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의 귀네스 존스/코리언심포니 연주회는 감동!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연주회 일정을 확인한 후에 망설였습니다.
어디서 보니 70살 할머니라는데...(확인해 보니 36년생, 68세네요.)
아무튼 그 나이에 바그너가 제대로 불려지려나 하는 우려가 있었죠.
그래도 요즘 좋은 연주회를 모조리 놓친 터라 일단 미리 예약을 해 뒀었고..
막상 어제는 몸도 안좋고 대기는 중국산 노란 먼지의 냄새로 가득했지만,
포기했더라면 후회할 뻔한 연주회였습니다.
뭐, 이것 저것 흠을 잡으려면 잡을 게 많이 있었지요.
관악부가 아무래도 딸리는 반주가 바그너에 합당한 장중함에는 좀 못미쳤고
지휘자의 템포나 음량 조절도 별로 맘에 썩 들지 않았지만,
그건 뭐 어차피 기대수준이 별로 높지 않았으니,
생각보다 상당히 잘 하는군! 하는 정도로 좋았다고 보구요.
귀네스 존스, 이 분의 연주도 사실 호흡이 딸리는 부분이 느껴졌고
소음량, 저역에서의 컨트롤이 좀 힘겹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게 어디 70에 가까와지는 노-여가수에게 갖다댈 잣대가 되겠냐는 자각에,
그냥 즐겼습니다.
오히려 여전히 오케스트라 투티를 뚫고 쏟아지는 압도적인 성량이나,
오페라의 무대가 손에 잡힐 듯 주위를 훑어 가는 꿈결같은 눈빛이며,
우아하고 여유있는 무대 매너, 이 모든 것들은,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며 바이로이트를 질타하던 찬란하던 그 시절,
그 과거의 한 자락을 살짝 들추어 보여주는 흥분된 시간이었지만,
지구 반대편 극동의 한 작은 나라의 연주장,
그것도 꽉 차지 않은 객석의 청중을 향해 보내주었던
이 노여가수의 겸손하고도 환한 웃음 속에는,
인생의 황혼에 이른 예술가의 따스한 인간미가 느껴졌었습니다.
아마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일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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