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현악 사중주 Grosse Fugue op.133

오랜만에 다시 글을 올리는 것같습니다.. 요즘은 이삿짐 싸느라고 좀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못다본 공연장도 다니고 여기저기 인사도 다니고 학교가 끝나도 할일은 많군요.. 여기서 귀국하기전에 정리할 일을 하나둘 챙기다 보니 여기 올리기로 약속한 글들도 되는데까진 올리고 가야될 것같아 하나씩 올릴려고 합니다.. 우선 What makes it great? 시리즈는 예정대로 2편을 다녀왔습니다… 전에 Bach의 The art of fugue에 이어 이번에는 Beethoven의 Grosse Fugue 현악 사중주 opus. 133에 대한 lecture 겸 연주회였습니다… 하지만, 강의와 Borromeo quartet의 연주를 듣고 나도 이 곡에 대한 명쾌한 이해를 얻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이곡이 지닌 엄청난 무게와 심오한 깊이에 짖눌려 좀 얼얼한 기분입니다… 지난번 바흐의 글도 좀 겁없이 무식을 용기삼아 올려봤지만 베토벤의 Grosse Fugue는 들으면 들을 수록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곡이고 강의 내용도 그렇고 집에서 다시 들으면 들을 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곡인것같습니다.. 하여튼 다시한번 생각나는대로 한번 적어봤습니다… ------------------------------------------------------------------------ 베토벤은 1927년 3월 27일에 그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구분할 때 흔히 1815년 이후를 후기 또는 제 3기 시대라고 하는데 그의 마지막 5개의 피아노 소나타가 작곡된게 1816 ~ 21년이고, Missa Solemnis 1822년 작곡, Diabelli Variation 1823 년 작곡, 9번 교향곡을 1824년에 작곡하면서 그의 작곡 인생을 사실상 완결짓게 된다. 사실 1920년이후 베토벤은 악화되는 귓병으로 청력의 회복을 거의 포기하고 간염, 기관지염 등 건강의 악화로 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게 되고, 당시 비엔나에서의 메테르니히 보수반동정권의 정치적 탄압에 대해 깊은 실망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는 데다, 가정적으로도 후견을 맡고 있던 조카가 말썽만 피우는 불량아로 커가고, 경제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의 음악인생을 완결짓는 9번교향곡이 완성된 1824넌 이후 그가 사망한 1827년 까지 약 2년여 남짓한 기간은 베토벤으로서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작곡을 하기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베토벤은 그 기간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거의 단절하고, 오직 내적인 세계에만 침잠하면서 opus 95 세리오소 이후 14년간 손을 놓고 있었던 현악 사중주에 다시 몰두하기로 한다.. 그같은 극악한 상황속에서 작곡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의 초인적인 의지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은 9번 교향곡이나 장엄미사 등에서 보여준 외부 세계를 향한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하기보다는 opus 127 –135로 이어지는 후기 현악사중주 곡을 통해 그의 내적 세계로 깊이 파고들어 극히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며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이 곡들은 내용적으로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이전의 음악과는 전혀 새로운 기법들이 자유롭게 시도되고 있다… 따라서,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이 후기 현악사중주는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을 뿐아니라 오늘날에도 계속 새로운 수수께끼와 같은 음악으로 남아있다.. (사실 베토벤이후 낭만파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음악은 그의 중기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베토벤은 후기 현악사중주를 작곡하면서 이를 토대로 새로운 영감을 얻어10번 교향곡에 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927년 갑작스런 병세의 악화로 세상을 뜨고 만다.. ------------------------------------------------------------------------- 이상이 베토벤 후기 현악사중주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신이 왜 9번 교향곡에서 그의 작곡인생을 마감하게 하지 않고 2년이란 시간을 더 허락해서 이처럼 풀리지 않는 실타래같은 오묘한 현악사중주곡들을 남기게 했는지.. 아니면 이왕에 더 시간을 허락해서 베토벤으로 하여금10번 교향곡까지 쓸 수 있게 했다면 어떠했을지 … 우리는 신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6곡의 후기 현악 사중주곡이 남겨졌고, 우리는 오늘 그중에서도 가장 난해하다고 하는 Gross Fugue opus 133 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 베토벤은 후기(1815년이후)에 들어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는데 fugue 도 그 중 하나이다.. 물론 대표적인 것이 오늘 다루는 OPUS 133 Grosse Fugue이지만 9번 교향곡 finale에 나오는 double fugue, 피아노 소나타 No.29 opus 106 Hammerklavier finale 에 나오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베토벤의 바흐에 대한 평생에 걸친 깊은 존경심에서 우러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후기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사변적인 특성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우선 베토벤의 opus 133 Gross Fugue는 처음 발표되면서부터 많은 sensational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청중이나 평론가들의 반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음악이라는 것이었다.. “중국문자처럼 이해 불가능하고 극도로 어렵다” incomprehensible as Chinese character and monstrously difficulties 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20세기에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Hugo Wolff도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작품completely incomprehensible이라 했고, Stravinsky는 forever contemporary music이라고 했다.. 사실 스트라빈스키의 지적처럼 grosse fugue는 처음듣는 사람에게 현대작곡가에 의해 금년에 작곡된 곡이라고 하고 들려줘도 수긍될 만큼 현재 많은 작곡가들이 작곡에 쓰는 기법들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곡이다.. 사실 이곡은 opus 130 의 마지막 악장으로 작곡이 되었지만 출반업자가 관객들의 반응 등을 보고 나서 이 곡은 별도의 독립적인 곡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새로 finale를 작곡하여 opus 130이 출간하자고 제의를 했다.. 베토벤이 이를 받아들여 새로운 finale가 작곡해서 opus 130 마지막에 붙여졌고, grosse fugue는 opus 133 이란 새로운 작품번호를 받아 출간이 되었다.. 요즘은 opus 130과 133이 별도로 연주되기도 하고, 같이 연주되기도 하고, 연주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연주된다.. 어떤 것이 authentic 하다고는 말할 수 없고, 다만 비유를 해본다면 영화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데 두개의 결말을 같이 만들어서 관객이 어떤 결말을 원하는 가에 따라 취사선택해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 이제 곡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푸가fugue라고 하는 것이 지난 번에 얘기한 것처럼 특정한 form 을 지닌 것은 아니라 다양한 형태를 지닌 set of procedure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주제가 subject 나오고 이를 변형 발전시키는 episode들이 진행된다.. grosse fugue는 바흐의 art of fugue가 처음 시작하는 12마디동안 주제가 제시되듯이 grosse fugue는 처음 8마디에 그 주제가 나온다.. 이 주제는 4가지 type으로 변형되어 뒤이어 나오며 4번째 타입은 “따-단” 하는 단지 2개의 note로 축약 compressed 되어 전개된다.. (이 "따단"은 곡 전체를 통해 400여번 나온다) 일단 곡이 시작하면 처음 1분 동안 overture가 진행되며 곡의 theme에 대한 4개의 type이 전개된다.. 이후 4분동안 1st development가 있게 되고, 이후 5번째 development까지 전개되고 마지막 Coda에서 각 주제들이 결집되면서 끝난다… -------------------------------- 사실 이 부분이 강의의 핵심이지만 개별 주제의 연주자들이 각 part를 직접 들어가면서 악보를 보고 곡의 구조를 파악하지 않는 한 글로 설명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같아 생략합니다.. ------------------------------------------------------------ 다만, 베토벤의grosse fugue의 성격에 대해..... 혹자는 베토벤의 symphonic poem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베토벤 version의 art of fugue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데 후자의 견해를 취한다해도 베토벤의 grosse fugue는 바흐의 art of fugue와는 그 성격이나 목적이 다르다.. 이전에 푸가형식은 소나타 형식에 비해 주제-반주제와 대결-해소라는 형식의 소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계속 변형발전시키는 essay에 가깝고, drama 라기 보다는 rhetoric에 가깝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베토벤의 이 grosse fugue에는 고전파의소나타 형식에 들어 있는 모든 drama를 이 fugue 의 틀안에 모두 담아 내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주제가 발전 되나가는 과정에 syncopated gapped inversion 에서는 현대 재즈 리듬의 단초를 볼 수 있고, 제 2발전단계의 등장하는 불협화음에서는 쉔베르그를 만날 수도 있다.. 또한, wild하다가도 갑자기 고요해지고, 단순하다가도 갑자기 복잡해지는 극단적인 대조 contrast야 말로 이곡의 가장 큰 특징을 이루며 이러한 contrast는 그의 후기 음악 전반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spiritual development of Beethoven"의 저자인 Sullivan은 베토벤의 후기 작곡기의 정신상태를 볼 때 한편으로는 외부와 격리된 채 내적인 세계에서의 평온을 누리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사회로 부터 단절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및 외로움과 인간적인 접촉에 대한 처절한 갈망 등으로 괴로워 하는 등 그의 심리적인 이중성이 이 곡을 지배하는 베토벤의 심리상태였다고 한다… 결국 모든 음악을 통털어서 볼때 이 만큼 인간의 감정에 대한 모든 level의 spectrum을 깊이 있게 제시하는 음악은 없다고도 볼 수 있고, 인간 감정의 모든 극단 extreme에 대한 모든 aspect를 제시하는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바흐의 푸가의 기법이 순음악적 관점에서 푸가의 한계에 대한 실험이었다면 베토벤의 grosse fugue는 바흐의 푸가의 기법보다는 personal한 관점에서 그의 음악의 평생 주제였던 한 인간의 자유 의지의 실현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베토벤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말대로 이 grosse fugue는 영원한 현대음악으로서 끊임없는 음악적인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 이상입니다.. 사실 실제 연주를 각파트별로 들어가면서 분석이 되야 되는데 그냥 받아 적은 것만 보고 기억나는대로 옮겨보니 앞뒤도 안맞고 좀 이상한 글이 된것같습니다… 하여튼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를 이해하는데 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