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략
이제는 Rega의 Planet이나 태광 TCD-2 등의 새로운 베스트바이 제품들에 밀려 구형기기로 밀려난 신세이긴 하지만, 90년대 중반에는 상당한 호평과 인기를 끌었던 것이 California Audio Labs의 제품들이었다.(Icon MK2 외에 하급기인 DX-2도 인기가 좋았었다.)
요즘은 CL 시리즈를 내놓아 역시 호평을 얻고 있는--그런데 많이 비싸졌다--CAL은 CDP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업체로서, 아마 중저가의 미제 CDP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회사일 것이다.
이 기기를 구한 것은 99년이고, 중고로 4년 가량 된 모델이었다.(90년대 중반 당시 신품 가격은 90-110만원.) 이 제품엔 업그레이드 모델인 Icon MK2 HDCD도 있는데, D/A 컨버터도 업그레이드되고 HDCD도 재생할 수 있는 이 모델은 본인이 써보지 못했고, 그냥 Icon MK2를 Kimber PBJ 인터와 소리사이 레인보우 인티, Kimber 4TC 바이와이어링, Rogers Studio 7에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다.
- 장점
많이 이야기되었던 이 기기의 장점은 "현대적인 아날로그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확실히 이전의 디지탈 냄새 무척 풍기던 CDP들에 비해 비로소 아날로그 사운드에 조금 더 근접한 듣기 좋은 소리를 내준다. 해상도가 엄청나거나 분석능력이 탁월하거나 한 경향이 아니고, 듣기 좋고 음악적인, 편안하고 무난한 소리 경향이다. 굵기는 가늘지도 굵직하지도 않는 중간 정도.
그 전에 사용하던 필립스의 930과 비교해보면, 역시 CDP란 기기중 가장 가격대 성능차이가 적은 물건인 만큼 전반적으로 현격한 차이는 없지만 현악에서만큼은 확실한 차이가 난다. 특히 현악 4중주같은 실내악에서는 저가 기기에서 들리는 신디사이저같은 느낌이 많이 사라지고 비로소 현악기 소리같은 현악기 소리가 들린다. 재즈나 팝 역시 미제이니만큼 충분히 좋은 소리가 난다. 적어도 "디지탈은 웬지" 하는 거부감은 전혀 갖지 않아도 될 만하다.
그밖에 기능도 여러 가지 있을 만큼 다 있고, 리모콘의 성능도 괜찮다.(그러나 필립스 리모콘의 탁월한 감도는 잊을 수가 없다. 어느 각도에서 버튼을 눌러도 무조건 동작되었던...)
- 단점
최고의 단점은 상당히 못생겼다는 것이다. 요즘의 CL 시리즈는커녕 이전의 하급기 DX-2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무게도 가볍지 않은 것이 참 미련하게도 생겼다. 버튼도 갖가지 테잎 편집기능까지 해서 잔뜩 붙어있는 것이, 외양은 낙제점에 가깝다.
또한 "좋게 말해서 아날로그적이지 사실 좀 둔탁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본인은 비교시청을 많이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최신 기기들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그런 구석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Kimber 케이블이 그런 단점을 잘 커버해주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잘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그렇다면 참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출시된지 5년 정도가 지난 디지탈 기기이니만큼 동급의 최신제품들에 비해 낫지는 않으리라 본다. 다만 적당한 가격의 중고제품이 나온다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안 그래도 앞으로 SACDP다 뭐다 해서 신형 모델들이 나올 때 또 한번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팔자'라면, 멀쩡한 Icon MK2를 Rega Planet 정도로 바꾸느라 또 법석을 떨거나 하는 일은 없어도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