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듀오 두번째 이야기
아방가르드는 아마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피커 중에서 가장 높은 음압을 가진 스피커가 아닐까 생각된다. 무려 107 dB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우퍼까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고역 중역에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우퍼는 따로 앰프로 증폭시켜주지 않으면 밸런스를 맞추어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우퍼만 액티브 스피커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우퍼에 있는 앰프는 분명 파워앰프인데 그 앰프에 들어가는 신호는 프리앰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파워앰프에서 나온 것이다. 즉 파워앰프에서 바로 스피커로 가야할 신호가 다시 파워로 가는 것이다. 정확한 메카니즘은 모르겠지만 우퍼의 앰프 안에 파워앰프의 신호를 프리앰프의 신호로 바꾸는 장치가 있다고 한다.
이것 때문에 사용자들이 한 가지 착각을 하는 것이 있는데, 우퍼 뒷편을 보면 발란스 단자가 하나있다. 이것에 바로 프리앰프를 연결하면 소리가 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저도 그렇게 시도해 보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모양의 스피커 단자일 뿐이다. 얼마 전에 썼던 3/5A의 단자가 그런 것이었던 기억이 난다.
음압이 이렇게 높은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가장 큰 단점은 앰프의 성능을 무척 가린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험이 있거나 울림이 있는 앰프를 감싸주지 않고 그대로 다 드러내 버린다. 감출 것은 감추고 내어 줄 것은 내어 주는 그런 미덕이 별로 없다. 어떤 연주자가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에는 발가벗고 청중 앞에 서는 느낌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단순하지만 연주자의 기본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곡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방가르드가 이런 스피커인 것 같다.
둘째로 이번에 새로 아방가르드 본사에서 출시된 인티앰프는 A급 0.4 watt라고 한다. 분명히 그 정도의 출력이라도 울릴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 앰프나 물린다고 해서 아방가르드가 잘 울어주는 것은 아니다. 1000watt짜리를 물려도 아니다 싶으면 소리를 내지 않는다. 우퍼에 앰프가 있다고 안심해서도 절대 안 될 일이다. 트랜스가 부실하거나 구동력이 약한 앰프는 금방 그 실력이 폭로되어 버린다.
음압이 높은 것의 장점은 세상의 다양한 앰프를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압이 높다고 저출력 앰프만 물려야 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 말한 0.4watt에서부터 수kw앰프까지 물려도 상관이 없다. 음압이 낮아 고출력--고출력은 대개 고가로 연결되기 일수이다--만을 물려야 되는 현대의 스피커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무한한 것이다.
어떤 자작하는 분이 ‘원초적 하극관의 반란’ 이라는 말을 써서 공감을 한 적이 있다. 6BQ5나 6V6같은 관들로 만든 저렴한 앰프를 두고 한 말이다. 이런 원초적 하극관으로 저렴하게 만든 앰프로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 아방가르드이다. 이것은 경제적 능력이 한정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매니아들에게는 솔깃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실상 이런 것은 음압이 높은 빈티지 스피커로도 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빈티지 스피커와 아방가르드의 현대적인 소리는 분명히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