쉽게 믿길 수 있을까.
와디아에서 작년 초 (2008년) 아이팟 독킹 액세서리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사실 처음에는 다소 의아스러웠다. 하이파이 유저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와디아는 하이엔드 CD 플레이어와 트랜스포트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이자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을 다시 들여다보니 ‘참 흥미로운 제품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제품에 들어 가기전 먼저 아이팟 얘기를 하자면, 애플은 2005년부터 “Made for iPod”이라는 라이선스 인증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즉, 그동안 애플사의 인증없이 난무하던 각종 액서사리들을 애플에서 정식 인증함으로서 자사 제품과의 완벽한 호환 및 안전성을 보증하고 이에 대해 자사의 “Made for iPod” 로고를 부착해주는 프로그램이다(전기 신호를 주고 받는 제품에 한해서만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충전기나 간단한 독킹 스피커 등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미니/마이크로 오디오나 심지어는 홈시어터까지 “아이팟을 위한 액서사리”라는 뜻을 가진 이 인증 프로그램에 너도 나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아이팟의 점유율이 그만큼 높아진 까닭이다. 심지어는 소니나 삼성, 파나소닉처럼 자체적으로 mp3 플레이어 라인업을 갖춘 회사들도 아이팟 보급률이 높은 선진 시장에 판매하는 오디오 제품들에 모두 아이팟 독킹 크래들을 기본적으로 넣어주기 있다.
이처럼 아이팟은 이미 남녀노소 모두가 애용하는 ‘21세기의 워크맨’이 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B&W 같은 유명한 스피커 제조사도 보스가 재미를 보고 있는 아이팟 전용 스피커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는 점에서 와디아의 이러한 시도는 사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와디아의 170i 트랜스포트는 여타 “Made for iPod” 제품과 마찬가지로 음악감상과 동시에 충전을 가능케 해주는 아이팟용 독킹 스테이션이지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이팟으로부터 디지털 오디오를 출력하여 유저들이 구비하고 있는 별도의 DAC를 통해 원음 그대로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와디아를 사용하는 유저와 아이팟 유저는 앞서 언급했듯이 상반될 수 있지만, 와디아 제품의 도움을 아이팟을 잘 활용하면 훌륭한 하이엔드급 오디오 쥬크박스로 변신시킬 수 있다. 가령 수백, 수천 장의 CD를 보유한 오디오 애호가 중 특정 CD가 어디에 있는지 매번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치자. (필자도 이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이들을 위해 몇몇 업체들이 꾸준히 하드 디스크 기반의 쥬크박스를 출시를 하였으나 의외로 진전이 되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하이엔드 유저들 사이에서도 아이팟을 음악 감상용 쥬크박스로 이용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점차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팟 클래식 160GB를 $299 가격에 구입하여 무손실로 CD를 리핑하면 대략 3~400장 정도는 원음 그대로 손바닥만한 디바이스에 저장, 감상이 가능하다. 단, 아이팟 내부의 싸구려 DAC를 거치지 않고 디지털로 출력하여 별도의 DAC를 사용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디지털 출력을 내줄 수 있는 아이팟용 독킹 크래들은 없었다. 적어도 와디아에서 170i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애플에서 이미 출시한 5만원 짜리 독킹 크래들로도 오디오 시스템에 연결하여 음악을 들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크래들로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소리가 전송되어진다. 휴대용 아이팟 자체에 내장된 DAC 자체는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전혀 호감이 가지 못할 수준이다. (DAC 단가가 37센트로 알려져 있다.) 아이팟 기기 자체에서 제공되는 라인 출력 자체의 음질 자체가 너무 좋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애플 측에서도 인지를 하였는지,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던 나노 1세대 발표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아이팟 제품들이 디지털 출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 이전의 하드 기반의 1~4세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본 제품이 무용지물이니 이 제품을 구입 전 자신의 소유기기가 무엇인지를 잘 확인하도록 하자. 본 제품의 목적이 아이팟으로부터 원음의 디지털 신호를 그대로 뽑아 내주는 것이 주목이니 말이다. 170i가 호환되는 아이팟은 휠이 달린 제품 중 나노, 클래식 및 아이팟 비디오 (흔히 5세대로 부름) 그리고 최근의 터치까지만 한정된다. 참고로 170i에 아날로그 출력도 있긴 하지만, 자체적으로 DAC를 갖고 있지는 않다. 이 아날로그 신호는 단지 여타 다른 크래들처럼 아이팟에서 제공하는 아날로그 신호를 전달할 뿐이다.
본 제품의 사이즈는 아이팟 독킹 크래들치고는 좀 크지만 일반적인 오디오 개념에서 보면 비교적 아담하면서도 매우 가벼운 무게를 갖고 있다. 아마도 더 작은 사이즈로도 가능했겠지만 “와디아”라는 하이엔드 이미지와 다른 기기와의 균형, 그리고 어느 정도 크기가 있어야 아이팟을 독킹했을 때 휠 조작이 안정적일 수 있음을 고려한 듯 하다.
색상은 실버와 블랙 두가지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필자가 받은 것은 실버 제품이다. 실버이지만 아이팟 클래식의 그 실버와는 또 다르다. 사실 신모델시마다 색상은 조금씩 바뀌므로 굳이 지금의 클래식 실버 색상과 맞춘들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재질은 알루미늄에 표면을 아노다이징 처리하였으며 전면에는 와디와 로고가 음각되어 있고 그 아래 바로 리모콘 센서가 자리잡고 있다. 일체의 전원 켜짐을 표시하는 램프가 있지 않아 전원을 꽂았을 때에도 전원이 들어 온것인지 아닌지를 알기가 힘들다. 더구나 전원 버튼조차도 없는데, 이는 포노앰프 등 일부 액세서리처럼 소비전력도 크지 않으니 웬만하면 항상 켜두라는 의미이다.
후면에는 컴포넌트 비디오, S 비디오 출력과 아날로그 한쌍, 그리고 동축 디지털 출력이 있다. 전원은 12V의 DC 어댑터로 연결이 된다. 와디아답게 전원부에 좀 더 충실을 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외에 간단한 기능의 카드형 리모콘과 각 아이팟에 맞게 독 연결부에 맞는 어댑터들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본 제품의 조작을 위해 특별히 할 것은 없다. 아이팟 종류에 따라 콤포넌트나 S 비디오 중 한가지를 TV에 연결하고 동축 케이블을 DAC에 연결한 후 아이팟을 꽂아 주기만 하면 끝이다. 아이팟의 휠로 원하는 곡은 직접 선택을 하고 재생 후에 곡 넘기기나 pause 정도는 리모콘을 통해 실행할 수 있다. 혹시 아이팟에 비디오를 저장해놓았다면 TV를 통해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데, 이 제품내에 GUI를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TV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다가 비디오를 실행하면 그때서야 비디오 화면이 TV로 출력되게 된다. TV를 통해 아이팟의 매뉴 그대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노 1세대와 아이팟 비디오 (5세대 및 5.5세대)를 사용하는 경우 Extended 인터페이스 모드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 말은 즉, 이 두 제품 군에 한해서는 안타깝게도 아이팟을 꽂으면 아이팟 화면에 로고가 뜨면서 휠 조작은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소리를 들어 보면 일단 아이팟의 아날로그 출력과 비교하자면 윤기가 넘쳐난다. 그 말은 즉, 와디아 170i가 아니었다면 밋밋하면서도 힘빠진 소리를 들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볼륨 크기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디지털 출력시가 아날로그보다 꽤 게인이 높은 편이었다.
디지털로만 감상하자면 무손실로 소장 CD를 직접 리핑하여 동일 오리지날 CD와 비교를 했을 때, 두 소스의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CD 그대로 더욱 편리하게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며칠간 제품을 두고 쓰면서 이렇다면 앞으로 굳이 어딘가에 꽂혀져 있을 특정 CD를 찾아 다닐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팟은 앨범 커버까지 지원을 하니, HDD 쥬크박스를 하나 얻은 듯한 기분이 든다.
해외에서 약 $400, 국내에서 70만원의 본 제품이 과연 아이팟에서 디지털 출력 하나 내주고 그 대가를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다소 엇갈릴 수 있다. 와디아의 이름값도 없지 않아 있다고 보이지만, 어쨌든 한번 집안에서 잠들고 있는 CD들을 언제든지 편하게 억세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고 싶다면 와디아 170i가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동안 아이팟이라면 관심도 가져보지 않았던 하이엔드 유저들이라도 한번 아이팟 욕심을 내볼만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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