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9번 BPO vs SPO
11월 15일 베를린필의 말러 9번에 뒤이은 12월 9일 서울시향의 말러 9번..
서울시향 입장에서는 엄청난 악조건입니다. 물론 두 공연을 모두 듣는 청중비율이 어느 정도일지 미지수입니다만..
게다가 최근 모지방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배우자인 시의원의 의도가 의심스러운 문제제기 (물론 제기된 문제 중에 앞으로 시정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로 인한 외부의 노이즈..
저도 12월 9일 공연을 보러 갈 것인지 망설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11월 15일 베를린필 공연 도중에 이들이 보여준 예상 밖의 인간적인 면모들(4악장 1바이올린 파트의 충격적인 삑사리, 4악장 스테판 도르의 이상한 호른 사운드, 3악장 거이 브라운스타인 악장과 비올라 수석과의 엇박자 등)을 보면서, 그리고 실황에서 극대화되는 4악장 피아니시모 피날레의 감동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서 연말 송년회 일정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발길을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말러 9번이라는 레퍼토리에서 BPO와 SPO를 비교한다.. 이게 2, 3년전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충분히 비교할 거리가 있었습니다.
1악장: 지휘자의 해석이 뭔지 감이 오지 않고 밋밋했던 11월 15일 BPO보다는 어제 서울시향의 연주는 충분히 입체적이지는 않지만, 체념어린 쓸쓸함을 일관되게 잘 표현했습니다. BPO의 화려하고 세련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향 연주쪽에 손을 들어 주고 싶습니다. 특히 마무리 부분 콘서트마스터의 음색은 거이 브라운스타인보다
루세브쪽이 더 설득력이 강했습니다.
2악장: 말러가 표현한 토속적인 무곡의 리듬..BPO와 서울시향의 기량 차이가 가장 현저하게 느껴졌습니다.
서울시향은 시작부터 2바이올린 사운드가 너무 약했고, 시종일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습니다.
10월 20일 6번의 2악장도 그렇고, 아직 서울시향이 말러가 설계한 미묘한 리듬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3악장: 어제 정명훈은 극단적인 인템포로 밀어 부쳤습니다. 위태로울 정도..그러나 서울시향 단원들은 잘 따라갔습니다. 리허설을 충분히 한 듯..기술적으로 놀라운 합주력입니다. 다만, 이 해석에는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트럼펫 수석 바티의 애절한 사운드..주고 받는 루세브 악장과 비올라 수석의 사운드..정말 청중들의 가슴을 후빕니다.
4악장: 3악장의 극단적인 인템포 이후, 4악장은 단장의 사운드, 애절함을 마음껏 표현합니다.
현악기 사운드 좋았고, 호른의 소리도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피아니시모 피날레 부분, 연주자들이 3악장부터 엄청 달리면서 방전된 느낌..긴장감,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정명훈 지휘자도 지휘봉을 너무 빨리 내렸다는 아쉬움..피날레는 BPO공연의 오묘한 여운에 비해 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4악장 초, 중반 현악파트의 애절한 노래는 후련했습니다.
연주자별로 보면, 서울시향 루세브 악장이 BPO의 브라운스타인 악장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브라운스타인은 한국에서 리사이틀 공연을 2번 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시향의 1바이올린 파트..제가 본 공연중에서는 가장 멋진 사운드였습니다.
2바이올린..BPO과 서울시향의 간극이 가장 뚜렷했던 파트였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
그래도 공연 중반부터 눈가가 촉촉해져 있던 임가진 수석과, 김효경 수석은 표정만으로도 음악에 완전 몰입되어 있었습니다.
비올라..금년 상반기까지 서울시향 현악파트 중 가장 경쟁력 있다고 평가되었고, 여전히 좋았습니다.
훙웨이 황 수석의 묵직한 사운드 좋았고..어제 같으면 2바이올린 18대에 비해 비올라 16대는 좀 많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14대로 줄이는 것이 현악 파트 무대 좌우 밸런스가 더 좋을 듯..물론 첼로, 베이스도 같이 줄여야..)
첼로..출산으로 쉬고 있는 주연선 수석 대신 송영훈씨가 객원수석..어제의 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더블베이스..지금까지 본 서울시향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12대의 무게감 있는 저역..
목관..오보에 이미성 수석은 11월 15일 알브레흐트 마이어 연주의 잔상때문에 매우 불리한 상황..
플룻, 피콜로, 클라리넷, E플랫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잉글리쉬 호른, 베이스 바순 등
모두 잘했습니다.
금관..미샤 에마노프스키 호른 수석..2악장 시작부 제외하고는 시종 안정된 모습
트럼펫, 트럼본..필승조가 투입되면 이 파트의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바티 수석의 비장한 모습..연주에 얼마나 몰입되었으면..
타악기..이제는 서울시향의 강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항상 많은 박수를 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